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비즈니스 문화에서 전문성은 일종의 화폐와 같다. 우리는 숙련된 기술을 지니고 신호와 잡음을 신속히 구분해 본질을 빠르게 꿰뚫는 리더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선 뜻밖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인정받고 성취하며 권위를 얻을수록 오히려 사고가 경직돼 유연성과 창의성이 제한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경영학자 에릭 데인은 이 문제를 ‘인지적 고착화’라고 불렀다.
이 문제의 해결법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자신을 의도적으로 ‘완전한 초보자’의 자리에 놓는 것이다. 언어 학습, 악기 연주, 스탠드업 코미디, 도예 체험처럼 일과 전혀 무관한 새로운 취미가 대표적이다. 이런 활동은 기존 지식을 활용할 수도, 과거의 성공에 기대어 해결할 수도 없다. 성과 지표를 좇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뇌는 다시 민첩성을 되찾고, 혁신적 사고를 발휘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연결되고 구성된다.
필자는 이를 ‘전략적 아마추어리즘(strategic amateurism)’이라 부른다. 이는 역동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도할 때 뇌의 보상체계가 활성화되고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신경망이 형성되며, 이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토대가 된다. 새로운 경험은 뇌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뇌를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게 만들어 ‘인지적 유연성’을 확장시킨다.
실제로 필자는 이메일 마케팅 업체 ‘인튜이트 메일침프’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하던 시절, 우연히 전략적 아마추어리즘의 가치를 체감했다. 오랜 CMO 경력 끝에 일종의 ‘숙련의 정체기’에 들어선 때였다. 수년간 다듬어 온 기술 덕분에 일관된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새로운 발견의 짜릿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팀의 프로젝트들은 전략적으로 탄탄했고, 통찰력도 풍부했으며, 강력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함께 이뤄낸 성취의 기쁨은 예전만 못했다. 창의적 성과가 점점 ‘예측 가능해진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업 방식을 복제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우리의 사고방식을 복제하고 있었다.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야 했다. 업무와 전혀 무관한 두 가지 활동, 수채화와 노래방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둘 다 낯설고 불편했지만, 꾸준히 이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안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일기 시작했다. ‘이 일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자, 숙련에 눌려 무뎌졌던 예리함과 몰입감이 되살아났다. 그때부터 사고와 작업 방식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린 마음이 커졌다.
회사에서 팀원들은 내게서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필자는 사내 에이전시가 예상치 못한 참고 자료나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그것을 즉시 기존 틀에 끼워 맞추려 하지 않았다. 아이디어에 더 많은 숨 쉴 공간과 발전의 여지를 줬다. 예술을 접한 이후에는 디자이너들이 대담한 색상을 제안할 때 그들의 감각을 더 수용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초기 단계의 거친 아이디어나 미완성된 가설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쌓여 우리 팀은 가장 독창적인 작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전략적 아마추어리즘은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어려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아이디어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환을 실천하려면 먼저 자신의 전문성과 전혀 무관한 활동 한두 가지를 선택해 보자. 전문성과 거리가 멀수록 좋다. 그리고 동료나 친구, 가족에게 새로운 도전을 공개적으로 알리자. 도전을 공유하면 책임감이 생겨 꾸준히 이어가기 쉬워지고, 성과에 대한 압박감은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생산적인 불편함’을 받아들이자. 스스로 미숙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 감정이 핵심이다. 그 감정을 무능이나 실패의 신호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만약 그 도전이 쉬워지거나 익숙해지기 시작한다면, 이제는 기준을 한 단계 더 높이면 된다.
전략적 아마추어리즘의 목표는 숙련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초심자의 위치로 돌아감으로써 얻는 정신적 유연성이 진짜 목표다. 고성과자에게는 측정하고 비교하며, 능가하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절제가 이 과정을 강력하게 만든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아무도 아닌 존재’로 만드는 일을 꾸준히 반복할수록, 리더로서의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전략적 아마추어리즘의 힘’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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