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 집값 급등세가 외곽 지역으로 번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구로구 일부 단지가 최고가를 경신하며, 과거 고금리 여파로 하락했던 시세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마포·용산·성동구, 이른바 '마용성'에서 시작된 불장 분위기가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13일 국토부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구로구 대림1차 전용 59㎡는 지난달 단지 최고가인 10억 2000만 원에 계약됐다. 대림2차의 동일 평면도 10억 원대를 허물고 신고가를 찍었다.
구로구는 서울 외곽 입지 특성상 그동안 저평가 지역으로 불렸다. 최근 집값 상승은 강남과 마용성의 풍선 효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 만에 나온 6·27 대출 규제와 수도권 공급 대책 이후, 한강벨트에서 시작된 불장 분위기가 구로구로 확산한 것이다.
일부 역세권 단지에서도 고금리 여파로 하락했던 시세가 회복세를 보이며, 전고점 돌파가 임박한 모습이다.
신도림역 인근 태영타운 전용 84㎡는 지난 8월 12억 5000만 원에 거래돼, 2021년 9월 기록한 12억 6000만 원과 불과 1000만 원 차이로 좁혀졌다. 구로역 인근 SK뷰 전용 84㎡도 지난달 11억 원에 거래되며, 과거 12억 원대에서 10억 원 밑으로 떨어졌던 가격을 빠르게 회복했다.
신도림역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림1·2차는 지하철 1·2호선을 이용하는 서울 출퇴근 직장인에게 적합한 환경을 갖춘 단지"라며 "구로구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대단지"라고 설명했다.
구로구 아파트 가격은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3.3㎡당 평균 가격은 2607만 원으로, 서울 전체 평균 4686만 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지하철 1·2호선과 GTX-B 노선(신도림 예정) 개통이 예정돼 있어, 서울 종로·광화문·여의도 등 출퇴근지로의 접근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 이하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구로구 선호 이유 중 하나다.
올해 구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월 6억 7623만 원 △8월 6억 8013만 원 △9월 7억 3009만 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거래도 활발하다. 올해 7~9월 구로구 아파트 매매 건수는 647건으로, 성동구(704건)와 마포구(650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남구(555건)와 서초구(361건)보다 많아, 외곽 지역에서도 활발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주 정부가 예고한 추가 대출 규제는 상승세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금 보유자가 아닌 금융권 대출을 활용하는 3040세대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두 달간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1000만~2000만 원 올랐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구로구를 선호하는 청년·신혼부부 수요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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