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고위인사를 안방인 평양으로 초청해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감이 붙은 그가 외교적 고립에서 본격적으로 탈피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베트남과 라오스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로까지 외교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북한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베트남의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양자회담을 했다.
베트남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찾는 것은 2007년 농 득 마인 당시 공산당 서기장 방북 이후 18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럼 서기장과 "협조 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확대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문제들과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서열 2위 리창 국무원 총리와도 만났다.
양측은 "친선협조 관계를 보다 폭넓고 전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호상 고위급 래왕과 전략적 의사소통,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문제"를 논의했다.
그가 방북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따로 만났다는 보도는 아직 없다. 하지만, 러시아 예술단의 경축공연을 관람하고 직접 무대에 올라 사의를 표하면서 러시아를 배려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저녁에는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개최된 당창건 80주년 경축대회에서 수만명의 주민들과 외국 귀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했다.
그는 주석단에 럼 서기장, 리창 총리, 메드베데프 부의장 등이 자리한 가운데 이뤄진 연설에서 "반드시 이 나라를 더욱 풍요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일떠세울 것"이라며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은둔의 지도자에서 벗어나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통해 다자무대에 데뷔한 김정은이 당창건 8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다자외교의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안보협력체 등 다자기구에 가입하는 등 활동 역량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北김정은, 방북 라오스 주석과 회담…"친선관계 더욱 발전"
특히 북한은 중·러를 넘어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는 분위기다.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따르면 북한과 베트남은 정상회담에서 양자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럼 서기장은 경제 협력 강화를 제안하고 경제 분야에서 베트남의 경험을 북한과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지역·국제 정세를 논의하고 유엔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간 포럼에서 서로 지지·공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하에서 양국의 경제협력 등 교류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 럼 서기장은 방북에 판 반 장 국방부 장관을 대동했다. 북한과의 국방·군사 교류는 대북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베트남마저 대북제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도 7∼8일 일정으로 방북했다. 그는 북한이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어기며 개발한 온갖 무기체계들이 진열된 무장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5'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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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인자'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북한 국빈방문
[VN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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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5/10/10 09:14 송고2025년10월10일 09시14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