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낮아지고 갭 투자가 금지된 가운데 투자수요가 규제를 피해간 경매 시장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다. 갭 투자가 가능한 만큼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이 이뤄지는 데 이어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된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 성남 분당구 등 수도권 아파트 중 20~21일 이틀간 응찰이 완료된 19곳의 평균 매각가율은 99.4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정가보다 높게 팔린 곳은 11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평균 응찰자 수는 8.24명을 기록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이달 20일부터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받으면 토허구역 규제에서 제외돼 전세를 끼고 갭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판교와 분당에서는 경매에서 신고가를 기록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성남 분당구 삼평동 ‘판교봇들마을 3단지’ 84㎡ 매물은 이달 20일 첫 경매에서 18억 5999만 9999원에 낙찰됐다. 올해 6월 신고가(17억 5000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응찰자도 9명이나 몰렸다. 분당구 이매동 ‘이매삼환’ 116㎡는 감정가 14억 9000만 원에도 불구하고 1명의 응찰자가 16억 1860만 원에 입찰해 낙찰받았다. 지난달 7일 신고가(15억 5000만 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로 신고가가 나오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데, 현재 모습은 2021년도 상승장 때와 비슷하다”며 “매물이 줄어드니 경매로 나오는 물건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거래가에 비해 비싼 가격이지만, 최근 아파트 호가가 워낙 높아 경매 매력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규제 전 경매시장서 외면받던 매물이 규제 직후 시세보다 오른 가격에 매각된 사례도 나왔다. 이달 20일 진행된 서울 송파구 포레나송파 66.8㎡ 경매에 59명이 응찰해 시세의 120% 수준인 14억 1888만 원에 낙찰됐다. 2순위 응찰자도 13억 9900만 원을 제시했다. 이 아파트는 9·7과 10·15 대책 이전인 지난 7월 28일 1차 매각 때는 감정가 11억 7000만 원에 유찰됐다. 2차 경매 시작가는 9억 3600만 원으로 내려갔지만, 최종 낙찰가는 최초 감정가보다 3억 원 가까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경매 시장에 투자 수요자들이 한동안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매는 바로 임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인기가 많고, 대출 규제가 있다 한들 현금 있는 수요자들은 계속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매 수요도 인기 지역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선임연구원은 “강남 3구는 원래도 토허구역이었지만 다른 주요 수도권 지역도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해 보일 수 있다”며 “주요 지역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