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 챗GPT·자체 AI 탑재
스테이블 코인도 주요 신사업 꼽혀
당장 경영 복귀는 어려울듯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 그룹의 신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에서 이미 사활을 걸고 진행 중인 인공지능(AI)을 비롯, 원화 스테이블 코인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그간 미래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창업자의 부재로 그룹 자체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겪으면서 과감한 투자에는 나서지 못한 것이다. 양대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가 올해 초 이해진 창업자의 복귀 이후 두나무 합병과 왈라팝 인수, 온서비스 AI 전면 도입과 같은 대규모 투자와 서비스 출시를 이어오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 창업자는 전날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 창업자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게도 무죄가 선고됐고, 함께 기소됐던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창업자 개인적으로도 고초를 겪어왔다.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되며 보석 허가까지 100일간 구치소에서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건강 악화로 암 수술과 재수술을 받고 입원까지 했다. 재수술을 앞둔 지난 3월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CA협의체 의장에서도 물러났다.
카카오 그룹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신사업으로는 AI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꼽힌다. 카카오는 이달 말 카카오톡에 오픈AI의 챗GPT 서비스를 결합하는 '챗GPT 포(for) 카카오'와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온디바이스 AI 서비스인 '카나나 인 카카오톡'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에 AI 서비스를 전면 적용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주요 신사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카카오 그룹은 현재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관련 동향을 살피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원화 등 실물 통화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적다.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플랫폼 내부에서 안정적이고 범용적인 결제 수단을 확보하면 금융 인프라까지 장악할 수 있다. 이 TF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고 있다.
김 창업자와 함께 카카오 법인도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금융 계열사에 대한 거버넌스 문제도 일단 해소됐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산업자본이 금융사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 내 벌금형 등 법령 위반이 없어야 한다. 유죄 판결로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면 카카오는 6개월 내 10%를 초과하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카카오는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다만 김 창업자의 복귀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건강상 이유로 CA협의체 의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직만을 수행하고 있다. 당분간 치료가 필요한 건강 상황을 고려하면 그가 당장 경영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 창업자의 무죄 판결로 카카오 내부는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카카오 미래 사업 추진의 먹구름이 걷혔다는 안도감이 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카카오 임원들은 특별한 일정 없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지금껏 외부의 차가운 평가와 어려운 시선 속에서 흔들림 없이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카카오의 신뢰와 균형을 지키고 책임져 온 모든 조직의 크루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와 신뢰의 흔들림 등 복잡한 문제들을 마주하며 사회적 믿음을 회복하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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