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40%가 넘는 15만3000채가 여전히 사업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지정된 676개 구역, 37만7000여 채 가운데 385개 구역의 15만3000여 채가 초기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규 택지를 찾기 힘든 서울에서는 사실상 재건축·재개발이 핵심 주택 공급 수단인데, 이마저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공사비 급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허가 지연, 강화된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복잡한 기부채납,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하위 25% 구역을 보면 첫 단추인 안전진단을 마무리하고 추진위원회를 꾸리는 데만 평균 8년 7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환수하는 재초환 역시 사업 추진 의욕을 꺾고 있다. 서울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은 가구당 평균 1억4700만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원·도로·학교·주민편의시설 같은 공공기여 부담도 걸림돌이다.
여기에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조합원 전매 제한과 재당첨 제한, 주택 공급 수 제한, 대출 규제 등을 동시에 적용받는다. 기존 겹규제에 더해 이번 대책까지 추가 족쇄로 작용할 경우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고강도 수요 억제책을 담은 10·15 대책의 후폭풍이 이어지자 여당은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공급 부족과 이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같은 공급 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도심에 신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늦어질수록 집값 안정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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