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공동체 정신을 담은 반투어입니다.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더불어 미래를 찾습니다.
김영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래 사진의 움집이 어느 시대의 것처럼 보이는가. 국제개발협력 수업에서 이 사진을 보여주면 많은 학생이 선사시대를 떠올린다. 그럴 만하다. 땅을 파고 짚단을 둘러 만든 움집은 실제로 선사시대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사진은 필자가 2015년께 아프리카 최빈국 부룬디에서 직접 찍은 사진이다. 움집은 수도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어찌 보면 평범한, 부룬디 시골 마을의 흔한 주거 형태다. 임시 거주지가 아니다. 실제로 이 안에서 생활이 이루어진다. 집 내부에는 나무를 때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이 있다. 신생아를 비롯해 7명의 가족이 함께 잠을 잔다. 이런 곳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태어나자마자 폐가 망가진다. 환기되지 않는 곳에서 나무를 때기 때문이다. 운이 좋지 않은 아이는 5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운이 좋으면' 평생 만성 폐 질환에 시달리며 살게 된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목도한 절대 빈곤의 '진짜' 현장이었다. 이론이 아니라 현장을 알기 위해 지금까지 76개국 400여 도시를 돌아다녔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가장 못 사는 국가에 속하는 부룬디, 말라위, 모잠비크 등을 포함해 아프리카 20여개 국가를 연구했다. 이러한 긴 여정은 필자를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길로 이끌었다. 그 질문은 오랫동안 필자를 끊임없이 뒤흔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가난할까. 해답을 찾고자 정치학 박사로서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고 개발협력 현장에서
06-03 07:00이현정 한국수출입은행 대외협력기금(EDCF) 카이로 소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탄자니아, 가나, 이집트에 거주하는 동안 한국과 다른 문화적 차이를 겪었다. 인간은 자신이 자라온 문화적 환경 내에서 현실을 인식한다. 또 자신이 느끼는 현실이 '정확한 인식'이라 믿는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는 어떤 나라를 가도 겪기 마련이다. 한국과 다른 문화와 마주할 때 우리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생소한 문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식은 항상 주관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주재원으로 머물렀던 이들 나라와 한국을 전반적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이들 국가는 권력 간격이 한국보다 강하다. 권력 간격이란 한 사회에서 권력이 약한 사람이 권력 불평등을 인정하고, 이를 당연하거나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정도를 말한다. 권력·지위·돈·학력을 갖춘 이들이 우월적인 면을 남용해도 그에 대한 저항감이 한국보다 낮다. 탄자니아에서 지방 도시 출장 중 겪었던 일이다. 현지에서 운전기사와 차량을 빌려 상수도 청장을 면담하러 가는 길이었다. 교통경찰이 운전 기사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뒷좌석에 앉은 필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는 터무니없는 이유였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탄자니아 교통법규를 확인했다. 이어 교통경찰에게 탄자니아는 앞 좌석만 안전벨트가 의무 사항이고, 뒷좌석은 권고사항'이라는 법 조항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찰은 모바일 기기로 벌금 고
06-03 07:00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유럽행은 주로 튀니지와 리비아, 알제리 같은 소위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은 튀니지와 리비아가 '지중해 루트'의 통제를 강화한 이후, 아프리카 청년난민 유입은 많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EU가 2023년부터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국경관리를 강화한 이유로 재정 지원을 시작한 데 따른 결과다. 튀니지 정부는 EU의 재정지원을 받아들이고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EU와 튀니지는 불법이민 차단조건으로 10억유로(약 1조5천700억원)에 상당하는 재정지원을 하는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중해 루트가 차단당하면서 이들은 불법 이민자가 됐다. 이후 이들이 쫓겨간 곳은 주로 알제리, 니제르, 리비아 일대의 사하라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권 사각지대로 변모해가고 있다. 특히 알제리와 리비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니제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 지중해 루트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유럽을 향하는 아프리카 청년들의 이주는 서아프리카를 거치는 경로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서아프리카의 세네갈은 정국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면서 청년들의 난민행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청년이 유럽행의 기회만을 엿보며, 서아프리카 항로를 통해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고 있다. 세네갈에서는 이민, 특히 불법이민과 관련된 주요 문제가 경제·사회·정치적 요인 등이 작용한 구조적
05-29 07:00조준화 서울대 아시아-아프리카센터 선임연구원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나며, 트럼프발 외교가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선이 전통적 동맹이나 규범 중심에서 벗어나, '거래 중심'과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새로운 외교적 계산에 들어갔다. 아프리카 대륙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아프리카 외교 전략은 거래주의에 기반해 개별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선택과 배제의 논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아프리카 외교정책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주체적 파트너로서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내외적 정책은 아프리카 대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여전히 국제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개발처(USAID) 폐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아프리카 19개국에 대한 여행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도 유럽·아프리카사령부로 역할과 지위가 축소·통합되는 방향으로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간 외교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남아공은 2024년 말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또 남아공 국내 토지소유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토지수용법을 발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남아공을 정치적 적대국으로 간주하고, 주미 남아공 대사를 추방하
05-27 07:00이은별 고려대 언론학 박사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의 사계절도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은 재활용 수거장의 헌옷함이 가득해질 때다. 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기운이 스며들면, 옷장 한편의 해묵은 옷을 비워내는 것으로 다음 계절을 맞는다. 그렇다면 철 지난 헌옷 수거함의 옷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문득 2년 전,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마주쳤던 '현대ⅰ어린이집' 가방을 멘 현지인이 떠올랐다. 그는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메고선 걸어갔다. 어쩌면 수년 전 한국의 어느 아파트 단지 의류 수거함에 넣어진 한 아이의 가방이 만㎞ 이상을 날아 짐바브웨까지 오게 된 건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현지인이 중고 옷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다. 새옷보다 훨씬 저렴하고, 안목만 있다면 고급 글로벌 브랜드 제품도 건질 수 있다. 빈티지 패션이라는 그럴싸한 명분도 한몫한다. 시장뿐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판매상들이 좌판을 까는 곳이 곧 상점이 된다. 바람에 옷가지가 나부끼는 노상 옷가게는 필자가 지낸 짐바브웨 길거리의 흔한 풍경이다. 이러한 중고 옷을 짐바브웨에서는 현지어인 쇼나어로 '마베로'(mabhero)라 부르는데, 옷 꾸러미라는 뜻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옷들이 낱개가 아닌 한 더미에 약 50㎏ 정도의 커다란 뭉텅이로 수입되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서로 다른 명칭도 흥미롭다. '마베로'와 같은 의미로 케냐의 '미툼바'(mitumba), 옷더미 속
05-22 07:00김동석 국립외교원 교수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지난 겨울, 필자는 한국을 떠나 정반대의 계절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머물렀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끝자락에 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0시간 정도 걸리는 먼 나라다. 하지만 주요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생활하면서 남아공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택시 기사가 '오징어 게임 2' 빌보드를 보고 자신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 팬이라고 말했다. 출연 배우의 이름과 인상적 장면을 줄줄이 얘기하면서,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의 음식, 예절 및 놀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필자와 대화한 어떤 분은 오징어 게임이 너무 폭력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대장금과 같은 전통 사극이 취향에 맞는다고 얘기했다. 또 BTS, 블랙핑크 같은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한다며, 한두 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비행기 탑승 수속 과정에서 마주친 공항 직원은 친구가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고, 휴가철에 한국 방문을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약 1만3천㎞에 이르는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에서 한국은 생각보다 가까이 느껴졌다. 남아공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역내에서 K-문화 콘텐츠의 최대 시장이다. 드라마·영화·음악뿐 아니라 한국 음식, 화장품 등도 남아공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서 일하는 남아공 출신 영어 교사 수가 증가 추세다. 2024년 4월 기준, 전체
05-20 07:00박기태 반크 단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서커스단 코끼리 이야기가 있다. 성인 남자 10명을 거뜬히 들어 올릴 만큼 대단한 괴력의 코끼리가 유독 서커스단에 있으면 조그만 말뚝에 밧줄로 묶여 머리털 깎인 삼손처럼 아무런 힘도 못 쓰고 갇혀 있다. 그 이유는 코끼리가 아주 어렸을 때 서커스단의 조련사가 코끼리 발을 밧줄에 묶어 말뚝에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어린 코끼리는 말뚝에 묶인 밧줄을 끊어 버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을 쏟아 보지만 결국 힘에 부쳐 포기하고 만다. 이는 코끼리의 삶에 불가능과 실패라는 참담한 유년의 역사로 기록된다. 코끼리는 강력한 힘을 가진 어른이 되어서도 과거의 역사를 떠올리며 습관적으로 포기하고 만다. 미주와 유럽의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세계사 교과서에서 한국 역사는 마치 서커스단의 코끼리와 같다. 약 115년 전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을 침략하면서 식민 지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막고 식민 지배에 대한 국제적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한국 역사를 불가능과 실패의 역사로 연출 했다. 예를 들어 일제는 한국 역사의 시작은 중국의 식민지였다고 서술해 한국 역사는 곧 실패의 역사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일제는 한국의 역사와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식민 지배를 했다는 조작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후 전 세계 청소년들이 보는 세계사 교과서에 반영했다. 외교관도 아닌 평범한 청년이었던 필자는 우연히 대학교 4학년 때 미국의 청년들과 온라인상에서 교류하던 중, 한국 역사가 국제사회에 잘못 소개된 사실을 알
05-15 07:00: 두려움이 아닌 파트너십에 기반한 무역관계 재구축 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경쟁이 심화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조심스러운 태도에 빠지기 쉽다. 지정학적 긴장, 관세 리스크, 분열의 렌즈를 통해 글로벌 무역을 바라보게 되기도 쉽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관세는 과거의 유물이 아닌 경제적 압박의 수단으로 재등장했다. 글로벌 무역에 대한 기존의 가정들은 뒤집어졌다. 하지만 냉철하고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2025년은 전혀 다른 것을 제공해준다. 바로 무역과 파트너십의 작동 방식을 재건하고, 재구성하며, 새롭게 상상할 기회다. 이러한 성찰은 필자가 참여해 지난 4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남아프리카공화국 무역·투자 세미나'를 계기로 시작됐다. 한국과 남아프리카 간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춘 이 행사는 한국무역협회(KITA), 주한남아공대사관,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가 공동 주최했다. 한·아프리카재단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압사(ABSA) 은행, 법무법인 대륙아주 등이 후원했다. 이 행사에는 한국 기업, 개발 기관 및 아프리카 파트너사들의 고위급 대표들이 참석했다. 그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국과 아프리카 간에 더 깊이 있고 전략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모멘텀이 커지는 지금이야말로 이를 위한 최적의 시기라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 중 하나가 얼마 전 있었다. 바로 한국무역협회(KITA)가 아프리카 대륙 내 최초의 사무소를 요하네스
05-13 07:00김성수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 지난달 연합뉴스가 주최한 '아프리카 강제실향(난민) 해법 국제포럼'에 참가해 난민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현황과 대안까지 열띤 토의를 벌였다. 여기서 나는 적잖은 놀람과 숙고를 이어갔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고향을 떠나게 된 자들. 정착할 곳 없이 미래를 잃어버린 자들인 '아프리카의 난민'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2024년 9월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만 약 4천540만 명이 자국 내·외에서 강제 이주를 겪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난민 및 국내 실향민의 약 37%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은 찢긴 삶과 무너져 버린 공동체에서 신음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젊고, 가장 역동적인 인구 구조를 가진 대륙이 아프리카다. 그런데도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한데, 대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아프리카 국가 내 정치 불안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가장 피해가 큰 나라는 수단이다. 수단에서는 2023년부터 격화된 군벌 간 내전으로 인해 15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체 인구(5천100만 명)의 25%에 달하는 1천3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중 280만명 이상이 국외로 탈출했다. 나머지는 국내 실향민으로 남아 열악한 거주환경에 놓인 채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정부군과 M23 반군의 끊임없는 무장 충돌로 인해 현재까지 약 9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소말리아에서는 30년 가까이 지속되는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영향과 정치 불안으로 약 320만명이 집을 잃었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또 다른 난민 발생 요인은 기후 변화다.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 사헬 지역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사막화가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약 3천300만명이 기후 재난에 노출됐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생계 수단을 잃고 임시거처를 찾아 떠돌고
05-08 07:00이은별 고려대 언론학 박사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세계지도를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한 나라가 완전히 다른 나라 안에 둘러싸인 영토를 세 군데 찾을 수 있다. 바로 이탈리아 내의 산마리노와 바티칸 시국,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중동부 지역의 레소토다. 레소토는 한국의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를 합친 정도의 면적을 가졌다. 사하라 이남에서 유일한 스키 리조트인 아프리스키(Afriski)가 있는 해발 1천400m 이상의 고산 국가다. 또한, 레치에 3세(Letsie Ⅲ) 국왕을 둔 입헌군주국으로 인구의 99% 이상이 바소토(Basotho)인으로 민족적 동질성이 높다. 레소토는 이처럼 독특한 지리적 환경과 통일된 문화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연일 온 세상을 들썩이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미·중 갈등은 차치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50%의 관세를 적용받은 것이다. 레소토와 함께 남아프리카관세동맹(SACU) 회원국인 남아공(30%), 섬유 및 의류 수출 강국인 마다가스카르(47%)와 모리셔스(40%) 역시 고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광물 채굴장비, 섬유기계, 중고차 등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대한 징벌적 관세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살벌한 세율만큼이나 레소토 사회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섬유와 의류 수출중심의 취약한 경제 구조로 대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레소토 내 리바이스(Levi's), 랭글러(Wrangler) 등 글로벌 데님 브
05-01 07:00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우리 정부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전에도 아프리카와 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6년 11월 '상호이해 증진과 새로운 협력관계 및 발전방안'을 위해 제1차 한·아프리카 포럼(Korea Africa Forum·KOAF)을 하고, '2006 서울 선언' 이후 2022년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KOAF를 열었다. 경제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경제개발 경험 전수, 자원개발 협력, 국내기업의 시장진출 지원 등을 위해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rea Africa Economic Cooperation : KOAFEC) 장관급 회의를 2006년부터 진행해 2023년 부산에서 제7차 회의가 열렸다.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구축해온 아프리카와의 협력관계를 교류와 협력의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 성장, 지속 가능성, 그리고 연대'라는 주제로 지난해 6월 4일부터 5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정상회의는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제적·전략적·지정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對)아프리카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지난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새로운 대(對)아프리카 전략 수립을 위해 주요 강대국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을 고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국내의 여론과 반(反)프랑스 정서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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