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승인하는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한국이 "현명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르 장관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 팔레스타인 지위에 대한 논의의 최종적인 단계에서 다뤄질 사안으로, 현재 거론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르 장관은 휴전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민간인을 처형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자지구의 비무장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르 장관은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에 따른 합의 2단계 이행에 협력할 것이라며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사르 장관과 일문일답.
-- 복잡했던 휴전 협상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는데.
▲ 이스라엘은 전쟁 중 목표에 전념한다고 말했지만, 정치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항상 선호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납치한 인질을 이용하고자 했다. 권력을 유지하고, 무기를 계속 사용하고, 가자를 사실상 지배하기 위해 '인질을 넘겨주는 대신 가자에서 철군하라'며 흥정 카드로 활용했다. 그 입장이 바뀐 데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에 진입하면서 생긴 강력한 군사적 압력,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랍·이슬람권 국가들과 연합을 구성해 하마스에 가한 정치적 압력 등 두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 이스라엘 시민들 사이에서 휴전 합의에 도달하도록 이끈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
▲ 그는 이스라엘에서 항상 인기가 높았고, 첫 임기 때부터 항상 이스라엘의 좋은 친구였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인기가 높다는 말은 맞다.
--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일화가 있다면.
▲ 약 2주쯤 전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 구상에 내놓은 '최종 답변'에 몇가지 유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나는 그것을 읽고 긍정적인 답변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긍정적 반응으로 보고 거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는 매우 현명한 협상 방식이었다. 그는 때로는 기회를 활용하기도,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독특한 방식이다. 또 정치적인 것들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다. 나는 이 합의가 우리 중동 지역에 절실히 필요한 안정에 계속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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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평화 정상회의서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샤름엘셰이크[이집트]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의 뒤로 유럽과 중동 정상들이 서있다. 2025.10.13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에 불참한 것을 놓고 튀르키예, 이라크 등 주변국이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있다.
▲ 아니다. 이는 어느 나라의 입장과도 관계없다. 13일 아침 네타냐후 총리는 정상회의에 초청받았지만 그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이 예정보다 길어졌고, 특히 그를 위한 크네세트(의회) 본회의가 길어졌다. 총리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 가면 그날 저녁 시작되는 성스러운 명절(심하트토라)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성스러운 명절과 유대교 전통을 지키기 위해 정상회의에 불참한 것이다.
-- 하마스의 인질 시신 송환이 늦어지고, 무장해제 관련한 잡음이 나오면서 휴전 이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 그들이 시신 반환과 관련해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에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하마스가 지금까지 돌려보낸 것보다 더 많은 이스라엘 인질 시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마스는 시신을 제대로 반환해야 한다. 또 사진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마스가 (휴전 이후) 민간인을 주저없이 처형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정말 끔찍하다. 어제(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 합의가 상호주의적이며 조건부라는 것도 분명하다. 가자지구가 비무장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합의를 이행할 수 없다. 가자지구의 비무장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필수적이다. 우리가 이런 점들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모든 것이 성공하고 일이 진전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트럼프 계획'의 모든 부분을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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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인질 장가우커와 기뻐하는 가족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스라엘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정책이 휴전 합의 이행과 평화 정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있다.
▲ 이는 일방적이면서도 현실을 균형감있게 읽지 못하는 말이다. 당신이 '서안'이라고 지칭하는 곳을 나는 성경적 표현대로 '유대와 사마리아'라고 부르겠다. 이곳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당국이 협정을 위반하고 불법적으로 영토를 점거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유대인들은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계속 살 것이다. 유대인들이 옛 조국의 요람에서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내놓은 평화 계획에도 어떤 이든 고향에서 쫓겨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 명시됐다. 우리는 누구도 고향에서 쫓겨나지 않고 모두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합의가 계속 이행되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건이라는 과제가 이어진다.
▲ 이스라엘은 2단계 합의 이행에 협력하겠다. 하지만 계획 자체에 따른 이행은 조건부이며, 양측 모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스라엘은 이번주 초부터 인도적 지원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재건은 비무장화, 군축 등 다른 과정과 연계돼야 한다. 과거 우리가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했던 특정 자재는 테러용 터널을 건설하는 데에 쓰였다. 앞으로 같은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 조현 한국 외교장관은 "두 국가 해법 실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시점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말처럼 이는(팔레스타인은) '가상의 국가'일 뿐이다. 한국이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이 매우 현명했다. 프랑스나 영국 등이 이른바 승인한 것은 (휴전에 이르는) 그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프랑스 등에 동참하지 않은 한국이나 싱가포르는 매우 현명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이 (평화)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길, 미국의 움직임에 의존해야만 한다. 국가 지위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오슬로 협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논의하도록 한 다섯 가지 주요 사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미리 다루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로, 중동의 미래 평화에 다다를 가능성을 줄이게 될 것이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약속을 어기면서 테러리스트와 그 가족들에게 (유대인) 살해에 대한 돈을 지급하고, 학교 등 교육 체계 안에서 이런 자극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국가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 이후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며, 어떤 상황의 진전도 우리나라의 안보를 해칠 수 없도록 확실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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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박에 탔던 한국인 김아현씨가 지난 8일 이스라엘 당국에 나포됐다가 이틀 만인 10일 자진추방 형식으로 출국했다. 이 과정에 한국 당국과 어떻게 소통했나.
▲ 한국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인들이 이 여성이 석방되고 모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도 그런 권리를 침해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여러분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함대'라는 것은 이스라엘에 해를 끼치고 정통성을 박탈하기 위한 선전과 홍보용이다. 이런 도발에는 유감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는 합법적으로 이뤄진다. (나포 등) 모든 일을 법에 따라 진행했고, 김씨의 추방 과정에서도 국제·국내법을 준수했다. 우리는 한국처럼 자국민을 걱정하는 모든 정부를 존중하며 모든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