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33만명 분석…"관상동맥질환·뇌출혈·운동부족도 주요 위험 요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나이가 들수록 두려운 질환 중 하나가 치매다. 그러나 대부분의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처음엔 단순 건망증처럼 보이지만,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지고도 일상생활은 그럭저럭 유지되는 상태를 거친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상태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10명 중 1∼2명이 대표적 난치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으로 악화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가 생겼을 때 이 단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치매로의 전환을 막는 핵심이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서 한국인에게 경도인지장애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하는 위험 요인들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2006∼2015년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경도인지장애 환자 33만6천313명을 2020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여러 만성질환과 생활 습관 요인이 독립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은 당뇨병이었다.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전환 위험이 1.37배 높았다.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뇌가 포도당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에너지 결핍 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 축적이 촉진돼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 혈당 관리를 잘하면 알츠하이머병으로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뇌혈관질환도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관상동맥질환과 뇌출혈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각각 1.05배, 1.34배 높이는 요인이었다. 심장이 약해지면 뇌로 가는 혈
10-21 06:13연세의대·에스바이오메딕스, 파킨슨병 12명 임상시험 결과 셀(Cell)에 발표 "환자 대부분 '멈춰서는 보행' 개선…이식한 도파민 세포, 뇌 속 생착 확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손의 움직임이 둔해져 오케스트라 지휘를 멈춰야 했던 한 남성이 다시 무대에 섰다. 또 다른 환자는 매일 넘어질까 두려워 외출을 꺼리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친구들과 동네 축제를 즐긴다. 걷기조차 버거웠던 환자가 탁구채를 들고 셔틀콕을 받아치는 것도 가능해졌다. 모두 파킨슨병으로 고통받다가 사람 배아줄기세포 이식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얘기다.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에 이식하자, 병으로 망가진 도파민 신경회로가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14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손 떨림, 경직, 보행 장애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지금까지의 치료는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을 쓰는 대증요법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증요법은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고(wearing off), 몸이 굳어 걷는 동작이 멈추는 '보행 동결'(freezing of gait) 증상이 잦아진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바이오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사람 배아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만을 분화시켜 순도 높은 세포치료제를 만들고, 이 세포를 파킨슨병 진단 후 5년 이상 지난 환자 12명의 뇌에 직접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이뤄진 배아줄기세포 기반 파킨슨병 세포치료 임상이다. 임상에 사용된 배아줄기세포는 연구팀이 기증받은 수정란(embryo)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이날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이식 후 1년 동안의 추적관찰 결과, 환자들에게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파킨슨병 중증도를 나타내는 '호엔야'(
10-14 00:00산후조리원 등서 집단감염 끊이지 않아…"RSV 감염 영아 27%가 중환자실 치료"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본격적인 가을철에 접어드는 10월은 영유아 건강 관리에 특히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단순 감기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의해야 할 감염병으로 꼽히는 게 바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이하 RSV)다. 이름은 낯설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에게 RSV는 매년 같은 시기 반복되는 '겨울철 악몽'과도 같다. RSV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호흡기 바이러스다.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유행하는데, 만 2세 이하 영유아의 95% 이상이 최소 한 번 이상 감염을 경험한다. 특히 만 1세 미만 영아에서는 입원 치료의 주요 원인이 된다. 감염 경로는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에서 나온 비말과 환자 접촉이다. 평균 잠복기가 5일 정도로 길어 산후조리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집단 감염이 자주 발생한다 방역 당국은 현재 RSV를 코로나19,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4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RSV가 무서운 건 단순한 콧물·기침에서 끝나지 않고 세기관지염과 폐렴 같은 중증 하기도 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 아이가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 인공호흡기 치료까지 필요할 수 있다. 미숙아나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기라면 위험은 더 커진다. 실제로 RSV로 인한 입원율은 인플루엔자의 약 16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학술지 BMC 감염병에 실린 논문(2020년)에 따르면, 건강했던 영아가 RSV로 입원한 사례 중 27%는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했다.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영준 교수(대한소아감염학회 연구이사)는 "RSV는 단순 감기가 아니라 영유아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이 중에서도 영아만 보면, RSV 감염에 따른
10-02 06:1340∼69세 여성 7만명 10년 추적…"가공육 즐기는 여성, 유방암 위험 57%↑" 적정 소고기 섭취는 유방암 위험 낮춰…"호르몬·염증·대사에 긍정 영향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내 여성 암 발생 1위는 단연 유방암이다. 해마다 3만여명이 새롭게 진단받고 있으며, 특히 서구와 달리 젊은층에서 발병이 많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2021년 신규 유방암 환자는 40대 8천589명, 50대 8천447명, 60대 5천978명, 70대 2천611명, 30대 2천96명 순으로 집계됐다.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40∼50대 여성으로, '젊은 유방암'이 결코 예외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서구형 식습관, 음주·흡연, 운동 부족과 비만, 유전적 요인 등을 꼽는다. 이중 식습관 요인은 각종 연구를 통해 그 위험성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 예방의학교실(강대희, 이효빈)·유방외과(한원식)·식품영양학과(이정은) 공동 연구팀이 2004∼2013년 도시 기반 코호트연구(HEXA study)를 통해 서구형 식습관 중에서도 소시지·햄·베이컨 등의 가공육 소비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임상영양학'(Clinical Nutri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40∼69세 여성 7만1천264명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에 새롭게 유방암을 진단받은 여성은 713명(1%)이었다. 연구 결과 소시지·햄·베이컨 등의 가공육을 주 1회 이상 섭취한 여성은 가공육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여성에 견줘 유방암 발생 위험이 57% 높았다. 이런 연관성은 50세 미만의 젊은 여성에서 더 두드러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연구팀은 가공육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질산염, 아질산염 등의 첨가물이 체
09-30 06:13청소년 3명 중 1명꼴 당류 과다 섭취로 건강 비상…2021년 이어 입법 재논의 대체소비·역진세 논란 등 넘어야 할 산 많아…"국민·업계 설득이 최대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설탕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 후기 음식 문헌인 '규합총서'와 '음식디미방'에는 과일화채나 후식에 현재의 설탕인 '사탕'(砂糖)을 넣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설탕은 중국을 통해 들어온 값비싼 수입품으로, 궁중 연회나 상류층 가정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근대사회에 접어들어서도 설탕의 이런 가치는 이어졌다. 한때 설탕은 집들이 선물의 단골 품목이었고, 아이들에게 사탕 한 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도로 소중했다. 그러나 지금 설탕은 더 이상 귀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쓰이는 설탕은 비만·당뇨·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단장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 청소년 3명 중 1명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초과해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 특히 여학생의 첨가당 초과 섭취 비율은 38%에 달했으며, 1∼2세 유아의 초과 섭취 비율도 2022년 11.2%에서 2023년 16.2%로 5%포인트(p)나 증가했다. 이는 비만,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설탕이 어떻게 '귀한 선물'에서 '애물단지'가 됐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WHO는 하루 적정 첨가당 섭취량을 총열량의 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식품 영양표시에는 '첨가당'이 별도로 표기되지 않아 소비자가 실제 섭취량을 정확히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설탕 사용을 막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청량음료 등에 '설탕과다사용세'(이하 설탕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09-25 06:13중증응급환자 8천924명 이송 성과…"이제 수도권 넘어 전국의 생명줄 돼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지난해 4월 강원도 정선에 사는 네 살 어린이가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심장 수술 이력이 있는 이 아이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로 기도삽관이 필요한 초응급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데려간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는 이를 시행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사정은 119에 접수돼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탑승한 소방헬기가 정선까지 날아갔고, 의료진은 아이를 태워 불과 30여 분 만에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생명 구호 최전선에 있는 소방헬기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남은 30여㎞는 또 다른 고비였다. 서울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응급상황을 컨트롤하면서 아이를 안전하게 이송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를 품은 것은 바로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서비스'(SMICU) 소속 특수 구급차였다. SMICU는 명칭 그대로 '서울에서 달리는(Mobile) 중환자실(ICU)'을 말한다.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큰 이 특수 구급차에는 일반 구급차에 없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에크모·ECMO)와 목표체온조절장치 등 20여개의 중환자실 장비가 탑재돼 있으며, 의사 1인(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2인이 동승해 환자를 진료한다. 에크모는 환자의 몸 밖으로 빼낸 혈액에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로, 주로 중환자실에서 사용된다. 폐가 제 기능을 못 해 산소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동시에 심장이 기능을 잃으면 '펌프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이때 에크모를 사용하면 산소 공급과 펌프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이날도 의료진은 SMICU로 이송 중에 환자 치료를 시행했다. 위급한 상황이 반복됐지만 구급차 안에서 곧바로 처치가 이뤄졌으며, 결국 아이는 무사히 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해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병원 간 중환자 이송에 큰 역할을 해온 SMIC
09-17 06:13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 소속 전문가들, '9가지 생활수칙 합의문' 마련 "노인은 균형·근력·유연성 운동 필요…계단걷기 등 생활운동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처럼 심장이나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해 심뇌혈관질환이라고 한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2023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심장질환으로 6만5천여명, 뇌혈관질환으로 4만여명이 각각 목숨을 잃었다. 전체 사망자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사망 원인으로는 암에 이어 2위다. 심뇌혈관질환이 특히 치명적인 이유는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돼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흡연 같은 위험 요인의 관리와 함께 생활 속 신체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예방의학,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신경과 등의 의료진과 식품영양·운동치료 전문가 등이 주축으로 2010년 출범한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가 신체활동 중심의 예방 합의문을 내놨다. 합의문은 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국내외 근거자료를 모아 1년간 논의 끝에 마련한 것으로,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9가지 생활 수칙을 담고 있다. 관련 논문은 대한내과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는 "신체 활동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전략으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같은 주요 위험 요인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동시에 체력과 대사 건강을 증진한다"면서 "특히 심장 기능 향상 및 염증 감소와 같은 운동 효과는 노인과 심혈관질환 환자를 포함한 다양한 인구 집단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9가지 생활수칙. ①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30∼60분마다 몸을 움직이자 사무실 근무
09-11 06:13내시경학회 주도에 대장항문학회 등 반발…"내시경검사, 특정 직역 전유물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는 현재 만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국가 대장암 검진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대변에 혈액이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분변잠혈검사를 하고,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장암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분변잠혈검사 대신 대장내시경을 국가검진의 기본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대장암은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장내시경은 효과가 크면서도 위해성이 비교적 작다는 이유에서다. 국립암센터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장암 검진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의견을 수렴 중이다. 향후 검진 주기와 상한 연령 등이 확정되면, 국가 차원의 무료 대장내시경 검진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가 대장내시경을 할 것인가를 두고 의료계가 내과(대한소화기내경학회·대한위대장내경학회), 외과(대한외과학회·대한대장항문학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등으로 갈라져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의 불씨는 정부가 최근 개정한 5주기 검진기관 평가 지침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외과·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대장내시경 인증 자격은 인정했지만, 정작 연수 교육 평점은 내시경학회(소화기내과) 교육만 인정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자격은 줬지만, 교육은 맡기지 않은 셈이다. 연수 교육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내시경 의사는 자격을 따더라도 주기적으로 교육을 이수하고 평가를 통과해야 시술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니 교육 권한이 곧 검사 주도권과 직결된다. 현재 내시경 검사의 주도권을 쥔 건 소화기내시경학회다. 이 학회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시경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술"이라며 "수천 건의 경험과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한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만이 환자에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위내시경 1천례,
09-09 06:1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 사회가 '웰빙'(well-being)에 집중한 지 오래지만, 요즘은 '웰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이 더 주목받고 있다. 잘 먹고 잘사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잘 떠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웰다잉이 단순히 고통 없는 죽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은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세상을 떠난 뒤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별세한 신영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명예교수의 마지막 선택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신 명예교수는 지난달 22일 향년 85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재산 대부분을 기부했을 뿐 아니라, 자기 몸마저 의대 교육용으로 내놓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 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삶의 마지막까지 실천했다. 영락교회 신린관 장로의 넷째로 태어난 신 명예교수는 1961년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토양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시간주립대 연구원을 거쳐 1973년 귀국해 연세대 이과대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농업개발원 원장을 맡았다. 연세대 농업개발원은 현 연세유업의 전신으로, 고인은 당시 낙후된 국내 낙농 현장에 우유 대중화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국내 토양 분류체계를 새롭게 확립하고 30여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는 등 토양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 연세대와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평생을 살아온 연세대 인근 염리동 집과 부지를 학교 및 대한성서공회에 나눠 신탁 기부했다. 처음 기부 의사를 밝혔던 2015년 당시만 해도 추정가치 70억원이던 부동산은 현재 200억원대에 달한다. 여기에 사후 시신까지 연세대 의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했다. 시신 기증 서약에는 고인의 아내도 동참했다. 해부학 실습
09-03 06:13국내 소아 32만명 분석…"분유 먹인 여아 성조숙증 위험, 모유보다 60% 높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은 물론 유치원 시기부터 '성조숙증'을 진단받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성조숙증 아동은 2014년 9만6천733명에서 2023년 25만1천599명으로 160% 급증했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이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통 8세 이전에 가슴이 커지는 여아, 9세 이전에 고환 크기가 커지는 남아는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 아동은 정신 발달이 신체 발달을 따라가지 못해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제대로 자라지 않거나 성인기에 당뇨병·심혈관질환·암 같은 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높은 편이다. 성조숙증 아동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고열량·고지방 음식 섭취에 따른 체지방 증가와 사춘기를 유도하는 호르몬 분비의 촉진, 환경호르몬 노출, 스트레스 및 수면 부족 등이 거론된다. 따라서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단을 통한 적정 체중 유지, 환경호르몬 노출 최소화, 규칙적인 운동 및 수면 등이 권고된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아이에게 분유보다 모유를 먹이면 성조숙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한양대 의대 연구팀(최윤수, 류수락, 최진주, 나재윤, 이경석, 김용주, 양승 교수)은 2007∼2020년 영아기 및 취학 전 건강검진을 모두 받은 아동 32만2천73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모유 수유와 성조숙증 위험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AM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소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아이의 수유 형태를 모유 단독(46%), 분유(34.9%), 모유·분유 혼합(19.1%) 3
08-28 06:13이상지질혈증 환자 44만명 9년 추적…"꾸준한 운동이 심방세동 15% 낮추는 효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혈액 속에 기름기가 많아지는 병 '이상지질혈증'은 건강검진에서 흔히 발견되는 질환이다. 보통 총콜레스테롤 240㎎/dL 이상,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160㎎/dL 이상, 중성지방 200㎎/dL 이상,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40㎎/dL 미만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한다. 문제는 이렇게 진단받은 후에도 별다른 증상을 못 느끼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을 방치하면 동맥경화증과 심방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 질환으로,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이완하지 못해 심장 리듬이 깨지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럽고, 숨이 차는 증상을 보인다. 혈액 흐름이 불규칙해지는 만큼 혈전(피떡)이 생기고 뇌졸중과 심부전, 치매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상지질혈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생활 습관과 연관성이 크다. 주요 요인으로는 기름진 음식이나 단순당 위주의 식습관, 과음, 운동 부족, 비만 등이 꼽힌다. 따라서 진단 후 치료도 생활 습관 개선이 약물 복용만큼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평상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박상민 교수, 김혜준 연구원과 고려대 의대 의료정보학과 정석송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내놓은 연구 결과는 이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연구팀은 2011∼2015년 새롭게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은 성인 44만1천509명을 약 9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 결과 진단 전에 거의 운동하지 않던 환자가 진단 이후 주당 1천 MET/분 이상으로 신체활동을 시작하면 주요 합병증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5% 낮아졌다. 반대로 1천 MET/분 이상으로 꾸준히 운동하던 환자가 운동을 중단하면 심방세동 위험은 23% 높
08-26 06:13아시아 82개 연구 메타분석…"칼슘·채소·통곡물 등 건강식단은 대장암 위험 낮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의학계에서는 질병을 분류할 때 종종 '서구형'이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말하는 '서구형 질환'(Western disease)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흔히 발생하던 만성질환을 의미한다. 암 중에서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이 대표적인 서구형 암으로 꼽힌다. 이들 암이 고지방·고칼로리 식습관, 육류 중심 식단, 운동 부족, 비만, 흡연, 음주 등 서구의 생활 습관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아시아인의 전통적인 식습관은 육류 섭취량이 서구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콩과 채소 소비가 많은 점 등에서 차별화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들 암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실상 서구형 질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오히려 요즘에는 서구보다 아시아에서 서구형 질환의 증가세가 더 뚜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장암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근 수십 년간 대장암 발생률이 2∼4배 이상 급증했는데, 이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런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대규모 역학(코호트)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와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아시아 5개국(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에서 특정 집단의 질병 양상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82편의 코호트 연구 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서구형 식습관이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 원인과 관리'(Cancer Causes & Control)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고기, 가공육, 술은 아시아인에게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확실한 요인으로
08-21 06:13성인 약 1만명 추적…"8시간 넘게 자고 불규칙한 수면 여성, 사망위험 78%↑" 수면장애 땐 심혈관질환 위험 커…"하루 7∼8시간 규칙적인 수면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잠은 사람의 신체기능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생리학적 요소 중 하나다. 여기서 신체기능에는 조직의 재생 및 복구, 신진대사, 성장 및 발달, 감염 퇴치, 학습 및 기억력, 감정 조절 능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수면 권위자들이 물, 음식, 공기만큼 잠을 소중히 여기라고 권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유독 불규칙하고 수면의 질도 낮은 편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올해 내놓은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8% 부족했다. 또 수면의 질과 양에 만족하는 비율도 글로벌 평균의 75% 수준에 그쳤다. 특히 매일 숙면하는 비율은 7%로 글로벌 평균(13%)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면 문제가 지속되면 심혈관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1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따르면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연구팀(박진규·김병식·박진선·박수정 교수)이 경기도 안성·안산 역학연구(코호트)에 등록된 40∼69세 성인 9천641명을 대상으로 평균 15.5년(186개월)을 추적 관찰한 결과 불규칙한 수면과 사망 위험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 하루 수면 시간이 8시간 이상인 사람은 적정 수면 시간(7시간 이상∼8시간 미만)을 유지한 사람에 견줘 사망 위험이 평균 27%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경우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사망 위험을 11%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8시간 이상만큼의 유의미한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너무 길
08-19 06:1310년간 57개 신약 적응증 확대로 건보지출 1조3천억↑…적응증 확대 평균 4년소요 제약회사 '엥커링' 전략도 영향…"총액예산제·비용효과 재평가 등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요즘 의약품의 적응증은 하나에서 여러 개 질환으로 넓혀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가 체내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면역세포(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개념의 면역항암제다. 특정 암에만 쓰이던 약이 다른 암종이나 병기에도 적응증을 넓혀 쓰이면서 환자 선택지가 크게 느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13일 연세대 약학대학 한은아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국제 보건 정책 및 관리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Policy and Management)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2∼2022년 우리나라에서 적응증이 확대된 의약품은 총 57개로, 이 기간 이들 의약품의 연간 총 건강보험 지출액은 1천억원에서 1조4천600억원으로 15배 급증했다. 이 같은 지출액 증가는 전체의 61%(35개)를 차지하는 항암제가 주도했다. 이들 항암제의 지출액 증가비는 같은 기간 35배에 달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위험분담제'(RSA)를 적용받는 26개(46%) 고가 의약품의 지출액은 10년 동안 375배나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험분담제는 고가의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처럼 환자에게 꼭 필요하지만, 그 효과나 재정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신약의 보험 적용을 위해 정부(건강보험공단)와 제약회사가 재정 위험을 함께 분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약 등재 후 처음 적응증을 확대하기까지는 평균 4년 1개월(49개월)이 걸렸으며,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했을 때 약값은 평균 4.4% 감소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약품 적응증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액 증가의 이유로 한국이 시행 중인 '단일 약가 제도'와 제약회사의 전략적
08-13 06:1320년 전 남편 사별 후 홀로 살다 진단…"고령자도 필요시 HIV 검사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남편과 사별 후 20년간 성관계도 없었고, 병원 진료도 거의 없었는데 어떻게…." 홀로 살고 있는 80대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80세 이후 나이에 진단 사례가 많지 않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HIV 바이러스 감염자가 면역 결핍이 심해져 합병증이 생기면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이다. 국내 HIV 감염인은 20∼40대가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에 집중돼 있다. 7일 국제학술지 '임상 사례 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따르면 국내 한 병원 의료진은 최신호 논문에서 지난해 림프종에 따른 항암제 치료를 위해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HIV 양성으로 최종 진단된 할머니 A씨의 사례를 보고했다. 가족들과 본인의 얘기를 종합하면 A할머니의 HIV 감염 경로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A할머니는 20여년 전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후 시골에서 줄곧 홀로 살아왔으며 이후 성관계는 없었다고 한다. 함께 살았던 남편은 심장 질환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여러 차례 시술과 검사를 받았던 터라 진단되지 않은 HIV 감염 가능성은 작았다는 게 가족의 주장이다. 더욱이 A할머니는 림프종 진단을 받기 전까지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는 수술이나 입원은 물론 수혈, 주사 약물 사용, 침술, 문신 등의 경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의 경우 이후 시행된 검사에서 모두 HIV 음성으로 판정됐다. 의료진은 A할머니의 혈액 내 면역세포(CD4) 수가 많고,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점으로 미뤄 이미 수년 전에 확인되지 않은 경로로 HIV 감염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A할머니의 감염 경로보다 고령자에
08-07 06:13배변 문제 방치하면 응급상황 부닥칠 수도…변비약, 남용하면 더 큰 문제 유발 대장항문학회 "변실금 등 적극적인 치료가 존엄한 노후를 위한 첫걸음"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초고령사회에서 노인들이 흔히 말하는 '행복한 노년'의 조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죽기 전까지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병원이 아닌 집에서 내 손과 발로 지내는 삶을 살고 싶다는 정도로 요약된다. 그러나 노년의 행복에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싸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대장·항문질환은 자칫 개인의 존엄성을 해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품위 있는 노년의 조건 '배변 건강'…'창피한 병' 인식 안 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2%, 80세 이상은 4.6%에 달한다. 세계에서 손꼽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셈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대장암, 치핵(치질), 변비, 변실금 같은 대장·항문질환의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인 중에는 이런 질환을 '창피한 병'으로 여겨 숨기고 미루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을 꺼리는 이유로 '창피함'과 '공포'가 각각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문제를 문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질병은 더욱 고통스럽게 진화한다. 고령 환자의 경우 대장·항문질환을 방치하면 응급 상황에 부닥칠 위험이 크다. 대변이 장에 쌓여 압박이 커지면 결국 장이 터지면서 감염을 일으키고 패혈증으로 악화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정순섭 이사장(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에 나와 "고령층 환자에게 대장·항문질환은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라, 자립성과 품위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료를 미루지 말고 조기에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존엄한 노후를
07-30 06:13'암 예방'과 '암 생존' 식단 전략 달라…"커피는 카페인 여부 관계없이 긍정적" "소고기, 돼지고기도 대장암 진단 후 사망률 낮추는 데 도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정보는 넘쳐난다. 하지만 막상 암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같은 원칙을 그대로 따라야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놓은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4일 미국 국립암연구소 저널(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따르면 동국대 식품영양학과 금나나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 진단 이후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 이런 내용의 결과를 발표했다. 대장암은 전 세계 암 발생률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전체 암 중 대장암 발생 비중은 11.8%로 갑상선암(12.0%)에 이어 2위에 해당했다 대장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약 70∼90%가 환경적 요인, 10∼30%가 유전적 요인으로 추정한다. 이중 환경적 요인으로는 적색육 및 가공식품의 지나친 섭취, 음주, 흡연,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이 지목된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관련 연구 논문을 전수 분석해 대장암 환자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폈다. 이 결과 대장암 진단 이후 생존율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식생활 요인은 ▲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 ▲ 저지방 유제품 ▲ 칼슘이 풍부한 식품 ▲ 커피였다. 특히 커피는 카페인이나 디카페인 여부와 관계없이 생존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장암 예방에 대한 커피의 효과가 일관되게 관찰되지 않은 것과 다른 대목이다. 커피에 함유된 클로로겐산이나 폴리페놀 등은 항산화·항염
07-24 06:13비만학회 "오남용 많지만 비만치료 순기능 커…GLP-1 급여화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 달에 몇 킬로씩 빠져요", "인플루언서 후기 보고 처방받았어요", "비대면 처방 좀 알려주세요". 최근 '위고비'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를 이용한 체중 감량이 열풍처럼 번지면서 소셜미디어(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원래는 인슐린 분비에 관여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약물로 개발됐지만, 식욕을 억제하고 위 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는 당뇨병치료제가 아닌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아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이 약물을 이용한 체중 감량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오남용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문제를 짚기 위한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 심포지엄이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 공동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정부·의료계·언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와 교육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살 빠지는 주사' 오남용이 만들어낸 부작용의 그림자 전문가들은 GLP-1 비만치료제가 '비만'이라는 명확한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만 적합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을 보면, 위고비의 경우 초기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지만, SNS에서는 단순히 '다이어트 주사'로 포장돼 공유되고 있다. 전문의약품 처방에 필요한 의학적 판단이나 안전성 정보 등에 대한 큰 고려 없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07-21 17:40국립암센터, 성인 1천210명 분석…"주 3회 이상 먹방 시청하면 우울증 위험 3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혼밥'의 시대에 화면 속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북이 쌓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바로 '먹방'(먹는 방송)의 풍경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일상적 위안이 때로는 깊은 정서적 고립을 부추기고 우울증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연구팀(정혜인, 윤아영, 김병미, 최윤주)은 지난해 자체 실시한 '먹방·쿡방·술방 시청과 식생활 인식 및 건강행태 조사'에 참여한 20∼64세 한국인 1천210명(남 630명, 여 580명)을 분석한 결과 먹방과 우울증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정신의학'(BMC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 먹방은 다양한 음식을 먹는 장면으로 구성된 방송으로 정의됐다. 요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방송은 먹방에서 제외했다. 연구팀은 지난 1년간 먹방 시청 빈도에 따라 '시청 안 함', '주 1∼2회 시청', '주 3회 이상 시청'으로 나눠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살폈다. 우울증 선별에는 총 9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을 통해 10점 이상을 우울증으로 정의하는 '심리평가 척도'(PHQ-9)가 이용됐다. 이 결과 그룹별 우울증 유병률은 주 3회 이상 시청 34.0%, 주 1∼2회 시청 21.8%로, 전체 연구 대상자의 평균 우울증 유병률 18.4%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먹방을 전혀 시청하지 않는 그룹의 우울증 유병률(15.0%)에 견줘 주 3회 이상 시청이 2.8배, 주 1∼2회 시청이 1.9배 각각 높은 수치다. 먹방 시청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증의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먹방을 주 3회 이상 시청하는 사람에게 중등도(중간 단계)와 중증의 우울증이 생길 위
07-18 06:1318년간 자살로 잃은 생명의시간 '430만년'…"국가·사회가 더 이상의 비극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대한민국에서는 하루 평균 약 35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20∼30대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 '자살'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불과 이틀 전에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온 40대 부부가 자녀 2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익숙해졌다고 해서 무뎌져서는 안 된다. 자살은 단지 개인과 가족의 비극을 넘어, 사회 전체가 짊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살이 사회에 미치는 부담은 여러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주로 쓰이는 건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집계를 보면, 자살로 인한 한국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2023년 기준) 약 15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 해 국가 예산의 2%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유가족의 정신적 고통과 생산성 손실, 의료 및 구조 비용, 보험 지급, 사후 지원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다음으로는 우리 사회가 자살로 잃은 시간을 계산하는 '조기사망 수명상실 연수'(years of life lost, YLL)라는 게 있다. 이 지표는 단순 사망률이 아니라 '얼마나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었는지'를 반영함으로써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정밀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분석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자살로만 매일 평균 573만 시간에 달하는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16일 국제학술지 '영국 의학 저널 오픈'(BMJ Open)에 실린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군의무사령부 공동 연구팀(윤석준, 김근아, 김영은)의 연구결과를 보면, 2000∼2018년 한국인의 자살로 인한 조기사망 수명상실 총연수는 는 429만8천886년(남 284만3천243년, 여 145만5천643년)으로 추산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조기
07-16 06:13기온이 체온 넘어서면 위기상황…"'물·우산·샤워' 잘 활용하면 폭염 극복 도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으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8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486명의 2.5배에 달하는 1천212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사망자도 작년(3명)의 3배에 가까운 8명이나 발생했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도 일부 지역의 기온이 체온(36.5도)보다 높은 40도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관측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대기 온도가 체온을 넘어설 때가 건강에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온열 질환 전문가인 순천향의대 생리학교실 이정범 교수(대한생리학회 환경생리분과 위원장)는 "기온이 체온을 넘어서면 우리 몸은 생명 유지 시스템에 비상이 걸린다"면서 "그 이유는 우리 몸에서 열을 배출하는 정상적인 체온조절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사람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 체온이 올라가면 피부나 땀을 통해 열을 배출하면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때 열은 복사(60%), 증발(22%), 대류(15%), 전도(3%)의 방식으로 방출된다. 하지만 외부 기온이 체온(섭씨 36.5도)보다 높아지면 이 방출 경로가 완전히 차단된다. 오히려 복사, 대류, 전도를 통해 외부의 더운 열이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땀이 증발하지 않고 피부에 머무르며 체온을 낮출 방법이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체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체온이 높아지는 '축열(蓄熱)'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때 발생하는 질환이 체온 조절 중추 기능이 마비되는 열사병, 과도한 땀 배출로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는 열탈진,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과 염분 균형이 깨지는 열경련, 뇌로 가는 혈액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의식을 잃는 열실신 등이다.
07-10 06:13대한당뇨병학회 "비당뇨인, 혈당스파이크에 과민 불필요…건강한 식생활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식사 후 혈당이 160㎎/dL까지 올랐는데 괜찮은 걸까요?", "빵만 먹으면 혈당이 급등해요. 당뇨병일까요?".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혈당 스파이크'(혈당 변동성)가 요즘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몸에 부착한 연속혈당측정기(CGMs)를 활용해 스마트폰 앱으로 식후 혈당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당뇨병 환자가 아닌 일반인 사이에서조차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SNS), 블로그, 유튜브 등에는 당뇨병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하고, 혈당 스파이크를 조절해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는 사례들이 공유돼 있다. 하지만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이 없는 사람이 혈당 스파이크에 지나치게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혈당 스파이크에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지나친 식이 제한이나 불안에 빠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진상만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는 의학 용어도 아니고, 아직 정확한 기준도 없다"며 "당화혈색소가 6.5% 미만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식후 일시적인 혈당 스파이크만으로 심각한 문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이 이미 발생한 사람일지라도 혈당 스파이크는 마찬가지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완만하고 오래가는 혈당 상승보다 급격한 혈당 상승이 당뇨병 합병증의 위험을 더욱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혈당 스파이크에 과도하게 민감해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세은 교수도 "비당뇨인의 혈당 스파이크 억제가 체중 감소나 건강 개선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지는 과학적 근거가 떨어진다"는 의견을 냈다. 박 교수는
07-08 06:13"병의원 예약 어렵고 진료 시간 맞추기 힘들어"…81% "소아청소년과 더 많아져야" 진료대기만 2시간 걸리기도…"소아의료체계 강화에 저출산 해법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돌보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소아 의료의 현실은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다. 부모가 직장과 아이의 진료 사이에서 곡예 하듯 시간을 쪼개 써도 아이가 아플 때 제때 진료를 받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박명배 교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최권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내 소아 의료의 이런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자녀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이용 실태조사'보고서를 내놨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12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이 조사 결과의 핵심은 '접근성 부족'과 '의료공백'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8%는 아이의 진료를 위해 월 1회 이상 병원을 방문한다고 답했다. 자녀 1인당 연평균 본인 부담 의료비는 40만6천원이었다. 진료 사유는 감기나 발열 등의 '호흡기 및 이비인후과 질환'(82.4%)이 압도적이었고, 다음으로 위장염 및 결장염(29.2%), 피부질환(25.0%), 치과 관련 질환(24.5%) 등이었다. 외래 이용 시 동행자는 대개 부모(73.8%)였지만, 조부모(3.6%) 외의 다른 가족(삼촌, 이모 등)도 20.9%에 달해 아이의 돌봄 부담이 넓게 분산되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했다. 문제는 진료 접근성이었다. 아이의 진료를 위해 집을 나서 병원을 다녀오기까지 평균 1시간이 넘는 69.5분이 걸렸으며, 이중 진료 대기시간으로 평균 34.7분이 소요됐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진료까지 최장 2시간을 기다리고, 집과 병원에 오가는 데 총 3시간이 걸렸다는 응답도 있었다.
07-02 06:13학교 시스템만으론 한계…"위기학생 조기 선별과 빠른 전문가 연계조치 필요" "자살 예방, 정규교육에 넣고 교육청별 전문가 자문그룹 운영도 대안"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도대체 언제까지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켜보며 속수무책이어야 하나요?" 과거 한 고등학생의 자살 사건 이후 보건소 상담실을 찾은 학부모가 울먹이며 남긴 말이다. 정부는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청소년 자살을 줄이겠다며 예방시스템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에서 또다시 고등학생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정부의 이런 약속이 무색하게 됐다. 이제 아이를 잃은 유가족의 고통과 분노는 점점 익숙한 풍경이 되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걱정하면서도, 태어난 아이들이 스스로 생을 접는 비극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 20년째 OECD 자살률 1위, 10·20대 사망원인 1위 '불명예'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연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2천906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35명이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서도 10대와 2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여전히 '자살'이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스스로 생을 마감한 초중고생은 2016년 108명에서 2023년 214명(고등학생 106명, 중학생 93명, 초등학생 15명)으로 7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학생 10만명당 자살자 수도 2015년 1.53명에서 4.11명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AI 기반 자살위험 예측 시스템 등의 대응 확대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학교 내 위기 감지와 외부 전문가의 개입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06-25 06:13서울대병원, 유방암 4천여명 분석…농촌 거주자·저소득층 사망위험 3배 높아 "암은 조기 발견뿐 아니라 조기 치료가 생존에 큰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궈온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정원 갈등은 의료 현장에 깊은 상흔을 남겼고, 그 상흔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보다 환자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 질환 환자들은 전공의의 병원 이탈과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과 치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애간장을 태워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 공백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짐작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조기 유방암에서조차 '진단부터 수술까지 얼마나 빠르게 치료가 이뤄졌는가'가 생존에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유방암은 한국인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종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유방암 신규 환자는 3만명을 넘어선 3만665명(여 3만536명, 남 129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내 여성 암 발생의 21.8%를 차지하는 수치다. 한국인 유방암은 평균 진단 연령이 53.4세로 서구 국가보다 10년 정도 젊을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이 활발한 40대에서 유독 발생률이 높은 게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다만 국가 건강 검진 활성화에 힘입어 조기 진단이 늘어나고, 유방암의 특성에 맞는 표준 치료가 잘 이뤄지면서 사망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자호 교수,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정성훈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중앙암등록사업 통계 자료를 이용해 2008∼2015년 조기 유방암 진단을 받고 1년 내 수술한 환자 4천350명을 대상으로 '진단-첫 치료(수술)'가 60일 이내 이뤄졌는지에 따른 사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여성
06-17 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