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다. 스마트 글라스 등 첨단기술 제품을 기반으로 디자인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17일 중국 선전에서 만난 이예랑 수석 디자이너와 김호연 시니어 디자이너는 “테크 산업에서 디자인의 본질은 기술과 소비자를 잇는 가교”라며 중국이 디자인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중국 테크 기업 TCL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다. 이들은 특히 TCL이 스마트 글라스(XR·AR 글라스) 시장 진입을 위해 출시한 브랜드 레이네오(RayNeo)에 디자인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가볍고 착용하기 쉬운 형태로 디스플레이 기능을 결합했으며 일반 안경에 가깝게 디자인돼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월 열린 ‘CES 2025’에서는 레이네오 에어3와 X3 프로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에서 모바일폰 디자인을 담당했던 이 디자이너는 “현재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있다”며 “어떤 디자인 언어와 정체성을 가져가야 할지 계속 실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시장에서 경쟁 제품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를 늘 스스로 묻는다”며 “중국 기업들은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수용성 높은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내부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색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중국에서 배울 점으로는 중국 시장의 폭넓은 수용성과 빠른 실행력을 꼽았다. 김 디자이너는 “중국은 기술이 완벽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제품을 먼저 내놓은 뒤 시장 반응으로 보완한다”며 “빠른 실행 속도와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더 나은 제품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폭넓은 수용성은 새로운 디자인적 시도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엔지니어와 의견을 교환하며 사용성과 비주얼을 함께 완성한다”며 “이런 구조가 중국 디자인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