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베니스, 베를린을 석권한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로 돌아왔다. 10월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납치당한 딸을 구하려는 펫(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역)의 절절한 추격전과 이를 통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68혁명의 실패와 좌절, 그럼에도 이어지는 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흥미로운 건 1968년부터 1980년대까지의 이야기가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배타적인 이민자 정책이나 퇴행적인 백인 우월주의를 은유와 풍자로 꼬집는다. 특히 순혈주의의 오점을 지우기 위해 혼혈인 자식까지 죽이려는 록조(숀 펜 역)라는 인물의 집착과 광기는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블랙코미디로 그려진다.
혁명이라고 하면 무언가 대단한 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사실 정의와 자유라는 어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삶의 회복을 위한 노력이 아닐까. 그래서 그 반대급부에는 차별과 혐오 같은 시대의 퇴행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멈춰 세우거나 퇴행하는 흐름을 본래대로 되돌리려는 노력이라는 것. 그래서 혁명은 대단한 기치를 내걸고 나서는 것만큼, 저 뒤편 저마다의 일상에서의 작은 행동들이 오히려 큰 변화를 만든다.
“자유가 뭔지 알아? 두려움이 없는 거.” 영화에서 멕시코 난민들을 도우며 납치당한 딸을 찾는 펫을 지원해주는 세르지오(베니치오 델 토로 역)의 말이 인상적이다. 두려움 없이 싸워야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이렇게도 들린다. 두려움이 있는 현실은 자유가 없다는 증거라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명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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