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만큼 한 끼 식사가 갖는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명대사로 기억되는 영화 ‘변호인’에서 억울하게 붙잡혀 고문까지 당한 국밥집 아들을 위해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가 변호를 맡게 된 건 다름 아닌 국밥 한 그릇에 담긴 정 때문이었다. 고시생 시절 돈이 없어 먹고 도망쳤던 그가, 훗날 성공해 돌아왔을 때 갚겠다고 내미는 손을 끝내 마다했던 주인 아주머니의 국밥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이 그것이다.
그 후 가상 핵전쟁 시나리오를 소재로 한 ‘강철비’에서도 양 감독은 한 끼 식사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장면을 담아낸다. 북한 내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암살 위협을 피해 남한으로 북한 1호와 함께 내려온 엄철우(정우성 분)가,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와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국숫집에서 잔치국수를 먹는 장면에서다. 수갑을 찬 채 허겁지겁 국수를 먹는 엄철우를 보다 못한 곽철우가 수갑 한쪽을 풀어 자신의 한쪽 손에 채운 후 나란히 앉아 함께 먹으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같은 편이다. 같은 편이야.” 곽철우를 잔뜩 경계하던 엄철우는 그 국수 몇 그릇을 연거푸 먹으며 마음이 풀어진다.
삶은 어쩔 수 없이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는 그 경계 안과 밖을 구별 짓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를 존중하지 않으면 차별과 갈등이 생긴다. 남과 북이든, 여당과 야당이든, 지역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로 다른 공동체에 속해 있더라도 같은 사람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고리로 연결된 우린 이미 ‘같은 편’이 아닐까. 같이 먹는 한 끼는 그래서 소중해진다. 너도 나도 다 똑같이 먹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그 공감대를 통해 우린 결국 같은 편이라는 걸 그 행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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