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이렇게 몸으로 막아서면 바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에요.”(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불법행위 안 했으면 좋겠어요.”(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1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서 현장 검증을 위해 이동하는 서 의원과 그 앞에 선 송 의원의 대화다. 두 의원은 평소 회의에서 서로에게 “서(서영교) 양치기”, “송(송석준) 양치기, 셧 더 마우스(입 닫으라)”라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해 왔다.
반전은 다음 장면이다. 서 의원은 웃으면서 “침은 튀기지 말고, 회의하러 가게 해줘”라고 말한다. 법사위 무대 뒤에선 송 의원과도 심각하게 다투는 사이는 아니었던 것. 서 의원은 이 장면을 본인의 유튜브 채널 ‘서영교TV’에 ‘국회 선진화법 위반’이라는 제목의 쇼츠(유튜브의 숏폼 영상)로 올렸고 조회수가 10만 회를 넘었다.
서 의원은 대법원 현장 국감 당일 영상을 쇼츠로 총 16개 올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대장군’ 등이다. 서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국감에 열심히인 법사위 자매 전현희 박은정’ 등 6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판사 출신 추미애가 바라본 지금의 사법부, 속상한 마음에 울컥’ 등 3개를 올렸다.
이들은 모두 내년 지방선거 후보군이다. 서 의원은 11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고, 전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 중이다. 추 위원장은 경기지사 유력 후보다.
국감에서 쇼츠가 양산되는 상황을 두고 “지킬과 하이드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국방부의 ‘내란 극복’ 용어 사용을 문제 삼는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 및 한기호 의원과 언쟁을 벌였다. 이 장면은 김 의원 유튜브 채널에 ‘내란이 아니라는 성일종에 팩폭하는 김병주!’라는 쇼츠로 올라왔다.
그런데 다음 날 회의에서 한 의원은 “(김 의원이) 회의장 밖에서 제게 다가와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고 ‘미안하게 됐다. 당직을 맡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의원님은 대인이시다’라고 했다”며 “카메라가 없는 장소에서 이율배반적 행동을 보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앞선 쇼츠의 후반부에 “김병주 경기도지사,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댓글로 남겨주세요”라고 말하는 본인 출연 영상을 붙였다.
정치권 내에서도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쇼츠 남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현장국감에서 쇼츠로 찍어서 올린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앞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여야 간 다툼이 벌어지자 “유튜브 쇼츠의 폐해가 여기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도 평했다.
서 의원은 14일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계엄 날 나경원, 윤석열하고 통화했어, 안 했어?”라고 외쳤다. 이에 추 위원장은 “그만하셔도 된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 카메라가 한 대도 없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메라 없이는 안 할 발언이라면 아예 안 하는 게 맞겠다. 고성으로 공방을 벌이며 강성 지지층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질의 내용으로 회자되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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