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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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p@donga.com

취재분야

2025-09-24~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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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스트벨트’서 ‘호주 실리콘밸리’ 된 질롱… 인구 29% 늘었다[인구 절벽을 넘어선 도시들]

    “이곳은 호주판 실리콘밸리(Australian version of Silicon Valley)입니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찾은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질롱에선 이런 표현을 쓰는 기업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2대 도시 멜버른에서 약 75km 떨어진 질롱에는 방산과 신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인구 및 경제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인구 30만 명의 질롱에는 약 100년간 미국 포드자동차와 그 협력 업체들의 공장이 자리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본떠 ‘호주의 디트로이트’로도 불렸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급속한 세계화로 자동차 관련 공장들이 속속 폐쇄되면서 도시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시 당국은 자동차 대신 방산, 신소재, 보건의료, 에너지 관련 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다. 불과 11년 전인 2014년만 해도 로이터통신 등이 ‘디트로이트’와 ‘실리콘밸리’의 갈림길에 있는 도시라고 평가했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첨단 도시로 거듭났다.● 車→방산, 양모→탄소섬유로 변신포드차 공장이 영구 폐쇄됐던 2016년 채 24만 명이 되지 않았던 질롱의 인구는 10년새 28.7% 늘었다. 현재 인구의 약 20%가 최근 5년 안에 유입됐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첫 해외 공장인 ‘H-ACE’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호주군의 주력 장갑차 ‘레드백’, 호주판 K-9 자주포 ‘AS9 헌츠먼’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디펜스 호주의 딘 미치 운영총괄은 “자동차와 방위산업은 금속 가공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공정이 매우 비슷하다”며 “질롱과 인근 지역에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풍부한 고숙련 인력이 많다”고 말했다.1840년대부터 양모를 영국에 수출했던 질롱은 각종 털과 섬유 등을 가공하는 기술도 발달했다. 이런 전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학 계열이 강한 지역 명문 디킨대에서는 ‘탄소섬유’ 연구가 활발하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훨씬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 방산, 항공우주, 자동차, 건축 등에서 각광받는 첨단 소재다. 양모와 신섬유 산업에 연관성이 많다는 데서 착안해 관련 시설들이 이 학교에 자리 잡은 것이다. 지역 기업의 이익단체 질롱제조협회(GMC)의 제니퍼 코넬리 최고경영자(CEO)는 “질롱의 기업인들은 산업 쇠퇴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당국, 업계, 학계가 모두 합심해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에 나섰던 것이 오늘날의 질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인구의 약 10%인 3만여 명이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한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디킨대와 협력해 민간 및 공공병원을 육성한 결과다. 주민들은 굳이 멜버른까지 가지 않아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내년에 문을 열 여성·어린이 전문 병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호주 국립경제산업연구소(NIER)에 따르면 2018∼2023년 5년간 질롱의 지역총생산(GRP)은 연평균 5.4% 성장해 호주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5.1%), 인구(2.2%) 증가율 또한 각각 전국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질롱 도심에 위치한 열교환기 스타트업 ‘콘플럭스’의 마이클 풀러 창업자는 “직원 55명 중 약 40%가 다른 지역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3D 프린팅 적층제조 특허 기술을 사용해 기계의 열을 식혀 주는 고성능 열교환기를 만는다. 글로벌 기업인 에어버스와 허니웰 등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연고가 전혀 없는 질롱에서 창업한 이유를 묻자 “기술 인력이 많고, 이들의 거주 만족도 또한 높다”며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와 문화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멜버른 집값의 70%에 젊은층 몰려 실제로 질롱은 인근 대도시 멜버른의 각종 인프라를 직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으면서도 집값은 훨씬 저렴하다. 현지 부동산 업체 ‘프롭트랙데이터’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질롱의 주택 중위값은 59만 호주달러(약 5억5000만 원)로 멜버른의 약 70%다. 초중고교에서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 여건도 우수한 편이다. 지난해 멜버른을 떠나 질롱에 정착한 30대 주민 샤비 씨는 “멜버른에 비해 생활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주거비 등이 훨씬 덜 들고 환경도 자연친화적”이라며 “온 가족이 질롱으로 온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시는 도시 재생 사업에 6억6700만 호주달러(약 6200억 원)를 투입했다. 또 신규 주택 단지 개발에 착수해 13만9800채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스트레치 콘텔즈 질롱 시장은 “30, 40대들이 자녀와 함께 둥지를 틀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은 게 도시 부활의 주요 요인”이라며 “현 추세대로라면 2041년경에는 인구가 4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연구소 옆에 첨단공장 지은 디킨대… AI-방산-배터리 ‘스타트업 산실’로캠퍼스에 ‘창업 허브’도 조성해연구진이 기술상용화까지 도와지분 투자로 작년 1100억 수익도호주 질롱은 지역 거점 대학을 ‘지역 산업 살리기’에 적극 활용했다. 특히 대학 캠퍼스에 산업단지와 맞먹는 ‘창업 허브’를 조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술사업화와 스타트업 창업을 도와 자칫 연구실에서 사장될 수 있는 기술을 시장으로 끌어낸 것. 또 정부와 손잡고 벤처 투자펀드를 조성해 유망 업체를 유치했다. 이제는 방위산업,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분야에서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지난달 22일 방문한 디킨대 제조업 혁신단지 ‘질롱 미래 경제지구’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매뉴퓨처스’와 탄소섬유를 활용해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공장 ‘카본넥서스’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건물 뒤편으로는 7.2MW 규모의 태양광 단지가 펼쳐졌다. 배터리 생산과 AI 연구 같은 고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1000A급 전력망도 깔려 있었다.디킨대는 연구실 옆에 공장을 지었다. 연구와 생산을 가까운 공간에서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질롱 미래 경제지구에 입주한 디킨대 첨단소재연구소(IFM)에는 시제품 양산이 가능한 호주의 첫 실증형 배터리 맞춤 제작공장이 세워졌다. 카본넥서스 연구진은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의 연구협력을 통해 공기 중 수분만으로 스스로 코팅 처리가 복원되는 ‘자가치유 코팅’을 개발했다. 해상플랜트, 송유관, 풍력 터빈 등 각종 구조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첨단 제조업, 방위산업, 청정기술 스타트업이 입주한 매뉴퓨처스에는 업체마다 공장 부지가 주어진다. 50m2부터 시작해 150m2, 260m2 등으로 사업 진척에 따라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매뉴퓨처스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창업가와 학내 연구진을 매칭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글린 앳킨슨 디킨대 창업·사업개발·기술상용화 국장은 곡선미가 돋보이는 매뉴퓨처스의 철강 외장재를 가리키며 “디킨대 연구진과 창업가가 공동 개발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스타트업 ‘폼플로우’는 철강을 균열 없이 90도 이상 구부리는 ‘무균열 절곡’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뒤 2021년 공장을 짓고 매뉴퓨처스에서 퇴소했다. 앳킨슨 국장은 “이 같은 ‘졸업’ 성공 사례를 앞으로 10년간 50개를 만들어 호주의 독자적 기술 확보에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디킨대의 ‘스타트업 산업단지’는 대학 재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스트랄라시아(호주와 뉴질랜드를 합쳐서 부르는 표현) 지식상업화협회(KCA)에 따르면 디킨대는 지난해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통해 1억2000만 호주달러(약 110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퀸즐랜드대에 이어 호주 대학 중 2위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명문인 스탠퍼드대식 기술 상업화 모델이 디킨대에도 자리 잡은 것이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 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질롱=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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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산업 쇠퇴하자 방산으로 갈아타…위기를 기회로 바꾼 질롱[인구 절벽을 넘어선 도시들]

    “이곳은 호주판 실리콘밸리(Australian version of Silicon Valley)입니다.”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찾은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질롱에선 이런 표현을 쓰는 기업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2대 도시 멜버른에서 약 75km 떨어진 질롱에는 방산과 신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인구 및 경제 성장세도 두드러진다.인구 30만 명의 질롱에는 약 100년간 미국 포드자동차와 그 협력 업체들의 공장이 자리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본떠 ‘호주의 디트로이트’로도 불렸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급속한 세계화로 자동차 관련 공장들이 속속 폐쇄되면서 도시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시 당국은 자동차 대신 방산, 신소재, 보건의료, 에너지 관련 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다. 불과 11년 전인 2014년만 해도 로이터통신 등이 ‘디트로이트’와 ‘실리콘밸리’의 갈림길에 있는 도시라고 평가했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첨단 도시로 거듭났다.● 車→방산, 양모→탄소섬유로 변신포드차 공장이 영구 폐쇄됐던 2016년 채 24만 명이 되지 않았던 질롱의 인구는 채 10년이 안 되는 기간에 6만 명 이상 늘었다. 현재 인구의 약 20%가 최근 5년 안에 유입됐다.특히 지난해 8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첫 해외 공장인 ‘H-ACE’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호주군의 주력 장갑차 ‘레드백’, 호주판 K-9 자주포 ‘AS9 헌츠맨’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디펜스 호주의 딘 미치 운영총괄은 “자동차와 방위산업은 금속 가공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공정이 매우 비슷하다”며 “질롱과 인근 지역에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풍부한 고숙련 인력이 많다”고 말했다.1840년대부터 양모를 영국에 수출했던 질롱은 각종 털과 섬유 등을 가공하는 기술도 발달했다. 이런 전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학 계열이 강한 지역 명문 디킨대에서는 ‘탄소 섬유’ 연구가 활발하다. 탄소 섬유는 철보다 훨씬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 방산, 항공우주, 자동차, 건축 등에서 각광받는 첨단 소재다. 양모와 신섬유 산업에 연관성이 많다는 데서 착안해 관련 시설들이 이 학교에 자리 잡은 것이다.지역 기업의 이익단체 질롱제조협회(GMC)의 제니퍼 코넬리 최고경영자(CEO)는 “질롱의 기업인들은 산업 쇠퇴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당국, 업계, 학계가 모두 합심해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에 나섰던 것이 오늘날의 질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또한 인구의 약 10%인 3만여 명이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한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디킨대와 협력해 민간 및 공공병원을 적극 육성한 결과다. 주민들은 굳이 멜버른까지 가지 않아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내년 중 문을 열 여성·어린이 전문 병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호주 국립경제산업연구소(NIER)에 따르면 2018~2023년 5년간 질롱의 지역총생산(GRP)은 연평균 5.4% 성장해 호주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5.1%), 인구(2.2%) 증가율 또한 각각 전국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질롱 도심에 위치한 열교환기 스타트업 ‘콘플럭스’의 마이클 풀러 창업자는 “직원 55명 중 약 40%가 다른 지역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3D 프린팅 적층제조 특허 기술을 사용해 기계의 열을 식혀 주는 고성능 열교환기를 만는다. 글로벌 기업인 에어버스와 허니웰 등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연고가 전혀 없는 질롱에서 창업한 이유를 묻자 “기술 인력이 많고, 이들의 거주 만족도 또한 높다”며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와 문화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멜버른 집값의 70%에 젊은 층 몰려실제로 질롱은 인근 대도시 멜버른의 각종 인프라를 직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으면서도 집값은 훨씬 저렴하다. 현지 부동산 업체 ‘프롭트랙데이터’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질롱의 주택 중위값은 59만 호주달러(약 5억5000만 원)로 멜버른의 약 70%다.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 여건도 우수한 편이다.지난해 멜버른을 떠나 질롱에 정착한 30대 주민 샤비 씨는 “멜버른에 비해 생활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주거비 등이 훨씬 덜 들고 환경도 자연친화적”이라며 “온 가족이 질롱으로 온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시는 도시 재생 사업에 6억6700만 호주달러(약 6200억 원)를 투입했다. 또 신규 주택 단지 개발에 착수해 13만98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스트레치 콘텔즈 질롱 시장은 “30, 40대들이 자녀와 함께 둥지를 틀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은 게 도시 부활의 주요 요인”이라며 “현 추세대로라면 2041년경에는 인구가 40만 명을 넘어 설 것”이라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1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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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미군 병력 유지’ 美 상원통과 국방수권법 명시

    최근 미국 연방상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병력 유지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NDAA는 미 국방 정책과 예산의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법안이다. 상·하원이 NDAA 법안을 각각 통과시킨 뒤 양원 합의로 단일안을 도출한다. 22일(현지 시간) 공개된 법안에 따르면 미 상원은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NDAA에 “주한미군 약 2만8500명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기존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문안과 동일하다. 다만, 2019∼2021 회계연도 NDAA에 적시됐던 “국방장관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의회에 인증할 때까지 한반도에서 미군을 감축하거나 연합군사령부에 대한 전시작전권을 변경하는 데 NDAA에 의해 승인된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부활했다. 또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을 의회에 통보할 경우 90일의 유예기간을 두게 했다. 지난달 미 하원에서 통과된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만 담겨 향후 양원 협의 과정에서 90일 유예기간과 예산 조항이 빠질 수도 있다. 최근 공화, 민주 양당이 복지 예산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이어지고 있어 양원 합의안 도출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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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카이치와 두 번 결혼한 일본 첫 ‘퍼스트 젠틀맨’[지금, 이 사람]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스텔스 남편’이 되겠다.”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일본 총리의 남편이자 전 중의원(하원) 의원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73·사진)는 21일 아사히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치인 부부로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며 그림자 내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 된 것에 대해선 “서양과 달리 일본에서는 배우자가 눈에 띄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다. 야마모토 전 의원은 혼슈(本州) 중서부 후쿠이(福井)현 출신으로 2021년까지 8선 의원을 지낸 세습 정치인이다. 제1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농림수산부 부대신, 자민당 부간사장, 총무회 부회장 같은 요직을 지냈다. 옛 아베파 출신인 둘은 수년간 알고 지내다 2003년 다카이치 총리의 낙선을 계기로 교류하게 됐다. 당시 다카이치 총리의 남동생이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다카이치 총리의 남동생은 누나의 비서 역할을 했는데, 누나가 낙선한 뒤 당시 야마모토 의원실로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몇 달 뒤 야마모토 전 의원이 청혼하여 이듬해 결혼했다. 결혼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결혼을 계기로 정신적으로 아주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야마모토 전 의원이 식사 준비를 맡아 정계의 ‘잉꼬 부부’로 유명했다. 둘은 2017년 정치적 입장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으나, 2021년 9월 다카이치 총리가 처음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하자 야마모토 전 의원은 전처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그해 12월 둘은 재혼했다. 이때 야마모토 전 의원이 가위바위보에서 져 호적상 성을 다카이치로 바꿨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회복 중인 야마모토 전 의원은 총리 관저와 외부 숙소를 오가며 지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신념을 가까이서 봐 왔다며 “여성 최초의 리더로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유리의 벽’이 있었고, 나도 의원을 오래해 대략적인 요령은 알고 있으니 확실히 지원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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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카이치 日총리 남편 “가위바위보 져서 아내 姓으로 바꿔”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스텔스 남편’이 되겠다.”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일본 총리의 남편이자 전 중의원(하원) 의원인 야마모토 타쿠(山本拓·73)는 21일 아사히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치인 부부로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며 그림자 내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 된 것에 대해선 “서양과 달리 일본에서는 배우자가 눈에 띄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다. 야마모토 전 의원은 혼슈(本州) 중서부 후쿠이(福井)현 출신으로 2021년까지 8선 의원을 지낸 세습 정치인이다. 제1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농림수산부 부대신, 자민당 부간사장, 총무회 부회장 같은 요직을 지냈다. 옛 아베파 출신인 둘은 수년간 알고 지내다 2003년 다카이치 총리의 낙선을 계기로 교류하게 됐다. 당시 다카이치 총리의 남동생이 둘 사이의 다리를 놓았다. 다카이치 총리의 남동생은 누나의 비서 역할을 했는데, 누나가 낙선한 뒤 당시 야마모토 의원실로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몇 달 뒤 야마모토 전 의원이 청혼해 이듬해 결혼했다. 결혼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결혼을 계기로 정신적으로 아주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야마모토 전 의원이 식사 준비를 맡아 정계의 ‘잉꼬 부부’로 유명했다. 둘은 2017년 정치적 입장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으나, 2021년 9월 다카이치 총리가 처음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하자 야마모토 전 의원은 전처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그해 12월 둘은 재혼했다. 이때 야마모토 전 의원이 가위바위보에서 져 호적상 성을 다카이치로 바꿨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회복 중인 야마모토 전 의원은 수상 관저와 외부 숙소를 오가며 지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신념을 가까이서 보아왔다며 “여성 최초의 리더로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유리의 벽’이 있었고, 나도 의원을 오래해 대략적인 요령은 알고 있으니 확실히 지원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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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난 볼리비아 ‘20년 좌파정권’ 내쳐… 중남미 ‘핑크 타이드’ 주춤

    “볼리비아의 경제 모델은 바뀌어야 한다. 미국과도 협력하겠다.” 19일 치러진 남미 볼리비아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자유주의자 로드리고 파스(58) 후보가 당선됐다. 다음 달 8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리튬 채굴, 공공 투자 축소, 민간 부문의 성장 촉진,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며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할 만큼 강경 진보 성향인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2005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20년 내내 좌파 정권이 집권해 왔다. 이후 좌파 정권의 연료 보조금 지급, 공무원 임금 인상 정책 등으로 재정 위기가 심화하고 화폐 가치 또한 급락해 위기를 겪고 있다. 파스 당선인의 대선 승리 또한 민생고에 지친 국민들이 일종의 ‘우클릭’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그의 집권으로 중남미 주요국에서 좌파 정부가 연쇄 출범하는 현상을 뜻하는 ‘핑크 타이드(pink tide)’ 흐름이 주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볼리비아의 이웃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에서도 각각 우파 성향인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집권 중이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강경 우파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 세 정상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강하게 밀착하고 있다. ● “美와 관계 개선, 리튬 채굴 강화” 이날 결선 투표에서 파스 당선인은 52.2%를 얻어 우파 성향인 자유민주당 소속 호르헤 키로가 후보를 눌렀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그의 후임자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으로 좌파 성향 후보들은 아예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파스 당선인은 하이메 파스 사모라 전 대통령(재임 1989∼1993년)의 아들이다. 그의 부친은 군부 독재와 싸웠고 민주화가 이뤄진 후 집권했다. 파스 당선인은 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타리하 시장, 상원의원 등을 지냈다. 파스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잠시 미국을 찾아 트럼프 2기 행정부 측과 접촉한 바 있다. 또 최근 TV 토론에서는 그간 중국, 러시아와 가까웠던 좌파 정권의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앞서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밀레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볼리비아처럼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국가들이 많다”고 반겼다. 볼리비아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다. 진보 정권은 환경오염, 원주민 반발 등을 의식해 채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파스 당선인은 미국 등 서구 자본과 손잡고 본격적인 리튬 채굴에 나서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희토류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는 우호적인 움직임이다.● 트럼프, 중남미 좌파 정권에 ‘마약 단속’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 중남미 좌파 정권에 마약 단속을 강화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는 19일 트루스소셜에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불법 마약 수장”이라고 칭하며 “오늘부터 콜롬비아에 어떤 형태의 지원금이나 보조금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간 콜롬비아의 경제 개발, 마약 퇴치 등에 지급했던 돈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에 대해 무례한 말을 하며 지지도가 낮고 매우 인기가 없는 지도자 페트로는 즉각 이 ‘죽음의 들판(마약 농가)’을 폐쇄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미국이 대신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올 9월 뉴욕 유엔 총회 방문 당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밖에 났다. 미군은 최근 마약 밀수에 연루된 콜롬비아 반군 ‘민족해방군(ELN)’ 선박을 카리브해에서 격침했다. 올 9월에는 역시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마약 선박을 연이어 공격했다. 다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을 구실로 자신에 대한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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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리비아 20년 좌파 정권 무너졌다…중도파 파스 대통령 당선

    남미 볼리비아에서 19일(현지 시간) 열린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중도 성향 로드리고 파스(58) 후보가 당선됐다. 파즈의 당선으로 볼리비아에서는 2005년 대선 이후 20년 만에 사회주의 좌파 정권 교체가 일어나게 됐다.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는 이날 기독민주당 소속 파스 당선인이 52.2%를, 우파 성향 자유민주당 호르헤 키로(65)가 후보가 47.8%를 각각 득표했다고 밝혔다. 자유주의 중도 선향의 파즈 당선인은 정부 권한 분산, 민간 부문 성장 촉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유지 등을 공약했다. 다음 달 8일 취임할 예정이다. 볼리비아 새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파스 당선인은 유세 기간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TV토론에서 그는 러시아와 중국에 가까웠던 그간의 외교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대화하며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접점을 찾겠다”고 밝혔다고 볼리비아 매체 엘데베르가 전했다. 볼리비아는 중남미 아르헨티나, 칠레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로 불리는 광물 강국이다. 지난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되며 보수 정부가 들어선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 역시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우파 성향 후보들이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다. 중남미 주요국에 보수 정부가 들어서며 미국과 관계 강화를 꾀하자 중국의 중남미 전략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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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600곳서 700만명 ‘노 킹스’ 시위… 트럼프는 왕관 영상 맞불

    “트럼프의 폭정에 맞서자.”(로건 키스 미국 시민단체 ‘50501’ 대변인)“반(反)자본주의 성격의 ‘미국 증오’ 시위다.”(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 최대 도시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2600여 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반트럼프 시위를 조직해 온 시민단체 ‘50501’과 AP통신 등은 이날 미 전역에서 700만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독일 베를린 등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시위대를 조롱하듯 왕관을 쓰고 시위대에 오물을 퍼붓는 합성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그는 17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선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존슨 의장은 이번 시위에 마르크스주의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지자 등이 대거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2600곳에서 700만 명 참석 이날 시위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민주주의 억압, 반이민 정책, 연방정부 구조조정, 경제 불평등, 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 등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곳곳에서 거리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왕은 없다” “파시스트는 꺼져라” “억만장자가 미국을 망치고 있다” 등의 문구가 등장했다. 특히 시위대가 사실상 도심을 점령하다시피 한 뉴욕에서는 맨해튼 14번가부터 45번가까지 약 3.5km구간이 통제됐다. 시민들은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 “이민자들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나왔다”고 외쳤다. 뉴욕 경찰은 이날 최소 10만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안 유지를 이유로 군대를 투입한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군대를 투입하려다 법원에 의해 제지당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 야당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에서도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나왔다. 핼러윈(30일)을 앞두고, 비폭력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 등 우스꽝스러운 코스튬을 입은 시위자도 많았다. 야권의 유력 인사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미 정계에서 ‘진보 거두’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은 워싱턴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에 모였다”며 “셧다운부터 끝내라”고 촉구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배우 존 큐잭은 시카고 시위에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미국 전역에서는 거의 매달 반트럼프 시위가 열리고 있다. 올 2월 17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을 계기로 열린 시위를 시작으로 4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 5월 메모리얼데이 시위, 6월 노킹스 시위, 8월 선거구 재조정 반대 시위, 지난달 노동절 시위 등이 대표적이다. 시위 장소와 참석자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트럼프, 합성 영상으로 시위대 조롱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당일 인공지능(AI)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약 20초 분량의 합성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전투복을 입은 그는 ‘킹 트럼프’라는 이름의 전투기를 몰고 반트럼프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대량의 갈색 오물을 투척한다. 시위대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야유로 풀이된다. 그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셧다운의 책임 또한 “민주당에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시위로 셧다운 타개 협상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같은 날 J 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캘리포니아주 펜들턴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해병대 창건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시위대에 맞서는 ‘질서 수호자’의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주민 안전을 위해 주내에서 열리는 각종 시위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대파 보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에 반파시즘 성격의 극좌 단체 ‘안티파(Antifa·Anti-fascist의 줄임말)’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민주당 거액 후원자인 헤지펀드 거물 조지 소로스가 각종 반트럼프 시위를 후원한다며 그를 기소할 수 있다고도 위협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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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700만 모인 “왕은 없다” 시위대에…트럼프, 오물 뿌리는 영상 올리며 조롱

    “트럼프의 폭정에 맞서자.” (로건 키스 미국 시민단체 ‘50501’ 대변인)“반(反)자본주의 성격의 ‘미국 증오’ 시위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18일 미국 수도 워싱턴, 최대 도시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2600여 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반(反)트럼프 시위를 조직해온 시민단체 ‘50501’과 AP통신 등은 이날 미 전역에서 700만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독일 베를린 등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시위대를 조롱하듯 왕관을 쓰고 시위대에 오물을 퍼붓는 합성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그는 17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선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존슨 의장은 이번 시위에 마르크스주의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지자 등이 대거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2600곳에서 700만 명 참석이날 시위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민주주의 억압, 반(反)이민 정책, 연방정부 구조조정, 경제 불평등,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등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곳곳에서 거리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왕은 없다” “파시스트는 꺼져라” “억만장자가 미국을 망치고 있다” 등의 문구가 등장했다.특히 시위대가 사실상 도심을 점령하다시피한 뉴욕에서는 맨해튼 14번가부터 45번가까지 약 3.5km구간이 통제됐다. 시민들은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 “이민자들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나왔다”고 외쳤다. 뉴욕 경찰은 이날 최소 10만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치안 유지를 이유로 군대를 투입한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군대를 투입하려다 법원에 의해 제지당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 야당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에서도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나왔다. 핼러윈(30일)을 앞두고, 비폭력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 등 우스꽝스러운 코스튬을 입은 시위자도 많았다. 야권의 유력 인사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미 정계에서 ‘진보 거두’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은 워싱턴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에 모였다”며 “셧다운부터 끝내라”고 촉구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배우 존 쿠색은 시카고 시위에 참여했다.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미국 전역에서는 거의 매달 반트럼프 시위가 열리고 있다. 올 2월 17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을 계기로 열린 시위를 시작으로 4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 5월 메모리얼데이 시위, 6월 노킹스 시위, 8월 선거구 재조정 반대 시위, 지난달 노동절 시위 등이 대표적이다. 시위 장소와 참석자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트럼프, 합성 영상으로 시위대 조롱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당일 인공지능(AI)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약 20초 분량의 합성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전투복을 입은 그는 ‘킹 트럼프’라는 이름의 전투기를 몰고 반트럼프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대량의 갈색 오물을 투척한다. 시위대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야유로 풀이된다.그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셧다운의 책임 또한 “민주당에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시위로 셧다운 타개 협상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같은 날 J 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캘리포니아주 펜들턴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해병대 창건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시위대에 맞서는 ‘질서 수호자’의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주민 안전을 위해 주내에서 열리는 각종 시위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대파 보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에 반파시즘 성격의 극좌 단체 ‘안티파(Antifa·Anti-fascist의 줄임말)’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민주당 거액 후원자인 헤지펀드 거물 조지 소로스가 각종 반트럼프 시위를 후원한다며 그를 기소할 수 있다고도 위협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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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재계총수 골프회동, 한번에 경기 시작 ‘샷건’ 방식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한국, 일본, 대만의 대표 기업 총수들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 한국계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다리를 놓은 것으로 알려진 이번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가했다.현직 미국 대통령이 여러 명의 해외 기업 경영자와 골프 회동을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 소문난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도 자신이 소유한 27홀 규모의 이 골프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골프를 즐겼다. 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브로맨스(남자들 간 친밀한 관계)’로 불릴 만큼 가까웠다. 이를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 회동이 관세 협상과 대(對)미 투자 등 미국과의 무역 의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18일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9시 15분경 골프장에 가서 오후 4시 52분경 나왔다”고 전했다. 약 7시간 37분에 걸친 라운딩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기업 총수들과 교감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와 함께 라운딩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백악관 경호원들이 골프장 입구과 주변에 배치됐고,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재계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 조에서 동반 라운딩을 하지 않았더라도 경기 전후, 휴식 시간 등을 이용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관세 협상 등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재계에서는 이번 골프 회동이 ‘샷건’ 방식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모든 골퍼가 1번 홀부터 4명씩 순차적으로 시작하는 일반 라운드와 달리, 각 팀이 여러 홀에 흩어져 동시에 티샷을 하는 방식이다. 모든 참가자들이 같은 시간에 경기를 시작하고 마칠 수 있어, 경기 후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5명의 국내 기업인 중 정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골프가 끝난 후 곧바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팜비치데일리뉴스 등 플로리다주 지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부터 19일까지 이 골프장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기로 했다. 특히 17일에는 그의 정치 구호 겸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한 1인당 100만 달러(약 14억 원)의 모금 저녁 행사도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조 연설을 하며 기부를 독려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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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39개월이나 남았다”…트럼프의 일주일, 휴전-보복 ‘풀악셀’ [트럼피디아] 〈 46 〉

    곧 취임 9개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혀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가자전쟁 1단계 휴전, 정적에 대한 사법 보복 선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예고 등 굵직한 발표를 연이어 내놨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임기 첫 해의 끝을 향해 가며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트럼프의 임기는 39개월이나 남아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일주일1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17일 금요일 오후 4시경 백악관을 떠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한 주간 총 6시간 반가량의 연설, 두차례의 백악관 정상회담, 그리고 중동 순방을 다녀왔다.일자별로 살펴보면 월요일에는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찾아 가자전쟁 1단계 휴전 서명식에 참석했다. 일요일 밤에 출발해 월요일 밤에 돌아온 일정이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는 1시간 20분 가까이 연설했다. 오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로 이동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 합의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어 20여 개국 정상이 모인 가자 평화회의에 참석해 또 연설했다. 화요일에는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을 갖고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기로 했다. 외화보유고 고갈로 경제 위기를 겪는 우군을 돕기로 한 것이다. 이날 오후에는 지난달 피살된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USA 창립자 겸 대표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추서했다. 커크의 정신에 따라 “싸우자”며 지지층을 향해 강조했다. 다음 날에는 CNN 기자와 짧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휴전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내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언제든 공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팸 본디 법무장관 등이 배석한 기자회견에서 정적에 대한 사법 보복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머그샷까지 찍으며 역대 미 대통령 중 최악의 정치 보복을 당했다”고 했다. 이날 저녁에는 신축 연회장 모금 만찬을 열어 기업인들을 초청했다.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 원)를 들여 백악관에 방탄 연회장을 짓고, 워싱턴에 개선문과 닮은 트럼프 문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목요일에는 연방정부의 난임치료비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폭스뉴스와 19일 공개될 예정인 인터뷰를 했다. 금요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을 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타격이 가능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회담을 마친 뒤에는 “2주 내 푸틴 대통령과 헝가리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트루스소셜에 밝혔다. 오후 6시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기자들에게 “(정부) 셧다운은 민주당 탓”이라고 말하고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선으로 국경을 동결해야 한다”고 밝힌 뒤 자택으로 향했다. ● 정치보복-마가 의제 진전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일정 외에도 현안이 쏟아졌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과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에 이어 16일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소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기밀정보를 불법으로 보관하고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향후 조사 대상에 올라야 할 표적들을 한명씩 지목했다.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 앤드루 와이스먼 전 FBI 고문, 리사 모나코 전 법무차관, 애덤 시프 상원의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2016년 대선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공모 의혹 조사 관련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바이든 행정부)의 정치 보복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우리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마침내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세청을 활용해 좌파 단체를 지원하는 주요 민주당 기부자들에 대한 형사 기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국세청 무기화가 과속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다른 형태의 정치 보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포틀랜드, 시카고, 멤피스에 이어 다른 도시들에도 주방위군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 4일 예정된 뉴욕 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의원이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층은 주방위군 투입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8일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4명 중 3명이 “트럼프의 정적이 이끄는 도시에 주방위군 투입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해외 작전 준비 움직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 비밀작전을 승인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알려진 소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이 맞다고 밝히며 “우리는 해상을 잘 통제하고 있고, 지금은 육상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이 호응할 의제들에도 진전이 있었다. 15일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영어권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유럽인을 우대하는 난민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간 수용 난민 규모도 7500명(지난해의 6%)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공무원 1만 명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쪽으로 선거구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우위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이 15일 이뤄진 루이지애나주 선거구 조정 위법성 여부 심리에서 소수인종 참정권을 보장한 투표권법을 일부 제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판결은 중간선거를 앞둔 내년 여름에 나올 전망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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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英, 캄보디아 범죄조직 제재… ‘코인 21조원’ 몰수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에 ‘웬치(범죄단지)’를 차려놓고 외국인을 불법 감금해 온라인 사기를 강요한 중국계 범죄조직 프린스그룹에 대해 전방위 제재에 착수했다. 14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는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그룹을 이끄는 천즈(陳志·38·사진) 회장과 사업체를 상대로 146건의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교부도 이날 천즈와 프린스그룹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은 프린스그룹과 연계된 레저·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진베이그룹과 이들과 연계된 암호화폐 플랫폼 바이엑스거래소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과 영국은 프린스그룹이 캄보디아에 최소 10개의 온라인 사기(스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감금, 고문한 뒤 온라인 사기를 강요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양국은 프린스그룹의 미국 및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천즈가 소유한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7271개를 몰수할 예정이다. 미 법무부는 천즈를 온라인 금융사기 및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도 기소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천즈는 1987년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나 2014년 캄보디아로 귀화해 카지노, 온라인 도박 등의 사업을 펼쳐 왔다. 캄보디아 최고 권력자로 꼽히는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와 그의 아들 훈 마네트 현 총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범죄단지인 ‘태자(太子) 단지’엔 한국인들도 감금돼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태자 단지에서 이뤄진 피싱 등 한국인 피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프린스그룹과 연계 가능성은 의심되나, 연계와 관련된 명확한 증거자료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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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범죄 배후로 중국계 ‘프린스그룹’ 지목…美 전방위 제재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에 ‘웬치(범죄단지)’를 차려놓고 외국인을 불법 감금해 온라인 사기를 강요한 중국계 범죄조직 프린스그룹에 대해 전방위 제재에 착수했다.14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는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그룹을 이끄는 천즈(陳志·38) 회장과 사업체를 상대로 146건의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교부도 이날 천즈와 프린스그룹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은 프린스그룹과 연계된 레저·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진베이그룹과 이들과 연계된 암호화폐 플랫폼 바이엑스거래소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미국과 영국은 프린스그룹이 캄보디아에 최소 10개의 온라인 사기(스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감금, 고문한 뒤 온라인 사기를 강요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양국은 프린스그룹의 미국 및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천즈가 소유한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7271개를 몰수할 예정이다. 미 법무부는 천즈를 온라인 금융사기 및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도 기소했다.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천즈는 1987년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나 2014년 캄보디아로 귀화해 카지노, 온라인 도박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캄보디아 최고 권력자로 꼽히는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와 그의 아들 훈 마네트 현 총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범죄단지인 ‘태자(太子) 단지’엔 한국인들도 감금돼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태자 단지에서 이뤄진 피싱 등 한국인 피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프린스그룹과 연계 가능성은 의심되나, 연계와 관련된 명확한 증거자료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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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은 조선업 제재, 美는 입항료 부과… 무역갈등 등 터지는 한국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중국 정부가 14일 미국 소재 한화오션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단행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제재로 해당 자회사들은 중국 내 무역 거래가 전면 금지되며, 중국 기업들과의 신규 계약 체결도 불가능해진다. 한미 조선 협력을 불편하게 느끼던 중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한화오션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산업계에서는 미중 무역갈등 속에 한국 기업들이 유탄을 맞는 등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中, 미국 소재 한화오션 자회사 5곳 제재이번 조치는 ‘강 대 강’으로 치닫던 미중 해운·조선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앞서 미국은 4월 발표한 무역법 301조 조사 최종 조치를 적용해 14일부터 중국 해운사가 소유 및 운용하는 선박에 대해 t당 50달러(약 7만2000원), 중국산 선박에 대해 t당 18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서도 t당 46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 기업이 소유했거나 건조한 선박에 t당 400위안(약 8만 원)의 입항 수수료 부과에 나섰다. 이어 중국이 이례적으로 개별 기업인 한화오션을 직접 겨냥한 제재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조선 협력 최대 파트너국으로 부상하고, 특히 한화오션이 이를 주도하면서 중국의 경계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한미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핵심 참여 업체다. 8월 이재명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정부 발주 선박 명명식에 참석하는 등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추가 제재 나올까, 한국 산업계 긴장 당장 이 조치로 인한 한화오션의 직접적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의 미국 조선소가 중국으로 물량을 보내지 않을뿐더러, 미국 내 자회사들이 중국과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해당 조치의 사업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중국의 한국 기업 추가 제재를 시사하는 경고성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중국이 한국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여 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향후 조선뿐 아니라 미국과 사업 밀착도가 높은 반도체, 철강 기업들도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을 위해 노력해온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에 중국의 보복 조치는 낯선 경험이 아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사태 당시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 112곳 중 87개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현대자동차·기아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해 생산기지들을 매각해야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조선 협력이 강화되는 시점에 중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해운·조선 경쟁국인 한국을 견제하고 한미 공급망 결속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전략적 견제”라고 평가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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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52만명 섬나라의 기적…카보베르데, 월드컵 본선 첫 진출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축구 강호 카메룬을 제치고 조 1위로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인구 52만 명의 소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13일(현지 시간) 카보베르데 수도 프라이아의 카보베르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에스와티니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D조 최종전(10차전) 경기에서 카보베르데 축구대표팀이 3대0으로 이겼다.카보베르데는 7승2무1패, 승점 23으로 조 1위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가나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6번째로 북중미행을 확정 지었다.10개 화산섬으로 이뤄진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대륙 서쪽 대서양에 위치했다. 1인당 GDP가 2023년 기준 4861달러(약 744만원)에 불과하다. 한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1986년 FIFA에 가입한 카보베르데는 2002년 한일 대회부터 월드컵 예선에 참가했다. FIFA 랭킹은 2014년에 27위까지 올랐고, 현재는 70위다. 중국(94위)보다도 높다. 카보베르데 국가대표팀에는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는 없지만, 대다수가 유럽 중소 리그나 2부 리그, 중동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유의 축구 사랑으로 축구장을 잘 갖추고, 국내 리그를 연중 운영해 선수층이 탄탄하다는 점 등이 선전의 배경으로 꼽힌다. 또 카보베르데 출신 부모를 둔 유럽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다. 대표팀의 절반 가량이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태생이다. 카포베르데는 1460년 포르투갈이 발견하기 전까진 무인도였다. 국명은 포르투갈어로 녹색 곶을 뜻한다. 섬과 가장 가까운 육지인 세네갈의 케이프 베르데 반도의 이름을 따 지었다. 포르투갈은 섬에 도시를 만들어 유럽, 미국, 브라질, 아프리카를 잇는 노예 무역 요충지로 활용했다. 노예 무역이 쇠퇴한 뒤 19~20세기 기근과 경제난을 겪었고 1975년 독립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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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만 심리전부대 간부 18명 공개수배

    중국과 대만 간 정보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 심리전부대 핵심 간부 18명에 대해 공개 수배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해당 부대 소속 대원 전원의 신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하는 등 대만의 중국 비방 여론전에 대한 공개 압박에 나섰다. 11일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TV(CCTV)의 소셜미디어인 르웨탄톈(日月譚天)에 따르면 푸젠성 샤먼 공안국은 최근 대만군 정치작전국 심리작전대대 핵심 간부 18명을 현상 수배했다. 이 매체는 “수배된 18명에 대해선 최고 사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르웨탄톈은 대만 심리작전대대가 중국인과 대만인을 상대로 중국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는 선전물의 제작 및 배포를 맡았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을 비방하는 웹사이트나 청소년층을 겨냥한 반중 모바일게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허위 영상 등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안국은 조사 과정에서 심리작전대대 소속 대원 250여 명 모두의 신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부대는 정보, 전술, 전파 등 역할을 나눈 6개 중대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당국은 대만이 전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시절부터 대(對)중국 정보전을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 담당 기구인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陳斌華) 대변인은 “국가 분열을 선동하는 대만 독립 세력을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국가의 주권, 안전, 그리고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만 국방부는 “대만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민의 사기와 의지를 꺾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대만 정부 역시 군과 정치권, 사회 각계에서 활동 중인 중국 간첩 색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롄허(聯合)보에 따르면 이날 대만 검찰은 대함미사일 슝펑-2 관련 기밀을 중국 정보요원에게 넘긴 전직 대만군 해군 병사 린모 씨를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린 씨는 2023년 반중 매체 홍콩 특파원으로 위장한 중국공산당 무장경찰부대 소속 정보요원에게 포섭된 것으로 조사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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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서명식 참석차 중동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 합의를 공식화하는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동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쟁은 끝났다”며 휴전이 유지될 거라고 공언했다.미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합의 1단계가 발효되면서 양측간 교전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전쟁은 끝났다”고 답했다.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협정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유지될 거라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탑승에 앞서 “지난 이틀 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모여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을 축하했다”고 말했다.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이것은 매우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을 만난 뒤 예루살렘 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이후 이집트로 이동해 2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중동 평화 정상회의를 주재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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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와 위기상황 완벽재현…前나토 간부 회고록 화제 [트럼피디아] 〈45〉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 중 하나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재무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시절의 일화를 담아 지난달 말 출간한 회고록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책은 속기록을 읽는 듯한 생생한 대화에 더해 스톨텐베르그의 솔직한 감상이 담겨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교류가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달 말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영국 가디언을 통해 공개한 발췌본을 살펴봤다. ● 트럼프 깜짝 승리에 ‘대응 모드’로 전환스톨텐베르그는 정치인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외무장관, 국방장관, 주유엔대사 등을 지낸 노동당 중진이었다. 그 역시 기자와 공무원으로 잠시 일한 뒤 32세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평생을 정치에 투신했지만,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오판을 깨닫지 못한 채 자정에 자러 갔다. 당시 워싱턴 시간은 개표가 막 시작된 오후 6시였다. 다음날 오전 5시 기상하자마자 그는 CNN 보도를 본 그는 ‘트럼프 승리 유력’이라는 기사가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오전 6시 동료들과 조찬 자리에서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 나토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나토 수장으로서 트럼프와 최대한 빨리 좋은 업무 관계를 쌓아야 했다. 그와 참모들이 나토에 대해 보다 좋은 인상을 가지게 해야 했다.”스톨텐베르그는 트럼프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직원들 입단속부터 시작했다. 트럼프를 조롱하고 비웃는 인식이 퍼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혹여나 워싱턴으로 ‘나토가 트럼프를 우습게 생각한다’는 소식이 흘러갈까 우려했다. ● 새 미국 대통령과의 색다른 첫면담스톨텐베르그는 나토 사무총장으로 10년(2014~2024년)간 재임하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대통령까지 세 명의 미국 대통령과 합을 맞췄다. 첫 백악관 회담은 시작부터 달랐다고 한다. 오벌 오피스 문이 열리고 손님을 서서 맞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트럼프는 결단의 책상 뒤에 편안히 앉아있었다. “다들 들어오세요” 트럼프가 웃으며 말했다. 20분간의 일대일 대화는 묘하게 엇갈리며 중구난방으로 흘렀다. 트럼프가 “나토도 북한 문제에 동참하면 안 되냐”고 묻자, 스톨텐베르그는 뜻을 짐작할 수 없어 곤혹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미군이 공격을 받아 나토가 자동개입한 아프가니스탄전처럼 북한에도 개입할 수 있느냐는 의미였다.화제는 러시아로 넘어갔다. 스톨텐베르그가 노르웨이 총리 시절 러시아와 협상한 경험을 언급하자 트럼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노르웨이인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셀리나 미델파르트를 아냐”고 물었다. 미델파르트는 트럼프와 몇 차례 데이트했던 노르웨이 재벌 후계자다. 트럼프가 뉴욕의 클럽에서 멜라니아 여사의 전화번호를 물어본 날, 그와 동행했던 여성이기도 하다. “좋은 여자입니다. 당시 노르웨이 신문에서 우리에 대해서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네요.”트럼프의 질문에 스톨텐베르그는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즉석에서 대답했다.“그럼요. 좋게 보도됐습니다. 지금은 노르웨이 부자랑 결혼했어요.”“그는 돈이 많지 않아요.”트럼프가 미델파르트의 남편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톨텐베르그는 깨달았다. 수천억 원대 자산가도 트럼프의 눈에는 부자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마커로 수정한 연설문다음달 둘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다시 만났다. 트럼프는 새로 지은 나토 본부를 보며 “이렇게 큰 건물이 정말 필요하냐”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뭘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트럼프 인터네셔널 호텔을 만든 건축가들이 나토 본부도 설계했다고 알려주자 “그 비싼 건축가들? 대체 왜 그렇게 비싼 사람들을 쓴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연설 차례가 되자 트럼프는 테러의 위협을 경고한 뒤 나토 회원국 방위비 이야기로 넘어갔다. “나토 28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약속한 국방비를 지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공평하지 않다.”연설을 하면 할수록 스톨텐베르그가 전날 건네받은 연설문과 달랐다. 슬쩍 보니 일부 문장은 지워졌고, 굵은 검은색 마커로 몇 가지 키워드가 적혀 있었다. ‘(돈을) 내야 한다(MUST PAY)’ ‘불공평하다(NOT FAIR)’ ‘2%가 하한선이다!’● 워싱턴에서 걸려온 경고 전화임기 첫해에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다. 방위비 압박은 이듬해 더욱 거세졌다. 나토 정상회담을 보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가 갑자기 전화 통화를 요청하자 스톨텐베르그는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통화에서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독일에 대한 불만이 컸다. 얼마 전 가졌던 안젤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백악관 회담을 언급했다. “제가 ‘안젤라, (독일은 방위비로) 2%를 써야 합니다’라고 했더니, ‘아마도 2030년엔 달성할 거예요’라고 답하더군요. 웃으면서요. 웃었단 말입니다!”트럼프는 스톨텐베르그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우리도 앞으로 독일만큼만 낼 거다. 우리는 나토를 떠나면 그걸로 끝이다. 나토가 절박하게 필요한 건 당신이다. 우리는 나토가 필요 없다.”이 말을 듣자 불길한 걱정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스톨텐베르그를 휘감았다. 미국이 발을 빼면 나토의 생명줄이 끊길 수 있었다. 그는 곧 마르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헤이그에서 만났다. 어떻게 트럼프를 설득해 나토에 남게 할지 작전 회의를 했다. 둘은 트럼프 취임 후 1년간 나토 회원국이 330억 달러의 국방비 추가 지출을 약속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회의장을 떠나겠다. 내가 남을 이유가 없다.”트럼프는 2018년 7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당장’ 인상하라는 압박을 쏟아냈다. 미국의 대유럽연합(EU) 무역 적자, 유럽의 개방적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곁들였다. 새 나토 본부를 두고는 “탱크에서 한발만 쏴도 이 건물은 무너질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메르켈이 일어나 스톨텐베르그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대응해야 합니다. 이대로 지나갈 순 없어요.”짧은 쉬는 시간에 트럼프는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고, 방 한켠에서는 스톨텐베르크가 메르켈과 뤼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긴급 회의를 했다. 이들의 참모들도 사방에 전화를 돌리며 동분서주했다. 회의가 재개되자 트럼프는 더욱 세게 나왔다. 독일이랑 미국이 같은 금액을 내지 않는다면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했다. “회의장을 떠나겠습니다. 제가 여기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습니다.”정상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스톨텐베르그의 머릿속에는 ‘오늘 70년 역사의 나토가 망가진 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메르켈이 반박하자 트럼프는 회원국을 한곳씩 호명하며 GDP 대비 국방비를 읊었다. 이런 식이었다. “크로아티아, 아,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믿기지 않네요. 1.26%. 기분이 정말 끔찍하겠어요.”● 트럼프 마음에 쏙 든 ‘330억 달러’ 스톨텐베르그는 준비한 설득 카드를 꺼내들었다. 뤼터였다. “대통령님, 방위비를 증액하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정확히 그러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당신의 리더십 때문에 방위비로 330억 달러를 더 썼습니다.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죠.”트럼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 스톨텐베르그에게 쪽지를 건넸다. 가지런한 필체로 “사무총장님, 저 덕분에 나토 회원국이 방위비를 대폭 증액했다고 말씀하신다면, 우리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드디어 실마리가 보였다. 스톨텐베르그는 마이크를 잡고 트럼프의 쪽지를 그대로 읽은 뒤 회의를 조기 종료했다.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릴 돌발상황을 막고 싶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스톨텐베르그는 긴장 속에서 지켜봤다. “나토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매우 강력합니다. 회원국들의 기개와 더 많은 국방비를 쓰겠다는 의지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앞으로 최소 330억 달러를 더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단합되어 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스톨텐베르그의 외교술스톨텐베르그는 최근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올 2월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의 요청을 받아 재무장관으로 복귀했다. 지난달에는 그가 속한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트럼프와 관계도 좋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스톨텐베르그의 연임을 요청했고, 2기 취임식 때도 그를 초대했다. 최근에도 관세 협상을 위해 소통하고 있다. 현지 언론 DN 보도에 따르면 7월 회의 때는 트럼프가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가 누구냐”고 물었다고 한다. 스톨텐베르그는 2018년 나토 정상회의를 회고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트럼프식 협상술이 통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가 ‘즉각 2% 달성’ 카드를 꺼내들자 나토 회원국들은 더 많이, 더 빨리 방위비 지출 수준을 끌어올렸다.그날의 아첨에 대해 후회는 없을까. 출간을 앞두고 진행한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스톨텐베르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혀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를 담아 신중히 선택한 표현이었습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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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협은 없다”… 극한 정쟁 수단 전락한 美 셧다운[글로벌 포커스]

    “민주당이 ‘가미카제’(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폭 특공대) 같은 공격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과 공화당은 정부를 계속 열어두기 위한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 마치 영화 ‘라라랜드’ 속에 있는 것 같다.”(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국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이 2026 미국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를 앞두고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해 1일(현지 시간)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일시 업무정지)’됐다. 이번 셧다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공공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위한 보조금 지급 갈등으로 불거졌다. 보조금 지급에 공화당은 반대, 민주당은 찬성하는 상황. 하지만 감세, 불법 이민자 단속,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같은 주요 도시에 대한 군 병력 투입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둘러싼 양당의 첨예한 대립이 셧다운의 실질적인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 특히 양당 모두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어 셧다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상원 전체 100석 중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은 53석만 보유하고 있어 민주당 의원 7명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각종 ‘일방통행’을 이번 예산안으로 견제하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또한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삭감 계기로 삼겠다는 속내를 보인다. 극한의 정치 갈등이 이어지면서 미국민의 고통과 불편만 커지고 있다. 셧다운 기간에는 안보, 경찰, 의료, 교통 등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일반 업무가 대부분 중단되고 공무원들도 월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셧다운이 무엇인지, 또 그 배경과 파장을 살펴본다.● 美, 예산권 전적으로 의회 부여 셧다운이란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부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연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짜거나 집행할 권한이 없는 미국의 예산 체계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헌법과 관련법을 통해 예산안의 심의·의결, 편성권까지 모조리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54조 제3항을 통해 ‘준(準)예산’을 보장하고 있는 한국과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예산에 준한 집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예산안 의결이 해를 넘기더라도 정부 기능이 멈추는 사태는 없다. 반면 예산에 관해 입법부에 거의 모든 권한을 부여한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해 매년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전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의회의 예산안 승인은 보통 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회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의 정부 업무 중지를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처리한다. 그러나 종종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임시 예산안마저 처리하지 못할 때 셧다운이 발발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2025 회계연도 종료가 다가오던 올 9월부터 종료 후 연방정부를 운영할 7주짜리 임시 예산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치했다. 특히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양당의 시각차가 컸다. 공공보험 가입률이 낮은 미국에서는 그간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보험 가입을 독려해 왔다. 공화당은 이 보조금이 ‘재정 낭비’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맞선다. 저소득층의 의료 혜택이 줄어들면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돈이 들어간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는 셧다운 발발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의견 차가 커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수차례 상원 표결이 이어졌지만 모두 부결됐다.● 공무원 75만 명 무급 휴직-항공편 지연 속출 셧다운 뒤 미국 사회는 큰 동요를 겪고 있다. 의회예산처(CBO)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약 75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이는 전체 연방 공무원(약 210만 명)의 35%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무급 휴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피해도 크지만,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가 대거 중단돼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수도 워싱턴의 경우만 해도 워싱턴기념탑, 국립기록보관소, 국립식물원, 의회 도서관 등이 셧다운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로 문 닫는 공공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 덴버 등 주요 도시의 공항에서는 항공관제 인력 부족으로 항공편 지연도 속속 발생했다. 관제사 등 필수 인력은 연방정부 셧다운 시에도 무급으로 일해야 하지만 급여 없이 일해야 한다는 점에 반발한 일부 직원들이 병가를 내는 식으로 출근하지 않는 것이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6일 하루에만 미국 내에서 최소 4000여 편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는 셧다운 동안 1주일에 150억 달러(약 21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셧다운 빈도-기간 점점 증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서 연방정부 전체가 문을 닫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셧다운은 1981년부터 등장했다. 1981년 이전까지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도 연방 기관들은 양당 대치가 곧 해소될 것으로 여겨 운영을 계속했다. 이때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을 셧다운이 아닌 ‘예산 공백(funding gap)’이라 불렀다. 1980년 지미 카터 행정부 때 글래디스 스펠먼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은 ‘적자(赤字) 방지법(Antideficiency Law)’에 대한 유권해석을 법무부에 의뢰했다. 해당 법은 ‘의회에서 예산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정부 기관은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펠먼 전 의원은 법무부가 이를 넓게 해석해 예산 공백 상황에서도 연방 공무원들이 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반면 당시 벤저민 시빌레티 법무장관은 연방 기관이 의회에서 승인된 예산안에서 벗어난 지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보수적인 법률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시빌레티 전 장관은 적자방지법을 위반한 기관장에게 5000달러(약 700만 원)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규정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현재의 셧다운이 사실상 일상화된 것이다. 1981년 이후 미국에서는 총 15번의 셧다운이 발생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8회), 조지 부시 행정부(1회), 빌 클린턴 행정부(2회), 버락 오바마 행정부(1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3회) 등이다. 21세기 들어 셧다운의 기간 또한 대폭 늘었다. 20세기의 셧다운은 평균 2.2일간 지속됐지만 21세기에는 17.3일로 8배가량으로 늘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경장벽 건설을 두고 발생한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의 셧다운은 총 35일로 역대 최장 기간 셧다운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자신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57억 달러(약 7조9800억 원)가 배정돼 있지 않자 예산안을 거부했다. 셧다운 장기화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손을 들었지만 셧다운은 35일간 이어졌다. CNN은 최근의 셧다운을 두고 “점점 더 당파적으로 변해 교착 상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셧다운은 오바마 2기 행정부 시절인 2013년에 이어 이번에 또 발생했다. ‘작은 정부’와 ‘복지 확대’는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핵심 정체성과 이념을 상징한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양보가 쉽지 않은 것이다.● 셧다운을 보복 수단으로 삼는 트럼프이번 셧다운을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삼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갈등 해소의 걸림돌이다. 그는 셧다운 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요 도시에 속속 연방 지원금을 동결하고 있다. 그는 셧다운 첫날인 1일 뉴욕주 뉴욕시의 교통 인프라 사업에 대한 180억 달러(약 25조2000억 원)의 예산 지원을 동결하기로 했다. 슈머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모두 뉴욕주인데 이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지하철 현대화 프로젝트를 위한 지원금 21억 달러(약 29조4000억 원)의 지급 또한 보류했다. 조만간 대대적인 공무원 해고 조치도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셧다운이 계속되면 상당한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며 “그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모조리 민주당에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반대 진영을 압박하기 위한 무기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후 실세’ 보트가 예산 보복 주도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예산 지급 지연 등에 관한 주무 작업은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49·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이틀 차인 2일 보트 국장과 회동했다. 그는 당시 트루스소셜에 “보트 국장이 추천하는 수많은 ‘민주당 기관’ 중 어떤 곳을 축소할지, 또 그 축소가 영구적이어야 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트 국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OMB 부국장, 국장을 지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다시 OMB 국장으로 복귀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대통령의 신뢰 또한 두텁다는 평을 받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인 해외 원조 축소, 공영방송 예산 삭감, 연방 보조금 지급 지연, 올 7월 의회를 통과한 대규모 감세 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구상 등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트 국장은 작은 정부와 보수 기독교 세계관을 신봉한다. 또 인종차별 폐해를 가르치는 비판적 역사교육(CRT)에 부정적이다. 올 2월 그의 상원 인준 당시 공화당 의원은 53명이 전원 찬성했고 민주당 의원 47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을 만큼 그 자신이 미국의 정치 및 이념 갈등을 상징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런 보트 국장을 두고 “연방정부를 ‘트럼프식’으로 재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보트는 정부를 축소하는 방법을 평생 동안 생각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CNN에 따르면 보트 국장은 ‘프로젝트 2025’에도 관여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해 연방정부 축소 등 각종 정책을 제언한 사업이다. 다만 보트 국장의 행보에 대해선 공화당 안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때문에 이번 셧다운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하면서도 “보트에게 (나라 곳간의) 열쇠를 넘길 때는 위험하다”고 했다. CNN은 “OMB는 원래 의회가 배정·승인한 예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보트가 수장이 된 이후 연방 기구를 해체하는 힘을 가진 기관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셧다운(Shutdown)미국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현상.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데, 그 전까지 의회 내 갈등으로 인해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대통령이 통과된 예산안을 거부할 경우 셧다운이 발생한다. 셧다운이 발생해도 국방,경찰,소방,의료 등의 필수 업무는 가동된다. 다만 국립공원, 박물관 등의 업무는 중단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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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노벨과학상 27명 비결은? 과학기술법-520조원 투자 ‘결실’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노벨 수상자를 배출할 것이다”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기타가와 스스무(北川進) 교토대 특별교수는 9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여전히 하나의 학술 분야의 뿌리가 되는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여러명 확실히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올해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2관왕’에 성공한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40여 년 전부터 축적된 기초과학 연구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는 국가 차원의 기초과학 연구 지원이 일본의 강점으로 뽑힌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만 2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 비결은 장기전 버틸 연구비 지원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전후 과학기술을 재건의 기둥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1956년 과학기술청을 설립해 원자력과 우주 분야에 관 주도 프로젝트형 연구를 발족했다. 1980년대 일본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자 일본 안팎에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일본은 1995년 도입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과학기술 진흥을 국가의 책무로 보고 거액의 연구자금을 지원했다. 이듬해부터 2010년까지 57조 엔 이상의 국비를 기초연구에 지원했다. 이에 따라 속도보다 지속성을 중시하는 연구문화가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의 첫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토대학교 교수도 1997년부터 2012년 노벨상 수상까지 정부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지원받았다.산학 협력과 국제 교류를 중시한 점도 일본의 강점으로 꼽힌다.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박사는 교토대를 졸업한 뒤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연구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일본에서는 유능한 연구자를 육성하기 위한 노하우가 형성되어 왔다”고 했다. 기우치 미노루(城内実) 일본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기초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시간은 걸리지만 계속하면 성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기초연구에 오랜 시간 천천히 끊김 없이 지원하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며 “우수한 과학기술의 성과가 앞으로도 잇달아 창출되도록 예산의 지속적인 확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연구 명맥 끊길 수 있다” 우려도그러나 일본 내부에선 신진 연구자가 장기전을 감내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기초연구 강국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경기 침체를 겪으며 2004년 국립대 법인화에 나서 운영비 교부금을 삭감했다. 정부 지원도 실용화가 기대되는 연구에 집중했다.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연구비를 얻으려면 결과가 금세 나오는 제안서를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열악한 연구 환경에 대한 불만이 크다. 오카자키 유스케(岡崎裕典) 규슈대 지구행성과학과 교수(48)는 “최근 근무시간의 25%만 연구에 썼다”며 “국가연구비 신청서 작성에 한달씩 걸리고, 강의와 회의가 늘어 어쩔 수가 없다”고 NHK방송에 토로했다. 실제 연구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1∼2023년 발표된 인용 횟수 상위 10% 자연과학 논문 순위에서 일본은 역대 최저인 13위에 그쳤다. 25~39세 젊은 교원의 비중도 1980년대 초 40%를 넘었으나 2022년 21%로 반토막 났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사카구치 시몬 (坂口志文) 오사카대 특별교수는 6일 아베 도시코(阿部俊子) 문부과학상과 통화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며 “일본은 그간 면역학 분야를 선도했지만 머지않아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본이 도전과 실패를 인정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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