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업체들이 잇달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기술 자립'을 위한 실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콰이커지는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메타엑스(沐曦·무시) 등 현지 반도체 업체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콰이커지는 "YMTC의 기업가치는 1천600억∼3천억위안(약 32조∼60조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지난 9월 국유·금융·민간자본 등으로 주주 구조를 개혁해 상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도 전날 YMTC가 기업가치 목표를 2천억∼3천억위안(약 40조∼60조원) 수준으로 잡았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상하이 과학창업판(커촹반·科創板)이나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이넥스트에 연말 또는 내년 초쯤 상장을 추진할 전망이다.
자금 조달에 나선 또 다른 기업인 메타엑스는 커촹반 상장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조사기관들은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중국 GPU 시장 점유율이 1% 수준이라고 추산했으나, 메타엑스 측은 국내 수요에 부합하는 독자적 핵심 기술을 개발했고 엔비디아 칩(H20) 판매 금지 조치로 점유율이 개선됐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이르면 내년 1분기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로이터는 CXMT 역시 상장 시 기업가치가 최대 3천억위안(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 능력 확대와 신기술 개발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상장으로 조달한 대규모 자금은 기술 자립을 위해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콰이커지는 "이번 상장이 성공하면 중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 독립이 촉진되고, 국내 메모리칩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YMTC와 CXMT는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대(對)중국 HBM 수출 통제를 확대한 이후,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SMIC)와 YMTC를 2020년과 2023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들 기업과 CXMT를 미국 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발표되진 않았다.
hjkim0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5/10/23 16:54 송고2025년10월23일 16시54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