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시마당] 포옹?

  • 신원경

    입력2025-10-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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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물에는 껴안아 주는 느낌이 없다

    무언가를 껴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난 사람들은 가장 처음으로 포옹을 겪고 사는 동안 계속 원한다

    모두?

    아침에 혼자 산책 다녀온 네가 준 밤잼은 책상 위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사물만이 네가 보고 온 풍경을 기억한다 손바닥의 온기와 여름 아침의 습기도 밤잼을 빵에 발라 먹으면 나도 네가 봤던 풍경을 함께 볼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사람의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뜨거워졌다가 식을 수 있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너를 집 안에 혼자 둔 채로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다가 일주일간 연체된 책을 도서 반납함에 미끄러뜨리며 아이들이 뱉는 욕설을 무방비하게 듣는다 네가 지나쳤던 길을 나도 지나친다



    어딘가에는 포옹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포옹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로?

    거실에서 유독 더 어두운 구석을 응시하다가 저 너머에서 불이 꺼지는 순간을 목격한다 누군가의 생명력이 거기 놓여져 있었구나

    공중에서 이뤄지는 포옹의 순간들

    너는 포옹을 원한다

    나와의 포옹을?

    포옹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쉽게 찾아오지 않고 자신이 안고 싶은 사람을 찾아 독립적으로 걸어나가고 가끔 내 말을 듣지 않고 잠깐 뛰고 오겠다며 소리를 치고 현관문을 거세게 닫고 내가 원한 적 없는 밤잼을 들고 귀가한다

    나는 가끔 너 몰래 혼자만의 포옹을 배우러 가고 싶고

    깍지를 낀 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에 맞지 않는 춤을 추다가 나의 품 안에서 허물어지고 싶다

    손발을 탈탈 털어도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까지 안아주는 포옹이 문가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것을 정말 원하는지 묻느라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신원경
    ‌● 1999년 수원 출생
    ‌●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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