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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3.0] 라힐 "한국은 제 꿈을 펼치게 해준 고마운 나라"

송고 2025년10월13일 21시46분

세 줄 요약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 한국거주 16년째인 아마도바 라힐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2008년 한국에 온 뒤 다문화 강사·서울시 명예시민·법무부 사회통합 이민자 멘토·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 참여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해 온 여정을 또렷한 목소리로 짚었다.

라힐은 다문화 정책의 '빈구석'을 정보 접근과 언어 지원에서 찾았다.

실제 그는 육아기 문화충돌과 돌봄 공백을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해소했다며 다문화 부모가 서로 연결되고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공간이 정책의 첫 단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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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출신 서울시 명예시민·법무부 이민자 멘토·여가부 다문화가족 위원

"다문화 정책 초점, 부모서 아이·청소년으로…다문화 2·3세, 양국 잇는 문화대사로 키워야"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 한국거주 16년째인 아마도바 라힐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 한국거주 16년째인 아마도바 라힐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 한국거주 16년째인 아마도바 라힐이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 10. 13.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국은 저에게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나라입니다. 다문화 2·3세에게 언어와 문화의 '두 날개'를 달아주면 이들은 자연스레 양국을 잇는 문화대사가 됩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 한국거주 16년째인 아마도바 라힐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2008년 한국에 온 뒤 다문화 강사·서울시 명예시민·법무부 사회통합 이민자 멘토·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 참여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해 온 여정을 또렷한 목소리로 짚었다.

그는 "명예시민은 그간의 기여를 인정받은 타이틀일 뿐 정책 참여는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 참여회의 위원으로 했다"며 "장관과 관계자 앞에서 다문화가족 현실을 외국인·당사자 관점에서 직접 제안하는 자리가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의 무게중심을 "부모 중심에서 아이·청소년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힐은 다문화 정책의 '빈구석'을 정보 접근과 언어 지원에서 찾았다.

"한국어를 잘하는 분들은 제도·서비스를 능숙하게 활용하지만, 언어가 약한 분들은 필수 정보조차 놓칩니다. 각 지자체의 무료 한국어 교육, 육아·정착 지원 프로그램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카카오톡 등 생활 플랫폼과 연계한 통합 알림·접수 시스템을 갖추면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 그는 육아기 문화충돌과 돌봄 공백을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해소했다며 다문화 부모가 서로 연결되고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공간이 정책의 첫 단추라고 덧붙였다.

2023 서울시 명예시민증 수여식
2023 서울시 명예시민증 수여식

(서울=연합뉴스) 2023년 12월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명예시민증 수여식에서 아마도바 라힐(오른쪽)이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고 있다. [아마도바 라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법무부 이민자 멘토로서 그는 결혼이민자·유학생·근로자 등 다양한 배경의 외국인과 사례를 나누고, 해결이 어려운 민원은 제도 개선 채널에 전달한다.

"16년 살아본 선배의 시행착오가 곧 교과서입니다. 같은 문제라도 '어떻게 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눈빛이 달라집니다."

문화적 적응을 묻자 그는 '언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처음엔 음식·언어 장벽이 컸어요. 도서관에서 한국어 동화책을 빌려 모국어로, 아제르바이잔 동화는 한국어로 번역하며 1년을 버텼죠. 매일 첨삭을 받으니 글쓰기가 달라졌고, 석사 논문 때 '외국인 같지 않다'는 평가도 들었습니다."

아직도 돼지고기·일부 해산물은 못 먹지만 먹을 수 있는 것부터 익숙해지며 적응했다고 한다.

그는 2023년 '다문화 어워즈' 대상 수상 이후 공공기관 강의와 미디어 인터뷰 요청이 늘었다고 했다. "상만큼 책임도 커졌습니다. 다문화 담론을 '우리 동네 이야기'로 풀어야 변화가 옵니다."

대한민국 다문화 어워즈, 결혼이민자 부문 대상 아마도바 라힐 씨
대한민국 다문화 어워즈, 결혼이민자 부문 대상 아마도바 라힐 씨

(서울=연합뉴스) 2023년 10월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다문화 어워즈, 결혼이민자 부문 대상을 차지한 아제르바이잔 출신 아마도바 라힐(오른쪽) 씨가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다문화 페스타 사무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라힐은 2019년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국인 객원 해설사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사를 4개 국어로 소개한다. "전쟁을 겪고 짧은 시간에 도약한 한국의 경험은 난민 배경이 있는 제 삶과 맞닿아 있어 더 깊이 전할 수 있어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알림단'으로 해외 사이트의 한국 관련 오기(국토·온돌·한복 표기 등)를 바로잡은 일도 조용하지만, 확실한 보람으로 꼽았다.

라힐의 개인사는 한국 사회의 그늘과 빛을 동시에 비춘다. 코로나19 시기 출산·육아를 혼자 감당하며 엄마의 손길이 가장 그리웠다고 털어놓았고, 양육 방식·정체성 차이로 부부 갈등도 겪었다고 했다. 그는 "예민해진 마음을 인정하고 대화의 규칙을 만들며 돌파구를 찾았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경험한 편견 사례도 전했다.

"대도시는 교육과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외곽 지역엔 아직 상처를 주는 말과 시선이 남아 있습니다. 직장·학교·지자체의 생활밀착형 다양성 교육이 더 멀리, 더 촘촘히 가야 합니다."

정책 제언은 구체적이다. 첫째, 유학생의 '정착 사다리'를 좀 더 치밀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학위 후 취업 준비 비자가 있어도 한국 조직 문화를 모르면 오래 버티기 어려워요. 사회통합프로그램에 '한국형 조직문화·직장 커뮤니케이션' 모듈을 넣고, 현장형 인턴·멘토링을 연계하면 연착륙 확률이 커집니다."

둘째는 다문화 아동·청소년 지원의 단계화다.

"언어·정체성·진로를 묶은 패키지형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정보 접근성의 대수선. "지자체·부처에 흩어진 안내를 생활 플랫폼에서 '내 동네 맞춤'으로 묶어줘야 합니다."

제78주년 광복절 기념 좌담회서 라힐(왼쪽서 5번째)
제78주년 광복절 기념 좌담회서 라힐(왼쪽서 5번째)

(서울=연합뉴스) 2023년 8월 16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진실과 상식으로의 귀환 제78주년 광복절 기념 좌담, 원로부터 미래세대까지'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김윤후, 강수경 문화체육관광부 MZ드리머스, 독립유공자 윌리엄 린튼의 증손 데이비드 린튼 한동대 교수, 아마도바 라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객원해설사,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 손병두 자유와 창의 교육원 석좌교수, 김영민, 임다연 문체부 MZ드리머스, 최수지 문화체육관광부 청년보좌역.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업가로서의 계획도 분명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코레버컴퍼니'는 한국 문화를 튀르키예·아제르바이잔 등에 소개하는 콘텐츠·교류 사업을 펼친다. 그는 "이스탄불 K-팝 공연이 큰 호응을 얻었다"며 "다음 목표는 바쿠 공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중동·캅카스 진출을 돕는 컨설팅도 병행한다. "주변 시장이 포화한 지금, 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는 여전히 블루오션"이라며 "현지 네트워크와 문화 이해를 연결하면 길이 열린다"고 전했다.

라힐은 현재 영주권자다. 본인을 대표하는 호칭을 묻자 "다문화 강사이자 '코레버컴퍼니' 대표, 아제르바이잔 홍보대사"라며 "상황에 맞게 불러달라"고 웃었다.

무엇보다 그는 '다문화 2·3세'에게 미래를 건다.

"아이에게 아제르바이잔어·한국어·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두 문화를 '둘 다 내 문화'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들은 자연스레 다리(bridge)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며 "한국이 제게 그랬듯, 저도 한국과 아제르바이잔을 잇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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