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

韓 자동차산업, 가격경쟁력 높이고 기술 혁신해야 생존한다

[Special Report | WTO 종말! ‘트럼프 라운드’ 시작됐다] 수출용 완성차 2대 중 1대가 미국 수출용이었는데…

  •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2025-08-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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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완성차 전체 수출의 49.1%가 미국에 집중

    • ‘한미FTA에 따른 2.5% 낮은 관세 부과’ 혜택 상실

    • 4월 19.6%, 5월 27.1%, 6월 16.0% 수출액 감소

    • 현대차그룹 2분기 관세 피해액 1조6000억 원

    • 가격경쟁력 높이고, 대미 수출 의존도 낮춰야

    • 자율주행, 전동화 등 앞선 기술 확보해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뉴스1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이슈화하면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산업은 자동차다. 이는 미국과 우리 모두의 경제에 자동차산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혁신협의회(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에서 발표한 ‘2024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자동차산업은 4.8%의 비중을 차지했다. 단일 산업으로는 매우 높은 비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대규모 무역 수지 적자를 들면서,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국내 생산이 위축되고, 실업 문제가 발생했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기준 전체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19%가 자동차산업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미국은 1644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지만, 판매량의 39%에 달하는 644만 대를 수입에 의존했다. 

    결국, 수입하는 물량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고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논리다. 그는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이 점을 강조하면서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대대적 관세 부과를 예고해 왔다. 실제로 자동차에 대해서는 4월 3일부터, 부품에 대해서는 5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무역수지 적자 수준에 따라 국가별로 차등 부과하는 상호 관세와 달리 자동차산업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부과하는 ‘무역 확장법 232조’에 입각해 품목 관세를 적용했다. 

    대미 자동차와 부품 관세는 당초 25%로 예정됐다. 그 때문에 우리 경제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제조업은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우리 제조업 생산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2%나 되고, 수출되는 제품이나 부품 등에 포함되는 간접 수출까지 포함하면 50%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 대한 수출은 62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8.6%를 차지해 중국을 제치고 우리의 1위 수출 대상국이 됐다. 

    업종별로 보면 대미 수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동차산업이다. 전체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산업은 32%를 차지했다. 우리 자동차산업에서도 대미 수출은 절대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자동차산업 전체 수출의 46.7%가 미국에 집중됐고, 완성차는 49.1%에 달했다. 자동차 수출 대수 기준으로는 51.5%가 미국이었고,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7%에 달했다. 한국GM의 경우 생산의 84.8%를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실정이라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7월 31일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시한을 하루 남겨두고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상호 관세뿐 아니라 자동차산업에 부과되던 품목 관세도 당초 예정됐던 25%에서 15%로 낮춘다는 것이 요지다. 자동차산업에 25%의 품목 관세가 부과됐을 당시 상호 관세는 조정이 가능할지 몰라도 품목 관세는 미국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가장 먼저 협상 타결이 이뤄진 영국이 10만 대 쿼터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자동차 관세 10%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도 미국 수입 시장에서 그 비중이 미미한 상황이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EU는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힘들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기존 25%에서 15%로 타결된 7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기존 25%에서 15%로 타결된 7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잘된 협상? 아쉽지만, 무난한 결과

    미국 승용차 수입 시장점유율을 보면, 멕시코 22.9%, EU 20.9%, 일본 18.4%, 한국 17.2%, 캐나다 13.0%로 이들 5개 지역이 전체 미국 승용차 수입 시장의 9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7월 23일 일본이 관세 협상 타결을 알린 데 이어 28일 EU가 타결 소식을 전했다. 모두 상호 관세뿐 아니라 자동차산업 품목 관세도 15%로 정해졌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과 EU가 15%로 타결되자, 우리나라는 이보다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했다. 그러나 결국 우리도 15%로 결정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나라는 이전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기존에 미국 자동차 수입 시장에서 부과되던 관세 2.5%를 면제받는 혜택을 누렸고, 일본과 EU 자동차엔 2.5%가 그대로 부과됐다. 25% 품목 관세 부과 시기에도 일본과 EU는 25% 품목 관세에 2.5%의 기존 관세를 합쳐 27.5%의 관세를 부과받았고, 우리는 25%만 물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도 한미 FTA를 고려한, 일본이나 EU에 비해 2.5%만큼 낮은 관세가 결정되길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한미 FTA에 따른 2.5% 낮은 관세 부과’라는 가격경쟁력 우위 요인이 없어진 셈이다. 그렇지만 관세 협상 전반에서 우려가 컸던 쌀이나 소고기 등이 제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는 관세 협상의 결과를 두고 “한국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개방시켰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한미 FTA로 오래전에 이미 미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는 없었다. 반면 트럼프 1기 때 한미 FTA 개정을 통해 2021년부터 철폐하기로 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용차 관세 25%를 2041년까지 유지하기로 해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완전히 개방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 한미 FTA에는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상용차(특히 픽업트럭 등)’에 부과하던 25% 관세를 2021년부터 0%로 철폐하기로 약속돼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1기에 한미 FTA가 개정되면서, 이 25% 관세의 철폐 시기가 2041년으로 연장됐다. 결국, 미국은 자국 시장을 20년 더 보호하게 됐고, 한국은 상용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2041년까지 25% 고율 관세를 계속 내야 한다. 미국이 한국 자동차 시장을 완전 개방시켰다기보다는 자국 산업 보호에 성공한 셈이다.

    대미 수출 위축 불가피, 수출 및 기업 판매는 증가할 수도

    또한 이번 협상에서 추가적인 조치로 미국산 자동차 안전기준과의 동등성을 인정하는 상한선을 철폐하는 것이 있다. 트럼프 1기의 한미 FTA 개정에서 미국의 안전기준을 통과한 차량에 대해 제작사별 5만 대까지 한국의 안전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했는데, 그 대상을 ‘모든 차량’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미국 수입 자동차 판매에서 연간 5만 대를 넘는 제작사는 하나도 없어 사실상 큰 의미는 없다. 

    자동차는 25% 관세가 부과된 지 4개월, 부품은 3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에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들여다보면, 15% 관세 부과의 영향도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이 확실하게 감소했다. 현지 생산의 증가로 올해 초부터 이미 자동차 수출은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서 수출액이 4월 19.6%, 5월 27.1%, 6월 16.0%씩 감소했다. 그러나 25%의 관세를 고려하면 감소 폭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관세 가 협상을 통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업에서 수출을 미뤘을 경우를 고려하면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 대미 수출은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세계 전체에 대한 수출 감소 폭은 4월 –2.0%, 5월 –2.5%, 6월 –0.1% 등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미국 수출감소의 대부분을 다른 지역이 흡수했다는 것이고, 내수가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현지 생산 등으로 대미 수출이 다소 증가했다. 관세 부과가 시작된 5월에는 -5.8%로 다소 감소했지만, 6월에는 6.3%가 늘었다.

    한국에서의 업체별 자동차 수출 대수를 보면 현대·기아는 4월 16.6%, 5월 21.1%, 6월 10.0% 감소했지만, 한국GM은 12.2%, 3.5%, 11.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수입차 판매 시장에서는 관세가 부과된 4~6월 판매량이 현대·기아는 8.7% 늘고, 한국GM은 5.2%가 늘어 한국 기업 전체로는 7.6%가 증가했다. 한국에서의 수출은 감소했지만, 수출된 차의 판매량은 미국 시장에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도 늘고 있다. 4월 10.1% 늘어난 데 이어 5월 22.4% 늘었고, 6월에도 3.8%가 증가했다. 수출 차량의 판매 규모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지 생산도 늘어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는 지속 증가하고 있고, 시장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 증가율은 4월 16.2%, 5월 6.7%, 6월 0.9%, 7월 13.2% 등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25%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판매 규모가 증가한 것은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매량 및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수익 감소는 면치 못했다. 현대·기아는 2분기 관세 여파로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주요 자동차업체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도요타가 약 4조2000억 원, 폴크스바겐(VW)이 약 2조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됐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가 VW를 제치고 도요타에 이어 자동차업체 중 영업이익 규모 글로벌 2위에 올랐다.

    그동안 적용되던 25% 관세에 대응해 우리 기업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 매출이나 판매량을 늘리면서 이익을 줄이는 형태로 대응했다. 대미 수출은 줄었지만,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해 전체 수출은 크게 줄지 않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제 관세가 15%로 확정돼 25% 때보다 상황이 나아졌고, 기업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미 수출 및 기업들의 실적이 결정될 것이다. 

    관세 15% 상태에서 미국 시장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현지 생산 차량도 부품과 철강 등 관세 상승에 따라 가격을 올려야 한다. 자동차 가격 상승은 일정 수준 관세 효과를 상쇄할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시장의 자동차 가격은 5% 정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세 인상 중 1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싸고 질 좋은 제품 생산이 대응의 핵심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9.5%에 달했고, 한국GM도 9.4%의 영업이익률과 15.4%의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줄이며, 대미 수출을 다소 줄이는 선에서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지역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한다면 전체 수출은 줄지 않을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수출이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현지 생산을 늘릴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30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완공했고 10월부터 생산에 들어갔으며, 향후 이 공장은 5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한, 현대는 GM과 협력을 통해 생산을 늘릴 수도 있다. 비용 절감 노력이 이루어지면 한국GM도 수출이 크게 줄지 않은 선에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 관세 부과에 따라 기업은 현지 생산 확대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미 수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국내 생산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미국 수출 차량의 판매 가격 인상도 최소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출 감소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외 여타 지역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도 가격경쟁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동안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 거대한 단일 시장 등의 이점으로 우리 자동차 수출이 미국에 집중된 측면이 강하다.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에서도 생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시대별로 자동차 시장을 주도한 기업을 보면 당시 혁신적 생산방식을 도입한 점이 주효했다. 

    생산방식의 혁신은 자동차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도 이뤄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국내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나 노동자 등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관세 등으로 시장을 방어하는 것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로는 가능한 선택이 아니어서 국내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투자 및 생산, 관련 비용 인하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소·중견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생산을 효율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지원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자동차의 단순한 품질 향상뿐 아니라 자율주행, 전동화 등에서도 앞선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다양한 동력원 개발에 기업들이 나서고 있어 우리 기업도 다양한 동력원 개발에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보조금이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있는 전기차는 단가 인하가 당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향후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경쟁에서 자율주행 경쟁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이 이미 로봇택시 운행을 확대하고 있어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에서도 세계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AI 및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자동차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로 전환되고 있다. 차량에 얼마나 다양하고 실용적 기능이 장착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미래 자동차 경쟁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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