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27 대출 규제 발표 2주 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했다. 4년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한 3선 의원 출신 김 장관이 대통령실 설명처럼 “서민 눈높이에서 부동산을 해결할 적임자”일 수 있으나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아니다. 장관 인선을 통해 시장에 강력한 주택 공급 의지를 전달할 첫 기회는 놓쳤다.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잠재울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부 장관 데자뷔를 떠올리게 할 위험이 있다.
불장 공포와 두더지 잡기식 규제 재연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김 장관이 9·7 공급 확대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서울 집값은 올랐다. 공급 대책은 먹히지 않았다. 6억 원 대출 규제에도 9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5채 중 1채가 15억 원 이상의 거래였다. 시장이 당국 규제를 예측하고 먼저 움직인 것이다. 마포 성동 광진구 등 비강남 한강벨트 지역에서 규제 전 ‘똘똘한 집 한 채’를 사두려는 갭 투자(전세 끼고 매수) 선수요가 몰렸다. 결국 정부는 3차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부동산 불장 공포와 두더지 잡기식 규제가 되풀이될 조짐이다.
부동산 시장 쏠림을 초래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2017년 다주택자 세금 중과 정책 이후 생겼다. 다주택자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 취지였지만 서울에 고가의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지방에 저가의 여러 채 집을 가진 사람보다 양도소득세, 재산세를 더 적게 내는 과세 불균형이 나타났다. 당연히 서울로, 한강 변으로, 강남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9월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 재테크쇼 강연장에서 한 재테크 강사는 지방 건물을 팔고 서울 아파트에 투자한 지방 부자 사례를 소개했다. 10년 전엔 지방 건물을 팔아 서울 강남 아파트 여러 채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젠 한 채도 못 산다는 하소연이었다. 노동력 이촌향도에 이어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움직이는 자본의 상경 매수까지 막지 못하면 지방 소멸은 피할 수 없다.
홍수에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는 부유물은 막다른 곳에 차곡차곡 쌓인다. ‘똘똘한 한 채’ 쏠림 속에서 강남 아파트도 출구 없는 막다른 종착역이 되고 있다. 지난해 개인의 고가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의 절반을 60세 이상이 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주의 자산 중 85%가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이다. 노년에 고가 주택을 팔고 외곽이나 지방으로 이주하는 주택 다운사이징을 하고 싶어도 세금이 무서워 버티는 이들도 있다.
수요 억제를 위해 더 센 대출 규제나 규제지역 확대가 필요하면 해야 한다. 다만 시장에서 이미 읽힌 패여서 남발하면 규제 내성을 키운다. 자산 시장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려면 시장 예상보다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공급 대책과 함께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차단하는 수요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
지방 이주 주택 다운사이징 지원해야
김 장관은 “장관이 아닌 인간(개인) 김윤덕으로서는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요 억제를 위해 보유세를 손댄다면 정치적 부담을 지더라도 보유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개편하거나 서울 집을 팔고 지방에 투자하는 주택 다운사이징에 세제 혜택을 주는 똘똘한 한 채 출구 정책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영국 호주처럼 주택 매각 대금을 연금 계좌에 넣을 때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 똘똘한 한 채에 갇힌 노년 자산을 풀어주는 ‘햇볕 정책’도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을 왜곡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사라지지 않으면 부동산에 쏠린 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목표도 물 건너간다. 오히려 주식으로 번 돈을 똘똘한 한 채에 투자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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