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참깨 ‘글리포세이트’ 농약검사 부실…국감서 ‘질타’
입력 : 2025-10-22 19:07
수정 : 2025-10-23 08:00
WHO ‘발암가능성 물질’ 분류 
‘글리포세이트’ 초과검출 논란 후 
샘플조사뿐인 식약처 대처 비판 
‘수입예정 물량 반송’ 계획 드러나 
“국내 재고라도 전수조사 해야”
2면_미국산 참깨 '글리포세이트'_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국내로 수입된 미국산 참깨에서 농약 잔류허용기준(MRL)을 19배 초과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가운데 수입 농산물에 대한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일한 대처가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21일 식약처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MRL이 다른데, 그 차이가 무려 800배에 달한다”며 “미국산 참깨에 대한 염려가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본지는 한 전문 분석기관을 통해 미국산 참깨에 대한 잔류농약검사를 시행한 결과를 올 7월 보도했다(본지 7월7일자 1·3면 보도). 당시 검사에선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1㎏당 0.934㎎이 검출됐는데, 이는 식약처가 설정한 MRL(0.05㎎)의 19배에 달하는 수치다.

후속 취재 결과 미국의 참깨를 포함한 유지종자에 대한 글리포세이트 허용치는 1㎏당 40㎎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의원은 이처럼 양국의 MRL이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미국산 참깨에 대한 안정성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글리포세이트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015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A)’로 분류한 뒤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성분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미국산 참깨 수입과정에서 안전성 검사가 미흡했던 문제를 질타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2023년에는 대두·옥수수에 대해 총 72건의 글리포세이트 잔류농약검사를 시행했다. 이어 2024년 65건, 올해 1∼9월 48건을 진행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참깨에 대해서는 단 1건의 글리포세이트 검사도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올해 미국산 참깨에 대한 안전성문제 보도가 이어졌음에도 식약처가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식약처는 미국산 참깨 2건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모두 적합해 전수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올해 미국산 참깨 수입량은 9월까지 1820.4t에 달해 극히 일부 물량을 대상으로 한 샘플 조사만으로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국감에선 국내로 반입하려던 미국산 참깨가 대량으로 반송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의원은 국감 시작에 앞서 식약처에 올해 국내로 들어온 미국산 참깨 중 보세구역에 대기하는 물량과 해당 물량에 대한 글리포세이트 잔류농약검사 시행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보세구역에 보관돼 있는 물량은 1380t으로, 영업자가 보관 중인 미국산 참깨 전량에 대한 반송 계획서를 제출해 해당 물량은 국내 반입·유통되지 않을 예정”이라며 “따라서 보세구역에 있는 미국산 참깨에 대해서는 검사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냈다.

수입자가 미국산 참깨에 대한 안전성문제를 우려해 국내 유통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되는 정황이지만 식약처는 별도의 조치 없이 반송을 허용한 것이다. 이에 국내에 남아 있는 물량만이라도 제대로 된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미국산 참깨에 대해선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식약처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요청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산 참깨는 들어올 때마다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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