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중단된 정부 전산망에 대한 복구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3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민센터에 IC주민등록증,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등 일부 민원사무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30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로 촉발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먹통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민간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는 등 민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IT기술에 정통한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민간·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정부 데이터 운영·관리에 활용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이하 AI위원회)가 중심이 돼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등 정부 기관의 역할과 협력 방안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 "데이터 관리, 정부→민간·해외로 확대해 위험 분산"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앙행정기관 정보시스템을 관리·운영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대전센터 전산실에 발생한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마비된 지 한달가량이 됐지만, 시스템 복구율은 60%대에 머물러 있다.
IT전문가들은 이번 행정망 먹통 사태는 국가 데이터를 국정자원 대전센터 한곳에서 대부분 관리하면서 사고 위험을 분산하지 못한 결과로 진단했다.
AI 기반 법·규제·정책데이터 플랫폼 기업 코딧의 정지은 대표는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이중·삼중으로 데이터 백업이나 미러링이 되기 때문에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질 일이 거의 없는데, 정부는 '온프레미스'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프레미스는 자체 구축한 서버를 통해 데이터를 운영·관리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상화된 서버를 이용하는 클라우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온프레미스는 데이터 보안을 높이고 맞춤형 설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기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보안 책임을 직접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정 대표는 "이번에는 대전센터에 불이 났기 때문에 해당 센터만 문제가 됐지만, 쓰나미가 덮치는 등 광범위한 재난·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무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은 해외 클라우드를 이용해 여러 나라에 데이터를 분산시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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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당시 영상 공개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당시 배터리팩에서 불꽃이 갑작스럽게 튄 후 연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에서 제공한 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당시 CCTV 영상 캡처. 2025.10.14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 제공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정부는 작년부터 국정자원 대구센터에 민관협력형(PPP) 클라우드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데이터 범위를 정해 외부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의견이다.
송석현 국립경국대 디지털 ICT공학과 교수는 "민관협력 모델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민간 클라우드 이용 시 데이터 보안이 담보돼야 한다. 보안 등급 '중·하'를 중심으로 시스템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클라우드 이용 시 정보 보안을 위해 국가정보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국가망 보안체계'(N2SF·National Network Security Framework)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N2SF는 기관별로 정보 보안 등급을 매기는 기존의 체계에서 벗어나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체계"라며 "이를 통해 기밀성 데이터에는 강한 통제를, 오픈 데이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통제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럴 경우) 행정기관 업무 PC에서 생성형 AI나 외부 클라우드를 이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보안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 AI위원회 '옥상옥' 우려…"강한 리더십·민간 전문가 의견 적극 수용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IT 인프라를 재점검하고, 디지털 정부를 넘어 AI 정부 시대 청사진을 제시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AI 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물음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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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9.8 superdoo82@yna.co.kr
송석현 교수는 "이미 행안부와 과기부 등 중앙부처가 맡은 역할이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권한이 없는 AI 위원회는 자칫 잘못하면 옥상옥(屋上屋)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AI 위원회가 힘을 받으려면 통합적 추진 체계를 마련하고, 법령 개정을 통해 위원회에 시스템 인프라 예산 편성 및 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대표 역시 "지난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보위원회가 있었지만, 행안부와 과기부 등 각 부처가 회의 때 모여 상황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느냐"며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국가 IT 인프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장기적 관점으로 AI 정부 정책을 끌고 갈 주체가 필요하다"며 "행안부와 과기부에서 직원을 파견해 상시 기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AI 위원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IT전문가인 민간 위원들의 제언이 실제 정책 집행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는 "공무원들은 IT전문가가 정책에 개입하도록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서 "IT기술에 문외한인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민간 전문가가 자문위원 자격으로 들어가도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IT전문가를 등용하는 등 하향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흥열 교수는 "AI 위원회는 정책을 집행하는 실무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위원회에 소속된 각 부처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며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통령실이 중심 역할을 잘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중단된 정부 전산망에 대한 복구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3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민센터에 IC주민등록증,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등 일부 민원사무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30 ondol@yna.co.kr
2025-10-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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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당시 영상 공개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당시 배터리팩에서 불꽃이 갑작스럽게 튄 후 연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에서 제공한 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당시 CCTV 영상 캡처. 2025.10.14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실 제공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2025-10-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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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9.8 superdoo8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