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톡talk
엘런 홉슨의 꿈 '프렌치 키스'
신경생리학자 앨런 홉슨(Allan Hobson)이 자신의 저서 『프로이트가 꾸지 못한 13가지의 꿈』에서 소개한 꿈이다. 홉슨은 자신이 꾼 꿈을 소개하고, 해석하면서 프로이트가 세웠던 가설들을 공격한다. “토요일 아침 리아(홉슨의 부인)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려고 일어난 후에 나는 놀라운 꿈을 두 가지 꾸었다. 이 꿈속에서 나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 꿈에서 나의 키스 상대인 여성은 보이지 않았고 사실상 신체가 없는 게 아닌가! 오로지 보이는 것이라곤 아주 음탕하게 확 벌어진 입뿐이었다. 그렇게나 생생하고 관능적인 감각을 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최근 몇년 사이에 느꼈던 어떤 것보다도 강렬한 감각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어서 두 번째 꿈을 꾸었는 데, 비록 실제로 오르가즘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그에 비할 만큼 강렬한 꿈이었다. 이 꿈에서 키스하기 전에 순간적으로 그 여성을 바라보았을 때 아무리 프렌치 키스라고 해도 키스가 그렇게나 육감적일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서는 내가 타원형으로 벌려진 그 입술에 내 혀를 갖다 대고 둥그렇게 문지르려 했다. 그런
해적경영학
분노하고 공감하라_사무엘 벨라미 & 토니 셰이
해적이 호화선을 붙잡고나서 배를 서로 교환한 뒤 돌려보내는 희한한 사건이 벌어졌다. 1717년 2월 ‘블랙샘’ 사무엘 벨라미가 이끄는 해적선 ‘술타나’는 카리브해에서 영국 호화 노예선 ‘위다’를 사흘 동안 뒤쫓았다. 경고사격 대포 한 발에 놀란 ‘위다’는 저항하지 않고 바로 항복했다. ‘블랙샘’은 ‘위다’에 대포를 옮겨 기함으로 삼고, 포로로 잡은 선장과 선원은 ‘술타나’를 타고 떠나게 했다. 해적이 포로를 배려하고 아량을 베푼 드문 사례다. 두 달 뒤 뉴잉글랜드 근처에서 중형 무역선을 나포한 뒤, ‘블랙샘’은 선장에게 해적으로 합류할 것을 권했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거절당했다. ‘블랙샘’은 선량한 선장에게 무역선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해적들이 반대하자 투표에 부쳐 결국 배에 불을 질러 바다에 가라앉혀야 했다. 못내 미안했는지, 그는 선장에게 변명했다. “그들은 이익이 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려 하지 않아”(They scorn to do anyone a mischief, when it is not for their advantage). ‘바다의 로빈후드’로 알려진 ‘블랙샘’이 해적질 하는 방식이다. 따르는 해적들도 스스로 ‘로빈후드의 부하들’이라고 불리기를 원
중남미 이슈와 문화
9년간 7번째 대통령…페루의 정치 불안
페루 의회가 9일 밤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도덕적 무능(incapacidad moral, moral incapacity)’을 이유로 압도적 표결로 해임했다. 전체 130명의 의원 중 123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단 한 표도 없었다. 이로써 페루는 2016년 이후 무려 8번째 대통령 궐위 사태를 맞게 됐다. 지난 9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한 인물은 쿠친스키, 비스카라, 메리노, 사가스티, 카스티요, 볼루아르테, 그리고 이번에 승계한 헤리까지 총 7명이다. 이 가운데 임기를 제대로 마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번 탄핵은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예고된 ‘시간 문제’였다. 볼루아르테는 2022년 12월 부통령 시절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다 해임되면서 헌법에 따라 자동 승계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그러나 정치적 기반과 지지율은 취임 직후부터 취약했다. 재임 중 8차례의 탄핵안이 발의됐고 4건은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분열된 의회 구도 탓에 절대다수인 87표를 넘지 못해 무산돼 왔다. 하지만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선거 전략에 돌입하면서, 지지율 3%의 대통령과 선을 긋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확산됐다. 결국 우파와 중
일본, 일본인 이야기
기초과학이 강한 일본
매년 10월 초가 되면 한국 언론은 국정감사 보도에 몰두하지만, 세계 언론의 시선은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쏠린다. 인류가 만든 상 가운데 가장 영예로운 것으로 꼽는 노벨상은 수상자 개인을 넘어 한 나라의 학문 수준과 국력의 척도로까지 여겨진다. 올해 일본 열도는 특히 들떠 있다. 오사카대 사카구치 시몬 교수가 생리의학상을, 교토대 스스무 키타가와 교수가 화학상 수상자로 호명되었기 때문이다. 단숨에 두 명이나 배출하면서 일본의 역대 수상자는 모두 31명으로 늘었다. 한국의 2명과 대비된다. 노벨상 수상자 숫자보다 눈여겨봐야 할 건 내용이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 31명 가운데 87%인 27명이 과학 분야 수상자다. 기초과학에서 일본이 얼마나 탄탄한 기반을 갖췄는지 웅변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력은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미 우리는 2019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때문에 심각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소재가 막히자 한국 산업은 휘청거렸다. 그제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술 자립에 나섰지만, 여전히 격차는 크다. 일본의 기초과학은 왜 뿌리가 깊을
중남미 이슈와 문화
난민 750만 명, 그리고 한 여성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마두로 정권으로 이어진 권위주의적 통치와 구조적 인권 유린, 민주주의의 붕괴, 극심한 빈곤과 배고픔을 피해 지난 수년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750만 명의 국민들이 콜롬비아·페루·칠레 등 인근 국가로 탈출해 국경을 넘는 피난 행렬을 이루었다. 불안정한 정착, 삶의 기반을 잃은 채 방황하는 수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의 현실은 단순한 국가 위기를 넘어선 21세기 라틴아메리카의 집단적 비극이었다. 과거 이러한 장면을 수없이 목격해 왔다. 중남미 국가들의 식당에서, 택시 운전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만난 이들의 얼굴에는 꺼지지 않은 희망과 깊은 절망감이 교차하는 것 같았다. 오스카 무리요 정치 전문가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노벨평화상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오랫동안 이어온 민주주의 투쟁에 다시금 국제적 조명을 비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경험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의 상징이자 권위주의에 맞서 비폭력으로 싸워온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202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깊은 감동과 역사적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의 수상은 단지 한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