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호

보안성 높은 블록체인의 고질병, 처리 속도 해결 꿈꾼다

[암호화폐 바로알기] 세상에서 가장 빠른 블록체인 ‘솔라나’

  • 최동녘 블록미디어 전략본부장

    입력2025-07-0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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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안성, 탈중앙화, 확장성…‘블록체인 트릴레마’

    • 솔라나 프로젝트 “가장 빠른 블록체인 만들자”

    • 이론상 신용카드 수준의 거래 처리 속도 낼 수 있어

    • 초고속, 저비용 넘어 확장성까지

    •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도 관심 보였으나

    • FTX 도산으로 솔라나 프로젝트 위기 놓이기도

    • 다양한 소규모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으로 진화

    2024년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솔라나의 연례 콘퍼런스인 ‘Breakpoint 2024’에 참여한 인사들. (왼쪽부터) 아나톨리 야코벤코 솔라나 창업자, 댄 알버트 솔라나 디렉터, 브라이언 롱 트리튼원 창업자. 뉴스1

    2024년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솔라나의 연례 콘퍼런스인 ‘Breakpoint 2024’에 참여한 인사들. (왼쪽부터) 아나톨리 야코벤코 솔라나 창업자, 댄 알버트 솔라나 디렉터, 브라이언 롱 트리튼원 창업자. 뉴스1

    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Bitcoin·BTC), 이더리움(Ethereum·ETH) 등 시가총액이 큰 자산 외에도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솔라나(Solana·SOL)’는 고속 처리 속도, 낮은 수수료, 그리고 확장성을 표방하며 단기간에 두각을 나타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솔라나의 로고. 솔라나 홈페이지

    블록체인 프로젝트 솔라나의 로고. 솔라나 홈페이지

    블록체인은 여러 참여자가 동시에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을 공유하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기술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보안과 탈중앙화를 중시하지만 그 대가로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확장성(Scalability)의 한계라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블록체인 트릴레마’라고 하는데, 보안성·탈중앙화·확장성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인 이더리움도 처리해야 할 작업이 몰리면 수수료가 급등하고 지연 시간이 길어지는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는 높은 확장성을 갖추면서도 탈중앙화와 보안을 지켜낼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는 움직임이 생겼다. 솔라나는 이 지점에서 주목받았다.

    처리 속도 빠르고 간편한 블록체인

    솔라나는 퀄컴(Qualcomm) 출신 엔지니어였던 아나톨리 야코벤코(Anatoly Yakovenko)와 공동 창립자들이 주축이 돼 2017년경 시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명칭인 ‘솔라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해변 지역 이름에서 따왔다. 빠르고 간편하며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목표로 한다.

    솔라나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세상에서 가장 빠른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기치를 내걸었다. 처리 속도와 확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창적인 합의 알고리즘을 연구했다. 야코벤코는 과거 모바일 통신 기술을 연구했던 경험을 살려, 네트워크의 동기화(싱크)와 검증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론에 집중했다. 그 결과 나온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역사 증명(Proof of History·PoH)’이다.



    기존 블록체인은 참여자들이 서로 신뢰하기 위해 ‘현재 시점에 어떤 거래가 발생했는지’를 증명하기 위한 합의 과정을 거친다. 합의가 끝나면 해당 내용은 모든 블록체인에 남는다. 솔라나는 여기에 역사 증명이라는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역사 증명은 블록체인의 변화를 기록하는 해시 함수를 이용한다. 해시 함수는 어떤 메시지를 입력해도 고정된 길이의 값을 출력한다. 블록체인에서 거래가 일어났을 때 이를 해시 함수에 기록하면 특정한 값이 출력돼 블록체인에 남는다. 출력된 값만 보고는 어떤 변화가 언제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역사 증명은 해시 함수에 기록된 순서를 활용한다. 기록 순서를 보고 변화가 일어난 순서를 유추할 수 있다. 

    솔라나 블록체인은 이 방식으로 이론상 초당 수만 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솔라나는 수천 건에서 최대 수만 건에 이르는 ‘초당 거래 처리 능력(TPS)’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결제 인프라 비자(VISA)가 처리하는 약 2만4000건의 TPS와 대비했을 때 글로벌 결제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솔라나의 트랜잭션(거래 입력) 수수료는 평균적으로 1건당 0.00025달러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토큰 가격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이는 초기 이더리움 등에서 트랜잭션당 수수료가 수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는 상황을 겪어본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다.

    실제 금융서비스나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게임, 소셜미디어 등 대중적으로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려면, 사용자가 ‘블록체인이 돌아가는지’조차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저렴한 거래가 뒷받침돼야 한다. 솔라나는 이 부분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는 곧 웹3(Web3)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연결된다.

    이러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솔라나는 2020년에 본격적인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동시에 개발자 환경, 사용자 경험(UX), 생태계 확장 등을 꾸준히 개선해 왔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네트워크 안정성과 처리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네트워크 불안과 FTX 파산, 충격 뒤로하고 ‘성장세’

    2023년 3월 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미국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세계 3위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 AP/뉴시스

    2023년 3월 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미국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세계 3위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 AP/뉴시스

    솔라나에도 위기는 있었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네트워크가 일시적으로 중단(downtime)되는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는 트랜잭션 과부하와 외부 공격 시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가장 빠른 블록체인”임을 내세우던 솔라나 처지에서는 신뢰도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한편 솔라나가 한창 상승세를 타던 시절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가 창립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와 그 모회사 알라메다 리서치가 솔라나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솔라나 토큰(SOL)을 대규모로 보유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해 솔라나는 사실상 ‘FTX 블록체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평가는 오명이 됐다. 2022년 말에 FTX 거래소가 고객 자금 유용 여파로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알라메다 리서치 역시 파산 수순을 밟았다. 솔라나 생태계에도 부정적 파장이 미쳤다. FTX 파산 당시 시장에서는 솔라나 토큰이 대량 매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솔라나는 FTX 파산과 함께 2021년 11월 개당 가격이 약 30만 원에서 2022년 11월 약 2만 원까지 90% 이상 급락했다.

    솔라나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알라메다나 FTX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립하려고 온갖 노력을 진행해 왔다. 동시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해 솔라나 생태계를 키웠다. 덕분에 가격도 FTX 붕괴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6월 10일 기준 솔라나의 개당 가격은 한화 약 2만1700원이다. 

    솔라나의 기술적 강점은 업계 내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비록 2022년 FTX 사태 등 대외 이슈로 인해 가치가 상당히 훼손됐지만, 이를 뒤로하고 회복세를 보이며 ‘고유의 기술적 매력’에 기반해 이용자를 모으고 있다.

    밈 코인, NFT 등에서도 주로 쓰여

    글로벌 금융기관과 대형 결제 기업들도 솔라나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 회사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은 올해 5월 기준 약 6억 달러 규모의 머니마켓펀드를 솔라나에서 운영하고 있다. 씨티은행(CITI)과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 또한 솔라나 기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결제 분야에서도 솔라나 기반 확장이 뚜렷하다. 페이팔(PayPal)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솔라나에 통합해 저렴하고 빠른 국제 송금을 가능하게 했다. 비자(Visa)는 솔라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인들이 USDC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밈 코인의 대표적 예인 도지코인의 홈페이지. 도지코인 홈페이지 캡처

    밈 코인의 대표적 예인 도지코인의 홈페이지. 도지코인 홈페이지 캡처

    NFT와 ‘밈 코인’ 생태계도 솔라나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 열풍이다. NFT는 각각 고유한 가치를 지닌 토큰으로, 디지털 예술품이나 수집품, 게임 아이템 등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등록하는 데 사용된다. 밈코인은 인터넷 커뮤니티 유행 콘텐츠인 ‘밈(Meme)’에서 유래한 코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이던 시바견 사진에서 파생된 ‘도지코인(DOGE)’이 대표적 예다. 

    밈 코인 플랫폼 펌프펀(Pump.fun)은 솔라나를 이용해 밈코인 생성을 간소화하며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텔레그램 기반 밈 코인 거래 자동화 프로그램 봉크봇(Bonkbot)과 포톤(Photon)도 솔라나를 이용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성장 속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솔라나의 연례 콘퍼런스인 ‘Breakpoint 2024’ 행사에는 114개국에서 6000명 이상이 참여해 글로벌 확장세를 확인했다. 

    솔라나는 “가장 빠르고 확장성 높은 블록체인”이라는 슬로건으로, 단기간에 폭발적 성장을 이뤄냈다. 금융, 결제, 콘텐츠를 아우르는 다각도의 성장 흐름 속에서 솔라나는 기존 블록체인 플랫폼과 차별화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6월 10일 기준 솔라나의 시가총액은 한화 약 113조 원. 대장주인 비트코인(2970조 원)에 비해서는 적지만, 전체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는 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이 크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 속도 또한 매우 빨라지고 있다. 경쟁 플랫폼인 이더리움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처리 속도와 수수료 문제를 해소하려 하고, 폴카닷(DOT)·카르다노(ADA)·아발란체(AVAX) 등 다양한 신규 경쟁 프로젝트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투자자는 솔라나가 과연 장기적으로도 기술 우위를 지킬 수 있는지, 그리고 개발자 생태계가 얼마나 탄탄히 유지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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