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6.26/뉴스1
지난 정부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정 결제 사례가 약 300건에 이르고, 무자격자가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상담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사례도 있었다.
12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마음투자 사업의 부정 의심 결제는 296건 집계됐다. 상담사나 이용자가 해외 체류 중일 때 결제된 사례가 273건, 심야 시간대(오후 10시∼오전 7시) 결제가 23건이었다. 실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다. 현행 시스템상 정부가 감지할 수 있는 부정 의심 결제는 이 두 가지 유형뿐이라 부실 운영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투자 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총사업비 7892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국민 정신건강 지원 사업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의료기관에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서류를 발급받으면 총 8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은 회차당 7만∼8만 원이다. 기준 중위소득 70% 이하는 무료, 초과 시엔 소득 구간에 따라 최대 30%의 본인 부담금을 낸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00만 명 지원이 목표였지만, 올 6월까지 1년간 이용자는 8만8318명에 그쳤다.
정부가 국민 정신건강을 책임진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두고 김건희 여사의 관심 사업이라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기획재정부가 의뢰해 올 1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음투자 사업은 사업 대상자를 지나치게 넓게 예측해 예산이 최대 4661억 원 과다 추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심리상담 인력이 부족한 지방에선 성과 부풀리기 사례도 적발됐다. 전북 김제시의 한 상담센터에선 대학교수를 겸임 중인 센터장이 무자격자 후배에게 “챗GPT로 상담 기록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보자는 의원실에 “잠깐 커피 마시고 나눈 대화 내용을 50분짜리 8회 상담 기록으로 만들라는 요구를 장기간 받았다”고 밝혔다.
김제시는 상담자 119명을 조사해 실제 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이뤄진 상담 42건, 상담 시간 및 일대일 상담 원칙을 어긴 2건 등을 적발했지만, 해당 센터가 받은 상담 비용 약 7614만 원 중 108만 원가량만 환수하는 데 그쳤다. 의원실이 서비스 결제 기록 996건과 센터장의 대학 강의 일정 등을 비교한 결과 164건은 강의 시간에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이 진행되는 사이에 중복으로 결제된 건수도 67건이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김제시를 사업 시행 우수 지자체 대상으로 선정해 포상금 2000만 원을 지급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 관리 감독 지침은 각 지자체가 관내 기관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대상으로 연 1회 현장 조사하는 것이 전부다. 각 기관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고, 이상 결제 탐지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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