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

‘리딩뱅크’ 향한 KB·신한의 맞대결, 비이자 이익이 가른다

[금융 인사이드] 4대 4 기록한 맞수, 올해 승부 난다

  • 손희정 이투데이 기자 sonhj1220@etoday.co.kr

    입력2025-09-0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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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LS 악재 털어낸 KB국민은행, 2분기 역전하며 반격

    • 비이자 포트폴리오 강화로 돌파구 찾는 신한은행

    • 금리인하·대출 규제 겹악재…“정책 리스크 대응력이 핵심”

    • 자산관리·외환·투자금융 등 비이자 부문 성과가 주요 변수

    최근 10년간 각각 4번씩 리딩뱅크에 오른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올해 최종 승부를 가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뉴시스

    최근 10년간 각각 4번씩 리딩뱅크에 오른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올해 최종 승부를 가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뉴시스

    올해 ‘리딩뱅크’를 차지하기 위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6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신한은행이 상반기에도 선두를 유지했지만, KB국민은행이 2분기 빠른 추격으로 하반기 역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리인하 기조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전통적 이자수익 확대가 한계에 부딪히자, 두 은행 모두 하반기 전략을 기업대출과 비이자 이익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자산관리(WM), 외환, 투자금융(IB) 등 비이자 부문의 성과가 연말 리딩뱅크 타이틀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ELS 악재 털어낸 KB국민은행, 2분기 역전하며 반격

    KB국민은행은 올해 2분기 ‘리딩뱅크’ 타이틀을 신한은행으로부터 되찾았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612억 원으로 신한은행(1조1387억 원)을 225억 원 차이로 앞섰다. 1분기에는 신한은행이 1조1281억 원을 기록하며 KB국민은행(1조264억 원)을 약 1000억 원 웃돌았지만, 2분기 들어 판세가 뒤집히며 연간 리딩뱅크의 향방은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올해 KB국민은행의 실적 회복세는 뚜렷하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이 3895억 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13.1% 증가하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렸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2조18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17억 원(45.3%) 급증했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은 1.73%로 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으나, 신한은행(1.55%)과 하나은행(1.48%)을 크게 웃돌았다. 방카슈랑스(보험상품 판매 채널)와 투자금융 수수료 증가, 전년도 ELS 충당부채 해소가 실적을 떠받쳤다는 평가다.



    대출 포트폴리오는 균형 있게 확장됐다. 가계대출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고르게 늘었고, 기업대출은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6월 말 원화대출금은 372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4%, 전 분기 대비 1.4% 각각 늘었다. 가계대출은 180조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0.9% 소폭 확대됐고, 기업대출은 191조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 늘었다. 

    이종민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여신 성장률은 당초 경영 계획 수준인 4~5% 내외 수준으로 계속 관리할 계획”이라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로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수익성 높은 신용대출이나 주담대의 우선 성장을 추진하면서, 집단대출은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속도 조절을 통해 전반적인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조695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6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했으며 올해도 수성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조2668억 원으로 KB국민은행과 격차를 792억 원으로 유지하며 선두를 지켰지만, 하반기까지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선 추가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핵심 전략은 비이자 이익 확대다. IB와 자산관리 수수료 증가,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관련 손익 개선이 영업이익을 끌어올렸고, 지난해 반영됐던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며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졌다. 상반기 비이자 이익은 673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 급증했다. 

    특히 수수료 이익 중 펀드·방카슈랑스·신탁 수수료를 제외한 투자금융 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69.6% 늘어난 1158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및 외환 관련 손익도 71.3% 늘어 8355억 원으로 뛰었다. 우호적 시장 환경이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관련 손익을 끌어올렸다. 이에 더해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기업투자금융(CIB) 중심의 조직개편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기간 이자 이익은 예대금리차 확대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한 4조4652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 NIM은 1.55%로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비이자 포트폴리오 강화로 돌파구 찾는 신한은행

    이정빈 신한은행 CFO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정책적 부문을 감안하면서 적정한 수준으로 가계대출 성장 속도를 관리할 계획”이라며 “특히 하반기엔 자산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기업 쪽에서 성장 속도를 확보한 만큼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시장에서 자산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10년간 신한은행(2015·2016·2018·2024)과 KB국민은행(2017·2019·2020·2021)은 각각 4번씩 리딩뱅크에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2025년 예상 순이익은 5조7106억 원, 신한금융은 5조500억 원으로 두 그룹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그룹 기준으로는 KB금융이 약 6600억 원 앞설 것으로 관측되지만 은행 부문만 놓고 보면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2조187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연간 4조 원대 실적 가능성을 열었고, 2분기 실적 역전으로 연간 리딩뱅크 탈환 가능성까지 높였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비이자 이익 강화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리인하와 가계대출 규제로 전통적인 이자수익 확대가 어려워진 만큼 WM, IB, 외환·파생, 글로벌 비즈니스 등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위)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뉴시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위)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뉴시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올해 초 취임 이후부터 비이자 이익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WM 부문 내에 ‘골든라이프’ 부를 신설하고 전통적 비이자 이익 확보 방법인 펀드 판매에도 힘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펀드 판매 잔액은 20조1826억 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도 크게 늘려 2분기 순수수료 이익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하반기에는 고객 자산의 안정적 관리와 수익 증대 등 수수료 기반 자산관리 사업으로 전환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유언대용신탁, 보험금청구권신탁, 재산신탁 등 신탁 부문을 상품 판매 중심에서 자산관리형 비즈니스 구조로 재편하기 위해 특정금전신탁 상속인 지정계약 서비스를 출시하고 보험금청구권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종합재산신탁을 그룹의 중점 사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주식시장 상승이 예상되면서 KB국민은행은 단기적 투자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고객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수익이 기대되는 글로벌 자산 배분형 펀드, 채권혼합형 펀드 등 포트폴리오 기반의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비이자 이익 확대의 축으로 △펀드 △방카슈랑스 △신탁을 설정했다. ‘다시 한번 코리아’ 캠페인을 통해 국내 주식형 펀드 판매를 활성화하고, 확정금리 연금·저축성 보험 판매를 확대해 방카슈랑스 기반을 다진다. 신탁 부문에서는 최신 종합재산신탁 시스템을 활용해 상속·기부·자산관리형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월드비전·서울대병원과 협력해 신탁형 기부 문화를 확산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탁형 서비스와 상장지수펀드(ETF) 전담팀 운영으로 신탁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목표다.

    금리 인하·대출 규제 겹악재…“정책 리스크 대응력이 핵심”

    두 은행 모두 하반기에는 기업대출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규제 기조 속에서 유망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6~7%대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이종민 CFO는 “기업대출은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면서도 우량 자산 위주로 6~7%대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중소 법인은 고객 기반을 강화하면서 부대 거래 이익 증대 관점에서 적정 성장을 추진하고, 소호(개인사업자) 쪽은 업종 지역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기업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해 하반기 확대 여력을 남겼다.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80조6989억 원으로 지난해 말(180조7494억 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5.57%로 1.23%포인트 상승해 자본 여력도 확보한 상태다.

    이정빈 CFO는 “상반기에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해 자산 성장을 다소 보수적으로 관리하면서 기업대출 부문에서 성장이 거의 미진한 수준이었다”며 “상반기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하반기 성장 여력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했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기업대출 시장에서 자산 성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은행권을 덮친 ‘겹악재’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은행의 수익 구조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은행 실적의 버팀목이었던 이자 이익은 NIM 하락과 예대마진 축소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상반기에는 예대마진 확대와 대출 수요 급증 효과로 방어할 수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저금리 전환과 대출 총량 규제가 겹치면서 실적 전망이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장사’ 비판도 하반기 은행권의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대통령은 7월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손쉬운 주담대 이자수익에 매달리지 말고 투자 확대에 나서라”고 지적하며 상생금융 강화를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발언 직후 은행권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민생·소상공인 지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미 금리인하와 대출 규제라는 겹악재로 이자 이익 방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의 압박까지 겹치며 은행들은 비이자 이익 확대와 정책 친화적 기업대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전략은 수익성 경쟁을 넘어 정책 리스크 대응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6·27 가계대출 규제 도입 이후 은행권의 하루 평균 가계대출 신청액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도 6월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인 7월 1일부터 24일까지(18영업일) 은행권 하루 평균 가계대출(주담대·신용대출 등 포함) 신청 금액은 1조78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 규제 시행 직전인 6월 1~27일(18영업일) 하루 평균 신청액인 4조990억 원 대비 56.5% 급감한 수치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내 두 차례 추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에는 금리 하락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대출 규모와 이자 수입이 동시에 줄어드는 ‘이중고’에 은행들은 빠른 전략 수정에 한창이다.

    은행권은 자산관리, IB, 글로벌 비즈니스 등 비이자 이익 부문 확대와 대손충당금 선제 적립, 자본 건전성 강화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 불확실성, 정부 규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등 ‘삼중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리딩뱅크 구도와 금융시장 판도는 예상보다 더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은행업계가 이자수익 중심에서 비이자 이익 구조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는 만큼,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은행이 새로운 리딩뱅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정책 압박이 지속되는 만큼 비이자 이익 확대 능력이 향후 은행 순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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