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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멋과 품격 잇는 손길…"귀한 왕실 유물, 재현해볼래요"

송고 2025년10월23일 17시31분

세 줄 요약

박물관 진열장 너머로 봐야 했던 왕실 유산이 모습을 드러낸 건 '심층 조사'를 위해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올해부터 국가무형유산 공예 분야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 등 전승자를 대상으로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왕실 유산을 공개하는 조사를 하고 있다.

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왕실 유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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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김예나기자

국립고궁박물관, 매듭장·탕건장·화혜장 전승자와 왕실 유물 조사

가업 위해 힘 모은 자매·부부…"책임감·사명감 갖고 작업 임해"

왕실 유물 살펴보는 21세기의 장인들
왕실 유물 살펴보는 21세기의 장인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열린수장고에서 열린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에서 왕실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3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 부분의 길이를 알 수 있을까요?", "한 번 재볼까요? 7.8㎝네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1층 열린 수장고 안.

황덕성 국가무형유산 화혜장(靴鞋匠) 이수자가 푸른 빛이 감도는 신발을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다. 그의 앞에 있는 건 영친왕비 이방자(1901∼1989) 여사의 '청석'이었다.

청석은 주요한 행사가 열렸을 때 입는 예복인 적의(翟衣) 차림에 갖춰 신는 신발이다. 1920년대 영친왕비가 신은 이 신발은 2009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왕실 유물 살펴보는 21세기의 장인들
왕실 유물 살펴보는 21세기의 장인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열린수장고에서 열린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에서 왕실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3 ryousanta@yna.co.kr

부친인 황혜봉 화혜장 보유자에 이어 6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 신을 만드는 그는 아내 김란희 씨와 함께 유물 곳곳을 살피며 사진을 찍었다.

박물관 진열장 너머로 봐야 했던 왕실 유산이 모습을 드러낸 건 '심층 조사'를 위해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올해부터 국가무형유산 공예 분야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 등 전승자를 대상으로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왕실 유산을 공개하는 조사를 하고 있다.

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왕실 유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왕실 유물 살펴보는 21세기의 장인들
왕실 유물 살펴보는 21세기의 장인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열린수장고에서 열린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에서 왕실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3 ryousanta@yna.co.kr

상반기에는 침선장, 자수장, 금박장, 누비장 등 복식 분야를 중심으로 했고 하반기에는 화혜장, 매듭장, 탕건장, 옥장 등 공예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정용화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유물을 심층 조사 하면서 전통 공예를 전승·발전하고 새로운 작품 창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사에 참여한 무형유산 전승자들은 귀한 유물을 본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고(故) 김공춘(1919∼2020) 보유자, 김혜정 보유자에 이어 3대째 탕건(宕巾)의 명맥을 이어온 김경희 전승교육사는 이번 기회를 놓치기 싫어 제주에서 올라왔다.

'더 정밀하게'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
'더 정밀하게'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열린수장고에서 열린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에서 왕실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3 ryousanta@yna.co.kr

탕건은 남자들이 갓을 쓸 때 받쳐 쓰는 모자의 일종을 일컫는다.

김 전승교육사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탕건과 와룡관(臥龍冠·말총으로 만든 관의 일종)을 살펴본 뒤 "'와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며 감탄했다.

그는 "한 2년 전에 유물을 처음 봤을 때는 재현할 엄두가 안 났는데,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치수도 재보니 이제는 내 손으로 재현해보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여러 가닥의 실을 꼬아 만든 끈목(다회·多繒)을 맺고 조이며 우리 매듭의 전통을 이어온 박선경 매듭장 전승교육사와 박선희 이수자 자매 역시 유물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 진행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 진행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열린수장고에서 열린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에서 왕실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3 ryousanta@yna.co.kr

두 사람은 영친왕비의 백옥쌍룡단작노리개에 사용된 매듭을 꼼꼼히 살폈고, 박물관 유물과학과 관계자와 끈목 두께와 구조를 정밀 촬영하기도 했다.

박 전승교육사는 "옛 기법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하지만 유물을 조사하고 고증하다 보면 본래 모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세월 속에 빛바랜 유물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도 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승자들은 모두 가업을 이은 '가족 장인'이다.

박선경·선희 씨 자매의 경우, 1968년 초대 매듭장인 외할아버지 정연수(1904∼1974) 보유자와 외할머니 최은순(1917∼2009) 보유자, 모친 정봉섭 보유자를 잇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 진행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 진행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열린수장고에서 열린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 조사에서 왕실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3 ryousanta@yna.co.kr

황덕성 이수자와 결혼한 김란희 씨 역시 화혜장 기술을 익히는 중이다.

박선경 전승교육사는 "과거에는 매듭을 염색하고, 끈목을 맺는 작업 등이 분업화돼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가족들이 서로 힘을 모아 전통을 잇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가문이 지켜온 장인 정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이라고 전했다.

김경희 전승교육사는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해 20살이 되자마자 본격적으로 탕건 일을 했다"며 "전통을 잇는다는 책임감, 사명감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할머니, 어머니가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인 채 작업하시는 것을 보면서 컸어요. 힘들고 고단하겠지만, 잘 만들다 보면 괜찮겠지요? 해야 할 숙제가 많네요. (웃음)"

왕실 유물 살펴보는 21세기의 장인들
왕실 유물 살펴보는 21세기의 장인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열린수장고에서 열린 수장고 속 왕실 유산 심층조사에서 왕실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5.10.23 ryousanta@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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