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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다가 ‘유턴 기업’으로 선정돼 2023년 한국으로 돌아온 한 부품업체 대표 A 씨는 “다시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업체는 정착할 예정이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당초 예정됐던 공장 설비 계획이 틀어지면서 아예 지원을 받지 못했다. 민간 투자자 이탈로 일부 사업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자체 예산이 확정돼 당초 신청 사업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며 “외부 환경에 따라 사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다음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뿐이니 보조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마련해 놓은 설비로 몇 년을 버틸 순 있겠지만 관세와 인건비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 “이미 산단 텅텅… 혼자 어떻게 돌아오나” 국내 복귀를 준비하는 기업 수는 매년 줄고 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4년 27곳이 유턴 기업으로 선정됐지만 이후 2021년(26곳)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11곳만 선정되면서 규모가 더 쪼그라들었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200개 기업 가운데 87곳(43.5%)은 경영 악화, 국내 투자계획 철회, 폐업 등의 이유로 여전히 국내 복귀를 완료하지 않았다.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했던 한 화학업체는 2020년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후 정부로부터 2400만 원의 컨설팅 비용도 지원받았지만 ‘내부 투자 계획 변경’을 이유로 지금도 미복귀 상태다. 국내 제조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이유다. 2023년 중국에서 복귀를 시도하다가 포기한 부품업체 대표 B 씨는 “황폐해진 산업단지에 혼자 불 켜고 들어가 봐야 소용이 없다”며 “기업이 생산을 하려면 협력사 등 여러 업계가 함께 모여 생태계를 이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복귀 메리트가 없었다”고 했다. 정부 지원의 실효성이 부족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감면 혜택이다. 현행 기준 유턴 기업은 법인세를 7년간 100%, 이후 3년은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4년간 유턴 기업이 받은 법인세 감면액은 약 81억 원에 불과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첨단 산업처럼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은 법인세를 감면해줘도 실제 감면 혜택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국내 복귀 초기 비용을 절감해주는 등 복귀 혜택을 미리 앞당겨서 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진출 기업 10곳 중 9곳 “유턴 계획 없다” 해외로 이전한 국내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8월 해외 진출 기업 3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5%가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국내 사업 환경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근로시간, 임금 등에 대한 노동 규제를 꼽았고, 두 번째는 법인세 등 세제였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7월 첫 세제 개편안을 내놓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4%로 1%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 때였다. 3년이 지난 지금 국내 기업 환경은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세제를 ‘정상화’하겠다며 법인세율을 다시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첫 세제 개편안에 담았다. 근로시간에 대한 논의는 주 52시간에서 더 나아가 주 4.5일제로 확대됐다. 산업재해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2차에 걸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미국 관세 등 대외적 불확실성과 함께 노란봉투법, 주 52시간 규제 등 한국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유턴 기업 경쟁력 활성화를 위해 복귀 지역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보조금을 파격적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해외 투자로 빠져나간 기업이 2400곳이 넘지만 국내로 복귀한 ‘유턴 기업’은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이 상호관세를 본격화한 4월 이후 해외에 투자한 기업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에 신규로 진출한 법인 수는 2437곳으로 전년 동기(1488곳) 대비 63.8% 증가했다. 해외 신규 법인 수는 보통 분기마다 600∼700곳이었는데 올 2분기(4∼6월)엔 1745곳이었다. 지난해 2분기(732곳)와 비교하면 138.4% 급증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난 건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월 2일(현지 시간) 한국과 세계 각국에 전례 없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 기업들은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올 2분기 미국에 신규 설립된 법인 수는 264곳으로 1년 전(149곳)보다 77.2% 늘었다. 미국의 현지 투자 압박과 관세 장벽으로 향후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해외에 나가는 기업은 늘어나는데 돌아오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유턴 기업 현황’에 따르면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상반기 5곳이 전부였다. 3분기(7∼9월) 6곳이 추가됐지만 올해도 전년(20곳) 대비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턴 기업’은 정부가 해외로 나간 기업의 복귀를 위해 지원하는 기업을 말한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다 해도 상당수가 국내로 돌아올 마음을 접고 있다. 2013년 ‘유턴 기업 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200곳 가운데 한국에 정착한 기업은 68곳뿐(34%)이었다. 나머지 87곳(43.5%)은 국내 투자 계획을 철회하는 등의 이유로 복귀하지 않았고, 45곳(22.5%)은 자격 요건을 맞추지 못해 중도에 선정이 취소됐다. 계속해서 해외로 나가는 기업은 느는데 들어오는 기업이 줄어들면 산업 공동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보호무역주의 추세 강화로 세계 주요국이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부가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진출 기업 대부분은 비용 경쟁력 때문에 해외 이전을 택했다”며 “미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낮은 인건비, 완화된 규제, 혹은 복귀에 따른 파격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관세 정책과 추석 연휴에 따른 여파로 10월 1∼20일 대미 수출이 1년 전보다 24%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미 수출은 42억3200만 달러로 지난해(56억1800만 달러)보다 24.7% 급감했다. 조업일수 감소를 고려한 일평균 대미 수출액도 약 4억300만 달러로 지난해(4억4900만 달러)보다 10.3% 줄어들었다. 이는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로 보인다. 대미 수출은 미국이 상호관세 조치를 본격화한 올 4월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올 7월(1.5%) 소폭 늘었지만 8월부터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달 대미 수출은 102억6900만 달러로 전년(104억1200만 달러)보다 1.4% 줄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9.2%), 베트남(―10.0%), 유럽연합(EU·―20.3%) 등 주요국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대만(58.1%)은 증가했는데 이는 반도체 시장 호조와 함께 휴일에도 일부 품목에서 수출이 계속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0.2%), 석유제품(10.9%), 선박(11.7%) 등에서 증가했다. 반면 조업일수 영향을 많이 받는 승용차(―25.0%)와 자동차부품(―31.4%) 등은 감소했다. 이달 1∼20일 전체 수출은 301억4500만 달러로 지난해(327억1200만 달러)보다 7.8% 감소했다. 다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8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26억2000만 달러)보다 9.7% 증가했다. 이달 1∼20일 조업일수는 10.5일로 지난해(12.5일)보다 2일 적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330억 달러였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28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관세 정책과 추석 연휴에 따른 여파로 10월 1~20일 대미 수출이 24% 이상 감소했다.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미국 수출은 42억3200만 달러로 지난해(56억1800만 달러)보다 24.7% 급감했다. 조업일수 감소를 고려한 일평균 대미 수출액도 약 4억300만 달러로 지난해(4억4900만 달러)보다 10.3% 줄어들었다.이는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로 보인다. 대미 수출은 미국이 상호관세 조치를 본격화한 올 4월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올 7월(1.5%) 소폭 상승했으나 8월부터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달 대미 수출은 102억6900만 달러로 전년(104억1200만 달러)보다 1.4% 줄었다.이달 1∼20일 수출은 301억4500만 달러로 지난해(327억1200만 달러)보다 7.8% 감소했다. 다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8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26억2000만 달러)보다 9.7% 증가했다. 이달 1~20일 조업일수는 10.5일로, 지난해(12.5일)보다 2일 적었다.이외에도 중국(―9.2%), 베트남(―10.0%), 유럽연합(EU·―20.3%) 등 주요국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반도체 시장 호조 속 대만(58.1%) 등은 증가했다.품목별로는 반도체(20.2%), 석유제품(10.9%), 선박(11.7%) 등에서 증가했다. 반면 조업일수 영향을 많이 받는 승용차(―25.0%)와 자동차부품(―31.4%) 등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330억 달러였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28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7곳이 최종 선정됐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총 7개 군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한 69개 군 중 49개(71%)가 이번 사업을 신청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란 ‘농어촌 소멸 위기 극복’을 목표로 인구소멸지역 거주 주민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2년간 대상 지역 주민 약 22만8000명에게는 매달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된다. 1인당 지원 금액의 40%인 6만 원은 국비로 지원되며, 나머지는 해당 도와 군이 나눠서 지원한다. 앞서 정부는 올 8월 발표한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위한 재원 1703억 원을 배정했다. 당초 농식품부는 69개 인구감소지역 중 6곳을 선정해 주민 24만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1곳이 늘어났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선정된 7개 군과 함께 시범사업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군별 사업 예비 계획서에 따른 행정적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이 마중물이 돼 지역경제, 지역공동체 및 사회서비스 활성화 등 해당 지역 활력 회복의 원동력으로서 향후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추석 연휴 이후 내부 회의를 거쳐 동해 해상광구 공동 개발 우선협상 대상자로 BP를 결정했다. 석유공사는 내부 절차를 마치고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의 협의가 끝나면 석유공사는 BP에 공식 결과를 통보하고, 조광권 세부 조항을 포함해 광구 공동 운영권, 지분 양수 등을 조율할 방침이다. 당초 BP는 입찰 마감 직전인 올 6월 한 차례 입찰 연장을 요구하며 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P는 입찰 과정에서 입찰 참여 업체 중 가장 높은 지분으로 사업 참여 의향을 밝히는 등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종합 평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은 울릉분지 내 4개 해저광구(8NE, 8/6-1W, 6-1E, 6-1S) 약 2만58㎢에 대한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최대 49%까지 지분을 투자할 수 있다. 이번 입찰전에는 BP 외에도 미국 엑손모빌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0일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對美) 투자펀드 조달 방식에 대해 “미국이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현금 직접투자를 통한 ‘선불(up front)’ 투자 요구에서 물러선 대출·보증을 포함한 분할 투자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를 계속 요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거기까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계속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었는데, 미국이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16일(현지 시간)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등과 함께 미국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펀드 등 관세협상을 갖고 이날 귀국했다. 김 장관은 “한국의 외환 시장에 부담을 주는 선에서는 (대미 투자가) 안 된다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합의)가 있었다”며 “그걸 바탕으로 협의가 진전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협상 주무 부처인 미 상무부도 한국이 제시한 분할 및 원화 투자 제안을 일부 수용했다는 것. 김 장관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한미 고위급 추가 협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관계 부처와 논의해 보고 필요하면 갈 생각도 있다”며 “시기적으로 APEC 회의 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인지 내부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PEC 회의를 계기로 한미 양국 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한미 정상이 만나는 걸 계기로 협상을 만들어 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시점보다는 그것이 가장 국익에 맞는 합의가 되는지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 장관은 미국과의 추가 협상 쟁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엔 “그런 것(쟁점)이 몇 가지 있어 지금 당장 된다, 안 된다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귀국한 김용범 실장은 “이번 방미 협의에서는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대부분의 쟁점은 의견 일치를 봤는데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한미가 일부 쟁점을 남겨두고 대미 투자펀드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한미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및 안보 합의를 공동 문서 형태로 합의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에 대해선 직접투자 비율 등 모든 쟁점이 해결될 때까지 MOU 서명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5만 명 가까이 줄어들며 3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 고용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20대의 은행 대출 연체율도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회에 진출하지도 못한 채 빚에 짓눌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343만5000명으로 1년 전 대비 13만4000명 줄었다. 고용률도 60.7%로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20∼60대에서 고용률이 감소한 건 20대가 유일했다. 전체 고용률(63.7%)이 통계 작성 이래 9월 기준 최대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청년 고용이 불안한 것은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제조·건설업 등 질 좋은 일자리가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탓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대출 원금, 이자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0대의 가계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평균 0.41%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달 일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20대 ‘쉬었음’ 청년 수는 3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학자금 대출 6개월 넘게 못갚은 20대 5만명 육박… 신용불량 내몰려20대 빚-취업난 이중고일자리 절벽에 빚 상환능력 급감20대 신용유의자 3년새 25% 늘어캄보디아 등 범죄 유혹 표적 될 우려생활물가와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의 장기연체자(6개월 이상 연체) 수는 4만7364명, 누적 연체액은 2575억 원이었다. 한국장학재단이 출범한 2009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2023년부터 인원과 금액 모두 증가하고 있다.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은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상환 기간 등을 설정해 상환하는 방식이다. 학자금 상환 시점을 소득의 발생 시점 이후로 미루는 취업 후 상환 대출과 달리 소득, 연령 등의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6개월 넘게 대출을 갚지 못한 이들은 장기연체자로 분류돼 신용정보 기관에 연체 사실이 통보되고 금융거래의 제한을 받는다. 이처럼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신용유의자란 대출금이나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500만 원 이상의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해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된 사람들을 말한다. 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 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중복 인원 제외)으로 2021년 말(5만2580명)보다 25.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가 54만8730명에서 59만2567명으로 8.0%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20대 신용유의자의 증가세가 상당히 가파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일자리 절벽 속에서 빚 상환 여력이 크게 줄어든 청년들은 급전 마련을 위해 불법 사금융을 노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신용등급 6∼10급)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030세대 중 ‘불법 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7.5%에 불과했지만 2023년 9.8%, 지난해 10.0%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댄 청년들은 최근 논란이 된 ‘캄보디아 고액 알바’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보니 청년들이 (고수익 알바 등)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라며 “구직을 포기한 채 고립된 청년들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가서 일자리를 매칭해 주는 방식과 같은 ‘적극적인 고용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중등학교 경제교육 강화, 청년 자산 형성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청년들의 자립을 근본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한국과 미국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위한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대미(對美) 투자펀드 조성 방식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는 외환시장 상황 등에 따라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내에서 투자 금액을 분산·조정할 수 있는 단계적 투자 방안을 대안으로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났다. 이들은 러트닉 장관에게 미국이 전달한 대미 투자펀드 조성 방안에 대해 한국이 준비한 새로운 대안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워싱턴에서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를 ‘선불(up front)’로 투자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가 한국의 외환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구 부총리는 16일 “실무 장관(베선트 장관)은 (전액 선불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얼마나 대통령을 설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느냐는 부분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 번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선불 방식 대신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원화와 달러, 직접투자와 보증 등을 섞어 분할 투자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대 3500억 달러가 투자될 수 있는 금융 구조를 조성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 등은 16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만나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관세합의가 타결되면 행정명령 등을 통해 미국 상선·군함의 한국 건조를 막는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자는 구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관세 합의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미는 다음 주까지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18일 워싱턴에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었던 김 실장 등의 귀국 시점도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3500억달러 투자하되 단계적 집행” 베선트-러트닉과 막판 협의[한미 관세협상]韓美, 대미 투자펀드 협상 속도감당할 수준 달러+원화로 펀드 조성… 환율 리스크 따라 투자금 분산-조정구윤철 “베선트에 전달, 긍정적 답변… 상황 따라 ‘3500억달러’ 조정될 수도”“3500억 달러(약 500조 원) 액수 안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한미 경제·통상 사령탑 간 연쇄 회동 첫날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한국은 3500억 달러 대미(對美) 투자펀드와 관련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규모 대미 투자로 생길 외환시장 혼란을 막을 안전장치에 대한 방안을 던지는 등 그동안의 일방적인 압박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며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자 정부가 준비한 새로운 안을 역제안한 것이다. 정부는 7월 30일 미국과 구두로 합의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 목표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3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로 직접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만큼 자금 조달 방식도 한국의 경제 규모와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이 감당 가능한 수준의 달러에 원화를 기본으로 한 펀드를 조성하고 환율 리스크에 따라 투자금을 분산·조정하는 단계적 투자 집행 방안을 미국에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불’ 대신 최대 3500억 달러 ‘단계적 집행’ 역제안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3500억 달러를 선불로 투자하라’는 게 미국의 강한 주장”이라며 “아직 미국이 선불 요구를 철회했다고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무 장관들은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걸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은 불확실성이 있다. 장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선불로 하기는 어렵다고 설득했고, 베선트 장관은 그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베선트 장관에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나 행정부 내부에서 얘기를 해 달라’고 했고, 그런 면에서는 저희한테 좀 긍정적인 답변을 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그동안 특수목적법인(SPV)을 설치하고 미국이 투자처를 정하면 2주 이내 투자금을 입금하는 일본식 합의를 요구해왔다. 미국의 결정에 따라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 전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모두 펀드에 제공하는 ‘선불’ 방식을 주장해 온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선불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되면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고 관세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러트닉, 베선트 장관과 공감대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 협상단은 투자금을 트럼프 정권 임기 이후까지 장기 분납하는 등의 방안을 포함해 투자 패키지 내 현금·직접투자 및 대출·보증, 달러와 원화를 혼합해 투자하는 방식의 협상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3500억 달러 투자 규모도 조정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어떤 다른 대안이 있고 그게 미국에 수용된다면 그 부분(투자 규모)도 변화 가능성을 저희는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불로 하면 외환 소요상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나오면 그에 따른 외환 소요가 나올 것”이라며 “그 소요가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는 범위에서 가능하냐가 판단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 번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시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투자 시기와 방식을 구성해 최대 350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는 펀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시점 늦춘 김용범, 다음 주 협상 이어질 듯 정부는 이날 구 부총리와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첫 협상 결과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여러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APEC 정상회의 전까지 양측 사이에 합의문 도출을 위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당초 예정됐던 귀국 일정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APEC 정상회의 전 열리는 마지막 고위급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다음 주초까지 미국에서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새벽에도 현지 협상팀의 주요 논의사항을 수시로 보고받고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관세협상을 타결하면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한 안보합의문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은 이번 방미 과정에서 대미 투자펀드 외에도 에너지·원자력 협력 및 비관세장벽 해소 등 한미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장 겸 내무장관, 앤드루 그리피스 에너지부 부장관과의 면담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9월 취업자 수가 30만명 이상 늘며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청년층 고용은 1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고, 제조업·건설업 고용률마저 부진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91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2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2월(32만9000명 증가)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특히 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고용 개선세가 나타났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2만8000명 증가하며 2017년 11월(4만6000명)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국가데이터처는 “올 7월 집행이 시작된 민생 회복 소비쿠폰 효과와 추석 연휴 명절 특수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다만 내수 경기 불황 속에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에서 고용 부진은 이어졌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6만1000명 줄며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건설업도 지난해 건설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가 8만4000명 감소하는 등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연령별로는 청년층(15세~29세)에서 취업자 수가 14만6000명 감소하여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7%로 통계 작성 이래 9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0.7%포인트 떨어진 45.1%로 1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최근 캄보디아 납치 사태 등 취업 사기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현재 별도 대책을 수립하고 있진 않다”면서 “청년 고용과 관련해 전반적인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올해 KAIST 가을학기 원자력 전공 지원자가 4년 만에 ‘0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원자가 끊긴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를 뒷받침해야 할 주요 에너지원인 원전 기술의 인재 저변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KAIST에 따르면 올해 2학년이 되는 학부생 가운데 가을학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지망생은 0명으로 지난해 4명에서 급감했다. 가을학기 신청자가 0명이 된 것은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이 학교 원전 전공생은 봄학기 지원자 4명에 그치게 됐다. KAIST 신입생은 ‘무학과(무전공)’ 전형으로 들어와 2학년에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한다. 학계는 향후 원전 연구 기반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발 전력 수요 폭증으로 세계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까지 원전 건설 및 연구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탓이다. 정부는 최근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를 시사하며 ‘감(減)원전’ 기조를 사실상 확인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며 “이대로 가면 20년 후 제대로 된 원전 기술자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AI 전력수요 느는데… 탈원전→부흥→감원전에 전문인력 줄어KAIST 원전 전공 신입생 0명… 국내 원전전공 지원 8년새 23% 뚝학과 폐지로 이어져… 15개교만 남아2030년엔 인력 4500명 부족 전망“담당 부처 이원화, 사실상 수출포기”… 정권마다 정책 급변 산업 붕괴 우려국내 원자력 인재 저변이 약화된 건 K원전이 겪고 있는 혼란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8년 동안 탈(脫)원전→원전 부흥→감(減)원전으로 정권마다 에너지 정책 방향이 급변해 원전 생태계가 이미 흔들려 왔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속에 세계 각국이 미래 원전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원전 전문 인력 감소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8년 새 원전학과 입학생 23% 줄었다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선택한 2학년은 매년 20명을 넘겨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2017년 진입생이 9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2년에는 4명까지 줄었다. 2023년에 다시 10명으로 늘었지만 올 들어 다시 4명으로 떨어진 것이다.다른 대학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545명에 달했던 국내 대학 원자력 전공 입학생(학사 기준)은 지난해 418명으로 23.3% 줄었다. 학·석·박사를 합친 원자력 전공 재학생 규모 역시 2016년 2543명에서 지난해 2156명으로 15.2% 감소했다.입학생 감소는 학과 폐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 전공 학과가 있는 대학은 2016년 전국 18개교였지만, 2018년 영남대 기계공학부를 시작으로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2020년), 위덕대 에너지전기공학부(2023년)가 연이어 사라지면서 지금은 15개교만 남았다.울산과학기술원(UNIST) 관계자는 “지난해 1학년 정원 440명 중 올해 2학년이 되면서 원자력공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9명뿐”이라며 “원전 업계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원전 경쟁 치열한데 韓은 인력 부족국내 원전 전공생 급감은 원전이 정치 이슈화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7년 탈원전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는 일감 부족으로 와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출범 직후 산업 부흥을 외치다 다시 이재명 정부 들어 감원전으로 급변하는 등 8년간 정책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이달 초부터는 원전 담당 부처가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책 혼선은 국정감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3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서라도 원전은 필요하다”고 한 반면 1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확정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대해 “필요성이 없다면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은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담당 부처를 이원화한 것은 사실상 원전 수출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문제는 최근 글로벌 원전 건설 및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한국만 정책 혼선 속에 미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450여 기에 달하는 전 세계 가동 원전 규모가 2050년에는 최대 1000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 산업 매출액은 2023년 24조3000억 원에서 2030년 32조8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인력 수요 역시 3만7500명에서 5만15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2030년 공급 인력은 4만7000명에 그치는 등 인력 부족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재 저변 약화로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미래 연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원전 기업들도 국내 일감이 끊긴 상태에서 해외 수출로 원전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전 주기기 제작 및 보조기기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원전 산업 공급망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원전 정책이 필수”라며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공학적인 판단으로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중국 대 세계(China versus the world)’의 구도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겨냥해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동맹들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다만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중국을 해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돕고 싶다”며 유화 제스처도 취했다. 중국이 첨단산업 필수재인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올 1월 출범 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동맹에 고율 관세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등을 종용한 트럼프 행정부가 정작 희토류 카드를 손에 쥔 중국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그동안 “친구들이 적들보다 훨씬 더 나빴다”고 주장하며 동맹을 홀대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뒤늦게 동맹을 찾으며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中 희토류 통제, 전 세계 상대 ‘경제적 강압’ 행위” 이날 베선트 장관은 워싱턴 미 재무부 청사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명령과 통제’ 방식의 경제체제”라며 “미국과 우리의 동맹들은 (중국에 의해) 결코 명령받거나 통제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 내 일부가 실망스러운 행동과 경제적 강압을 통해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기를 원한다면 중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어 대표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만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한 경제적 강압 행위고, 중국이 세계경제 전체와 기술 공급망 전체를 사실상 통제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산 스마트폰의 예를 들었다. 그리어 대표는 “한국에서 제조된 스마트폰을 호주에 판매하려면 해당 스마트폰에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된 반도체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그 회사는 먼저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미국과 동맹들이 이런 시스템을 받아들일 리 없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이날 발언은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량의 92%를 차지하는 중국이 강화된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면 미국의 경제는 물론 군사 안보 등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희토류는 핵심 첨단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 등은 물론이고 F-35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위성 등 최신 무기에도 쓰인다. 앞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다음 달 1일부터 100%의 추가 관세를 중국에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중국과의 타협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는 “중국이 세계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되려고 할 경우 세계는 (중국 경제와) ‘디커플링(decouplin·탈동조화)’해야 한다”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완전한 분리가 아닌, 일정 부분 협력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리어 대표도 “중국과는 긍정적인 경제관계를 맺을 여지가 충분히 있고, 건설적 무역 논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中 “워싱턴 ‘큰 몽둥이’는 ‘종이 호랑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강화되면 미국은 물론이고 사실상 전 세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할 경우,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 등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6일자 사설에서 “워싱턴이 휘두르는 ‘큰 몽둥이’는 중국인들에게 단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결코 압력이나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도 “미국이 도발한 무역·관세전에서 향후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인한 국내 산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16일 ‘민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함께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해외 희토류 투자 프로젝트 지원을 올해 369억 원에서 내년엔 710억 원으로 늘리고, 공공 비축 희토류 물량도 기존 6개월분에서 18개월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중국 대 세계(China versus the world)’의 구도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겨냥해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동맹들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다만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중국을 해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돕고 싶다”며 유화 제스처도 취했다. 중국이 첨단산업 필수재인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올 1월 출범 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동맹에 고율 관세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등을 종용한 트럼프 행정부가 정작 희토류 카드를 손에 쥔 중국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그동안 “친구들이 적들보다 훨씬 더 나빴다”고 주장하며 동맹을 홀대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뒤늦게 동맹을 찾으며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中 희토류 통제, 전 세계 상대 ‘경제적 강압’ 행위”이날 베선트 장관은 워싱턴 미 재무부 청사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명령과 통제’ 방식의 경제체제”라며 “미국과 우리의 동맹들은 (중국에 의해) 결코 명령받거나 통제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 내 일부가 실망스러운 행동과 경제적 강압을 통해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기를 원한다면 중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리어 대표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만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한 경제적 강압 행위고, 중국이 세계경제 전체와 기술 공급망 전체를 사실상 통제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산 스마트폰의 예를 들었다. 그리어 대표는 “한국에서 제조된 스마트폰을 호주에 판매하려면 해당 스마트폰에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된 반도체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그 회사는 먼저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미국과 동맹들이 이런 시스템을 받아들일 리 없다”고 덧붙였다.두 사람의 이날 발언은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량의 92%를 차지하는 중국이 강화된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면 미국의 경제는 물론 군사 안보 등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희토류는 핵심 첨단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 등은 물론이고 F-35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위성 등 최신 무기에도 쓰인다. 앞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다음 달 1일부터 100%의 추가 관세를 중국에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만, 베선트 장관은 중국과의 타협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중국이 세계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되려고 할 경우 세계는 (중국 경제와) ‘디커플링(decouplin·탈동조화)’해야 한다”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완전한 분리가 아닌, 일정 부분 협력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리어 대표도 “중국과는 긍정적인 경제관계를 맺을 여지가 충분히 있고, 건설적 무역 논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中 “워싱턴 ‘큰 몽둥이’는 ‘종이 호랑이’”중국이 희토류 통제가 강화되면 미국은 물론이고 사실상 전 세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할 경우,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 등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6일자 사설에서 “워싱턴이 휘두르는 ‘큰 몽둥이’는 중국인들에게 단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결코 압력이나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도 “미국이 도발한 무역·관세전에서 항후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인한 국내 산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16일 ‘민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함께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해외 희토류 투자 프로젝트 지원을 올해 369억 원에서 내년엔 710억 원으로 늘리고, 공공 비축 희토류 물량도 기존 6개월분에서 18개월 분으로 확대키로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 전망과 관련해 “미국 측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다”고 밝혔다. 당초 한미 양국은 통화스와프 체결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었으나, 원화 계좌를 통한 투자 등 국내 외환시장을 보호할 안전장치 등이 논의되며 ‘막판 스퍼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구 부총리는 ‘양국 협상에 진전이 있어서 막판 조율 단계인가’라는 질문에 “계속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앞서 이날 오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곧 마무리(finish up)될 것 같다”며 “디테일을 다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중 추가 무역 합의 발표가 있을 것을 시사했다.구 부총리는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에 대해 “계속 협의 중에 있다”며 “베선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이야기해서 (그들이) 이해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대규모 대미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달러를 조달할 때 외환시장 안전장치를 확보할 필요성에 대해선 “미국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며 “아마 저희가 제안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올 7월부터 두 달 넘게 이어진 관세 협상 후속 조치 논의는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정부가 희망하는 협상 데드라인에 대해 “국익에 맞는 입장에서 빠르게 되는 게 최고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이번 협상을 위해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과 구 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모두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국 협상단은 16일 오후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측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면담에서는 한미 조선업 협력 등을 포함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 경제·통상 사령탑이 일제히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당국자들과 회동에 나서면서 한미 관세 협상이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미(對美) 투자펀드에 대한 태도를 바꿔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번 방미 협상 결과에 따라 교착돼 있던 한미 관세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국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의 대미 투자펀드를 일시에 현금으로 투자하면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와 관련해 달러가 아닌 원화 계좌를 통한 투자 방안 등 여러 안전장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美, 외환시장 ‘안전장치’ 견해차 좁힌 듯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미 CNBC 방송 대담에서 ‘중국 외 어떤 무역 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을 꼽았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과의 협상은 곧 마무리(finish up)될 것 같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지금 디테일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주간의 장점은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이라며 “그때 그 문제를 두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방미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협상을 예고한 것이다.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부는 한미 간 관세 협상에 있어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라며 “시한을 두고 서두르기보다는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미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앞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15일 “최근 미국이 우리 수정안에 상당히 의미 있는 반응을 보였고 새로운 대안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이 말하는 상황을 이해했다”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은 물론이고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 방식의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통화스와프 요구에 대한 확답 없이 한국 외환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원화를 넣을 수 있는 계좌를 만들어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 등 우리 달러 보유량에 큰 타격이 덜할 대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통화스와프와 사실상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한미 간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정부 안팎에선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으로 투자금을 확보하거나 외환보유액을 담보로 특수목적펀드(SPV)를 세워 간접 투자하는 방안 등 외환보유액을 소진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국가 부채가 급증하거나 장기적으로 외환보유액 유지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어떻게든 대미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금을 분할 납부하는 식의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한목소리로 “APEC서 관세 합의 목표”한미는 이날 한목소리로 APEC 정상회의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실질적 목표 시점으로 내걸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추가 무역 합의 발표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으로 이동해 APEC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정상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김 실장도 이날 “(협상) 데드라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그렇게 자주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APEC이 실질적으로 큰 목표”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금융적 베이스에 대한 양측 공감대가 마련되면 후속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다만 직접 투자·대출·보증 등 3500억 달러 운용 방식 및 수익 배분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투자 분산 등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3500억 달러가 일시에 나갈 수는 없다. 합당한 사업이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 제조업 부흥에 필요하고, 100% 한국 기업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사업이 한꺼번에 될 수 없으니 일거에 그 돈이 갈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경찰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1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11층에 있는 강 회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하는 용역업체 대표 A 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금을 전달하며 용역사업 계약과 관련한 편의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건넨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며, 이 돈이 회장 선거운동에 사용됐는지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강 회장 등을 불러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에 비상근직이다. 전국 조합원을 대표하고 인사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른바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 분류된다. 강 회장은 1987년 농협에 입사해 5선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지난해 1월 25일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돼 같은 해 3월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득표율은 62.7%였으며,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였다. 농협중앙회 측은 이날 진행된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금품수수 혐의 관련)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제기된 의혹은 수사 과정에서 소명될 것”이라며 “농협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경찰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금품 비리 정황을 포착해 강제수사에 나섰다.경찰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1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11층에 있는 강 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하는 용역업체 대표 A 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금을 전달하며 용역사업 계약과 관련한 편의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건넨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며, 이 돈이 회장 선거운동에 사용됐는지 여부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강 회장 등을 불러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에 비상근직이다. 전국 조합원을 대표하고 인사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른바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 분류된다.강 회장은 1987년 농협에 입사해 5선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지난해 1월 25일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돼 같은 해 3월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득표율은 62.7%였으며,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였다.농협중앙회 측은 이날 진행된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금품수수 혐의 관련)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제기된 의혹은 수사 과정에서 소명될 것”이라며 “농협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조승연 기자 cho@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가 올해 3.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7월 전망치(3.0%)보다 소폭 상향 조정됐다. 일본(1.1%) 등 선진국 그룹의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졌지만, 한국(0.9%)은 기존 전망이 유지되면서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2%로 발표했다. 내년 세계 성장률은 3.1%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0.9%, 내년 1.8%로 내다봤다. 앞서 IMF 한국미션단은 지난달 한국이 올해 0.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7월 전망치(0.8%)보다 0.1%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였다.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목표 수준인 2% 가까이에서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 미국, 일본 등 41개국이 포함된 선진국 그룹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6%로 지난 전망 대비 0.1%포인트 상향됐다. 특히 일본의 전망치가 0.7%에서 1.1%로 0.4%포인트 오르면서 선진국 그룹에서 스페인(2.9%)과 함께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일본은 1%대 성장률로 올라섰지만 한국은 전체 선진국 그룹 중 프랑스(0.7%), 이탈리아(0.5%), 독일(0.2%)과 함께 0%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국가로 남게 됐다. 미국(2.0%), 유로존(1.2%), 영국(1.3%) 등이 소폭 상향 조정됐고, 캐나다(1.2%)만 지난 전망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IMF는 미국의 관세 인하·유예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재고 조정 및 무역 경로 재편 등 경제 주체들의 양호한 적응력, 달러 약세 등을 고려하여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늦은 추석의 영향으로 조업 일수가 줄어들며 10월 초 수출이 전년보다 15.2% 감소했다. 자동차 품목별 관세 등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조치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대미 수출은 43.4% 감소하며 중국, 대만에 이어 3위로 내려갔다. 13일 관세청이 발표한 ‘1∼10일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이달 초 수출은 129억6600만 달러로 지난해(152억9900만 달러) 대비 15.2% 감소했다. 다만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37억 달러로, 전년(27억8000만 달러)보다 33.2% 늘어났다. 이달 1∼10일 조업 일수는 3.5일로, 지난해(5.5일)보다 2일 적다. 지역별로는 1∼10일 대미 수출이 14억600만 달러로, 지난해(24억8600만 달러)보다 43.4% 줄었다. 일평균 대미 수출액은 4억100만 달러로, 지난해(4억5200만 달러)보다 11.1%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대(對)대만 수출은 19억4700만 달러로 200.4% 급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품목별로도 반도체 수출이 45억600만 달러로 전년(30억6400만 달러)보다 47.0% 증가했다. 이는 전체 수출 비중의 34.7%로, 전년보다 14.7%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조업 일수 영향을 많이 받는 승용차(―51.8%)와 자동차 부품(―49.1%) 등은 감소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도 일부 반도체 품목은 수출이 계속됐다”며 다만 “조업 일수가 매우 짧기 때문에 (대만 수출 급증)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발(發) 관세 조치 여파로 대미 수출 감소 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가별 대미 수출 순위에서 한국은 10위로, 트럼프 미 정권 출범 직전인 지난해 7위에서 세 계단 떨어졌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올해 정부가 구매 지원에 나선 농업용 드론의 약 90%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K-농산기계 선진화’를 앞세운 정부가 매년 농업기계 구입 지원 사업에 대규모 금액을 투입하지만 정작 농기계 국산화 사업 속도는 턱없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정부의 농업용 드론 융자 지원 비용은 43억29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농업용 드론 융자액(47억7100만 원)의 90.7%에 해당된다. 올해 융자 지원을 통해 구매된 중국산 드론은 257대인 반면 국산 드론은 34대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8월) 정부 융자로 구매한 드론 10대 중 8대도 중국산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정부는 농업용 드론 총 1235대를 융자 지원했는데, 이 중 1030대(83%)가 모두 중국산이었다. 5년간 중국산 드론 융자 지원액은 177억2200만 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88.2%에 달한다. 중국산 농업용 드론에 대한 융자 지원액은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약 9억 원 수준에 머물었던 중국산 드론 구매액은 2023년 34억1800만 원, 지난해 47억7000만 원으로 매년 역대 최대를 뛰어넘고 있다. 올해에도 8개월 만에 지난해 융자액의 90%를 지원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 지원액이 예상된다. 반면 국산 드론 융자액은 2021년 4억9600만 원에서 지난해 3억8400만 원으로 22.5% 줄어들었다. 농식품부는 “농업용 드론뿐만 아니라 전체 드론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산 농업용 드론의 개발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중국산 의존도만 높이다 보면 향후 중국의 수출 통제 시 대체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중국 정부는 2023년부터 ‘군사 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드론과 일부 부품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일부 조치를 해제하는 대신 적외선 카메라, 레이더, 통신장비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농업용 드론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 의원은 “농업 현장을 중국산 드론이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농식품부의 융자 지원으로 중국산 드론이 더욱 난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국산 농업용 드론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연구개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