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

“트럼프 氣 살려주고 경제·안보 받아내야”

[Special Report | WTO 종말! ‘트럼프 라운드’ 시작됐다] 한미 첫 정상회담, 끝나지 않은 관세 전쟁

  •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2025-08-2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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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관세 협상, 불확실성 낮췄지만 ‘비교우위’ 사라져

    • 첨단기술, 핵심 광물 개발 협력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 강화

    • ‘동북아 평화 이끌 리더십’ 강조하며 트럼프 우월감 격려

    • 대중 수출 절반으로 줄이고, 대미 교역 확대해야

    • 미국산 에너지 수입 늘려 대미 무역흑자 줄여야

    •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 전환

    • 한반도 방위 공백 최소화 방안, 정상회담에서 마련해야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에서 열린다. Gettyimage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에서 열린다. Gettyimage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할 첫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올해는 6·25전쟁 75주년을 맞은 역사적인 해다. 전장에서 맺어진 한미동맹이 다시 한번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맞서 결속을 다지는 상징적 순간이 돼야 한다. 

    올해 1월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트럼프는, 첫 임기 때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는 재집권 직후부터 미국 제조업 부흥, 무역 불균형 시정,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두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처음 대면하는 이번 정상회담은 이러한 의제를 직접 다루는 무대이기에 정부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첫 한미 정상회담에 국운 달렸다

    세계질서의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기술·무역·군사·외교 전 영역에서 심화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 위기가 겹쳐 있다. 각국은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거나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회담은 국가안보, 경제 생존, 해양 전략이라는 세 가지 큰 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수십 년의 국운을 좌우할 수 있다. 2024년 한국은 글로벌 무역에서 약 6900억 달러(1000조 원) 수출과 약 6490억 달러(900조 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100조 원의 흑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대미 무역흑자가 약 85조 원에 달한다. 한국의 나라별 수출 비중은 중국·홍콩이 33%, 미국 20%, 일본은 6% 순이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15%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을 줄이고, 미국과 교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2023년 시진핑의 3연임이 시작되면서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해당 법안으로 중국 내 외국인투자 90%, 관광객 95%가 급감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4.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경제에서 계획경제로, 개방경제에서 폐쇄경제로 전환되면서 중국 경제는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와 신세계는 사드 사태에서 비롯된 불매운동으로 100% 철수했다. 현대자동차 5개 공장 중 90%가 문을 닫았다. 중국은 토지를 공산당이 소유하며, 외국 기업에는 일정 기간 임차권만 준다. 언제든지 중국 정부가 뺏을 수 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이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제1위 안보 동맹이자 2위 교역 파트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기술력과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중요한 아시아 동맹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기부터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동맹국들에 대해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을 더 구매하라는 압박을 가했고, 미국 내 공장 건설과 고용 창출을 강조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관세를 15%로 제한하기 위해,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과 1000억 달러어치의 LNG 구매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이번 회담에서 더 높은 수준의 투자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안보 측면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핵심 의제다. 현재 주한미군 2만8000명은 한반도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작전 범위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까지 확대하려 한다. 이는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전략의 강화로 해석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방위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다음 두 사람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는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경구다.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이는 힘의 공백이 전쟁을 유발한다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진실을 담고 있다. 한국은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언제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국방력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는 17세기 영국 탐험가이자 정치가 월터 롤리 경(Sir Walter Raleigh)의 말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무역을 지배하고, 무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는 해양 전략과 경제 패권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한국처럼 해양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엔 절대적 진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외교·안보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외교·안보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뉴시스

    시급한 안보·군사 전략, 처칠의 명언에 답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 중 하나는 ‘안보’다. 전략자산 순환 배치의 확대로 한국 안보를 지켜야 한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에 대한 전쟁 억지 신호를 강력히 보여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외교·안보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 보위다.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주한미군 감축과 임무 범위 확장이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은 주로 한반도 방어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그 역할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 방점을 둘 것이다.

    한국이 언제든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북한이 핵무기 100여 기 보유와 증산을 넘어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과 미국이 강력한 연합 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전쟁 억지의 필수 조건이다. 

    또한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에 방위비 인상분을 전략자산 배치, 첨단 무기 도입, 한미 연합훈련 강화 등 실질적 안보 강화에 투입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즉 한국 안보에 직결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한국군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 미국과의 방위산업 협력 또한 우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한국은 방위산업 수출 잔고 100조 원으로 세계 2위다. 방산 수출은 군사력 강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자산이다.

    반도체·배터리·첨단소재 공급망 공동 관리가 경제 의제 핵심

    첫 정상회담에서 안보만큼이나 비중이 큰 의제가 바로 경제·통상이다. 양국은 상호 무역 구조의 불균형 해소, 에너지·원자재 협력, 첨단산업 공급망 공동 관리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은 미국 현지 투자의 장단점을 놓고 철저하게 분석해 정상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에서 미국이 손해 보고 있다”는 프레임을 강하게 내세웠다. 그는 특히 한국, 일본, 독일, 중국과 같은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에너지·농산물 구매 확대와 제조업 투자 확대를 직접 요구했다. 우리는 이에 부응하는 스탠스를 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농산물 수출 세계 1위 국가다. 그만큼 농업은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은 에너지를 100% 수입한다. 한국의 원유 수입 1위 국가는 미국이며 2위가 사우디아라비아다. 한국은 미국산 원유와 LNG 수입을 늘려 무역흑자를 줄여야 한다. 또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옥수수, 대두 등의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좋다. 

    이번 회담의 경제 의제 중 핵심은 반도체·배터리·첨단소재 공급망의 공동 관리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칩4 동맹’(미국·한국·일본·대만)을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약 60조 원을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30조 원을 투입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우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의 장점은 15% 관세 회피, 미국 소비시장 접근성 확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다.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 후 판매량이 3배 정도 증가했으며 이는 미국에서 5위 수준이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기업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단점은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건설 확대로 국내 제조업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청년층 취업률 하락이 우려된다. 내년도 우리나라 대졸자 취업률은 약 45%대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미국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 핵심 제조 설비와 기술 인력이 해외로 이전되면 국내 산업 생태계 약화가 우려된다. 더욱이 최근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출이 유입보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도록,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미 협력 확대와 전략적 전환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내야 할 숙제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15% 관세로 합의된 것은 당장의 불확실성을 줄였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구두 약속이 문서로 확정되기 전까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자산 10조 원의 사업가 출신으로, 철저히 자국 이익 중심으로 판단한다. 

    한국 조선산업, 미국과 협력 확대해야

    따라서 미국과 해양·조선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해양은 전 세계 교역량의 약 90%가 통과하는 ‘경제의 대동맥’이자, 분쟁과 협력의 경계선이다. 한국 수출 물량의 99%는 바다를 경유한다.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고, 전략물자의 대부분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나라는 해양 전략이 곧 국가 전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조선 수주량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VLCC), 군함, 잠수함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조선산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해양 전략의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함정, 해양플랜트, 군수지원선 등은 국가의 해상 방위력과 직결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조선·해양 분야의 한미 협력 확대가 주요 합의 사항 중 하나로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산업과 일자리 동맹으로 확장되는 사례”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은 규모와 기술 요구 수준이 높아, 진출 자체가 경쟁력 검증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 거점과 연구개발 센터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매출 증대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과 협력 심화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분기점이다.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미국과 협력을 심화해야 한국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다. 튼튼한 국방 없이는 경제성장도 없고, 안정된 경제 기반 없이는 국방 강화도 지속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평화 이끌 리더십’을 강조하며 트럼프의 마음에 깔려 있는 우월감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기(氣)를 살려주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경제협력과 첨단기술, 핵심 광물 개발 협력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 안보 파트너십 강화에 힘써야 한다. 

    대한민국은 강력한 안보와 전략적 경제협력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하며, 이번 회담이 그 초석이 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양국의 번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을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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