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대통령실 용산 이전 따른 경비 공백이 원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3일 11시 50분


코멘트

정부 석달간 합동감사…결과 발표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 위해
이태원 일대에 경비인력 배치 안해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2022년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10·29 이태원 참사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합동감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당시 경비 인력이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에 집중 배치되면서 이태원 일대에는 배치되지 않아 참사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참사 대응 및 후속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공직자 62명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한 경비수요 증가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이태원 일대에는 참사 당일 경비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음이 밝혀졌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7월 23일부터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경찰 및 서울시청·용산구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인근 집회·시위가 증가했고 이를 관리하는 게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의 최우선 과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태원 일대 대규모 운집을 예상했음에도 적절한 사전배치를 안 해 참사를 막을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용산경찰서는 2020~2021년 수립했던 핼러윈데이 대비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참사가 발생한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주변 집회·시위가 급증함에 따라 용산경찰서 경비수요가 대폭 증가했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 인력을 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용산경찰서 관내 집회·시위는 921건으로, 전년 동기(34건) 대비 26.1배 증가했다. 이에 참사 당일 경찰은 삼각지 일대 집회·시위 현장에 경비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이태원 일대에는 미배치했다.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핼러윈데이 대비 경비계획을 보고받으며 혼잡경비인력 누락을 문제시하거나 보완지시를 하지 않았고,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상황실의 핼러윈데이 대책 보고 시 ‘경비가 왜 없느냐’는 질문 외 추가 보완을 지시하지 않았다.

이태원파출소는 참사 발생 전 약 4시간 동안 압사 위험 신고 11건에 대한 현장 출동 명령을 받았으나, 단 1회만 출동하고 시스템에는 모두 출동 후 조치한 것처럼 허위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TF는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등 주요 책임자들은 상황 인지 지연 및 신속한 현장 지휘 실패 등으로 참사 적시 대응에 차질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용산경찰서장에 대해선 “참사 당일 오후 9시 5분경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가 종료된 후 교통정체로 오후 11시 5분경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도착 후에도 참사 현장 확인 없이 파출소에 머물면서 현장 지휘 공백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참사는 오후 10시 15분경 발생했다.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선 “오후 11시 36분경 참사 상황을 인지해 다음 날 0시 25분경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오전 1시 19분경까지 경찰청장에게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용산구청의 부실 대응 정황도 감사 결과 구체화됐다.

당시 상황실 내근자는 서울종합방재센터로부터 압사 사고 관련 전화를 수신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 사고 전파 메시지가 전파된 뒤에도 담당 국장에게만 보고가 이뤄졌을 뿐, 구청장 등에는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TF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재난 관리 책임자의 리더십 부재로 사고 수습을 위한 초기 대응 체계 신속 구축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내 ‘춤 허용 일반음식점’에 대한 부실점검도 확인됐다.

TF는 “용산구청 감독실태를 확인한 결과, 참사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소음·진동규제 관련 지도·점검 업무가 형식적으로 실시되고 있었다”며 “사고 당시 인근 ‘춤 허용 일반음식점’의 소음으로 인해 행인 간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이로 인해 참사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책임자에 대한 징계도 부적절하게 처리됐다고 TF는 지적했다.

서울시청은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 보류’를 결정해 해당 책임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했다. 용산구청은 경찰 수사로 직무상 비위가 확인된 7인에 대해 감사일까지도 징계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TF는 경찰 소속 51명, 서울시·용산구 소속 11명 등 총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태원 참사#대통령실 용산 이전#합동감사#경비 인력 배치#집회·시위 증가#용산경찰서#재난 관리#부실 대응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