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15% 뛰며 이차전지 상승세 견인
AI 기반 ESS 수요 확대 수혜 기대감
다만 증권가선 투자의견 '중립' 다수
창립 27주년을 맞은 에코프로 '3총사'의 맏형 에코프로가 대형주들의 숨 고르기 속에서 홀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이목을 끌었다.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난 가운데 증권가에선 보수적인 투자 의견이 나오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는 전날 15.15% 뛴 8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권 종목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상승률 종목이다. 에코프로비엠 과 에코프로머티 도 각각 3.38%, 7.42% 상승했다. 에코프로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업체 에코프로비엠과 양극재 전 단계인 전구체 생산업체 에코프로머티의 지주회사다.
그동안 석유화학 산업의 장기 불황으로 주가 부진의 늪에 빠졌던 이차전지주들은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에코프로 '3형제'와 삼성SDI ,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대장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지난 1일~22일까지 27.35% 뛰며 한국거래소 산출 지수 가운데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최근 1개월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61.31%)를 필두로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안착한 이차전지 ETF만 7개에 달한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이차전지 섹터가 약진하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붐이 있다.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덩달아 폭증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글로벌 ESS 시장이 80% 이상, 2026년에는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이후 국내 이차전지 업종의 실적 하향 조정 우려가 주가를 눌러왔으나, 최근 들어 ESS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는 추세"라며 "유럽 시장의 견조한 전기차 수요와 중국의 배터리 소재·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도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 배터리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6013억원(전년 동기 대비 +34.1%)이라는 깜짝 실적을 내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이차전지주 매수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달 들어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의견을 내놓은 6개 증권사 중 '매수' 의견은 단 한 곳이었고, 나머지 5개 증권사는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불황을 타개할 ESS라는 돌파구가 마련됐으나, 영업실적에 절대 규모를 담당하는 EV 수요 개선 가시성이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주요 근거다.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저가 공세도 부담으로 지목됐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가가 약세였던 이차전지로 시장의 유동성이 몰리는 가운데 2023년 고점 대비 주가 회복이 가장 더딘 에코프로 3형제로 투자 심리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며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흑자 전환되나 여전히 본업의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전방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가 의미 있게 회복되면서 가동률 개선의 가시성이 높아지기 전까지는 주가 움직임이 무거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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