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효과·한미 관세협상 결과 등 주시
이창용 "부동산 불 안 지펴" 고수…일각선 "내년 말까지 동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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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질의에 답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0 [공동취재]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집값 추이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계속 늦추고 있다.
금통위는 22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하기로 했다.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으려 6·27, 9·7, 10·15 등의 대책을 연달아 쏟아낸 흐름과 맥을 같이 해 7·8월에 이어 10월에도 금리를 연 2.50%로 묶은 모양새다.
특히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은 지난 15일의 '초강수' 대책 발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금리를 내리며 엇박자를 내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련의 부동산 대책이 미처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금통위원들의 인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은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은 6·27 대책 이후 과열이 다소 진정됐다가 9월 들어 가격 상승 폭과 거래량이 재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주택가격전망지수는 6월 124에서 7월 110으로 하락했다가 8월 113, 9월 115로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6월 넷째 주 0.43%에서 8월 넷째 주 0.08%로 떨어졌다가 9월 다섯째 주 0.27%로 다시 올랐다.
한은은 "주택시장 과열 양상의 확산세가 뚜렷해질 경우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수요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이 중시하는 가계부채 지표도 악화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7%로 1분기 말(89.4%)보다 0.3%포인트(p) 상승했다.
이 비율이 상승한 것은 2021년 2분기 말 98.8%에서 3분기 말 99.2%로 오른 이후 15분기 만에 처음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섣부른 금리 인하로 집값 상승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과도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7월 10일 금통위 간담회),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이 심할 수 있어 금리 인하 시기를 조절하는 것"(8월 28일 금통위 간담회) 등의 기조를 계속 유지한 셈이다.
금리를 0.25%p 인하했던 5월 29일 금통위 때부터 이미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부동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하던 터였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2022년 7월 이후 이달까지 역대 최장인 3년 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뉴노멀'이 돼 버린 1,400원대 고환율도 큰 부담으로 거론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 1,43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천500억달러 현금 투자 요구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한미 양국 정상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미 투자를 포함한 관세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확장 재정을 예고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선출로 엔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경기 부양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국면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세 둔화세가 완화되고,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지난 5월 820억달러 흑자에서 8월 1천100억달러 흑자로 대폭 높여 잡았다.
내수 경기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분위기다.
한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민간 소비는 소비심리가 빠르게 호전되면서 2분기 중 반등했고 하반기 들어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개선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와 1.6%에서 각각 상향 조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GDP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 전기 대비 -0.2%에서 2분기 0.7%로 반등했고, 3분기 1.1%까지 더 오를 것으로 한은은 지난 8월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박정우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연 2.50%에서 멈췄다"며 "이후 내년 11월과 내후년 5월에 0.25%포인트(p)씩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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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3 09:52 송고
2025년10월23일 09시52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