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재배면적·단수 증가 폭염에 ‘먹’ 등 생리장해 발생 김치업체 봄무 저장확대도 영향 정부, 9~10월 1만2000t 폐기
고랭지무 시세가 8월부터 ‘반 토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량이 급증한 데다 품위 저하와 김치업계 저장량 증가 등으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생산량 전년 대비 22% ‘껑충’=1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무는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1만1557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평균(2만3745원)보다 51.3%, 평년 10월(1만6533원)보다 30.1% 낮다.
원인으론 공급 과다가 우선 지목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일 내놓은 ‘10월 엽근채소 관측’에서 2025년산 여름무 생산량이 전년과 견줘 21.9% 증가한 27만8000t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름무는 국내 생산 여건상 거의 전량 고랭지무를 뜻한다.
생산량 증가는 재배면적과 단수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름무 재배면적은 2790㏊로 지난해보다 5.5% 늘었고, 10a당 생산량은 9951㎏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김학진 강원 홍천 내면농협 상무는 “지난해 배추에 병이 많이 돌면서 올해 강원 강릉·평창 등지에서 무로 작목을 전환한 농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폭염에 ‘먹’ 현상 등 품위 저하…김치업계 봄무 저장 확대도 영향=수요 감소도 값 하락의 요인이다. 김진구 가락시장 대아청과 영업2팀장은 “여름철 폭염으로 고랭지 낮 기온이 36℃까지 올라가면서 생육이 멈춰 전반적으로 크기가 작고, 무 뿌리 내외부가 검게 변하는 ‘먹’ 등 생리장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구부러지거나 크기가 급격히 커진 무는 가정소비용으로 적절하지 않아 치킨무 공장에서 구매해가는데, 올해는 평년의 절반 수준인 1㎏당 250원선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김치업계가 앞다퉈 봄무 저장에 나선 것도 고랭지무 수요를 떨어뜨렸다. 김 상무는 “지난해 무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김치업체들이 올해 일찌감치 물량 확보에 나섰고, 9∼10월 사용할 무를 대거 저장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김치협회 관계자는 “과거 배추김치 위주였던 중국산 김치가 외식업체 깍두기시장도 잠식해가고 있다”면서 “국산 농산물 소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농협, 수급조절 안간힘…시세 반등은 미지수=농림축산식품부는 9월초부터 채소가격안정지원사업을 통해 고랭지무를 1·2차 각각 4000t·8000t 등 모두 1만2000t에 대해 산지폐기 형식으로 시장에서 격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시세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대수 농협경제지주 강원본부 강원연합사업단장은 “20일께 고랭지무 출하가 마무리될 예정”이라면서 “폐기가 계획대로 완료되고 소비가 살아난다면 11월 중순께 전북 고창·부안 등지에서 가을무가 출하되기 전까지는 시세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생리장해가 발생한 밭을 위주로 산지폐기를 추진하다보니 시세에 큰 영향은 없다”면서 “이달말까지는 20㎏ 상품 기준 1만1000원대로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경 기자 wh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