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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30년까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핵심전략 보유 기업을 2배로 늘리고, 특화단지 10곳을 추가로 조성한다. 최근 미중 간 핵심 전략자원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공급망 안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취지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4차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 위원회’를 열고 2026∼2030년 소부장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연구개발(R&D) 방향인 소부장 핵심전략지도를 마련하고 △시장 선점형(첨단제품) △시장 전환형(범용제품 고부가) △규제 대응형(탄소중립) △공급망 확보(핵심 광물) 등 4대 도전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현재 440만 건의 소재 데이터를 1500만 건 이상으로 확대하고, 방산·항공 등에 적용되는 소재를 인공지능(AI)으로 개발하는 ‘5대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현재 100개인 소부장 핵심 전략 보유 으뜸기업도 200개로 늘린다. 정부는 한미 조선 협력 등 주요 수출국의 산업 프로젝트와 연계한 수출 전략을 지원하고, 반도체·유리기판 등 차세대 전략품목의 수요-공급 기업이 참여하는 10대 생태계 완성형 협력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소부장 특화단지 10곳을 개선하고, 추가로 10곳을 새로 지정한다. 또 공급망안전화기금을 통한 소부장 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 요건 등의 문턱도 낮추기로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일하는 노인이 늘면서 올해 60세 이상 고령층 비정규직 근로자가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비정규직과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차이도 180만 원을 넘어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국가데이터처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 명 증가했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8.2%로 지난해와 같았다. 비정규직을 근로형태별(중복 집계)로 나눠 보면 한시적 근로자(단기 업무에 임시 고용된 근로자)가 584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간제 422만9000명, 파견·용역·특수형태 등 비전형 183만4000명 순이었다. 특히 60세 이상 비정규직이 1년 전보다 23만3000명 급증해 304만4000명으로 늘었다. 60세 이상 비정규직이 300만 명을 넘은 건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35.5%로 2.3%포인트 증가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60세 이상 인구 규모가 늘어난 데다 일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비중도 같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60세 이상은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60∼69세 비정규직(8만8000명)보다 70세 이상(14만4000명)의 증가폭이 컸다. 같은 기간 30대 비정규직도 6만6000명 늘어난 11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40대(―10만6000명), 50대(―2만5000명), 20대 이하(―5만8000명)에서는 비정규직이 감소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최근 3개월간(6∼8월) 월평균 임금은 208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4만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인 389만6000원보다 180만8000원 적다. 다만 이는 시간제까지 포함한 임금으로, 시간제를 제외한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303만7000원)과 정규직 임금의 격차는 85만9000원이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12월 말까지 연장된다. 다만 인하율은 기존보다 줄어들어 다음 달부터 휘발유와 경유의 L당 가격이 각각 25원, 29원씩 오른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12월 31일까지 2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휘발유에 대한 세금 인하율은 기존 10%에서 7%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 대한 인하율은 기존 15%에서 10%로 줄어든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유가와 물가 동향,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국민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 선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일부 환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2021년 11월 12일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수개월 단위로 이를 연장해왔다. 그동안 인하율은 20%로 시작해서 2022년 7∼12월 37%까지 오른 뒤 2023년부터 점진적으로 인하됐다. 현재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L당 738원, 경유와 LPG부탄은 L당 각각 494원, 173원이다. 다음 달부터는 이 금액이 휘발유 763원, 경유 523원, 부탄 183원으로 오른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관계부처 협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이번 조치를 시행한다. 이날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도 시행됐다. 다음 달부터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미리 석유제품을 사재기하려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10월 한 달간 석유 정제업자와 수입업자는 휘발유와 경유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5%, LPG부탄은 120% 초과해서 반출 또는 수입할 수 없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두 회사의 독과점 항공노선 10개를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는 절차가 시작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이행감독위원회는 20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정기회의에서 10개 노선 이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34개의 독과점 노선에 대한 공항 슬롯과 운수권을 대체 항공사에 이전하도록 했다. 슬롯이란 항공사가 배정받은 항공기 출발 또는 도착 시간으로 해당 시간에 공항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뜻한다. 운수권은 항공사가 특정 국가에 취항할 수 있는 권리다. 이번에 이전 절차가 진행되는 노선은 인천∼시애틀, 인천∼괌, 인천∼런던, 인천∼자카르타 등 국제선 6개 및 국내선 4개 등이다. 앞서 인천∼로스앤젤레스, 인천∼샌프란시스코,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파리, 인천∼로마 등 6개 노선에 대한 슬롯과 운수권은 이전이 완료됐다. 추가로 이전되는 10개 노선의 슬롯과 운수권은 대체 항공사 선정 공고, 적격성 검토, 국토교통부 평가·선정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배분된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내년부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협력해 자율운항 선박 기술 관련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에 나선다. 정부는 연말까지 57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신규 조성해 인공지능(AI) 로봇 관련 초기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초혁신경제 25대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AI 대전환을 위한 릴레이 현장간담회를 이어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선업 분야에서는 내년부터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가 참여하는 협력체인 ‘K조선 테크 얼라이언스’를 가동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율운항 선박과 무인 조선소 기술 관련 R&D와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선 도시 단위 실증을 위한 추진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정확도 향상 등을 위해 원본 영상데이터를 R&D 목적으로 쓸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AI 로봇 관련해서는 12월 출범 예정인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외에 5700억 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해 AI 유니콘 기업 육성과 초기 기술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AI 기술은 초기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나서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내년에 스마트농·수산업 혁신 선도지구를 선정해 AI 솔루션 개발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재 16%인 스마트농업 도입률을 2030년까지 35%로, 스마트수산업 도입률도 2.7%에서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AI 바이오 분야에선 2030년까지 신약후보물질 4건 이상 발굴을 목표로 기업, 대학, 병원이 참여하는 혁신거점을 육성한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내년부터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카드사, 핀테크업체 등 모든 금융업체를 통한 해외송금 내역을 정부가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1월 해외송금 통합관리시스템(ORIS)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ORIS는 한국은행의 외환 전산망을 기반으로 은행, 증권사, 카드사, 핀테크업체 등의 송금 내역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은행에서 자금을 해외로 송금할 때는 은행 간 연동 시스템을 통해 송금액이 연간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면 송금이 제한된다. 하지만 은행 외 금융업체를 통해 송금하면 실시간 연동 시스템이 없어 이런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 구 부총리는 “누가 해외로 송금한 금액이 얼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외환이 과도하게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19일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미는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분할 투자 방식으로 조정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협상단은 이날 오후 2박 4일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김 실장은 “한미 양국이 매우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상에 임했다”며 “이번 협의의 성과를 토대로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른바 ‘선불(up front)’ 방식의 대미 투자 요구 대신 한국이 제안한 분할 투자 방식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을 약정하되 외환시장 사정에 따라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화와 달러를 섞어 단계적·점진적으로 분할 투자하는 방식을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분할 투자 방식에 대해 “대한민국이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호호혜적인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견이 근접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금 직접 투자 요구에 대해서도 일부 대출·보증을 통한 투자금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한국의 입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투자를 대출·보증 중심으로 분할한다는 협상 원칙은 분명하다”며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라고 하면 반드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조건이 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APEC 기간 중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합의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다음 주까지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조율이 필요한 쟁점이 한두 가지 있다”며 “추가로 더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APEC 이전 관세 협상 타결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일정에 쫓겨 합의를 서두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일괄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은 구조”라며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낙관 쪽이 조금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한미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두고 이견을 좁힐 실마리를 찾으면서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관세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7월 30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2개월 이상 한국에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선불(up front)’ 투자할 것을 요구해 온 미국이 분할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한국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면서다. 원화와 달러를 섞어 투자금을 조성하되 여러 해에 걸쳐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계적·점진적으로 분할 투자한다는 정부의 역제안에 대해 미국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 한미가 직접투자와 대출·보증 비율 등 세부 사항에 합의하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관세·안보를 포괄하는 한미 공동선언문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불’ 대신 ‘대출·보증 포함 분할 투자’ 공감대 2박 4일간 미국 방문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방미 전보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출국 당시 한미 간 간극이 좁혀졌다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협상 타결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낸 것. 특히 김 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회담에선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3500억 달러 투자금 조성 방식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협상단은 대규모 외화 유출과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해 ‘분할·단계형’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를 현금으로 선불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직접투자와 함께 대출·보증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 또 미국이 통화스와프에 난색을 표한 가운데 외환 안전장치 없이는 한 번에 막대한 달러를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원화와 달러를 섞어 투자하되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할해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협상을 통해 대출·보증을 포함한 분할 투자 방식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일시 투자가 어렵다는 우리 쪽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의견 접근이 있었다”며 “우리 입장이 명확한 상황에서 미국 측의 동의가 없었다면 협상은 결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할 투자 방식에 대한 간극이 좁혀지면서 통화스와프는 이번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500억 달러 일시 투자 시 외환위기 우려로 통화스와프 문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던 건데, 다른 투자 조건을 검토하면서 통화스와프는 주요하게 논의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협상 결과 보고 받은 李… APEC서 관세·안보 합의 발표 조율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2박 4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 실장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열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세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김 실장이 “조율이 필요한 쟁점이 한두 가지 있다”고 밝힌 만큼 한미 간 세부 사안을 두고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 재무부, 상무부 등에는 우리 입장이 어느 정도 전달됐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결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을 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변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한미는 관세 합의가 타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관세 합의 내용과 함께 한미동맹 현대화와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안보합의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관세 합의가 일괄 타결되지 않을 경우 관세율 인하와 대미 투자펀드 금액을 확정하는 내용의 공동 문서를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실장 등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김 장관은 18일(현지 시간) 미 조지아주 서배너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과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을 방문해 한국인 비자 문제를 점검했다. 김 장관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과도한 주택 관련 세무조사가 집값 폭등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편법을 활용한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국세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감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집값을 잡겠다고 그랬는데 사람부터 잡는 대책이 아닌가”라며 “집을 조금이라도 넓혀 가려는 사람들을 투기세력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 역시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을 불법 투기로 단정 짓고 어마어마한 세무조사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고가 아파트 시장 개별 청약 거래 단위까지 철저히 감독해 불법 상속·증여에 의한 부동산 대물림과 자산 불평등 심화를 국세청이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불법, 편법적인 자금 흐름을 차단해 투기 수요를 진정시키겠다는 건 참 잘한 일”이라며 “국세청은 차입금만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도 증여 등이 없었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국세청의 자금 조사 계획에 힘을 실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부동산 거래는 세금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서 탈루 혐의가 있다면 추징하는 게 국세청의 역할”이라며 “정말 탈루 혐의가 있는 사람들만 잘 선별해서 추징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대책을 둘러싼 여야 간 장외 난타전도 벌어졌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이날 국감 대책회의에서 “투기 수요를 막은 것이지 실수요자에게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라며 “수억, 수십억 원 빚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게 맞느냐”라고 하자 야당 인사들이 반발하면서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김 원내대표는 재건축을 노리고 송파구 장미아파트를 대출 한 푼 없이 전액 현찰로 샀나”라고 했고, 같은 당 조정훈 의원도 “갭투자한 장미아파트부터 팔고 오라”고 직격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1998년 장미아파트 11동을 구입해 입주했고, 2003년 8동으로 이사 후 13년간 거주했다”며 갭투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집값 띄우기’ 같은 부동산 불법·편법 거래를 감시할 전담 감독기구가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립된다. 대출한도가 대폭 줄어 급증할 수 있는 ‘부모 찬스’에 대비해 집을 사면 부모의 소득까지 검증하는 등 세무조사도 강화된다. 정부는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부동산 감독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경찰 등에서 각각 대응하는데 이를 총괄할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신설 조직은 불법 행위를 직접 조사, 수사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 감독기구 설립을 목표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른바 서울 ‘한강벨트’ 주변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는 전수 조사하고, 고가 주택을 사들인 외국인과 미성년자 및 20, 30대 매수자의 자금 출처를 분석하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정부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부모 찬스’로 집을 사면 부모의 소득원천도 검증하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의 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 1500여 건에 대해 빠짐없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사업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등의 규제 우회 사례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집값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부동산범죄 특별단속을 이어간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5일 정부가 서울 전체와 경기 남부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3중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서울의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외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규제하며 ‘풍선효과’를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대출규제로 주택 거래를 사실상 막아두고, 시장 움직임을 보며 세제 강화나 추가 규제지역 지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풍선효과에 따라 토허제 추가 지정도 가능”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면 제외된 지역으로 집값 상승이 확산할 것이 뻔하다”며 “결국 서울 전체를 다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비(非)강남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점점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을 전면 차단해 선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토지거래 허가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아파트 외에도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주택까지 대상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처럼 아파트 단지 내 연립주택이 제외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무주택자 대상 70%에서 40%로 줄어들었다. 또 규제지역에서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전입해야 한다. 오피스텔 등 비주택담보대출의 LTV도 40%로 강화됐다. 유주택자는 LTV 0%로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 다주택자의 경우 취득세는 물론이고 양도소득세도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도 배제된다. 다만 내년 5월까지 양도세 관련 조치는 유예된다. ● “‘거래절벽’ 불가피… 가격 하락은 미지수”이번 대책으로 6·27 대출규제 직후처럼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어들며 ‘거래절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원하는 지역으로 ‘갈아타기’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세가 멈추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안정세가 나타날지는 공급대책 구체화 등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발표해 매물이 늘어난다고 믿을 수 있어야 매수 심리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거래량은 줄어들겠지만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하락세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키울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현금 부자가 좋은 주택을 골라서 사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오히려 ‘그래도 서울에 한 채를 가져야겠다’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당장 이사를 해야 하는 전세 수요가 발이 묶이게 됐다”며 “전세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세제 합리화 방안 검토” 시장 불안이 진정되지 않으면 세제 강화 등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보유세와 거래세 조정 및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장 영향과 과세 형평성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구체적인 개편 방향과 시기, 순서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당장은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경고 메시지만 내놓고, 세제 대책을 ‘최후의 수단’으로 아껴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서 “취득·보유·양도 세제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라며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는 원활히 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서울의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온 1주택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조정하거나, 거래세를 완화해 매물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동시에 지정됐다. 앞선 두 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불안이 이어지자 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행위를 차단하는 ‘초강수 규제’가 나온 것이다. 15일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서울 25개 구와 경기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수정·중원구, 수원시 영통·장안·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를 16일부터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20일부터는 해당 지역의 아파트와 아파트가 단지 내에 포함된 연립·다세대주택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서울 전체 약 156만8000가구, 경기 지역 약 74만2000가구 등 총 230만여 가구가 규제 대상이 됐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수도권 전역과 일부 광역시 등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적은 있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지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제 거주 목적으로만 집을 살 수 있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15억 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낮추는 대출 규제도 더해졌다. 수도권 15억 원 이하 주택의 주담대 한도 6억 원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규제지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돼 15억 원 이하 주택이라도 대출한도가 6억 원보다 줄어든다. 전세자금대출도 규제 대상이 된다. 16일부터 1주택자가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면 대출이자 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한다. 전세대출을 받은 경우 규제지역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 매수가 제한된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향후 ‘보유세 및 거래세 조정’ 방침만 담겼다.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는 상향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이 거론된다.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도 “보유세가 낮은 건 사실”, “세제를 건드릴 수 없다는 건 틀린 말”이라며 세제 강화를 시사했다. 새로운 주택 공급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앞서 발표한 9·7 공급 대책에서 제시했던 방안을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노후 청사, 국공유지 등 복합개발 세부 계획 및 주요 후보지를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를 앞두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세제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높다”며 이번 대책에 직접적인 증세 방안이 담기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규제지역과 대출 규제 확대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일각의 요구를 반영해 보유세 강화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세 조작 등 국민 경제에 큰 피해를 야기하는 시장 교란 행위를 엄격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불법·편법 부동산 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 카드’로 보유세 강화 예고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구 부총리는 부동산 대책 관련 질의에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데 (정책의)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그는 세제 관련 방향성만 이번 대책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때 1주택자에게 주는 감면 혜택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부추긴다는 지적에는 그도 “문제의식은 충분히 있다”고 공감했다. 이에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체계 전반을 개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형평성을 위해 주택 수가 아닌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자는 주장에 구 부총리는 “집이 하나 있는데 20억 원이고, 다른 사람은 5억씩 세 채라 15억 원이면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실거주하는 집 한 채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거나 20∼30년 장기 보유한 주택을 팔 때 주는 혜택을 줄이는 데 대한 반발도 예상돼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봤다.부동산 거래 감독 및 세무조사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허위 과장 광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범람하고, 부동산 시세 조작도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며 “관계 부처가 이런 시장 질서 일탈 행위를 바로잡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도 이날 ‘디지털 토크 라이브’ 행사에서 “부동산 시장을 소위 교란하는 이들에 대한 철저한 처벌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자기 돈으로 산 것이라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교란과 관련해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국세청이나 감독 조직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세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의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를 전수 조사해 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전역+경기 일부’로 규제지역 확대정부는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카드도 들여다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서울 마포·성동구 중심의 ‘한강벨트’와 경기 과천시와 성남시 분당구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실제 거주할 집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2개 이상 시도에 대해 투기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권으로 이를 지정할 수 있다. 현재는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와 용산구 일부 지역 등이 지정돼 있다.서울 전역을 포함해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안양시 등 경기 일부 지역까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확대 지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는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곳만 지정돼 있다. 규제지역에서는 집을 살 때 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줄어들고,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등으로 세금도 더 내야 한다.주택 대출과 관련해서는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에 대해 대출 한도를 크게 줄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때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 등이 예상된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DSR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는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갭투자가 집값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전세대출도 규제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DSR은 ‘내가 번 돈 중 대출 갚는 데 쓰는 비중’으로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하지만 전세대출마저 옥죄면 서민의 주거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주 발표되는 관계 부처 부동산 종합 대책에는 규제지역 확대 등과 함께 향후 정부의 부동산 세제 관련 정책 방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김 장관은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규제지역 확대 지정 여부에 대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세부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서울 마포구, 성동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강화된다.이번 정부에서 발표한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 효과와 관련해 “부분적인 성과는 있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집값 상승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정책이 한두 달에 정리되는 게 아니다”며 “과거로부터 흘러온 문제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대책에) 일단 (세제 관련) 방향성은 발표하게 될 것 같다”고 발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한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세제 정책을) 안 쓴다는 게 아니고,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김 장관은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값 통계 개편도 예고했다. 그는 주간 동향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개선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관련 연구 용역 결과보고서를 정리해 통계 폐단을 줄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산업재해 대책의 과징금 부과 방안에 대해서는 “지속 협의 중으로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간 온도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규모나 30억 원인 과징금 하한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 측으로부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를 중단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아 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12월 초 예정된 중간발표를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새로운 대안’을 정부에 전달하면서 공전하던 한미 관세 협상 상황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 ‘일본식 합의’를 일방적으로 압박하던 미국의 태도에 일부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 다만 미국이 여전히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도 투자 방식이나 수익 배분 등 기존 미국 안의 수정 없이 합의가 어렵다고 맞서는 상황인 만큼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합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 “미국 원샷 투자 요구선 후퇴” 조현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미국에서 지금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왔고 정부가 검토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다만 미국 측의 대안에 대해선 “그렇게 구체적인 대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3500억 불을 지금 형태(일시 현금 투자)로 할 경우에는 우리 외환시장이 출렁거리고 감당할 수가 없다’면서 우리가 어떤 안을 낸 데 대해서 미국이 의견을 내서 그런 식으로 서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미국에서 원샷으로 현찰로 투자하라는 입장에선 이제 후퇴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접점이) 조금씩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그때까지 이 문제를 잘 풀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미는 7월 상호 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조성에 합의했지만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양해각서(MOU)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일본처럼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미국이 투자처를 정하면 한국이 일정 기간 내에 현금으로 투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통화 스와프 등 한국에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한 안전장치나 투자 시기 분산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 측이 지난달 금융 패키지 관련 수정안을 제시했으며, 이에 대해 일정 부분 미국 측의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화 스와프 협정과 관련해 “우리가 제안해 놓은 상황이고 미국은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단계별 또는 제한적 조건의 스와프를 동시 제안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의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미국과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구윤철-베선트 금주 회동 추진 정부가 통화 스와프로 안전판을 확보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3500억 달러를 한 번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수익 배분에도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우리는 ‘직접 투자 3500억 달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런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국익을 위해 대미 투자보단 관세율 인상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주장에 대해선 “미국에서 대안도 가져왔기 때문에 종합 판단해 협상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도 “통화 스와프를 무제한으로 해준다고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고 필요조건”이라며 “(스와프가 체결돼도) 또다시 (투자) 사업별로 상업적인 합리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나중에 손실이 생기지 않을 사업으로 해야 한다는 게 우리 논리”라고 강조했다. 15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구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면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번 재무수장 회동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대미 투자 분야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주도하고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번 주 발표되는 관계 부처 부동산 종합 대책에 규제지역 확대 등 대출규제 강화 외에도 부동산 세제 강화 관련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규제지역 확대 지정 여부에 대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세부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에서 발표한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 효과와 관련해 “부분적인 성과는 있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 발언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서울 마포구, 성동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비규제지역에서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강화된다. 최근 집값 상승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정책이 한두 달에 정리되는 게 아니다”며 “과거로부터 흘러온 문제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대책에 부동산 세제가 포함되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일단 (세제 관련) 방향성은 발표하게 될 것 같다”고 발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한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세제 정책을) 안 쓴다는 게 아니고,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김 장관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아파트값 통계 개편도 예고했다. 그는 주간 동향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개선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관련 연구 용역 결과보고서를 정리해 통계 폐단을 줄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산업재해 대책의 과징금 부과 방침에 대해서는 “지속 협의 중으로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간 온도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규모나 30억 원인 과징금 하한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 측으로부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를 중단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아 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12월 초 예정된 중간발표를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를 낸 개인 납세자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납세자 46만3906명이 주택과 토지에 대한 종부세 총 1조952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60세 이상 납세자가 24만1363명으로 전체 인원의 52.0%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60대가 13만2653명, 70세 이상이 10만8710명이었다. 이들이 낸 종부세액도 6244억 원으로 전체 세액의 57.0%였다. 종부세액 가운데 60세 이상이 낸 세금의 비중은 2021년 이후 커지는 추세다. 이 비중은 2020년 49.1%에서 2021년 44.6%로 줄었다가 2022년 45.2%로 다시 늘었다. 이후 2023년 56.9%로 뛰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비중을 유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고령층의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는 현실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올해 4월 발간한 ‘고령화 시대, 주택 다운사이징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의 자산 가운데 85% 이상이 주로 부동산으로 구성된 실물자산에 편중돼 있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다시 커지면서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배터리 소재 등의 수출 통제를 예고하자 미국은 대중(對中) 100% 추가 관세로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이번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성장 동력인 첨단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개월 이상 통제 땐 반도체 혼란” 특히 반도체 업계는 중국 정부가 ‘14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 256층 이상 메모리 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용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선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AI용 칩에 해당하는 기준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어떤 기업이든 해당 반도체와 관련한 중국산 희토류 수출 신청을 하면 개별 심사에 나설 방침이다. 구체적인 통제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외 기업도 예외가 없다는 점은 명확하게 밝혔다.중국산 희토류 공급 제한이 현실화되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기계·장비 분야의 수급 차질이 가장 우려된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네덜란드 ASML 등이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장비가 대표적이다. 이들 장비를 만들 때 필요한 초정밀 레이저와 자석 등의 핵심 부품은 희토류가 들어가야 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전 세계 주요 첨단 반도체 제조사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를 만들 때 이들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각 나라와 기업들이 비축한 희토류 2, 3개월 치 재고가 바닥나면 그때부터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한다. 중국이 반도체와 관련해 이 같은 강력한 조치를 내놓은 배경에는 상당 수준으로 오른 ‘반도체 자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무기로 제재에 나서면 중국의 타격이 컸지만, 이제는 중국 내에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갖춰져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방어에서 공격으로 글로벌 반도체 경쟁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공급망도 차질 우려”이번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수출 통제 품목에는 고성능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와 장비도 포함됐다. 5000억 달러(약 702조 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미국 전역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미국을 견제하는 조치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대에 맞춰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을 주력으로 삼았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산 LFP 양극재에 의존해 ESS를 만들고 있다. 중국이 LFP 공급을 조인다면 쉽게 대체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0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게베하(옛 포트엘리자베스)에서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와 만나 중국의 수출통제 강화 조치에 우려를 표시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조치로 글로벌 희토류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며, 한중 간 국장급 협의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하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자고 전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부동산 ‘불장’ 조짐이 다시 일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넉 달여 만에 ‘3차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려는 이유는 앞선 6·27, 9·7 대책에도 집값이 좀처럼 안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번 대책엔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에 대해 대출 한도를 강도 높게 줄이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가 주택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아 이를 ‘핀셋 규제’하려는 것이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때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도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DSR은 ‘내가 번 돈 중 대출 갚는 데 쓰는 비중’으로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DSR에서 제외됐다. 전세대출마저 옥죄면 서민의 주거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으로 다른 집을 사는 ‘갭투자’가 집값을 끌어올려 전세대출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국토교통부는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용산 외에 마포, 성동, 경기 성남 분당 등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방안이 거론된다.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보유세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다시 높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은 주택 시세에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적용한 공시가격에 공정비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올해 공동주택의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다.다만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공정비율 상향처럼 세제를 직접 건드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기류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 공정비율 상향 등 보유세 인상안은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3차 대책의 효과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선 정부의 공급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기 때문에 수요 억제로 집값을 잡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하다. 확실한 공급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정부가 세제 카드를 미적거리는 점도 부동산 기대심리를 못 꺾는 이유”라고 꼬집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10년째 그대로… ‘담뱃값 인상설’ 솔솔담뱃값이 10년 만에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4500원인 한국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7.36달러(약 1만375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서민 증세’라는 반발 탓에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최근 ‘담뱃값 인상 10년 주기설’이 다시 제기됐다. 2015년 마지막으로 담뱃값이 인상된 지 10년이 흘렀으니 조만간 정부가 담뱃값을 올릴 것이란 내용이다. 담뱃값 인상설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부인하지만 10년 주기설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담배 가격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5일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9년 만에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것을 계기로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논란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 봤다.》“담뱃값 인상은 담배 소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올해 6월 발간된 대한금연학회지에 실린 ‘새 정부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담배 규제 정책’ 특별 기고의 한 대목이다. 저자인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은 “국내 궐련 한 갑의 가격이 4500원(약 3.21달러)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36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담뱃값 인상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았다.담뱃값이 10년째 제자리걸음 하면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가격이 낮아졌으니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담뱃값을 결정하는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올려 가격을 인상하면 ‘서민 증세’라는 반발이 커질 수 있어서다. 1500원이던 담뱃값이 2005년 2500원으로, 2015년 다시 4500원으로 10년 만에 오른 건 그만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보여준다.● 한국 ‘말버러’ 값 127개국 중 84위한국의 담배 가격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크게 낮은 편이다. 2일 글로벌 물가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말버러’ 담배 20개비의 가격이 한국은 3.21달러로 비교 대상인 127개국 가운데 84번째였다. 말버러 가격이 가장 비싼 호주(32.62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자 영국(20.21달러), 프랑스(14.08달러), 독일(10.21달러) 등 유럽이나 미국(10달러)과 비교해도 무척 싸다. 대만(4.11달러), 일본(4.08달러), 중국(3.51달러)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말버러 값이 한국보다 비싸다. OECD 회원 38개국의 담뱃값을 살펴봐도 한국은 35번째로, 싼 편이다. 담배는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법으로 제조와 판매, 가격 등을 통제하고 있다. 국내 담배(궐련) 한 갑의 일반적인 가격인 4500원 가운데 3323.4원(73.9%)이 정부에서 거둬들이는 세금과 부담금이다. 구체적으로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09원, 개별소비세 594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폐기물 부담금 24.4원, 엽연초부담금 5원 등이다. 사실상 세금에 따라 담배 가격이 좌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은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가격에 민감한 서민층 흡연자가 더 큰 영향을 받아 서민 증세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 모두 담뱃값 인상을 쉽게 거론하지 못하는 이유다.2014년 정부가 2500원이던 담뱃값을 이듬해부터 450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을 때도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정부는 담배 가격을 한꺼번에 80% 인상하면서 ‘흡연율 낮추기’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늘리려 저항이 심한 직접 증세 대신 담뱃값 인상으로 ‘우회 증세’에 나섰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당시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연간 약 2조8000억 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2015년 1월 가격 인상을 앞두고 담배를 미리 사두려는 사재기 현상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다시 떠오른 담뱃값 인상설 최근 담뱃값 인상설이 다시 불거진 건 정 장관이 7월 말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담배 가격 정책의 변화를 언급하면서다. 정 장관은 답변서에서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 소비와 청소년 흡연율이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정체 상태이며, 신종 담배가 확산해 가격 및 비(非)가격 정책을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담배 정책을 둘러싼 여건도 달라졌다. 수년간 감소세였던 흡연율이 2023년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성인의 일반 담배(궐련) 흡연율이 19.6%로 전년(17.7%) 대비 1.9%포인트 늘었다. 2018년 22.4%에서 4년 연속 줄어든 흡연율이 반등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최신 자료에선 2024년 흡연율이 16.7%로 다시 떨어졌지만 이를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무엇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2021년 4.6%에서 2024년 7.2%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도 같은 기간 3.2%에서 4.9%로 매년 오르고 있어서 더 강력한 담배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지난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원료인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해 세금을 부과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 역시 담뱃값 인상 논의에 불을 지폈다. 합성 니코틴 규제 논의는 2016년경 시작됐지만 담배업계의 반발과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적 명분 때문에 10년 가까이 공회전했다. 이번에 정치권이 관련 법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전체 담배 규제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담뱃값 인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56조4000억 원)과 2024년(―30조8000억 원)에 이어 올해도 연간 세수가 예상(382조4000억 원)보다 12조5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전임 윤석열 정부보다 증세에 적극적이다. 올해 세제 개편안을 통해 5년간 35조6000억 원의 세수를 더 확보하기로 했지만 대규모 재정지출을 감당하려면 추가 세수 확충 방안이 절실하다.● ‘가격 외 규제’도 강화해야 효과↑ 대부분의 의료보건 전문가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인 담뱃값을 올려서 확보한 재원을 흡연 규제 정책과 금연 지원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정부의 흡연율 통계는 자기 평가식으로 집계돼 과소 추산되는 측면이 있어서 실제 국내 흡연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대한금연학회지 기고문에서 저자들은 “담뱃값 인상은 담배 소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담뱃값이 10% 인상되면 담배 소비는 약 4% 감소한다”고 했다. 이들은 담뱃값을 OECD 평균과 비슷한 약 1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뱃값이 크게 오른 2015년 1475억 원으로 확대된 보건복지부의 담배 규제 정책 및 금연 지원 사업 예산은 매년 줄어들어 올해 915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센터장은 “저소득층, 여성, 비정규직, 정신질환자 등은 흡연율이 높고 담배로 인한 질병에 더 취약해 경제적·사회적 부담이 훨씬 더 크다”며 “건강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금연 지원 사업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기재부는 “세금을 올려 담배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에 예정된 지방선거 전에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담뱃값을 올리려면 담배 광고와 진열 규제, 담뱃갑 경고 문구 강화, 청소년 금연 교육 확대 등의 비가격 정책을 함께 강화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는 “그간 담배 규제와 예방 정책의 종류는 선진국만큼 발전했지만 그 강도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며 “비가격 정책도 강화해야 가격 인상의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이 증세 목적이라고 오해하지 않도록 국민건강 증진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뱃값을 물가와 연동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고숙자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갑자기 한꺼번에 1000원, 2000원씩 오르니까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는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처럼 담뱃값이 최소한 물가 상승률만큼 오르게 유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