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은 ‘간의 날’…간 건강 지키려면 간염·간경변증·간암 등 대표 질환 초기 특별한 증상 없어 관리 필요 A형·B형 간염 예방접종 꼭 맞아야 금주·절주하고 건강식품 섭취 주의
술자리에선 늘 가장 먼저 고생하고, 과식이나 피로에도 누구보다 먼저 신호를 받는 장기가 있다. 하지만 질병에 걸려도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몸의 ‘침묵의 장기’, 바로 간이다. 그래서 간 질환은 ‘소리 없는 살인자’라 불린다. 10월20일은 ‘간의 날’이다. 간의 날은 한국간재단과 대한간학회가 간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2000년 지정했다. 간의 날을 맞아 간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본다.
간 질환 쉽게 봤다간 암까지
간은 체내에서 가장 큰 장기로, 무게가 1.2~1.5㎏에 달한다. 간동맥과 간문맥에서 혈액을 공급받으며, 소화관을 통해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분배하고 단백질 합성과 호르몬 대사, 해독, 면역 기능, 담즙 생성 등 수많은 일을 한다. 간은 오른쪽 횡격막 아래에 위치해 만약 간이 붓거나 커지면 우측 갈비뼈 아래서 만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자 에너지 관리 센터”라며 “하지만 손상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평소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간에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은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이 있다. 먼저 간염은 간세포 손상으로 간 수치가 상승하거나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6개월 미만이면 급성 간염, 6개월 이상이면 만성 간염이라고 한다. 간염은 예방 접종으로 막을 수 있는데, A형 간염은 2015년부터, B형 간염은 1995년부터 국가 예방접종 사업으로 지정됐다. 예방 접종력이 없는 성인은 지금이라도 접종하는 게 좋다.
간경변증은 오랜 기간의 손상으로 간세포가 굳어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오랜 음주나 간염이 장기간 지속되면 발생할 수 있다. 만성피로, 식욕부진, 소화불량이 나타나고 얼굴이 거무스름해진다. 어깨나 등, 가슴에 확장된 모세혈관이 보인다. 손바닥은 정상인보다 붉어진다. 남성은 유방이 커지거나 고환이 작아질 수 있다. 특히 검은 혈변이나 피를 토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간경변증에 걸리면 원래 정상 간으로 회복하긴 어렵다. 대신 항바이러스제 치료로 호전시킬 순 있다.
간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중 상위를 차지할 만큼 위협적이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가족력이 있으면, 그리고 40세 이상 성인은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과 관리가 필요하다. 간암 환자 상당수가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고, 기존 간질환이랑 혼동될 수 있어 발견이 어렵다. 영상 검사(CT, MRI) 소견과 알파태아단백이라는 혈액검사 결과를 종합해 간암으로 진단하게 된다.
절주 필요…무분별한 건강식품도 주의를
전문가들은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 수칙을 강조한다. ▲금주 또는 절주 ▲채소·과일·곡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 ▲주 3~4회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체중 관리 ▲정기적인 검진이 기본이다.
간에 좋은 술은 없으며 잦은 음주는 결국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과식이나 고지방·고당분 음식은 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절제된 식습관이 필요하다. 반대로 급격한 체중 감량 역시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제의 과다 복용이나 특정 ‘즙’에 대한 맹신, 민간요법이 오히려 간 독성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 불필요한 약물이나 민간요법, 과도한 영양제 복용도 삼가야 한다. 흡연도 좋지 않다.
유튜브 ‘간보는 의사언니 유정주’의 유정주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술을 끊고 지방간이 악화하지 않게 식단 관리와 운동을 해야 하며 검증되지 않는 건강 식품을 과용하는 것도 권장하지 않는다”며 “이미 떨어져 있는 간 기능이 악화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밝혔다.
◇도움말=대한간학회 누리집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