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생명보험사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55세부터 전환 가능, 23일부터 문자 등 안내 올해는 ‘연(年) 지급형’ 내년 월(月)·서비스형도
죽은 뒤에야 받을 수 있던 사망보험금을 이제 살아서 연금처럼 미리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달 30일부터 시행되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이용하면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노후 생활자금으로 바꿔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활용 가능한 연금자산으로 전환해 은퇴 이후 소득 공백을 메우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 연금전환 특약이 없던 종신보험에도 제도성 특약을 새로 붙여 유동화를 가능하게 했다.
금융위원회와 5개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는 22일 회의를 열고 제도 시행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대상은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9억원 이하) 담보 ▲10년 이상 보험료 납입 완료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 ▲신청시점에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는 월적립식 계약 등이다. 또 소득이나 재산요건에 관계없이 신청시점에서 만 55세 이상 계약자라면 자격이 된다.
이번 1차 적용대상은 41만4000건이며, 금액으로 23조1000억원 규모다. 보험사들은 23일부터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고객에게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개별 안내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평균 50대 중반에 퇴직하지만, 국민연금은 62세(앞으로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 이 사이 10년간 수입이 끊기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처음엔 65세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은퇴시점과 연금수령 시점 사이의 공백을 고려해 이용 가능 나이를 55세로 낮췄다. 그 결과 대상 계약은 75만9000건, 3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계약자는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유동화 비율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수령 기간도 최소 2년 이상으로 설정 가능하다.
예를 들어 40세에 가입해 10년간 1872만원(월 15만6000원)을 납입한 1억원짜리 종신보험의 경우, 55세에 90%를 유동화하면 20년간 매년 153만원, 65세에 시작하면 연 227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도 주어진다. 유동화 대상 상품의 월평균 납입보험료와 기존 저축성 보험료를 합산해 150만원 이하라면 세금 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대면 고객센터나 영업점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 유동화 비교 시스템’을 만들어 고객이 여러 조건을 시험해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올해는 1년 단위로 받는 ‘연 지급형’만 운영되지만 내년부터는 ‘매월 지급형’과 간병·요양 등 ‘서비스형’ 상품도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보험을 통해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돕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노후 지원 상품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휘빈 기자 vinyvi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