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도 계절근로자 고용·농작업 대행한다
입력 : 2025-10-22 19:15
수정 : 2025-10-23 08:00
법무부, 내년 포천·의령 대상 
‘위탁형 계절근로’ 시범 시행
1면_계절근로자_농민신문DB
농민신문DB

농협 외 법인도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해 농작업을 대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농정당국이 위탁영농을 포함해 공동영농을 미래농업의 한 형태로 구상 중인 가운데 농촌 현장에 전문성 있는 위탁영농 주체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농작업 위탁형 계절근로 시범사업’ 대상지로 경기 포천과 경남 의령 두곳을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 계절근로제는 농가가 직접 고용하는 ‘일반형’과 농협이 고용해 농작업을 대행하는 ‘공공형’으로 운용됐다. 새로 도입되는 농작업 위탁형은 농협 외 기관(법인)이 최대 30명의 계절근로자를 고용해 농작업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사회적협동조합, 농업법인 등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포천과 의령은 그동안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운용되지 않던 곳이다. 포천에선 지자체 출자기관이, 의령에선 농업법인이 사업수행기관(사업주)으로 선정됐다. 두 지자체는 내년초 계절근로자를 들여와 이들 사업주에 배정할 예정이다.

사업주는 해당 지역 농가와 ‘마늘 1㏊(3000평) 수확’ 등 ‘농작업 단위’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해 계절근로자를 공급하게 된다. ‘민법’상 도급 방식으로 사업주는 수탁 농작업에 대해 업무 지시와 감독, 노무 관리, 근로자 수송 등을 도맡는다. 단순 인력 중개와는 다르다. 위탁자인 농가는 직접 작업 지시를 할 수 없고 사업주에게 특정 근로자를 지정해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

위탁 수수료는 농가와 사업주가 계절근로자 임금과 관리비 등을 고려해 정하는데, 법무부는 그에 앞서 지자체가 사업주 등과 협의해 관내 주요 농작업에 대한 대행 수수료 기준을 마련해 공지하도록 했다.

사업주는 계절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임금(월급)과 숙식을 제공해야 하며 국민건강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도 가입해야 한다.

법무부가 새로운 계절근로제를 도입한 건 고령화로 농가가 일손을 직고용해 관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서다. 근로자 입장에선 제대로 노무 관리를 받으며 일할 수 있고, 최장 8개월 국내에 체류하는 계절근로자가 농작업이 있는 현장에 적재적소로 배치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법무부는 이 사업을 통해 지역 농작업에 전문성을 갖춘 위탁영농 주체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농정당국의 구상과도 맥이 닿는 측면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영세 고령농 위주의 우리 농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에 경북 문경 ‘늘봄영농조합법인’ 같은 공동영농을 확산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늘봄처럼 법인이 지역농가의 농지를 임차해 경영하는 방식 외에도 농가의 농작업과 경영을 위탁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공동영농의 핵심은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주체의 유무”라면서 “위탁형 계절근로제는 법인이 지역농가 농작업을 위탁받는 개념으로 경영위탁까지 염두에 둔 농식품부 구상과는 간극이 있지만, 그럼에도 현장 주체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는 만큼 두 제도의 연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달까지 지자체 수요를 파악해 내년초 2차 사업 공모를 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사업으로 법인이 근로자를 고용해 안정적 급여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농업 현장의 구인난이 해소되고 농작업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한편 외국인 근로자 권익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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