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반포 아파트 사야지!” 뇌가 이렇게 속삭인다면…

[머니&마인드┃정신과전문의 박종석의 ‘멘털 투자법’] 조급함에 투자하는 포모 증후군·성인 ADHD의 공습

  •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입력2025-09-16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주식·부동산 투자 관통하는 트렌드 ‘포모’

    • 타인 성공 소식에 뇌 반응…도파민과 함께 쾌감·불안 느껴

    • 자책과 열등감에 사로잡히면 뇌는 만성적 공회전

    • 쉬지 못하는 뇌, 충동적 투자 유발하며 손실 초래

    • 멀티태스킹보단 싱글태스킹, 눈앞 과제 처리에 집중해야

    비트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돼 서울 반포 아파트를 샀다는 친구의 성공 이야기를 접하면 중뇌변연계 보상회로가 자극을 받아 도파민이 분비되고, 쾌감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사진은 지난해 7월 28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반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비트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돼 서울 반포 아파트를 샀다는 친구의 성공 이야기를 접하면 중뇌변연계 보상회로가 자극을 받아 도파민이 분비되고, 쾌감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사진은 지난해 7월 28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반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혹시 하루에도 열 차례 넘게 주식을 사고팔고 하지는 않는가.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을 하루에 대여섯 번 설치했다 지웠다를 반복하지는 않는가. 주식매매에 사로잡혀 하루 종일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해 정작 본업과 가정이 뒷전이 된 적은 없는가. 나아가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짜증이 잦으며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지는 않는가. 이는 단순한 투자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포모(FOMO) 증후군’의 신호일 수 있다.

    올해 대한민국의 주식·부동산 투자 트렌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포모다. 포모는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영어 표현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소외불안증후군’ ‘고립에 대한 공포’로 번역할 수 있다. 이 단어는 벤처투자자이자 작가인 패트릭 J 맥기니스가 2004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매거진 ‘하버스’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소개됐다. 당시만 해도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는 주제에 혼자 뒤처질까 두려워하거나, 대인관계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의미하는 등 사회적 맥락에 국한된 개념이었다.

    타인 성공 소식에 뇌 반응…도파민과 함께 쾌감·불안 느껴

    본래 주목받지 못했던 포모라는 개념은 2010년을 기점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보급과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급성장이 포모의 확산을 가속화한 것이다. 특히 유행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서 소외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포모 증후군은 유튜브와 SNS가 낳은 시대적·사회적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제적 차원에서 포모 증후군이 부각됐다. 모임, 여행, 단체 활동이 중단된 고립의 시대. 사람들은 SNS에 몰입하며 일상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빈도가 늘었고,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와 소비 격차가 여실히 드러난 탓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해 자영업이 무너지고 실업률은 치솟는 와중에도 인스타그램에는 한강 뷰, 해외여행을 위한 비즈니스석, 명품 소비 인증 등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역설적 풍경도 펼쳐졌다. 이는 단순히 박탈감이나 열등감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포모 증후군이 무서운 점은 스스로에게 집중하거나 내면의 성장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타인이 이룬 경제적·물질적 성과인 ‘강남 아파트’나 포르셰, 롤렉스 등 상징적 재화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과물입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포모 증후군에 빠진 이들은 대체로 다음의 성향을 보인다. 첫째, 성공과 행복의 기준을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 사회적 비교에 크게 의존한다. 둘째, 불안 민감도가 높아 미래의 불확실성이나 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셋째, 장기적 성과나 만족보다 즉각적 보상과 쾌락에 몰두한다. 넷째, 결정장애가 있어 본인이 옳다고 확신하는 일에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선택지와 비교하며 망설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 가지에 몰입하기가 어려워진다. 관심을 가져야 할 정보와 주제가 너무 많다 보니 타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할 여유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을 시간과 에너지도 부족해지는 것이다. 10분 요약 유튜브 영상으로 독서를 대신하고, 더 나아가 그 콘텐츠마저 30초로 압축한 쇼츠와 릴스로 대체한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 성인 ADHD 유병률이 급증한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포모 증후군이 확산한 시기와 겹친다.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영향이 클 것이다. 실제로 손흥민이나 오타니 쇼헤이 같은 스포츠 스타의 화려한 일상, 비트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돼 반포 아파트를 샀다는 친구의 성공 이야기 등을 접하면 우리의 뇌는 반응한다. 중뇌변연계의 보상회로가 자극을 받아 도파민이 분비되고, 쾌감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는 성공에 대한 강렬한 갈망과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며, “왜 나는 저걸 이루지 못했을까”라는 열등감과 초조함으로도 이어진다.

    성인 ADHD와 포모 증후군은 놀라울 만큼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이며, 이는 투자·재테크 상황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두 경우 모두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큰 기회를 놓친다”는 강박적 충동과 불안이 출발점이다. 이 압박감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투자 결정으로 이어지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자책과 우울을 낳는다. 단기적 자극에 집착하고, 쉽게 불안해하며, 중요한 결정을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 역시 투자자의 전형적 행태와 닮아 있다. 실제로 성인 ADHD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① 집중력 저하

    ② 의사결정·판단 기능의 약화

    ③ 멀티태스킹 능력의 일시적 소실

    ④ 높은 충동성과 감정 기복

    ⑤ 강박적 불안의 반복

    포모 증후군이 과도한 불안과 우울을 유발하고, 자존감을 낮추며 열등감을 심화한다는 연구는 다수 보고됐다. 일상과 본업에 대한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그로 인해 기억력·인지·의사결정 능력까지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성인 ADHD의 작동 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행동중독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의 58.9%가 인터넷·쇼핑·성·도박 가운데 하나 이상에 중독돼 있으며, 이 가운데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충동성과 감정 기복, 그리고 보상회로가 만들어내는 중독적 패턴은 성인 ADHD와 포모 증후군을 관통하는 공통된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포모 증후군에 빠진 이들은 불안 민감도가 높으며, 미래의 불확실성이나 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Gettyimage

    포모 증후군에 빠진 이들은 불안 민감도가 높으며, 미래의 불확실성이나 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Gettyimage

    쉬지 못하는 뇌, 충동적 투자 유발하며 손실 초래

    포모 증후군과 ADHD 성향을 지닌 사람은 충분한 준비와 여유자금, 체계적 공부가 아니라 열등감과 조급함에 떠밀려 투자를 시작한다. 이때 자신과 부유한 타인 사이의 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날수록 불안은 커진다. 2021년 부동산 폭등과 암호화폐 열풍 속에서 “나만 계속 가난해진다”는 공포심과 더불어 확산된 이른바 ‘벼락거지’ 논란이 대표적 예다. 결국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식투자뿐이다”라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된다.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책과 열등감에 사로잡히면 뇌는 만성적 공회전에 빠진다. 그 결과 집중력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떨어지는데,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다. 뇌는 휴식을 취할 때 특정 영역이 활성화된다. 이 가운데 내측 전전두엽 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은 자기 평가와 사회적 판단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퇴근 후 집에서 몸과 마음이 이완될 때 이 부위가 활성화되며, 이 과정에서 긴장이 풀리고 약간의 나른함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포모 증후군이 심해지면 이 부위가 과도하게 자극을 받아 끊임없는 자기 비난과 자책에 빠진다. 겉으로는 휴식을 취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가 전혀 쉬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뇌는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을 잃게 되고, 판단력과 의사결정 능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치밀한 준비를 마친 뒤 투자에 나서도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집중력과 자기 확신이 무너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투자가 안정적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포모 증후군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 불안까지 더해지면, 뇌는 “쉬어라”가 아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해라”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 결과 잠도 편히 들지 못하고,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투자를 이어가게 된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투자 손실은 불 보듯 뻔하고, 본업과 가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지각이나 결근으로 직장에서 근태 문제를 지적받을 수 있고, 대인관계에서도 쉽게 짜증을 내는 등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초심자의 행운에 따라 처음에는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ADHD 상태에서 이뤄지는 투자가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란 어렵다. 

    설령 운이 따라 몇 번 성공을 거두더라도 포모 증후군에 사로잡힌 뇌는 속삭인다. “이 정도로 만족할 거야? 반포 아파트를 사야지! 건물주가 돼야지! 더 크게, 더 빨리 도전해야 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끝없는 혹사의 끝에는 결국 큰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좋지 않은 결과를 예감하면서도 불안에 떠밀려 도파민적 쾌감에 반복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우리는 ‘중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고 싶다”는 그 욕망은 정말로 내가 자율적으로 원한 것일까.

    과거에는 스펙 경쟁의 출발선이 ‘명문대 입학’에서 시작됐다. 요즘은 좀 더 앞당겨져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영어를 끝내지 못하면 의대나 명문대 입학은 이미 어렵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4세 무렵 시작되는 비교와 열등감의 굴레는 대학 진학과 직업 선택, 부동산 확보, 자녀 교육과 결혼까지 삶 전반을 지배한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비교중독과 불안중독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시대 속에서 자란 세대가 성인이 됐을 때 ADHD에 쉽게 걸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포모 증후군에 빠지면 내측 전전두엽 피질(짙은 색 부분)이 과도하게 자극을 받아 끊임없는 자기 비난과 자책에 빠진다. Gettyimage

    포모 증후군에 빠지면 내측 전전두엽 피질(짙은 색 부분)이 과도하게 자극을 받아 끊임없는 자기 비난과 자책에 빠진다. Gettyimage

    멀티태스킹보단 싱글태스킹, 눈앞 과제 처리에 집중해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행동 지침을 제안한다. 먼저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싱글태스킹’을 실천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새로운 일이나 아이디어를 찾는 데 몰두하기보다, 지금 당면한 과제와 문제를 먼저 정리하는 데 집중하자. 최소 1주일 이상 SNS·유튜브·인터넷 기사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일상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권한다. 그리고 자기 과시와 허세에 집착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자. 마지막으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이고 단기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조금씩 실행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의 기질과 환경, 성격이 제각각이듯, 개인의 성장 방식과 타이밍 역시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인격과 인품, 내면의 성숙과 지혜를 갖췄다 해도 강남 아파트에 살며 대치동 학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하면 ‘루저’로 낙인찍히는 시대다. 체력과 정신력, 관심의 대부분을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데 쏟다 보면 금세 번아웃(burnout)에 시달리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생기기 쉽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성공과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SNS 속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꾸준히 늘려가야 한다.

    겉보기에 성공으로 가득해 보이는 타인의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어려움과 걱정으로 가득하다. 자신의 일상과 본업의 가치를 더 소중히 할 때 당신의 내면은 더 성장하고 성숙해질 것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그것이 켜켜히 쌓여 당신의 자존감을 키워나가면, 당신의 투자도 인생도 성공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