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실패한 광주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유치 실패를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광주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은 데에는 유치 과정에서 믿었던 기업과 정치권 등에 배신당했다는 억울함이 작용하고 있다.
23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최태조 광주시 인공지능산업실장이 AI컴퓨팅센터 광주 유치 실패 경위를 설명하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번 국가 AI컴퓨팅센터 공모 과정에서 삼성SDS를 비롯해 LG유플러스, KT, SKT 등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대선과 국정과제 수립 과정에서 '광주 AI컴퓨팅센터 구축'이 거론되자 네이버, NHN, 쿠팡 등도 직·간접적으로 협업 의사를 타진했다.
광주시는 '강력한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삼성SDS와 손잡았다.
양측은 지난 8월부터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자료를 공유하며 사업계획서를 함께 준비했고, 10월 2일에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진행 여부를 두고 "광주와 함께할지 확답해 달라"는 요청에 삼성SDS가 "영향평가를 해 달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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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AI데이터센터
[광주시 제공]
그러나 불과 열흘 뒤인 10월 10일부터 삼성SDS가 전남·전북 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최 실장은 "언론에서는 부지 가격과 전기요금 감면을 전남의 비교우위로 보지만, 부지는 자산으로 포함되기에 결정적 요인이 아니며 RE100 산단 특별법을 통한 전기요금 할인 특례는 광주도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유치 실패가 기정사실화된 지난 21일 비상회의 자리에서 "삼성SDS가 광주와 함께할 것처럼 언동하다 손쓸 수 없는 시점에 통보했다. 기업 윤리에 대해 매우 분노한다"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강 시장은 "정부는 '기업이 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관여하느냐'는 입장인데, 기업과 정부 양쪽에 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속상했다"고도 했다.
광주 모 정치인은 "광주를 대상지로 고려하던 기업이 공모 신청 열흘 전 태도를 급변시켰다면, 외부에서 정치적 작용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전남은 조용히 준비했다고 항변하지만, 광주 정치권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 지역 국회의원은 "유치위원회 구성, 언론 광고, 시 관계자들의 백방 노력 등 이미 광주가 공개적으로 열정을 쏟는 상황에서 아무리 전남도가 물밑에서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고 하더라도 광주시민 입장에선 굉장히 기분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전남도 고위층을 직격했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이재명 대통령 공약과 연관된 사업과 관련해 광주가 응모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공모방식을 택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달리 문인 광주 북구청장은 "중앙정부와 당에 대한 화 풀이식 감정적 대응은 지양해야 한다"며 "광주·전남은 제로섬 게임을 펼치는 무한경쟁 상대가 아니라 협력과 통합 대상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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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시장
자료사진. [광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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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5/10/23 14:59 송고2025년10월23일 14시5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