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뉴스: 해적이 호화선을 붙잡고나서 배를 서로 교환한 뒤 돌려보내는 희한한 사건이 벌어졌다. 1717년 2월 ‘블랙샘’ 사무엘 벨라미가 ..." /> 사외칼럼 뉴스: 해적이 호화선을 붙잡고나서 배를 서로 교환한 뒤 돌려보내는 희한한 사건이 벌어졌다. 1717년 2월 ‘블랙샘’ 사무엘 벨라미가 ..." />
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분노하고 공감하라_사무엘 벨라미 & 토니 셰이 [허두영의 해적경영학]

허두영 한국과학언론인회 회장

‘바다의 로빈후드’ 사무엘 벨라미와 해적선 ‘위다’가 침몰하는 장면. /위키피디아




해적이 호화선을 붙잡고나서 배를 서로 교환한 뒤 돌려보내는 희한한 사건이 벌어졌다. 1717년 2월 ‘블랙샘’ 사무엘 벨라미가 이끄는 해적선 ‘술타나’는 카리브해에서 영국 호화 노예선 ‘위다’를 사흘 동안 뒤쫓았다. 경고사격 대포 한 발에 놀란 ‘위다’는 저항하지 않고 바로 항복했다. ‘블랙샘’은 ‘위다’에 대포를 옮겨 기함으로 삼고, 포로로 잡은 선장과 선원은 ‘술타나’를 타고 떠나게 했다. 해적이 포로를 배려하고 아량을 베푼 드문 사례다.

두 달 뒤 뉴잉글랜드 근처에서 중형 무역선을 나포한 뒤, ‘블랙샘’은 선장에게 해적으로 합류할 것을 권했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거절당했다. ‘블랙샘’은 선량한 선장에게 무역선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해적들이 반대하자 투표에 부쳐 결국 배에 불을 질러 바다에 가라앉혀야 했다. 못내 미안했는지, 그는 선장에게 변명했다. “그들은 이익이 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려 하지 않아”(They scorn to do anyone a mischief, when it is not for their advantage).

‘바다의 로빈후드’로 알려진 ‘블랙샘’이 해적질 하는 방식이다. 따르는 해적들도 스스로 ‘로빈후드의 부하들’이라고 불리기를 원했다. ‘우리는 가난해서 해적이 되었고, 그들이 가진 것을 나눠 가질 뿐이다’는 것이다. 정당한 분노와 혁명적인 공감으로 다진 리더십이다. 해적들은 가발을 쓰지 않은 검은 생머리에 검은 머리띠를 두르고 검은 외투를 즐겨 걸친 그를 ‘블랙샘’ 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로빈후드’의 삶은 왜 그리 짧은가? 무역선을 불태운 며칠 뒤, 위용을 자랑하던 해적선 ‘위다’는 미국 매사추세츠 앞바다에서 갑작스러운 폭풍에 시달리다 결국 침몰했다. ‘블랙샘’을 포함해서 모두 144명이 물에 빠져 죽고 2명이 구조됐다. 향년 28세. 난폭한 해적에게 정의롭고 관대하며 민주적인 리더십이 어떻게 먹혔을까? ‘블랙샘’은 불과 1년 남짓한 해적 생활에서 약탈한 규모가 120만 달러로, 해적 1위(Forbes. 2008)로 평가된다.

난파한 ‘위다’에서 1984년 건져 올린 금화 /위키피디아


‘블랙샘’이 제시한 정의 리더십은 ‘자포스’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셰이의 행복 리더십과 닮았다. ‘블랙샘’은 대중을 착취하는 지배계급의 횡포에 분노하고 로빈후드처럼 ‘정의로운 해적’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셰이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단순한 기업 문화에 분노했다. 즐거움과 열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행복 전달’이라는 깃발을 걸고 직원은 ‘행복 전도사’, 본인은 ‘최고행복경영자’라고 불렀다.

타성에 물든 조직에 낯선 비전을 심는 것은 쉽지 않다. ‘블랙샘’이 포로를 대하는 방식에 해적들은 처음에 거북해서 투표까지 하자고 했지만, 결국 ‘로빈후드의 부하들’이라는 호칭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셰이는 2013년 위계적인 기업 운영방식을 뒤엎는 홀라크러시(Holacracy)를 도입했다. 직책이 아니라 역할을 중심으로, 투명한 규칙 아래 스스로 책임지고 의사 결정하는 구조다. 수평적인 소통과 협업을 강조한 것이다.



토니 셰이 /위키피디아


‘덧없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일 것이다. ‘블랙샘’도 셰이도 인생 최고의 정점에서 한창 젊은 나이에 엉뚱한 사고로 요절했다. ‘블랙샘’은 느닷없는 폭풍에 배가 침몰하면서 물에 빠져 죽었고, 셰이는 창고에서 발생한 의문의 화재로 불에 타 죽었다. 각각 향년 28세와 46세. ‘블랙샘’은 약탈 규모가 해적 1위에 올랐고, 셰이는 ‘자포스’를 ‘아마존’에 10억 달러(1조4000억 원)에 매각한 뒤다. 해적의 바다와 자본의 시장에서 각각 가장 빛나던 시기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혁신 리더는 삶을 옥죄는 현실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분노를 비전으로 바꾸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블랙샘’은 분노를 바로 공감으로 연결했다. “그들은 법이란 가면 아래 가난한 사람을 강탈하고, 우리는 용기라는 보호막 아래 부자를 약탈한다”(They rob the poor under the cover of law, and we plunder the rich under protection of our own courage). 셰이는 ‘신발 판매’를 행복을 전달하는 ‘고객서비스’로 공감을 창출했다. “자포스는 우연히 신발을 팔게 된 고객서비스 회사입니다”(Zappos is a customer service company that just happens to sell shoes).

서경I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