‘공포자’ 없게… 초등생 기초학력 부진 원인 찾아내 맞춤형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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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찾아가는 학습비타민’
학교에서 먼저 대상여부 판단
학습 부진의 원인 심층 진단 후, 전문가가 학교 찾아 밀착 수업
올해 ‘학습진단성장센터’ 출범… 연말 11개 교육지원청으로 확대

서울 구로구 동구로초 6학년 교실에서 이주배경학생인 고모 군(12)과 김모 양(12)이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 ‘찾아가는 학습비타민’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이날 두 학생은 ‘느리다’ ‘늘이다’처럼 발음은 같지만 뜻과 맞춤법이 다른 단어를 배웠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서울 구로구 동구로초 6학년 교실에서 이주배경학생인 고모 군(12)과 김모 양(12)이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 ‘찾아가는 학습비타민’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이날 두 학생은 ‘느리다’ ‘늘이다’처럼 발음은 같지만 뜻과 맞춤법이 다른 단어를 배웠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느리다’와 ‘늘이다’, 읽을 때 발음은 같지만 뜻과 맞춤법은 다른 단어예요.”

지난달 찾은 서울 구로구 동구로초 6학년 교실. ‘찾아가는 학습비타민’ 프로그램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칠판에는 수업 목표인 ‘소리가 비슷한 낱말 뜻 구분하기’가 적혀 있었다. 수업을 담당하는 활동지원가가 발음이 같은 ‘느리다’와 ‘늘이다’ 낱말 카드를 보여주며, 발음은 같지만 뜻과 맞춤법이 다른 단어 사례를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고모 군(12)과 김모 양(12)은 직접 단어를 발음하고, 예시 문장을 만들었다. 두 학생 모두 중국에서 온 이주배경학생이다. 한국어 사용 및 학습에 어려움을 겪어 찾아가는 학습비타민 대상 학생으로 선정됐다. 학생들은 학습지에 적힌 여러 낱말 중 맞춤법에 맞게 쓴 낱말을 골라 색칠하고 직접 소리 내 읽어보기도 했다.

● 기초학력 부진 원인 진단으로 맞춤 교육

‘찾아가는 학습비타민’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문제를 심층 진단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지원하는 교육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교육청은 찾아가는 학습비타민 제도를 시행하며 학습 부진 원인을 진단하는 전문 검사와 판독, 학생별 맞춤 학습 설계 등을 더해 프로그램을 개선했다.

올해 3월 출범한 서울시교육청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가 제도 운영을 담당한다. 학습 기능 및 학습 전략 부족, 사회 정서 역량 부족, 학습 저해 요인 등에 따른 학습 부진 학생을 분석하는 전문 검사와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 상반기에 서울 강동송파, 남부, 성북강북, 중부 등 서울 4개 권역에 설립된 센터는 연말 11개 서울시 교육지원청 전부로 확대된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고 군은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외우고 익히는 게 어려웠다”며 “학습비타민 수업을 듣기 시작한 후에는 아는 단어가 많아져서 친구들과 대화할 때 말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양은 “한글 맞춤법이 어려워서 받아쓰기 문장을 적을 때 힘들었는데 이젠 맞춤법을 많이 알게 돼 글 쓰는 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 “기초학력 부진 학생, 개별 지도가 해답”

센터 설립 이전에는 학교에서 진단한 검사 결과만으로 기초학력을 보충했다. 그러나 센터를 설립한 뒤 각 학교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나 학교 시험, 또는 담임교사 혹은 보호자 상담 결과로 프로그램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학교에서 지원을 신청하면 센터가 학습종합 진단검사 등 심층 진단을 진행해 결과를 판독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학생별 맞춤형 학습 지원 전략을 수립한다. 찾아가는 학습비타민 프로그램은 학생의 수준에 맞추고,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 1 대 1이나 2 대 1 수업으로 진행된다. 지원 기간은 주 1회 2시간씩 1년간이다. 활동지원가가 직접 학생 소속 학교로 찾아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활동지원가들은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나 상담 및 언어치료 전공 자격증 보유자들이다. 교육청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연수와 수업 모니터링도 진행한다.

학습 부진으로 기초학력 교육 지원을 받은 학생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22년 4233명 △2023년 3895명 △2024년 4899명에 이어 올해 8월 1일 기준 4270명이 기초학력 지원 교육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연말까지 ‘찾아가는 학습비타민’ 지원 학생 수를 모두 합하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단계부터 공교육 차원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도하지 않으면 이 학생들이 상위급 학교로 진학하며 공부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대면 상호작용이 줄고 디지털 기기로 얻는 재미가 늘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며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개인별로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일대일 수업 지도를 진행해 밀착 지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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