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

“원화 스테이블코인, K-한류로 디지털 기축통화 구실 기대”

[Interview] ‘스테이블코인법’ 대표 발의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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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5-08-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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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 이후 가장 큰 금융 혁명”

    • 금융위·한국은행·기재부에 인가·통화·외환 관리감독 기능 부여

    • 사전인가제, 발행 요건 강화로 ‘신뢰성’ ‘안전성’ 확보

    • 해외 송금, 환전, 온라인 결제 때 ‘수수료’ 걱정 크게 줄 것

    • 해킹 예방 위해 ‘안정성 확보 의무’ 부여…위반 땐 ‘손해배상’ 규정도

    • 산업 중요성에 여야 공감대 형성…빠르면 이번 정기국회 처리 기대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영철 기자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영철 기자

    “인터넷 이후 가장 큰 금융 혁명”

    7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서명한 후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함으로써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고 ‘안정적’(스테이블)인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관련 법안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안도걸(60)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28일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원화스테이블코인법)을 대표 발의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차관을 지낸 재정 전문가인 안 의원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앞장선 까닭은 뭘까.

    스테이블코인, 기본적 틀조차 마련 안 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지금 세계는 디지털 통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신속한 지급결제가 가능한 데다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접근성이 용이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디지털 통화 시대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도입한 것도 디지털 통화 패권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더욱이 유럽연합(EU)과 일본, 홍콩 등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상환 전반에 대한 규율 체계를 도입했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기본적인 제도의 틀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만약 외국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시장을 장악해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혁신 흐름에 뒤처지게 되면 우리나라 통화와 외환 정책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디지털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신속하게 조성하는 것이 곧 우리나라 통화 주권, 금융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안 의원은 “새로운 결제 플랫폼 구실을 할 스테이블코인은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접목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며 “새로운 금융혁신 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서라도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디지털 자산 관련한 법안이 여럿 국회에 제출돼 있다. 타 법안에 비해 안 의원이 제출한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어떤 점에 차이가 있나.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통화로서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법안 이름을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과 유통에 관한 법안’으로 구체화한 것도 스테이블코인이 갖고 있는 통화와 외환 성격을 충실히 법안에 담기 위함이다. 특히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과 외환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일정한 역할을 부여해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기존 법안의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됐던 국내 이용자 보호장치를 강화함으로써 시장의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안 의원이 발의한 스테이블코인 법안과 다른 법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외국환거래법 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코인 발행업자의 인가 요건 유지 의무를 강화함으로써 안전장치를 강화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코인 발행 주체를 선정할 때 예비 인가 제도를 통해 ‘신뢰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했고, 대주주 변경 때에도 사전에 ‘승인’ 받도록 요건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코인 발행 허가권자인 금융위원회에 ‘긴급조치명령권’을 부여하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도 ‘자료제출요구권’과 ‘긴급조치명령요청권’을 각각 부여함으로써 코인 사업자의 신뢰성에 의심이 갈 경우 2중, 3중 안전장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또한 코인의 상환기간을 ‘3일 이내’로 규정함으로써 이용자의 이용 편익을 크게 증진시킨 점도 눈에 띈다.

    코인 거래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직접 코인을 발행해서 유통하도록 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은가.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특성상 탈중앙화를 통한 혁신적 서비스와 국경 없는 자유로운 이동성에 강점이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만이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각국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발행토록 할 경우 나라별 인프라와 정책에 묶여 민간 주도의 빠른 혁신이나 글로벌 확장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정부가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어 ‘빅브라더’ 논란처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다. 다만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각각의 역할과 장단점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상호 보완적 공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발행 잔액 100% 이상 준비자산 보유 의무화

    안 의원 법안에 따르면 코인 발행 주체를 금융기관은 물론 주식회사와 외국 법인까지 허용하도록 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어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세계에서 그 나름의 생태계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에 아이디어가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업자 선정 전에 사업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신뢰성과 전문성이 얼마나 되는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다.”

    안 의원은 “코인 발행 요건을 강화하고 동시에 사전인가제를 도입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의 안정성을 높이도록 법안 내용을 구체화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코인 발행인은 자기자본 50억 원 이상, 전산 설비와 인력 등 필수요건을 갖춘 금융기관 또는 주식회사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해 발행인에 대한 신뢰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 발의 법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전에 백서를 통해 발행량과 유통량, 상환을 위한 준비자산 계획 등을 사전에 신고토록 하고, △공시 및 상품설명서 작성도 의무화했다. 또한 △발행 잔액의 최소 100% 이상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자산을 분리 관리토록 함으로써 가치 안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준비자산으로는 현금은 물론 유동성이 높은 요구불예금과 잔존만기 1년 이내의 국채 및 지방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정 비율 이상은 반드시 현금 또는 예금으로 확보하도록 했으며, 발행인 고유 재산과 별도 계정으로 신탁하거나 예치토록 함으로써 이용자 보호를 강화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하면 화폐 유통량이 크게 늘어 인플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통화량이 다소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코인을 발행하게 되면 그만큼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확보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디지털’을 매개로 지급결제하는 데 국한하기 위해 이자 지급을 금지했다. 만약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코인 발행사가 이자 지급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현금을 운용하려 해 통화로서 가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코인 발행의 적정성 유지를 위해 발행인별 총 발행 한도를 부여하고, 발행 잔량에 대한 관리 여부를 정기 점검하고, 금융당국이 긴급조치를 발동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하면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나.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지급결제, 무역거래, 기업 간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국에 있는 자녀에게 은행을 거치지 않고 불과 수초 만에 송금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서도 코인 결제가 가능해져 환전수수료 부담도 덜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온라인 결제 때에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지불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편리함과 신속성 덕분에 미국에서는 이미 USDT(테더), USDC(서클)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온라인 결제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 통화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코인 발행과 유통 과정에 해킹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나.

    “현재 최고의 암호화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온체인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이 이뤄지기에 다른 결제망에 비해 강력한 보안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서도 보안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구축된 시스템을 통해 보안 과정을 철저히 거쳐 거래가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해킹이나 보안상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해킹 시도는 언제나 수시로 발생할 수 있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상당할 수 있는 만큼 보안 체계 강화는 물론 사전 안전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이번 법안에도 발행인에게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만약 위반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한 이용자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했다.”

    발행인 책무와 외국환거래 의무 준수 엄격히 규정

    코인은 신속하고 편리하게 지급결제가 가능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금세탁, 불법 자금 이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안 준비 과정에 금융위원회 등 관련기관은 물론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 등과 함께 코인 발행과 상환 과정에서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체계를 많이 고민했다. ‘발행인의 책무’와 ‘외국환거래 관련 의무 준수’를 엄격하게 규정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발행인에 대해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른 불법 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 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등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유통, 이용에 있어 외국환거래법의 관련 법령을 준수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특금법과 외국환거래법에 필요한 규제를 스테이블코인법에 반영했지만, 앞으로는 특금법과 외국환거래법 개정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점을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유럽연합과 일본, 홍콩에서는 이미 법안이 마련돼 시행되고 있고, 미국도 지니어스법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1년 6개월 뒤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금융혁신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최대한 빠른 입법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당 내부에서 많은 검토가 있었고, 산업의 중요성과 법안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원화는 기축통화 구실을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K-한류 열풍에 힘입어 디지털 세계에서 기축통화 구실을 할 수도 있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이 편리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즐겨 사용하고, K-팝과 K-드라마, K-무비를 소비하려는 세계인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공연도 예약하고, OTT 결제도 하고, 굿즈도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하는 등 활용도가 높아지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권력이 높아질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지 물물교환에 쓰인 화폐는 고대 ‘소금’에서부터 중세 이후 근대까지 금과 은, 현대에는 법정지폐로 바뀌었다. 디지털 화폐인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본격화하면 대한민국 ‘원화’는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기축통화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만의 착각이 될지, 아니면 커진 경제 규모와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원화가 선진국 화폐로 인정받게 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안 의원은 이렇게 강조했다.

    “금융혁명 시대를 맞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 생태계에서 우리 원화 가치를 보존하고 높여 국익을 지키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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