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석

임현석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구독 56

추천

안녕하세요. 임현석 기자입니다.

lhs@donga.com

취재분야

2025-09-24~2025-10-24
미국/북미25%
국제일반19%
인사일반17%
국제정세14%
중동8%
국제정치6%
일본3%
유럽/EU3%
국제인물3%
국제문화2%
  • 푸틴 회담 취소한 트럼프, 러 제재 직접 발표… 러는 核훈련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동유럽 헝가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려던 계획을 접었다고 22일 밝혔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 민간 최대 에너지 회사 루코일에 대한 제재도 직접 발표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첫번째 대러 제재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 등 일부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사용 제한도 해제했다고 전했다. 해당 미사일의 사용 승인 권한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서 알렉서스 그링커위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유럽 최고사령관으로 이관시켜 우크라이나가 좀 더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런 미국에 맞서 핵전력 훈련을 진행하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또 우크라이나 2대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를 집중 공습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3일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와 대러 제재를 두고 “러시아에 대한 전쟁 행위이며 미국은 우리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 러 대형 에너지 기업 제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16일 “2주 안에 헝가리에서 푸틴과 만나겠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 같은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재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의 제재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제재할 때가 됐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두 회사와 그 자회사들, 이들 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법인의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의 주력 산업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제재를 강화해 러시아 정부의 전쟁자금 조달 능력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다. 그는 “평화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제재 수단을 계속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동참했다. EU는 22일 러시아의 원유·천연가스 수익을 겨냥한 제19차 제재안에 합의했다. 친러 성향이 강한 동유럽 슬로바키아는 당초 이 안에 반대했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재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EU에서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당초 2028년에서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겼다. 러시아산 원유 밀수에 활용되는 일명 ‘그림자선단’ 소속 유조선 117척도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스톰섀도’ 미사일 사용도 쉬워져 서방은 러시아를 향한 군사 압박도 강화했다. 스톰섀도를 그링커위치 사령관의 승인만으로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엔 희소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21일에도 러시아 브랸스크의 군수공장을 이 미사일로 공격해 명중시켰다. 스톰섀도의 사거리는 약 250km로 미국산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에이태큼스(ATCMS·사거리 300km)’와 맞먹는다. 공격 목표 설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미국이 제공해 사실상 미국의 사용 승인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하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가 스톰섀도와 에이태큼스 사용을 잠시 승인한 적은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최종 승인이 떨어진 적은 처음이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22일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감독하고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전략핵전력 훈련을 진행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특히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서부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극동 캄차카의 쿠라 미사일 시험장으로 발사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3시간 전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등 돌린 트럼프-푸틴…강력제재 발표에 러 2인자 “美는 우리의 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동유럽 헝가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려던 계획을 접었다고 22일 밝혔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 민간 최대 에너지 회사 루코일에 대한 제재도 직접 발표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 등 일부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사용 제한도 해제했다고 전했다. 해당 미사일의 사용 승인 권한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서 알렉서스 그링커위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유럽 최고사령관으로 이관시켜 우크라이나가 좀 더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러시아는 이런 미국에 맞서 핵전력 훈련을 진행하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또 우크라이나 2대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를 집중 공습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3일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와 대러 제재를 두고 “러시아에 대한 전쟁 행위이며 미국은 우리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 러 대형 에너지 기업 제재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16일 “2주 안에 헝가리에서 푸틴과 만나겠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러시아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단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 같은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재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의 제재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제재할 때가 됐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두 회사와 그 자회사들, 이들 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법인의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의 주력 산업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제재를 강화해 러시아 정부의 전쟁자금 조달 능력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다. 그는 “평화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제재 수단을 계속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유럽연합(EU)도 동참했다. EU는 22일 러시아의 원유·천연가스 수익을 겨냥한 제19차 제재안에 합의했다. 친러 성향이 강한 동유럽 슬로바키아는 당초 이 안에 반대했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재 찬성으로 돌아섰다.이에 따라 2027년부터 EU에서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당초 2028년에서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겼다. 러시아산 원유 밀수에 활용되는 일명 ‘그림자선단’ 소속 유조선 117척도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총 제재 대상 유조선은 558대로 늘었다.● ‘스톰섀도’ 미사일 사용도 쉬워져서방은 러시아를 향한 군사 압박도 강화했다. ‘스톰섀도’를 그링커위치 사령관의 승인만으로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엔 희소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21일에도 러시아 브랸스크의 군수공장을 이 미사일로 공격해 명중시켰다.스톰섀도의 사거리는 약 250km로 미국산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에이태큼스(ATCMS·사거리 300km)’와 맞먹는다. 공격 목표 설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미국이 제공해 사실상 미국의 사용 승인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하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가 스톰섀도와 에이태큼스 사용을 잠시 승인한 적은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최종 승인이 떨어진 적은 처음이다.이에 맞서 러시아는 22일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감독하고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전략핵전력 훈련을 진행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특히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서부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극동 캄차카의 쿠라 미사일 시험장으로 발사했다. 또 이날 러시아는 하르키우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9시간 전
    • 좋아요
    • 코멘트
  • 온난화에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서 모기 첫 발견

    북극과 가까운 아이슬란드에서 최근 모기가 처음 발견됐다. 추운 날씨와 악천후로 모기가 없었는데, 기후 온난화로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가 16일 나방 채집용 덫에서 암컷 모기 2개체와 수컷 모기 1개체를 발견했다. 이번에 채집된 모기는 ‘쿨리세타 아눌라타종’으로, 비교적 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에 활동하다 추운 겨울엔 지하실이나 헛간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늪지, 연못 등 모기 서식에 적합한 지형은 있지만 연평균 영상 5도, 겨울 평균 영하 1도의 기후로 인해 모기가 서식하기 어려웠다. 특히 봄철의 급격한 기온 변화가 모기 유충의 성장을 방해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올 5월 일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18도 이상 오르고, 폭염까지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아이슬란드가 지구 북반구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가디언은 아이슬란드의 빙하가 무너지고, 따뜻한 남쪽 해역에서 잡히던 고등어가 아이슬란드 근해에서 잡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 온난화에 따른 모기 서식지 확대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영국에서는 뎅기열 등 열대성 질환을 옮길 수 있는 이집트 모기 알이 처음 발견됐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1일 전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겨울왕국’ 아이슬란드서 모기 첫 발견…지구 온난화 경고?

    북극과 가까운 아이슬란드에서 최근 모기가 처음 발견됐다. 추운 날씨와 악천후로 모기가 없었는데, 기후 온난화로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1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가 16일 나방 채집용 덫에서 암컷 모기 2개체와 수컷 모기 1개체를 발견했다. 이번에 채집된 모기는 ‘쿨리세타 아눌라타 종’으로, 비교적 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에 활동하다 추운 겨울엔 지하실이나 헛간에서 월동을 난다고 한다.아이슬란드는 늪지, 연못 등 모기 서식에 적합한 지형은 있지만 연평균 영상 5도, 겨울 평균 영하 1도의 기후로 인해 모기가 서식하기 어려웠다. 특히 봄철의 급격한 기온 변화가 모기 유충의 성장을 방해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올 5월 일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18도 이상 오르고, 폭염까지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아이슬란드가 지구 북반구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가디언은 아이슬란드의 빙하가 무너지고, 따뜻한 남쪽 해역에서 잡히던 고등어가 아이슬란드 근해에서 잡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 온난화에 따른 모기 서식지 확대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영국에서는 뎅기열 등 열대성 질환을 옮길 수 있는 이집트 모기 알이 처음 발견됐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1일 전
    • 좋아요
    • 코멘트
  • 트럼프 손들어준 美항소법원…“시위 대응에 주방위군 투입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당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북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주방위군을 파견할 수 있다는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앞서 4일 1심이 “주방위군 파견을 일시적으로 금한다”고 결정한 것을 뒤집었다. 오리건주는 즉각 항고 방침을 밝혀 최종 판결은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오리건주를 관할하는 제9순회항소법원 3인 재판부는 20일 2대 1로 “연방 건물을 훼손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위협한 시위대에 대응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관련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통상적인 군 병력만으로 법률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 주방위군을 연방화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 조항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다수 의견을 낸 브리짓 베이드 판사와 라이언 넬슨 판사는 모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연방 판사로 발탁됐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임명된 수전 그레이버 판사는 “단지 불편한 수준의 시위에 군를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의회가 부여한 대통령의 주방위군 파견 권리는 침략군을 격퇴하거나 폭동을 진압하거나 법집행이 불가능할 때만 인정된다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수도 워싱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등에 군대를 투입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등에도 군대 투입 의사를 밝혔다가 지방 법원에 의해 제지됐다. 이번 판결로 포틀랜드는 물론 시카고 등에도 군대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현직 대통령이 각 주의 주지사가 관할하는 주방위군을 해당 주지사의 반대에도 투입할 수 있느냐는 논란 또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21
    • 좋아요
    • 코멘트
  • 디지털 소외 없게… 청년-노인 연결해 ‘컴퓨터-AI 사용법’ 교육[인구 절벽을 넘어선 도시들]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스위스 루가노의 ‘푼토 디지탈레 인레테’ 센터. 주로 70대 이상 고령자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시 산하 기관이다. 흰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안나 무드리 씨(73)가 지인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고령자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자 니콜 마르티네스 씨(26)가 그와 나란히 앉아 단체 메일 보내는 방법, 연락처 그룹 만들기 등을 1시간 가까이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처럼 루가노시는 2022년부터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 중심 도시를 지향하는 루가노는 각종 일자리 공고가 거의 온라인으로 공지되자, 노년층도 일자리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간단한 디지털 기술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이 예상보다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 내용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많은 노년층이 간단하게는 이메일 사용과 온라인 티켓 예매, 복잡하게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사용 등을 배우기 위해 센터를 찾는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나선 청년들은 루가노 스위스이탈리아대(USI) 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들로 학기 중 ‘적극적 경청’이란 수업을 듣는 중이라고 했다. 마르티네스 씨는 “대학에선 전문용어를 쓰지만, 여기서는 가장 쉽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센터 벽을 빼곡하게 채운 포스트잇 메모지엔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서 학생들에게 고맙다” 같은 노인 수강생들의 감사 인사말이 남겨져 있었다. 루가노시는 가상자산 산업과 관련 스타트업을 유치 및 육성하는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디지털 기술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최대한 아우르겠다는 방침이다. 소도시 특성상 노년층 인구 비율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모니카 알리프란디 루가노시 일자리·교육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산업혁명이 큰 변화를 몰고왔듯 지금은 디지털 혁명의 시대”라며 “젊은 세대와 노년층이 함께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루가노=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코인벤처 100곳 모셔온 스위스 소도시, 인구 6000명 늘어[인구 절벽을 넘어선 도시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오전, 스위스 남부 소도시 루가노 도심에 1937년 개업한 이탈리아 음식점. 2.3스위스프랑(약 4100원)짜리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자 중년 종업원이 QR코드 단말기를 내밀었다. 스마트폰을 켜고 비트코인과 연동된 가상지갑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코드를 찍자 즉시 결제가 이뤄졌다. 루가노에선 이처럼 가상자산을 받는 카페, 이발소, 안경점, 서점, 슈퍼마켓 등이 400여 곳에 이른다.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과 손글씨로 쓰인 간판을 보면 현금만 고수할 것 같은 노포에도 가상자산 결제용 QR코드 단말기가 구비돼 있다. 백화점과 시내 환전소엔 테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설치돼 있다. 루가노는 일상에서 가상자산이 폭넓게 적용되는 도시란 명성을 얻으며 관련 기업들이 대거 몰렸고, 그 결과 청년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스위스 남부의 이탈리아어권 도시인 루가노 인구는 지난해 기준 6만8507명. 강원 삼척시(6만9000명)나 경북 문경시(7만1000명) 수준의 소도시로 2010년대 들어 인구 감소에 시달렸다. 루가노 인구는 2020년 6만2333명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디지털 경제 도시를 표방한 뒤 4년새 10% 가까이 늘었다. 불과 4년 만에 6000명 이상이 늘었고 3년간 유치한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만 100여 개에 이른다. 청년층이 최신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하기 위해 찾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비슷한 규모의 지방 소도시들이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 결과, 올 6월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62곳이 소멸위험지역에 들었다. 전체 지방자치단체 중 27.1%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소멸위험지역은 2015년 3곳, 2020년 22곳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약 1조 원 규모로 조성된 지방소멸대응기금까지 마련했지만 지역별 맞춤 정책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동아일보는 최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해외 중소 도시들을 취재했다. 스위스 루가노, 이탈리아 무소멜리, 호주 질롱, 스웨덴 말뫼, 핀란드 오울루, 일본 도야마를 찾아 디지털 경제 활성화, 빈집 활용 공동체 재건, 첨단 제조업 전환, 친환경 도시 조성, 산학협력 생태계 강화, 대중교통 중심 콤팩트 시티 등의 성공 사례들을 알아봤다.옛 은행 도시를 ‘코인 실험장’으로 바꾼 루가노, 청년 인구 늘었다〈1〉 코인 산업으로 되살아난 루가노‘도시 강점’ 금융업 저물며 청년 유출市, 가상자산 산업 키워 도시 살려… 코인으로 세금 납부-상점 결제 가능은행 공실엔 코인 스타트업 유치… 20대 청년 인구 5년새 6% 늘어“루가노가 대도시 밀라노보다 사업 친화적입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인구 6만8507명인 스위스 루가노 시내의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 전용 공용 업무공간 ‘파우스페이스’에서 만난 자코모 주코 씨(42)는 이탈리아 북부의 경제 중심지로 인구가 320만 명인 밀라노 출신이다. 그는 당초 밀라노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루가노시 당국의 활발한 지원 덕분에 기차로 약 1시간 거리인 루가노로 사업처를 옮겼다고 소개했다. 현재 블록체인 교육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주코 씨는 “루가노에서는 각종 세금도 가상자산으로 낼 만큼 이 산업에 친화적이다”라며 “도시 전체가 가상자산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당국은 2023년 12월부터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 스위스프랑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 도시 전체가 가상자산 기술 ‘테스트베드’루가노시 당국이 가상화폐와 디지털 경제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뒤로 20대 인구는 2019년 6085명에서 지난해 6448명으로 약 5.7% 늘었다. 시 당국은 청년층 직원이 많은 블록체인 기업 유치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유치한 가상자산 관련 기업은 누적 기준 100여 곳에 이른다. 루가노는 과거 관광과 소규모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도시였다. 그러나 2013년 미국이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을 본격 시행하면서 스위스의 금융 비밀주의가 흔들리자 루가노의 금융업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은행이 입주한 건물에는 잇따라 공실 표시가 붙었다. 청년층은 일자리가 많은 인근 대도시 밀라노로 대거 이동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시는 2020년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가상자산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 지역화폐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면 10% 환급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시 당국이 자체 디지털 지갑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 등과 접촉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비트코인과 테더를 도시 내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플랜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는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위해 과거 PB 업무가 이뤄지던 은행 건물을 파우스페이스로도 재탄생시켰다. 또 매년 전 세계에서 학생들을 초청해 비트코인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플랜B 여름학교에는 29개국 140명이 참가했고, 상당수가 루가노에 있는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에 취업했다.지난해 10월 열린 플랜B 포럼에는 2900명이 몰렸고, 일주일간 가상자산 거래가 약 8000건 이뤄졌다. 루가노시 당국은 도심의 차니공원에 비트코인의 창시자이며 아직까지 정확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가상 이미지 동상까지 세웠다. 파우스페이스 건물 한 동엔 현재 테더의 자회사 UBQ, 미국 가상자산 업체 블록스트림, 투자사 풀거벤처스 등 7개 비트코인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다. 스위스 외에도 이탈리아, 캐나다, 이스라엘, 러시아 출신 인력이 모여 일한다. 역시 이탈리아 출신인 도메니코 가브리엘 씨는 “비트코인을 스마트폰 없이 결제하는 소형 단말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암호화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도시 문화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신기술 적극 도입해야 청년 기회 얻어”지난달 17일 시청에서 만난 미켈레 폴레티 시장은 가상자산 친화 도시를 만든 이유로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젊은층에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일반 상점에서 가상자산 결제가 가능하도록 자신을 포함한 시 관계자가 적극 설득했다고도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시내에서 레스토랑 두 곳을 운영하는 도메니코 가바니 씨(41)는 “현재 결제 2% 정도가 가상자산으로 이뤄진다”며 “신용카드가 30년 걸려 정착한 것처럼 결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 당국은 가상자산 외에도 디지털 경제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커뮤니티 ‘다고라’에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중심 산업인 패션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협회와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다. 특히 ‘라이프스타일테크역량센터(LTCC)’는 인공지능(AI)과 3차원(3D) 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패션 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한다. 18일 이곳을 찾았을 때 명품 브랜드 ‘발리’의 과거 컬렉션을 첨단 3D 장비로 스캔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의류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촬영하고 분석한 뒤 웹사이트를 구성해 디자이너를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기록 보관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레디아 말레차이 다고라 마케팅 매니저는 “루가노는 작은 도시지만, 스위스의 디지털 기술과 이탈리아 북부 전통의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결합하는 강점 덕분에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루가노=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식민지배 통절한 반성” 무라야마 前 日총리 별세

    전후 50주년인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밝힌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사진) 전 총리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101세. 이날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고인은 고향인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대표로 자민당 등과 연립 내각을 구성해 1994년 제81대 일본 총리에 오른 그는 이듬해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諸國)의 사람들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통절(痛切)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진일보시키며 한일 관계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장례 방식 및 일정이 확정되면 조문 등 애도 방식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무라야마 전 총리의 고귀한 뜻을 기리며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신 고인의 업적과 헌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추모했다.“침략-식민지배 부정땐 日명예 손상” 퇴임후도 이어간 ‘일본 양심’무라야마 前총리 101세로 별세“전쟁의 비참함 젊은층에 알려야”정치생명 걸고 과거사 직시 강조… 日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 세워다카이치,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17일 101세의 나이로 별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역대 총리 가운데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전후 50주년 패전일인 19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힌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일본 역대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우회적으로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집권 ‘55년 체제’ 붕괴로 집권 고인은 1924년 3월 3일 오이타의 어촌 집안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했다. 48세이던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1993년 사회당 대표에 오른 그는 1955년 창립돼 1993년 6월까지 장기집권을 이어온 자민당의 이른바 ‘55년 체제’가 처음 붕괴되면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버블 경제 붕괴로 민심이 돌아선 데다 당내 분열까지 겹치면서 1993년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 이에 따라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연립내각이 출범하면서 고인은 1994년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자민당이 당시 연이은 정치 스캔들과 버블 경제 몰락으로 위기에 놓인 것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치 생명을 걸고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더불어 일본의 양심을 담은 대표적 담화로 꼽힌다. 그는 2000년 정계 은퇴 후에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직시를 주문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5년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앞선 대전(大戰) 때 한 일에 대해 반복해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과하자 “미사여구를 늘어놨지만 무엇을 사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사죄라는 말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며 혹평했다. 그는 2020년 ‘신(新)무라야마 담화’를 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과거 역사에 대해 눈을 감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 日 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전문가들은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기준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윤덕민 전 주일 한국대사는 “무라야마 담화는 한일 관계와 일본 전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이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 역대 정부가 계승하는 역사 인식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첫 공식 문서란 점에서 한일 관계사에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있다. 배영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학술연구부장은 “무라야마 담화만으로 완성된 건 아니지만 한일 관계의 큰 출발점이 됐다”며 “특히 총리가 직접 공식 발표한 내용이기에 이를 함부로 뒤엎거나 왜곡할 수 없다”고 짚었다.● 무라야마 별세일에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는 17일 시작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로 불리는 공물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고 NHK가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해 참배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도 참배는 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하지만 자민당 간부진을 포함해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의원 60여 명이 이날 단체로 참배에 나섰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 이날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5-10-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침략-식민지배 부정땐 日명예 손상”…은퇴후에도 과거사 직시 강조한 ‘일본 양심’

    17일 101세의 나이로 별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역대 총리 가운데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전후 50주년 패전일인 19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힌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이는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일본 역대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우회적으로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집권 ‘55년 체제’ 붕괴로 집권고인은 1924년 3월 3일 오이타의 어촌 집안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했다. 48세이던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1993년 사회당 대표에 오른 그는 1955년 창립돼 1993년 6월까지 장기집권을 이어온 자민당의 이른바 ‘55년 체제’가 처음 붕괴되면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버블 경제 붕괴로 민심이 돌아선 데다, 당내 분열까지 겹치면서 1993년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 이에 따라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연립내각이 출범하면서 고인은 1994년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그는 자민당이 당시 연이은 정치 스캔들과 버블 경제 몰락으로 위기에 놓인 것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치 생명을 걸고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더불어 일본의 양심을 담은 대표적 담화로 꼽힌다.그는 2000년 정계 은퇴 후에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직시를 주문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5년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앞선 대전(大戰) 때 한 일에 대해 반복해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과하자 “미사여구를 늘어놨지만 무엇을 사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사죄라는 말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며 혹평했다. 그는 2020년 ‘신(新)무라야마 담화’를 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200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과거 역사에 대해 눈을 감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며 “우익화 경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본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 저는 일본 국민의 양식을 믿는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 日 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전문가들은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기준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윤덕민 전 주일 한국대사는 “무라야마 담화는 한일 관계와 일본 전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이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 역대 정부가 계승하는 역사 인식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첫 공식 문서란 점에서 한일 관계사에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있다. 배영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학술연구부장은 “무라야마 담화만으로 완성된 건 아니지만 한일 관계의 큰 출발점이 됐다”며 “특히 총리가 직접 공식 발표한 내용이기에 이를 함부로 뒤엎거나 왜곡할 수 없다”고 짚었다.● 무라야마 별세일에 다카이치,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는 17일 시작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로 불리는 공물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고 NHK가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해 참배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이시바 총리도 참배는 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하지만 자민당 간부진을 포함해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의원 60여 명이 이날 단체로 참배에 나섰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 이날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5-10-17
    • 좋아요
    • 코멘트
  • 英국립도서관, 오스카 와일드 출입증 재발급…동성애로 박탈 130년만에

    영국 국립도서관(대영도서관)이 16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대문호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도서관 출입증을 재발급했다. 와일드가 1895년 동성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출입증이 박탈된 지 130년, 그가 숨진 지 125년 만이다. 그는 아름다움을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두는 유미주의 사조를 대표하는 작가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희곡 ‘살로메’가 대표작이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국립도서관은 16일 오후 와일드의 손자인 멀린 홀랜드 씨에게 해당 열람증을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번 재발급은 동성애를 범죄로 여기는 판결과 도서관의 출입 금지 조치가 부당했다고 영국 국립도서관 측이 뒤늦게 인정한 상징적 조치다.와일드는 1895년 5월 당시 범죄였던 동성애 관계 혐의로 ‘중대한 외설 행위’ 죄목으로 기소돼 2년 중노동형을 선고받았다. 영국 국립도서관 전신인 대영박물관 도서관 이사회는 투옥 이후 그의 출입을 금지했다. 당시 규정상 범죄 유죄 판결자는 도서관 출입 자격이 박탈됐다. 와일드는 수감될 당시 자신보다 16세 어린 앨프리드 더글러스와 동성 연인 관계였다. 더글러스의 아버지 퀸즈베리 경이 와일드를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와일드는 오히려 퀸즈베리 경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재판에서 패소했다. 이후 동성애 혐의로 기소돼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와일드는 동성애가 범죄가 아니었던 프랑스로 망명했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여생을 보내던 그는 1900년 11월 30일 뇌수막염으로 46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와일드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자각하기 전인 1884년 결혼해 두 아들을 뒀다. 국내에선 유미주의 성향 작품 보다 동화 ‘행복한 왕자’를 쓴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동화가 아들들을 위해 쓴 작품이다. 아내 콘스턴스는 와일드가 수감되자 별거를 선언하고, 자신과 두 아들 성을 와일드 대신 홀랜드로 바꿨다. 이번에 할아버지를 대신해 출입증을 받게 된 손자 멀린은 와일드 둘째 아들 비비언 후손이다. 멀린은 저명한 와일드 문학 연구자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동성애 금지 법안은 1967년 폐지 수순을 밟았다. 와일드는 201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왕실 특권을 통해 사후 특별 사면됐다. 영국에서 동성애로 처벌받은 사람을 사면하는 이른바 ‘앨런 튜링법’이 제정된 것은 2017년이다. 이는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은 2차 세계대전당시 독일해군 암호체계 에니그마의 해독기를 만들어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게 이끌고도 동성애로 기소돼 화학적 거세형을 받았고, 이후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주사 부작용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영국 국립도서관의 와일드 열람증 재발급은 그에 대한 복권을 통해 동성애 형사처벌 역사를 반성한다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 캐롤 블랙 영국 국립도서관 이사장은 “와일드를 기릴 뿐 아니라 그가 유죄 판결로 직면한 불의와 고통을 인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17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스웨덴 외교 “北의 러 파병, 韓-유럽 협력 중요성 커져”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 사항이다.” 스웨덴 왕위 서열 계승 1위인 빅토리아 왕세녀 부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스웨덴 외교장관(44·사진)은 16일 서울 중구 주한 스웨덴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빅토리아 왕세녀 방한은 10년 만에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경제·기술·환경 등의 분야에서 양국 협력 방안을 강화하려는 취지다.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과 유럽이 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상호 긴밀히 연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IP4·한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협력은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조력국 중 하나라는 점이 크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북한, 러시아,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협력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유럽 국가 간 안보 협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3월 210년간 지켜 온 중립국 원칙을 버리고 집단 안보체제인 나토에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전쟁을 예상할 수 없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을 현실로 느끼게 된다”며 “나토 가입은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옳고 그름 사이에서 중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은 2030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올해 초 확정했다. 또 방위산업 강국으로서 그리펜 전투기와 잠수함 등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해양 및 방공 분야에서 나토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10년 중립 끝낸 스웨덴, 나토 결집 이끄는 44세 여성 장관[지금, 이 사람]

    “우리는 러시아의 권력 확장에 저항하고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돕는 역사적 의무가 있다.”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드 스웨덴 외교장관이 지난해 11월 자국 외교단 연설에서 외교 전략을 밝히면서 꺼낸 발언이다. 그 다음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러시아와의 장기적 대결에 대비해야 한다”라고도 밝혔다. 스웨덴은 그해 3월 210년에 걸친 중립국 노선 대신 나토 가입을 통해 서방 집단 안보 체제 일원임을 공식화했던 터다. 당시 이제 막 중립국 노선을 벗어난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 장기화에 대해 직설적이고도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나토 회원국 결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주장하는 스웨덴 외교 노선은 현재 이 44세 여성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임자 토비아스 빌스트룀 전 외교장관이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았다. 빌스트룀 전 장관이 2022년 10월 출범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서 첫 외교장관으로 나토 가입을 매듭지었다면,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직설적인 발언을 통해 나토 내에서 스웨덴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직설 화법으로 나토 내 존재감 과시 “러시아와 장기 대결 준비해야”1981년생인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학창 시절부터 보수 정치권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조인 경력을 거쳐 의회 입성 10년 만에 외교장관직까지 오른 인물이다. 중도우파 성향인 온건당에 몸담은 그는 2014년 스웨덴 의회에 북부 및 동부 스코네 선거구 대표로 선출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의회에서 온건당 이민 및 사회보험정책 대변인 등을 맡았다. 정치 입문 8년 만인 2022년 10월,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울프 크리스테르손 내각에서 이민·난민정책부 장관에 발탁됐다. 당시 우파 정당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강화된 이민 정책을 실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온건당 소속이면서도 스웨덴 민주당과 협력해 이뤄진 정부의 이민정책 개혁의 얼굴이 됐다. 난민 신청 규정을 강화하고 난민 수용을 축소하는 이민 제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올해 1월 국방회의 연설에서 “스웨덴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러시아를 제약하는 데 집중한다”라며 “우리 나토, EU, 스웨덴은 러시아와의 심각한 갈등과 대결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원하거나 선택하거나 초래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지도부가 한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올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는 침략자이며, 침략은 결코 보상받아서는 안 된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다.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도 마찬가지다.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법적 의무”라고 발언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해 5월 스톡홀름 차이나 포럼에서 “ 러시아와 북한 간의 심화된 군사 협력은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 결과를 가져오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선 “스웨덴, EU,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중국의 조력에 비판적”이라며 “이는 유럽 안보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유럽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한국 유럽 안보 긴밀히 연계…안보협력 강화 시사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16일 서울 중구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직설 화법을 보였다. 그는 “옳고 그름,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갈등에서 답은 중립이나 비동맹이 아니라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빅토리아 스웨덴 왕세녀 부부 방한 일정에 맞춰 15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찾았다.그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한국과 유럽 간 안보가 얼마나 상호 연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러시아 전쟁의 결정적 조력자라는 사실도 극도로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유엔 헌장을 기반으로 국가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며 “이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무런 도발 없이 다른 유엔 회원국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같이 국제법과 규칙 기반 세계 질서를 지지하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정말로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세계 평화와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러시아가 유럽연합과 유럽에 최소 한 세대 동안 장기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전쟁 중은 아니지만 평화 상태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다른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돕고, 기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나토 신생 가입국인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더 강한 결집을 요구하는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의 자유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지금은 전쟁도 아니지만 평화도 아냐”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스웨덴 국민과 북유럽 전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과를 보고 놀랐다“며 ”국가가 공동 동맹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나토 가입 이전만 하더라도 1814년 나폴레옹 전쟁 이후 210년간 중립 정책을 고수해왔다.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공을 피하기 위해 중립 노선을 택했고, 냉전 시기에도 이를 유지했다. 덕분에 나치 독일의 침공을 모면하는 등 유럽이 전쟁 소용돌이에 빠져들 때에도 . 냉전 유럽에서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영세중립국을 제외하고 가장 중립국다운 중립국으로 평가받았다.스웨덴에서 냉전 시기 소련의 팽창 위협 속에서 군부를 중심으로 서방권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주장 목소리가 높았지만, 국민 여론은 오랜 중립국 노선이 평화를 지켜준다는 인식이 더 강했다. 나토 가입 주장이 힘을 받지 못했고, 스웨덴은 냉전 붕괴 후 1990년대 스웨덴은 외부 침입 걱정 없이 육군의 90%를 줄였다. 그런 와중에 벌어진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핀란드에 이은 스웨덴의 나토 합류로 발트해는 사실상 ‘나토의 호수’가 됐다. 러시아 해군의 핵심 전략 거점인 발트해를 나토 8개국이 완벽하게 둘러싸게 된 것이다. 발트해 연안에는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본토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접해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핵심 군사기지로 평가받는 만큼 나토 측은 핀란드와 스웨덴 가입을 통해 이를 억제할 만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나토는 향후 스웨덴 동남부 고틀란드섬을 주축으로 러시아 위협에 맞선 방어선을 재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북극해 전략을 통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서방은 판단한다. 스테네르가르드 외교장관도 나토 협력 과정에서 스웨덴의 전략적 입지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스웨덴은 2030년까지 군사 분야 투자를 GDP 대비 3.5%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과의 안보 및 산업 협력 강화 시사 스웨덴은 사브(Saab)의 그리펜 전투기와 잠수함 등 첨단 무기 체계를 보유한 방위산업 강국이기도 하다. 그는 “스웨덴은 나토에 좋은 지리적 위치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해양 문화와 방공 분야에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스웨덴은 방위산업 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16일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방위산업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언급했다.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인터뷰 중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언급하며, 동맹 협력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협력에 대해 “이 문제는 안보적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핵심 광물과 원자재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이는 한국과 스웨덴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한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의 방위비 부담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선 “미국은 나토 5조를 지킨다는 입장이 명확하고, 동맹국에 설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나토 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다른 회원국이 군사행동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래 미국은 유럽이 국방에 더 많이 지출하고 동맹 방어에서 더 큰 책임을 지도록 노력해왔다”라며 “유럽도 더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지만, 지금부터 투자해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16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스웨덴 외교장관 “북한 러시아 파병, 심각하게 받아들여”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 사항이다.”스웨덴 왕위 서열 계승 1위인 빅토리아 왕세녀 부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스웨덴 외교장관(44)은 16일 서울 중구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빅토리아 왕세녀 방한은 10년 만에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경제·기술·환경 등의 분야에서 양국 협력 방안을 강화하려는 취지다.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과 유럽이 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상호 긴밀히 연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IP4·한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협력은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조력국 중 하나라는 점이 크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북한, 러시아,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협력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유럽 국가 간 안보 협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3월 210년간 지켜 온 중립국 원칙을 버리고 집단 안보체제인 나토에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전쟁을 예상할 수 없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을 현실로 느끼게 된다”며 “나토 가입은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옳고 그름 사이에서 중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스웨덴은 2030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올해 초 확정했다. 또 방위산업 강국으로서 그리펜 전투기와 잠수함 등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해양 및 방공 분야에서 나토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16
    • 좋아요
    • 코멘트
  • 트럼프 “하마스 무장해제 안 하면 우리가 폭력적으로 해제시킬 것”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무장해제시킬 것이고, 그것은 신속하고 아마도 폭력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무장해제는) 합리적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적극적인 중재로 이뤄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1단계 휴전 합의에 따라 인질 교환이 이뤄지자마자, 2단계 합의의 관건인 하마스 무장해제를 촉구하며 미국이 무력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2단계 협상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하마스를 재차 압박했다. 앞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중재하며 20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구상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1단계 합의로 하마스가 2023년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 후 억류 중이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을 13일 풀어줬다. 이스라엘도 같은 날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900여 명을 석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 2단계엔 하마스 무장해제, 가자지구 내 다목적군 배치,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 하마스를 배제한 임시 통치체제 수립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하마스는 무장해제는 논의 대상에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는 1987년 설립됐을 때부터 조직 헌장에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투쟁을 명시했다. 그런 만큼 무장해제는 사실상 조직 해체나 다름없단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하마스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무장대원 모집에 나서는 등 군사 역량을 다시 재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는 13일 이스라엘 인질 유해 28구 중 4구를 먼저 인도한 데 이어 15일 4구를 추가로 송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72시간 내로 모든 유해를 송환하기로 한 합의안을 어겼다며 15일부터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트럭 수를 합의된 수준의 절반으로 제한하고 연료도 차단하기로 했다. 10일부터 시작된 휴전 기간 가자지구엔 매일 600∼800대의 구호 트럭이 진입했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비협조를 이유로 이집트로 이어지는 가자지구 국경지대 내 라파 검문소 개방 계획도 연기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하마스 무장해제 안하면, 우리가 폭력적으로 시킬것”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무장해제 시킬 것이고, 그것은 신속하고 아마도 폭력적으로 일어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무장해제는) 합리적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적극적인 중재로 이뤄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1단계 휴전 합의에 따라 인질 교환이 이뤄지자마자, 2단계 합의의 관건인 하마스 무장해제를 촉구하며 미국이 무력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강조한 한 것이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2단계 협상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하마스를 재차 압박했다.앞서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중재하며 20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구상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1단계 합의로 하마스가 2023년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 후 억류 중이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을 13일 풀어줬다. 이스라엘도 같은 날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900여 명을 석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 2단계엔 하마스 무장해제, 가자지구 내 다목적군 배치,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 하마스 배제한 임시 통치제제 수립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여전히 하마스는 무장해제는 논의 대상에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는 1987년 설립됐을 때부터 조직 헌장에 이스라엘 대한 무력투쟁을 명시했다. 그런 만큼 무장해제는 사실상 조직 해체나 다름없단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하마스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무장대원 모집에 나서는 등 군사 역량을 다시 재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는 13일 이스라엘 인질 유해 28구 중 4구를 먼저 인도한 데 이어 15일 4구 추가로 송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72시간 내로 모든 유해를 송환키로 한 합의안을 어겼다며 15일부터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트럭 수를 합의된 수준의 절반으로 제한하고 연료도 차단키로 했다. 10일부터 시작된 휴전 기간 가자지구엔 매일 600~800대의 구호 트럭이 진입했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비협조를 이유로 이집트로 이어지는 가자지구 국경지대 내 라파 검문소 개방 계획도 연기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15
    • 좋아요
    • 코멘트
  • 트럼프 “가자 전쟁 끝났다”… 하마스, 737일만에 인질 모두 석방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했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 전원을 13일(현지 시간) 석방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전쟁 발발 후 737일 만이다. 이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구상에 따라 10일 발효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1단계 휴전 합의안이 순조롭게 이행된 것.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연이어 방문해 “전쟁은 끝났다(War is over)”고 선언했다. 다만 하마스 무장 해제, 이스라엘군 완전 철군 등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2단계 합의까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이집트 순방길에 오르며 ‘휴전이 지속될 것으로 자신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휴전은 유지될 것이고, 국제안정화군이 훌륭하고 강력한 지원 역할을 일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가자 휴전 합의가 내가 관여한 일 중 가장 큰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해 인질 가족들을 만났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되자 약 40초간의 박수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것(1단계 합의)은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여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날의 만행으로 삶이 영원히 바뀐 모든 유가족과 이스라엘 국민에게 미국은 두 가지 영원한 맹세를 나눌 것”이라며 “‘결코 잊지 않겠다(Never Forget)’와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Never Again)’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 어떤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만큼) 이스라엘을 위해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날 휴전안 이행의 하이라이트는 이스라엘 생존 인질 석방이었다. 하마스가 억류 중이던 인질 48명(시신 포함) 중 생존자 20명 전원이 석방된 것. 영국 BBC에 따르면 석방된 인질 중에는 쌍둥이 갈리 베르만, 지브 베르만 형제와 3월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출연했던 마탄 앙그레스트, 피아니스트 알론 오헬 등이 포함됐다. 남은 28구의 인질 시신도 곧 이스라엘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종신형을 받은 250명을 포함해 1966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했다고 이스라엘 국방부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로 이동해 자신이 중재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 합의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20여 개국 정상들이 회의를 열고 가자 휴전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하마스 무장 해제, 이스라엘 철군 등 난항 예상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전쟁 종식 선언에도 불구하고 평화까진 아직 산 넘어 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 전날인 12일 방송 성명을 통해 “군사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앞으로 직면할 중대한 안보 도전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번 1단계 합의가 상호 인질 교환과 충돌 중단 등 제한적 의미만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전문가들은 하마스 무장 해제, 가자지구 재건 등 2단계 평화 협상이 1단계보다 훨씬 험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제시한 평화계획 20개 조항엔 하마스 무장 해제와 국제안정화군 배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이 담겼다. 이후 팔레스타인인 기술 관료가 주도하는 민간 정부를 가자지구에 수립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러나 하마스는 무장 해제 거부 의사를 밝힌 채 가자지구에서 영향력 회복을 꾀하고 있다. 현재 하마스는 가자전쟁으로 지도부가 붕괴되고, 병력의 70∼80%가 궤멸된 상태다. 하지만 1단계 휴전 합의 발표 직후 가자지구에서 대원 7000명 모집에 나서는 등 재결집을 노리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1단계 합의 발효 직후에도 반(反)하마스 민병대와 총격전을 벌이고, 이스라엘군 협력 혐의자들을 폭행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中 희토류 무기화’에 관세 맞불… 정상회담앞 ‘기싸움’

    “중국의 조치는 국제 무역에서 전례 없는 일이며 도덕적으로 수치스러운 행위다.”(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무역 질서를 교란하고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의 안정을 해치는 건 미국이다.”(12일 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발표된 다음 날인 10일(현지 시간)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12일 강경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올 5월 서로에 대한 관세 유예를 합의한 두 나라가 5개월 만에 다시 대응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에서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큰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수출 규제 조치의 시행 시기를 각각 11월 1일, 12월 1일로 정했다. 당장 상대에 대한 보복에 나서진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측이 물밑 교섭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또 31일과 다음 달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예정인 양국 정상 간 6년 만의 대면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란 해석도 나온다.● 희토류 무기화와 대두 수출 통제에 뿔난 트럼프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두고 “시장을 막히게 만들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특히 중국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썼다. 이어 “미국은 현재 중국이 내고 있는 관세에 10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는 155%로 대폭 오른다. 앞서 미국은 5월 중국과의 합의를 통해 125%이던 관세 중 24% 부과를 유예하고 91%는 취소했다. 그 결과 현재는 기본관세 10%, 마약 ‘펜타닐’ 관세 20%,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에 부과된 25% 등 총 55%의 관세가 중국에 부과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희토류는 미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물론이고 F-35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위성 등 최신식 무기에도 쓰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량의 92%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미국도 사실상 거의 모든 희토류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려 해도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설비 및 인력 부족 등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 산업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미국대두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올 5월 이후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두 생산지는 공화당 강세 지역인 일리노이, 아이오와,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인디애나주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는 12일 “미국은 국가 안보를 남용해 수출 통제를 과도하게 확장하고, 중국에 대해 차별적인 조치를 취해 왔다”며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대담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하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관세 정책을 거론했다가 후퇴한 예가 적지 않다는 것. 또 중국이 트럼프 집권 1기 때와 달리 각종 첨단 기술력 등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뤄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협상 및 타협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 미중 양국이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타협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많다. 두 나라 모두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정상회담과 다음 달 10일 만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앞두고 각자 자신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라는 것. 미 외교매체 더 디플로맷 등은 미중 양국이 올해 초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대립하면서도 결국 협상을 이어갔고 상호관세 유예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갈등 역시 그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미국 측에 관세 철폐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들며 “중국의 이번 희토류 수출 통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전했다. 다만 갈등이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NYT는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진전을 기대했던 양국 군의 소통,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나라 경제의 ‘디커플링’(분리) 혹은 ‘탈동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10-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트럼프, 노벨평화상 발표 이틀전 “이-하마스 1단계 휴전안 합의”

    8일(현지 시간) 평화 계획 1단계 합의에 따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한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을 송환하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군사 활동은 일단 중단된다. 다만 종전 협상의 최대 난제인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의 단계적 완전 철군에 대해선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하마스는 무장해제에 대해 이미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인질 석방 후 합의된 지역까지 철군하겠다고만 밝혔다. 이스라엘이 향후 하마스의 무장해제 여부에 따라 재차 군사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마스 무장해제 등 향후 협상 난관 예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약 1200명의 이스라엘인이 숨지고 251명을 인질로 사로잡으면서 발발했다. 이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이 6만7000명 넘게 사망하고, 이란과 레바논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며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동안 강경 노선을 고수하던 하마스가 1단계 휴전 합의에 응한 것은 약 2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고, 고립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 하마스 병력은 2만5000명 정도로 추산됐는데, 이 중 1만7000명(지난해 8월 기준)이 숨졌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가 지난해 7월 이란 방문 당시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암살당했다. 이후 지휘권을 이어받은 야흐야 신와르도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군에 암살되는 등 현장 지도부까지 무너지며 저항 동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군사적 타격과 함께 하마스는 외교적으로도 고립을 겪었다. 이란과는 하니야 암살 이후 보안 문제로 인해 관계가 소원해졌고, 지난달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고위 인사 은신처라는 이유로 카타르 도하를 공습한 뒤로는 해외 활동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단 평가가 많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내부에서 협상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도 전쟁 장기화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면서 종전 압박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등으로 이어지는 향후 협상에 본격적인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중재안에는 하마스를 포함한 모든 팔레스타인 무장 파벌의 통치 배제, 군사 인프라 파괴, 팔레스타인 과도정부 수립 등이 담겼다. 하마스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선행되지 않으면 무장해제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를 향해 “합의된 내용을 미루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철군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1단계 합의가 발표된 후인 9일 오전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등에서 공습을 이어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4시간 이내에 하마스와 합의한 지역까지 군대를 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자지구의 53%가량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게 된다. 하마스는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완전 철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노벨상 집착하는 트럼프 압박 주효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20개 항목의 가자평화 구상을 발표한 뒤 양측에 빠른 합의를 압박해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식 성명을 통해 “역사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별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중재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등 양측 모두 트럼프의 노력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 뒤엔 10일 발표를 앞둔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집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그는 백악관에서 1단계 합의를 발표하면서 “역사상 누구도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며 “아마 그들(노벨위원회)은 내게 노벨 평화상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위해 전례 없는 로비를 벌여 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그가 국제 분쟁을 해결해 왔다는 주장은 상당수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가자전쟁 종전 문제는 중대한 사안이어서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고 평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10-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자전쟁 2년만에… 美 압박으로 휴전 1단계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우리 평화 계획 1단계에 서명했다”며 “이는 모든 인질이 곧 석방되고, 이스라엘은 합의된 선까지 군대를 철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부터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종식을 위한 1단계 휴전안에 양측이 합의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휴전안의 핵심인 하마스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완전 철수가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단계 휴전안 합의 발표 뒤에도 가자지구에서의 공습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즉각적 휴전과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골자로 한 1단계 합의 사실을 공개하며 “이는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영원한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적었다. 이어 “모든 당사자는 공정하게 대우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백악관 취재진에게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이집트에 이르면 11일 직접 갈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20개 항으로 이뤄진 ‘가자 평화 구상’을 공개하며, 하마스가 이를 거부하면 궤멸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2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하마스가 존립을 위해 1단계 휴전안에 일단 합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합의안에 따라 하마스가 인질 48명(사망자 28명 포함)을 전원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50명과 전쟁 발발 후 추가로 수감된 가자 주민 1700명을 풀어주게 된다. 또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도 시작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자전쟁 2년, 민간인 희생 속 강성파 결집…이-하마스 휴전협상 돌입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간 가자 전쟁이 2년을 맞이했다. 전쟁은 현재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중재국인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6일(현지 시간) 간접회담 방식으로 협상에 들어가면서다. 현재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양측에 제안한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구상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제안한 가자 평화 구상은 우선 하마스가 인질을 전원 석방하면 이스라엘 또한 종신형 선고를 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50명, 전쟁 발발 후 추가로 수감된 가자 주민 1700명을 석방하고 단계적으로 철수키로 했다. 또 하마스가 무장 해제하고 가자지구 통치에서도 손을 떼는 요구안을 담고 있다. 만약 하마스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궤멸 작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2년간의 가자전쟁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스라엘을 비롯해 내부 강성파가 결집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가 전쟁이 장기화되도 이를 중재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인도주의 위기에 분노한 각국 시민들이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협상에 돌입했으나, 상호 불신 속에 이견만 크게 노출했다. 상황 : 이팔 민간인 희생 커져…인도주의 위기 심화 2년 전 하마스 측 선제공격으로 인해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했다. 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향한 대규모 보복을 감행하면서 전쟁이 장기화됐다. 국제사회는 전쟁 초창기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에 분개하고 규탄했지만, 이스라엘 군 작전이 가자지구 도심지에서도 광범위하게 펼쳐지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는 점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달 5일까지 가자주민 6만7139명이 숨졌다.양측은 2023년 11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휴전에 돌입했지만, 모두 단기간에 교전이 재개됐다. 두 차례 휴전으로 인질 135명이 석방됐고 이스라엘군 구출 작전 등으로 총 148명이 생환했으나, 56명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현재 가자에는 47명의 인질이 남아 있으며 이 중 약 20명만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 노력에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60일 휴전안 이후 협상이 수개월째 교착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휴전이 종료된 3월 2일부터 11주간 구호물품 트럭의 가자지구 내 진입을 차단하면서 약 230만 명에 달하는 가자주민 기아 위기에 처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이스라엘은 9월 9일 이스라엘이 중재국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공습을 단행하면서 협상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카타르가 중재를 잠정 중단하고 아랍·이슬람 국가들이 일제히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관련국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후 지난달 29일 최후통첩 성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해당안을 수용했으나, 하마스의 가자 통치 배제와 72시간 내 인질 전원 송환 조건은 하마스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해당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시 가자시티 공세를 계속할 방침이다. 사실상의 하마스 궤멸전에 돌입하게 된다. 하마스 역시 무책임한 테러로 인해 가자지구를 전쟁터로 만드는 전쟁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궤멸 작전에 돌입할시 또한 민간인 희생을 낳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평가 : 이스라엘 강성 여론 결집과 팔레스타인 자치권 축소 우려…국제사회 반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 내 반팔레스타인 정서와 안보 경각심이 크게 높아진 것이 네타냐후의 정치적 입지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 기습 이후 1948년 건국 이후 최악의 참사를 겪으면서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는 홀로코스트의 교훈이 무너졌다는 좌절감이 확산됐다. 이는 안보 위협 요소에 대한 선제적 강공 대응을 지지하는 여론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쟁 발발 초기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히려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며 팔레스타인을 향한 강공 노선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와 야흐야 신와르를 제거했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도 살해했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테러라는 실질적 피해를 입은 뒤에, 중동 내에서 공세적인 안보 정책과 개입에 나선 것이다.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공세 정책이 일환으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확대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이로 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으로 국제사회가 지지해온 ‘두 국가 해법’이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으로, 팔레스타인은 1967년 전쟁 이전 경계를 기준으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영토로 하는 독립국을 수립한다는 게 핵심이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국제사회가 추진해온 평화 로드맵이지만, 이스라엘 내 강경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세적으로 내비쳐왔다. 지난달 21일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서안 합병을 즉각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팔레스타인을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하고 나서면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자전쟁으로 인해 민간인 희생이 커지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제사회 반감도 상당히 커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4~5일 전 세계 각지에서는 7일 가자 전쟁 발발 2주년을 맞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4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에 40만 명이 모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튀르키예 이스탄불,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 등에서도 가자전쟁 종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네타냐후 총리는 4일 방송 연설을 통해 “국내외에서 종전을 요구하는 압력을 견뎠고, 인질 송환이 다가왔다”라고 발언하며 성과를 내세웠지만, 이스라엘 전역에서도 이날 네타냐후 총리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전쟁을 장기화한다며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0월 7일 이후 형성된 안보 불안과 강경 여론이 네타냐후의 권력 기반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이스라엘 사회를 세속-종교, 평화-안보 진영으로 깊이 분열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포린어페어스는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던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멀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세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가 최근 튀르키예와 공동 군사 훈련을 시작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보류한 것도 이스라엘 군사 행동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다.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주선하는 미국의 안보 체계를 벗어나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과 미사일 개발 협력을 추진하는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확대가 미국의 중동 영향력 약화로 이어지는 흐름도 보인다. 쟁점 : 하마스는 합의 보장과 무기수 석방 요구…이스라엘은 신중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제안한 평화 구상안을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이 6일 이집트에서 시작됐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 소식통은 이날 협상단이 샤름엘셰이크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이집트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 내부에선 인질을 조기 석방할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철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란 불신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협상에 정통한 팔레스타인 관계자는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세력들이 인질 석방 후 이스라엘이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라며 “상호 불신이 깊어 돌파구 전망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하마스는 또 휴전 시작 72시간 내 사망한 인질 유해를 인도하라는 트럼프 제안이 현장 여건상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사망한 인질은 최소 26명이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관계자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도 쟁점이라고 전했다. 한 하마스 관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될 때만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무기수 석방을 맞교환하는 제안을 할 방침으로 전해지면서 협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더 커진다. 이스라엘 채널12는 하마스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마르완 바르구티를 포함한 무기징역수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르구티는 제2차 인티파다 당시 5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다수 테러 공격을 계획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또 2001년 레하밤 제에비 이스라엘 관광장관 암살을 지휘해 2008년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지도자 아흐마드 사아다트도 하마스가 석방을 요구할 방침이다. 하마스는 2년 전 이스라엘 남부 민간인 학살에 동원된 누크바 부대원 석방을 이스라엘 측에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이스라엘은 무기수 석방과 2년 전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에 가담한 인원에 대해선 석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중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에 대해 “곧 합의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굉장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하마스가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가자지구 평화 협상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는 앞서 전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협상을) 부정적으로 대하지 말라”라고 강하게 발언한 것을 부정하는 취지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로부터 합의에 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먼저 받았다는 점을 전달했는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자 언성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협상에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한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10-07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