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트럼프, 30일 시진핑 국빈 방한 조율 마무리 단계
미중 ‘중재 혹은 타결’ 무대 마련으로 외교력 발휘 기회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스1 DB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방문’ 형식으로 한국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APEC 무대를 한미 간 ‘잡음’을 불식하고 한중관계 개선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17일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주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26일부터 아시아 순방 일정을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27~29일 일본을 찾은 뒤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30일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국빈 방문은 한국 외교에 있어 호재다. 경주 APEC 정상회의의 ‘격’ 자체가 높아질 수 있고, 특히 갈등을 반복하는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의 접점을 찾는 등 한국이 양국의 ‘중재자’로 비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려고 펜을 잡으려는 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에서 의자를 당겨 주고 있다. 2025.9.1 백악관 제공 한미, 관세 잡음 불식하고 대북 공조 박자 맞춰야…‘굳건한 동맹’ 부각 중요
한미 양국은 최근 관세 협상 후속 협의에서 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 7월 말 관세 및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당초 직접투자와 대출, 대출보증 등으로 투자 방식을 다양하게 합의한 것과 달리 미국이 돌연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면서 후속 협상이 길어졌다. 이는 전반적인 한미의 외교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방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도 APEC을 기점으로 한미 간 잡음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미국과 소통 중이다. 외교 의전상 가장 높은 국빈 방문은 초청국 못지않게 방문국 입장에서도 성의를 보여야 하는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APEC 전에 관세 협상의 돌파구를 찾아 양국 정상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만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간 관세 협상과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안보 협상에서도 한미 간 시각차가 있었던 탓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동맹 관계 회복’의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관세 협상이 타결된다면 ‘최상의 성과’겠지만, 정부는 그렇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를 부각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기대했던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성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다시 한번 대북 공조 기조에 발을 맞추고, ‘굳건한 동맹’을 강조하기 위한 안건을 적극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구상인 ‘E·N·D 이니셔티브’(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에 힘을 실을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시진핑 방한, ‘해묵은 과제’ 해결하며 관계 개선 분기점…北 문제 협조 견인 필요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찾는 건 지난 2014년 이후 이번이 11년 만으로, 정부로선 ‘해묵은 과제’인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한을 일단 해결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중관계는 큰 잡음은 없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의 흐름도 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한다는 실용외교 구상을 밝혔지만, 중국은 한미의 밀착을 우려하는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면서 우리보다는 북한에 더 가까운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당초 시 주석이 정부의 국빈 초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11년 만의 방한이라는 점과, 미국과의 정상회담이라는 ‘담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 이번 국빈 방문에 응하면 한국을 상대로 한 외교적 지렛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중국도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일단 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양국이 상대 국민의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시행 중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민간 교류 활성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의 ‘한한령’(한류 문화금지령) 해제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뚜렷해질 수도 있다.
북한 문제는 중국과도 주요 의제다. 지난달 중국의 전승절 80주년과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통해 북·중·러 3각 밀착과 북한의 다변화한 외교 전략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중국의 의중을 확인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건설적 역할’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도 이번 회담의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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