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

“엄밀히 말해 ‘불평등 협상’…세부 항목서 얻을 것 더 얻어내야”

[Special Report | WTO 종말! ‘트럼프 라운드’ 시작됐다] 국회 첫 여성 기획재정위원장 임이자 의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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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입력2025-08-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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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관세 협상 15%, 불확실한 부분 짚고 넘어가야

    • 이윤 2~3% 영세 부품업체, 역성장 우려로 울상

    • 4500억 달러 투자로 발생하는 이익, 90% 미국이?

    • MASGA 프로젝트, ‘합법’ 가장한 기술 및 인재 유출

    • 국내 생산 촉진 세제, 지역산업 위기 대응 등 정부 지원 나서야

    • 대선 졌으면 똑같은 죄인, 똘똘 뭉쳐 개헌 저지선 지켜야

    임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조영철 기자

    임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조영철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의 타결은 우리 무역 선단이 오랫동안 의지하던 해도(海圖)를 한순간에 뒤엎은 사건이었다. 세계무역기구(WTO)라는 안전한 항구는 더는 기댈 곳이 아니게 됐고, ‘트럼프 라운드’라는 거센 해류가 세계 무역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어느 때보다 난해해진 환경에서 암초를 피해 전진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는 국가 지도부의 통찰이 절실한 때다.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임이자(61) 의원(경북 상주·문경)은 한미 관세 협상 과정과 결과를 국회 내에서 엄밀히 감시하고 평가하는 한편, 경제정책 측면에서 국익을 지키고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8월 6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대미 투자 방법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협상 내용이 알려진 것이 없거나 우리와 미국 측 설명이 다르다”며 “자유무역협정(FTA) 지위 상실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여전한 만큼 불확실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 부총리는 “미국 관세 협상 이후에도 한미 FTA 효과는 살아 있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남겼다.

    “이윤 2~3% 영세 부품업체, 역성장 우려로 울상”

    이번 관세 협상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자동차산업이다. 0% 관세로 최혜국 대우를 받던 우리나라는 15%라는 고율의 관세를 물게 돼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와 업계 종사자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에 임 위원장은 8월 13일 경북 경산 진량읍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경산·영천·경주 등 경북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고충을 들었다. 이날 출장을 마치고 국회로 복귀한 임 위원장과 저녁 무렵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묻자 김 위원장은 깊은 한숨을 뱉으며 답을 이었다. 

    “전부 다 울상이더라. 완성차업체는 미국으로 가서 공장을 세워 거기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부품 회사들은 대부분 영세한 곳이다. 100인 이하는 물론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도 전부 막막해한다. 영세업체는 마진(이윤)이 2~3%밖에 안 남는다고 한다. 없던 관세가 15%나 생겼으니 앞으로 역성장이 예상되는 거다. 거기다 정부가 법인세까지 각 4개 구간별로 1%씩 인상한다고 하지 않았나. 최저임금도 오르고, 여러모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돼서 전부 난리다.”

    세부 품목별 협상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상호 관세 15%는 확정됐다. 기재위원장으로서 이번 협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경제부총리는 ‘소나기를 피했다’고 하고, 산자부 장관은 ‘급한 불은 껐다’지만 이번 협상은 미국 측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불평등 협상’이라고 본다. 미국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우리와 입장이 다르다. 4500억 달러를 투자했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지금 (한미 관세 협상이) 상식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는가.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한다. 양국 간 이러한 세부적 입장 차에서 우리 국민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농축산물도 정부는 쌀과 소고기 개방을 막았다고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 개방’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항의할 부분은 강하게 항의하고, 세부 항목 협상에서 더 얻어낼 수 있는 건 얻어내야 한다.”

    15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국내 산업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다. 

    “조선업종의 국내 기술과 인력의 해외 유출 피해를 경계해야 한다. 심하게 말하면 ‘합법을 가장한 (기술 및 인재) 유출’이라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조선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고용이 줄 수밖에 없다. 실업률도 올라가게 되고, ‘그러면 국내에는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최소한 자동차 부품에서는 우리가 추가 협상으로 15%보다 낮출 수 있다면 좀 더 매달려서 완화시켜야 한다.”

    기업은 대미 관세 15%를 상쇄할 해외시장 개척이나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정부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면서 이러한 기업들을 도와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정부가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영세 부품업체의 최대 어려움은 자금조달이다.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용등급을 평가받아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평가를 하면 등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되면 신용등급 하락, 대출 조건 악화로 경영이 더 힘들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우선적으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현대차를 따라 미국으로 나갈 생각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유럽, 일본차와 경쟁하려면 기술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타사에 납품할 기회를 긍정적으로 보더라. 그러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한데, 일례로 전기차 보조금 같은 것이 있다. 지난해 전기차 포비아 현상 등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도 더뎌지며 전기차 보조금 지원 불용액이 5000억 원가량 발생했다. 따라서 현재 전기차 보조금을 편성할 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가 그 돈을 민생지원금으로 돌려버렸다. 이제는 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고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RE100(재생에너지 100% 조달), 탄소중립으로 가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이쪽으로 집중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 차원에서 어떤 후속 입법과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은 결국 ‘돈과 인력’이다. 그런데 이번에 세제개편을 하면서도 국내 생산 촉진 세제는 반영이 안 됐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전략산업을 국내에서 운영하면 법인세 일부를 공제해 주는 내용인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검토만 하고 시행을 안 한 것이다. 물론 지금도 지역 산업위기 대응 및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법(지역산업위기대응법)이 있어서 경남 거제, 창원, 통영 등이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역별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원받기 어렵다. 특정 지역에 전체 주력 산업이 모여 있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만 지정되니, 산발적으로 흩어진 기업은 제외된다.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 기업들을 돕기 위해서는 소수 야당으로는 안 된다. 민주당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나서야 한다.” 

    주식시장 활성화, 기업 환경 개선 등 과제 산적

    주식시장에 대한 국민 우려도 큰 상황이다. 7월 말, 주식시장 대주주 양도세 기준 변경 논의로 한차례 혼란이 있었다. 

    “민심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게 ‘증심(證心·증권 투자자들의 심리)’이다. 우리나라 1400만 명이 주식투자를 하기 때문에 피부에 굉장히 빨리 와닿는 사안이다. 7월 말, 기재부 세제 실장이 대주주 양도세 기준 10억 원 하향에 대해 보고했 때 그 자리에서 ‘이거 분명히 조세 저항 받을 거다’라고 경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발표 나고 바로 뒷날 코스피 3200선이 무너졌다. 대주주 양도세 10억 원 기준은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한다. 개인적으로는 현행 50억 원도 낮다고 본다. 최소 100억 원으로 완화해야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증권거래세 인상도 마찬가지로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목표로 한다면 세제 완화와 거래 활성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투자자 신뢰 회복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물론 국내에 들어온 해외 기업들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개인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려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부를 축적하고, 소득 재분배를 해서 통합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어떤 걸로 성장을 하게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노란봉투법을 통과하면서 쟁의의 개념이 확대됐다. 만약 한화오션이 미국에 1500억 달러 투자에 참여하는 데 한화오션 노조가 반대하며 데모하면 어떻게 되겠나. 관세 협상 내용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겠나? 게다가 이사회에서 주주 보호까지 해야 한다. 기업이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진행한 대미 투자에서 손해가 났을 경우 누가 책임질 수 있겠나. 이게 올바른 정책인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시도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나. 결과적으로 국가가 개입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력 신장과 국가 성장의 동력은 기업에서 나온다. 기업하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기업이 성장해야 노동자의 소득이 늘고, 소비가 활성화하며 내수도 확대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규제 강화, 세금 인상, 노조 관련법 개정으로 기업 활동을 제약하면 잠재성장률 1% 유지도 어렵다.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으로 경청하고 다녀

    국회 개헌 후 첫 여성 기획재정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일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 기재위원장으로 오자마자 관세, 조세 등 관련 현안이 쏟아지니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상공회의소 회장, 지역 경제 관련자 등 많이 만나고 다녔다. 소통하고 토론해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해봐야 한다. 그렇게 대안을 만들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책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노동운동을 27년간 했다. 경청과 소통을 하지 않으면 현장의 문제가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래서 한 달에 2번씩은 꼭 상임위를 열어서 주요 현안은 전체회의에서 토론하고자 한다.”

    임기 동안 해결하고자 하는 주요 현안은 무엇인가.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점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저출생·고령화, 양극화, 기후 위기다. 기재위원장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국가균형발전 문제를 살폈다. 헌법 제123조 제2항은 국가가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 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 소멸 위험군에 들어가 있는 지역이 굉장히 많다.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를 보니까 2005년 시작했는데 20년간 전체 국가재정 증가 속도에 비해 특별회계 예산 증가율은 낮아졌다. 그 사이 수도권 GRDP는 비수도권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이 구조를 뜯어고쳐서 실질적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거기서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도 해결되고, 소득 불균형 문제도 잡아갈 수 있다. 또 기업이 지방으로 간다고 하면 법인세, 소득세뿐 아니라 전기요금 등도 낮춰 혜택을 많이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기재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관계자들과 토론해서 이런 부분은 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7년간 노동운동을 한 이력이 기재위원장으로 일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노동운동 경험 덕분에 협상과 소통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어느 상임위에서 활동하든 결국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상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하고 명분과 실리를 나누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 명분과 실리를 다 가져가겠다는 건데, 바람직하지 않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듯 지금 민주당에 견제 세력이 없다는 것은 민주당에 큰 비극이다. 그래서 나는 반드시 소통하고 소수 의견도 들으려고 한다. 지난 7월 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끝나고 채택 여부를 결정할 때도 내가 ‘반드시 소수당의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님 의견도 개진해 같이 결정하라’고 했다. 갈등보다는 공존을 추구하는 협상 방식이 국회 운영에도 필요하다.”

    지금 국민의힘의 상황이 좋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국민의힘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 대통령은 모든 걸 가졌다. 입법부는 장악한 지 오래고, 사법부는 스스로 알아서 누웠다. 딱 하나 못하고 있는 게 헌법 개정이다. 국민의힘의 딜레마가 당이 깨져서 새로 헤쳐 모이는 식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107명이 안 되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 지금 국민의힘은 ‘한 지붕 두 가족’이다. 그런데 다 지나간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를 놓고 싸울 때가 아니다. 이제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뭉쳐서 개헌 저지선을 지켜내느냐가 중요하다. 대선에서 졌으면 다 똑같은 죄인이다. 우리 당의 문제를 똑바로 진단하고 거기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 대책을 마련해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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