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살면서 이런 소음 처음"…서울어린이대공원 EDM 공연에 주민 분노
"전쟁 난 줄 알았다. 수능이 30일도 안 남았다"
공원장 "주민 불편 해소 반영 못한 점 송구"
[서울=뉴시스] 서울어린이대공원 상징 문양 로고. 2025.10.23. (자료=서울시설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3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노르웨이 출신 세계적 DJ 겸 프로듀서 알렌 워커(28·Alan Walker)는 지난 18일 오후 6시30분부터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공연을 펼쳤다.
검은 후드와 마스크가 상징인 워커는 세계적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연미복 대신에 후드 티를 입고, 포디엄에 오르는 대신 디제잉 기기(믹서) 앞에 서서 오케스트라 단원 대신 전자음과 조명을 지휘한다.
문제는 인근 주민이 공연 소음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공연 후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항의 민원이 쇄도했다.
이모씨는 "공원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음악 소리와 함께 쿵쿵 울린다"며 "외진 곳에 있는 공원도 아니고 공원 바로 옆에 주택들이 있다. 공원 많이 이용할 이 시기에 잔디도 다 차지하고 산책로도 막고 소음은 심하고 너무하다"고 말했다.
최모씨는 "주민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광란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광란인지 굿인지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지진인 줄 알았다"며 "시민의 평화와 건강과 운동을 위한 취지와 목적은 간 데 없고 대여료에 눈 멀어 본래의 목적을 망각하고 이게 무슨 짓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윤모씨는 "어린이대공원 후문 10분 거리에 8년 동안 거주하면서 이 정도의 소음은 처음"이라며 "이번 공연 소음은 방 안 스탠드가 떨릴 정도로 소음의 정도가 심각하다. 10분 거리에서 소음이 이 정도면 어린이대공원 동물들은 안전할지도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김모씨는 "나의 황금 같은 토요일 당신들이 망쳐 놨다. 수능이 30일도 안 남았다. 여기 고등학교 2군데 있다"며 "고3, 재수생들 힘들다. 도움은 못 줄망정 괴롭히지는 말자"고 말했다.
장모씨는 "구의역 인근 거주자인데 저녁에 집에서 쉬는데 전쟁난 줄 알았다"며 "동물원의 동물들은 영문도 모르고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앨런 워커. (사진 = 서울옥션엑스 제공) 2025.10.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손 원장은 사과문에서 "알렌 워커 EDM 공연 개최로 인해 발생한 소음과 공원 이용 불편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시민 누구나 자연 속에서 문화와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열렸다"며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을 통해 청년층을 포함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서울의 국제적 문화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높이는 공익적 가치 등을 고려해 행사 이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손 원장은 사전 조치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공원에서는 행사 허가 전 다양한 민원을 고려해 무대 방향 조정, 안내 현수막 게시, 현장 질서 요원 배치 등 불편 최소화를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했으나 인근 지역 주민의 생활 불편 해소 방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 하고 해당 행사를 진행하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주민 여러분께 충분한 안내와 사전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점 또한 분명한 미흡 사항으로 확인된다"며 "동물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음 측정 및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사육사와 수의사가 상시로 동물의 상태를 관찰하며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원장은 유사한 공연을 다시 유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적으로 귀중한 개선의 계기로 삼아 향후 잔디축구장에서는 축구 경기 및 체육 대회 이외 문화 행사는 진행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시민과 이웃 주민 모두에게 더욱 사랑 받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운영 전반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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