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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짜장면 사주겠다며 아저씨가 여고생 성추행하고 치근덕"

송고 2025년10월23일 06시01분

세 줄 요약

보육원 출신 김샛별, 박한솔 씨, 현재 보육원에 살고 있는 이은별 양의 공동 인터뷰 기사는 내용이 많아 4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나는 2007년에 태어났고, 7개월 만에 B 보육원에 왔다.

의붓아빠가 나의 친엄마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바람에 내가 보육원에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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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영
윤근영기자

"보육원 여교사가 남자아이 씻겨준다면서 성추행 했다"

"보육원측 성폭력 대응 미흡"…보육원 출신들 피해증언

[※ 편집자 주= 보육원 출신 김샛별(가명), 박한솔(가명) 씨, 현재 보육원에 살고 있는 이은별(가명) 양의 공동 인터뷰 기사는 내용이 많아 4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첫 번째로 주로 보육원생들의 성폭력 피해를 다뤘습니다. 2∼4번째 기사는 구타 피해와 생활에서의 여러 피해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실명과 사진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도 참여했습니다.]

"고아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라"
"고아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라"

2020년 충북희망원 아동학대 사건 발생 당시 이 아동보육시설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원생들 [고아권익연대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보육 교사가 7살 남자아이를 씻겨 주면서 성추행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보육시설의 남자 중학생이 여자 후배를 성추행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 1학년 남자아이가 동급생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자동차 운전면허학원 강사 아저씨가 보육원의 여고생을 추행하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이 보육원의 여고생을 추행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B 보육원 출신 김샛별(24.가명), 박한솔(24.가명) 씨와 현재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이은별(18.가명) 양 등 여성 청년 3명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사례다.

인터뷰는 10월 5일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진행됐다. 인터뷰에는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도 참여했다.

이들 고아 청년은 인터뷰에서 "보육원 아이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보육원 측이 철저히 대응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성폭력 방치는 또 다른 피해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고아들의 성폭력 피해는 극히 일부만 드러난다"면서 "대부분의 고아가 직접적인 성폭행 피해는 숨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우리 단체는 보육원 측, 해당 지자체 등에 강력히 항의하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육원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단 수용시설을 없애고, 가정위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근원적으로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서 고아 발생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아 청년들과 함께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고아 청년들과 함께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윤근영 기자 촬영]

-- 보육원에는 언제, 왜 가게 됐나.

▲ (김샛별) 엄마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빠와 동거하다 나를 낳았다고 한다. 엄마는 남동생이 태어난 후에 사라졌고, 우리 남매는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때 내 나이 만 3세였다. 아버지는 심한 조현병을 앓고 있어서 우리를 돌볼 수 없었다.

▲ (박한솔) 엄마와 아빠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낳았다. 당시 아빠는 지방국립대 법학과 출신으로 사법고시를 준비 중이었는데, 내가 태어나자 도망갔다고 한다. 엄마도 나를 할머니 집에 맡겨놓고 떠나버렸다. 나는 만 3살 때인 2004년에 보육원에 들어왔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를 본 적이 없다. 엄마 대신에 할머니가 나를 키우다 보육원에 맡겼다. 할머니가 유방암에 걸려서 더 이상 나를 돌보시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보육원에서 퇴소한 지 5년 됐다.

▲ (이은별) 나는 2007년에 태어났고, 7개월 만에 B 보육원에 왔다. 의붓아빠가 나의 친엄마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바람에 내가 보육원에 왔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는 의붓아빠가 거짓 신고한 것이라고 말한다. 친아빠는 버스 기사였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만 봤다.

-- 은별 양은 너무 갓난아기 시절에 부모로부터 분리된 듯하다

▲ 4살 때 엄마가 나를 보러 왔다. 나는 대성통곡하다 기절까지 했다고 한다. 보육원의 000 선생님이 친엄마인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와서 엄마라고 하니 무서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여전히 같은 보육원에 살고 있다. 내년에는 대학에 진학해 요리 분야를 공부할 생각이다.

"반인륜적 고아산업 철폐하라"
"반인륜적 고아산업 철폐하라"

2025년 5월 5일 어린이날, 고아산업과 집단수용시설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과 고아들. [고아권익연대 제공]

-- 본인들은 보육원에서 여러 가지 학대를 받았다고 했는데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나.

▲ (박한솔) 나는 고교 시절 보육원 근처의 자동차 운전 학원에 다녔다. 보육원 측이 퇴소 전에 1종이든 2종이든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운전학원이 고아들을 지원해주는 것이어서 수강료는 무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도로 주행을 마쳤을 때는 이미 깜깜한 밤이었다. 교육용 자동차 안에는 나와 운전학원 강사 아저씨 두 명밖에 없었다. 그 차량은 주차됐고 나는 이제 차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 강사 아저씨는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내 손을 잡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내 손을 끌어서는 자기 허벅지에 올려놨다. 이상한 행위여서 그의 손을 뿌리쳤다.

-- 그 아저씨는 왜 그랬나.

▲ (박한솔) 그건 나도 모른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환한 대낮에 운전 강습을 하면서 "한솔아, 너는 축구도 잘하고 멋있어서 좋다. 아저씨가 짜장면 사줄게"라고 했다. 내가 퇴소한 이후에도 그 아저씨는 나한테 문자를 보내서 "이번 토요일에 짜장면 사줄 테니 나오라"고 했다. 나는 응하지 않았다. 여러 명이 아닌 1대 1로 만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본인이 축구 잘하는 것을 운전학원 강사가 어떻게 아나.

▲ (박한솔) 나는 보육원 운동장에서 맨날 축구했다. 지금은 머리가 짧지만, 당시는 매우 길었다. 여자아이가 축구를 매일 하니 눈에 띄었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도 나를 알았다. 운전학원은 보육원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 강사도 내가 축구하는 것을 봤을 것이다. 그는 실제로 "내가 너를 안다. 맨날 지나가면서 너를 본다"고 했다.

-- 이 이야기를 보육원 측에 했나.

▲ (박한솔) 내가 보육 선생님께 이야기했다. 이렇게 1대 1로 연락이 오면 지적(知的)으로 부족한 아이들은 피해를 입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 (조윤환 대표) 운전학원 강사의 이런 행위는 처음이 아닐 것이다. 보육원 내 다른 피해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보육원들 사례를 보면, 자원봉사자들이 보육원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1950년대 고아원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1950년대 고아원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1953년 2월 12일 프란체스카 여사가 고아원을 방문해서 고아들에게 밥을 떠먹여 주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외부인들의 성폭력이 또 있었나.

▲ (박한솔) 중고교 시절에 나이가 많은 외부 봉사자한테 축구를 배웠다.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분은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기를 원했다. 특히 둘만 있을 때 오빠라는 말을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이런 일을 모두 보육원의 어떤 선생님께 알렸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네가 오해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보육교사들도 있는 자리에서도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다면 모르겠는데, 단둘이 있을 때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선생님은 여전히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나는 다른 여자 선생님께 이야기했는데 그분은 "그러면 축구를 그만두라"고 했다. 그 여선생님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이다.

-- 본인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나.

▲ (박한솔) 축구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인데 "쌤"이라고 부르는 게 우리한테는 익숙하다. 그런데 그분은 오빠라는 말을 사용하라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역겨움을 느꼈다.

-- 자원봉사자들이 이러는 경우가 종종 있나.

▲ (조 대표) 그렇다. 이런 일은 다른 보육원에서도 나타난다. 보육원 아이들은 무료 지원과 후원 등을 받고 있어서 저항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 외부인에 의한 또 다른 성폭력 피해 사례가 있나.

▲ (박한솔) 고등학교 시절에 보육원 내에서 어떤 회의가 열렸다. 예산 관련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보육원생들을 대표해서 그 회의에 참석했다. 보육원의 사무국장님, 보육 선생님도 회의장에 있었고, 내가 모르는 어떤 공무원도 참석했다. 그런데 회의가 끝나고 문밖으로 나올 때 그 공무원이 바로 뒤에서 내 엉덩이를 심하게 움켜쥐었다. 그 순간 나는 놀랐다. 엉덩이를 토닥여도 문제인데, 그 정도가 심했다. 당시 나는 트레이닝복(운동복) 차림이었다. 그분은 여성이었다.

-- 그 공무원은 왜 그랬나.

▲ (박한솔) 나도 모른다. 충격적이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보육원 선생님께 그 일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은 "그런 일이 있었냐? 난 몰랐다"고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가해 당사자한테 아무런 항의도 없었고, 그분이 속한 조직에 어떤 조치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한강대교 위에서 고공 농성하는 고아 송준영씨
한강대교 위에서 고공 농성하는 고아 송준영씨

2025년 6월11일 서울 한강대교 아치 위에 오른 보육원 출신 송준영 씨가 과거 보육원에서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배상과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삶] 인터뷰에서 4살 때부터 3년간 고아원의 여자 보육교사한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진]

-- 여자 보육교사가 남자아이를 성추행한 일이 있다고 했는데.

▲ (박한솔) 은별이의 친오빠 이한돌(가명)도 보육원에서 함께 살았다. 여자 보육교사가 한돌이를 씻겨주면서 중요 부위를 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한돌이한테 직접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스피커폰으로 통화할 테니 들어보자.

▲ (이한돌 스피커폰) 내가 7살 때였다. 여자 보육교사가 나를 씻겨줬는데 성추행에 가까웠다. 그 선생님은 몸 터치를 했고, 내 중요 부위를 만지작거렸다. 나를 자기 무릎에 앉혀놓고 씻겼다. 이렇게 끌어안은 채 씻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7살이면 혼자서도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 일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 선생님은 나보다 덩치가 큰 형들도 그렇게 씻겼다.

-- 이 보육교사의 행위를 성폭력이라고 봐야 하나.

▲ (조 대표) 당연히 성폭력이다. 나는 4명의 아이를 두고 있는 아빠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씻기지 않는다.

▲ (이한돌 스피커폰) 또 다른 일도 있었다. 아이는 소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보육 선생님은 내가 소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여자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옷을 벗겼다.

"100만 고아분들의 피해에 대해 전수 조사하라"
"100만 고아분들의 피해에 대해 전수 조사하라"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가 국회 앞에서 보육원에서 있었던 성폭력, 고문 학대, 강제노동 전수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아권익연대 제공]

-- 보육원 언니들의 성폭력은 없었나.

▲ (이은별)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중학교 언니와 함께 단둘이서 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언니가 성적 행위를 요구했다. 나는 그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았다.

▲ (박한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거실에서 잠자기 위해 다른 원생들과 거실에 누워 있었다. 전등도 꺼진 상태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 언니가 나한테 딥 키스를 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5분가량 지속했던 것 같다. 나는 그게 뭔지 몰랐고, 당황스러웠다.

-- 보육원 선생님들한테 알리지 않았나.

▲ (박한솔) 나는 그걸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다른 아이들도 그 언니한테 그런 일을 당했다.

▲ (조 대표)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당하면 신고하지 못한다.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낮고, 수치심을 느끼기보다는 "이게 뭐지?"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여자 원생들이 남자 원생들로부터 성폭행당한 일도 있었나.

▲ (이은별)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나보다 1살 더 많은 보육원 남자 선배가 놀이터에서 내 가슴과 중요 부위를 만졌다. 사랑한다면서 그런 행위를 했다. 나는 보육원 측에 바로 이야기했고, 인근 대학병원 해바라기센터에 보내졌다. 나는 그 센터에서 상담받았다. 그 남자 선배는 다른 보육원으로 옮겨갔다.

-- 피해자가 본인 1명이었나.

▲ (박한솔) 다른 피해자들이 추가로 있다. 은별이 이전에 2명의 다른 여자아이들도 비슷하게 성추행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2명 중 1명은 초등학생이었다. 그 초등생 아이가 성추행당했다고 말했는데도 보육원 선생님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STOP 고아산업, 아이는 상품이 아니다'
"STOP 고아산업, 아이는 상품이 아니다'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와 회원들 [고아권익연대 제공]

-- 보육원 내부의 다른 성폭력 사례가 있다면.

▲ (박한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1학년 여자아이가 화장실에서 남자 동급생에게 성추행당한 일이 있었다. 피해를 본 아이가 나한테 와서는 보육 선생님께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내가 보육 교사한테 말했더니 가해자는 불려 갔고, 그의 어머니도 보육원으로 호출됐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 남자아이의 머리에 꿀밤 때리는 것으로 끝냈다.

-- 그 아이는 왜 보육 선생님께 이야기하지 않고, 보육원 언니한테 말했나.

▲ (박한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피해를 봐도 선생님들한테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말을 하더라도 먼저 보육원 언니들한테 이야기한다. 어린아이들조차도 보육원 선생님께 말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이 남자아이의 추가 성추행은 없었나.

▲ (박한솔) 그 아이는 성장해서 중학생이 됐다. 8월 어느 날 밤에 그 남자아이는 여자 방에 몰래 들어가서 성추행했다. 그날은 별똥별이 떨어진다고 해서 많은 아이가 새벽 2시까지 운동장에 돗자리 깔고 앉아 있었다. 이때 그 남자아이가 잠자는 여자아이의 몸을 만졌고, 놀란 여자아이가 나한테 와서는 가해자의 인상착의를 말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금방 확인됐다.

-- 그래서 어떻게 됐나.

▲ (박한솔) 그 남자아이는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내가 인상착의를 토대로 추궁했더니 결국은 추행을 인정했다. 그리고 선생님들한테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즉각 선생님께 이야기했고, 그 남자아이는 친엄마한테 보내졌다. 당시 그 아이는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나 친엄마는 있었다. 나는 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추행했을 당시 보육원 측이 강하게 조치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답변하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회색 재킷)
국회에서 답변하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회색 재킷)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5년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조 대표는 이들 고아 청년이 성폭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사실이라고 생각하나.

▲ (조 대표) 증언 내용은 사실이라고 판단한다. 본인들이 경험한 내용이 아니면 이렇게 상세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이 보육원에서는 성추행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성폭행(강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 (조 대표) 여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직접적인 성폭행 피해에 대해 잘 말하지 못한다. 이번에 이들 청년이 말한 것은 보육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가운데 일부일 것이다. 이들이 보육원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 원생들은 남자아이들 방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모른다.

-- 실제로 보육원에서는 성폭력이 훨씬 많다는 것인가.

▲ (조 대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보육원은 그나마 덜한 편이다. 상당수 보육원에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 보육원에서 성폭력이 여전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조 대표) 성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 수용시설이 지속되고 있고, 부모가 없으니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사랑을 받고, 욕구 통제 훈련을 받는 가정적 환경이 안 된다는 것도 원인이다.

-- 어떻게 해야 하나,

▲ (박한솔) 보육원 측은 무슨 일이 발생하면 무조건 덮는 경향이 있다. 가해자에게 주의를 주는 정도로 끝내려 한다. 이런 식으로 약하게 처리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 (조 대표) 근원적으로는 집단 수용시설을 줄여 나가고, 가능하면 가정위탁으로 돌려야 한다. 고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끝)

보육시설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아동복지협회 로고
보육시설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아동복지협회 로고

[SNS 캡처 사진]

<B 보육원 원장의 입장>

[ ※ 편집자 주= 연합뉴스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삶]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의 주장에 대해 해당 보육원 원장에 의견을 요청했습니다. 다음은 해당 보육원 원장이 보내온 내용을 압축한 것입니다.]

연합뉴스 [삶] 인터뷰에 참여한 본 기관 출신 청년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오래된 내용이어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본 기관은 개별경험에 기반한 주장을 객관적 사실로 판단하고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는 데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본 기관은 성(性) 문제가 발생했다고 인지가 되면 바로 상담하고 관련 기관과 소통해서 최선의 적극적인 조처를 했습니다.

저학년 아동과 고학년 아동 간에 있었던 문제와 외부 활동 시에 있었던 문제들이 사실이라면 그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입니다. 외부 활동 시 문제가 발생하여 본 기관이 인지하면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 본 기관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령과 정부의 지도와 감독 아래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체 종사자 대상 인권 및 성폭력 예방 교육 의무화, 아동고충처리 창구 및 외부 감사 운영, 학대 등 위법행위 발생 시 경찰 및 행정기관에 즉시 보고, 학대 발생 시 아동 즉시 분리 보호 조치 및 내부 인사 조치 등과 같은 예방과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보육 교사인 생활지도원들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므로 24시간 내내 모든 아동에게 어떠한 일이 발생하였는지 전부 알 수 없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실에 관해서는 내 아이처럼 또는 그 이상으로 사랑을 갖고 관련 규정이나 지침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조치하고 훈육하여 왔습니다.

본 기관은 무엇보다 아동의 인권과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동의 양육환경이 보다 안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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