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스무 살 청계천, 물과 친교하는 수변 감성시대 활짝

청계천박물관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열려

  • 김현미 출판국 부국장 khmzip@donga.com

    입력2025-10-01 10: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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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 변 남쪽에 자리한 청계천박물관(관장 허대영)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박물관은 청계천 복원 공사 준공일인 10월 1일보다 닷새 앞서 2005년 9월 26일 문을 열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청계천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청계천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2002년 청계천 복원이 결정된 뒤로도 복원(復元)의 의미를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조선시대와 같은 청계천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오염된 청계천을 도시하천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한 서울시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서울시는 2002년 12월 26일 중구 장교동(현 청계천 베를린광장)에 청계천홍보관을 열었다. 홍보관은 청계천의 역사와 복원 과정, 복원 이후 대책 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공간인 동시에 공사와 관련한 민원 접수 창구로도 활용됐다.

    이후 서울시는 복원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들과 문화유적조사를 통해 발굴된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청계천문화관 건립을 추진했다. 청계천문화관은 2005년 8월 1일 완공 이후 서울시설관리공단(현 서울시설공단)이 운영을 맡았으나, 복원 사업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자 2006년 1월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이관됐고, 2015년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으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렀다.

    문화적·예술적 감수성 키우는 ‘물의 도시’ 서울 시작

    ‘청계천과 함께한 서울, 20년의 시간’ 학술대회 질의응답과 토론의 시간.  청계천박물관 제공

    ‘청계천과 함께한 서울, 20년의 시간’ 학술대회 질의응답과 토론의 시간.  청계천박물관 제공

    9월 26일 청계천박물관 강당에서 ‘청계천과 함께한 서울, 20년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기조 발제를 한 김기호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도시계획·역사보존)는 ‘물의 도시 서울, 그리고 청계천’이라는 주제로 도시계획 패러다임에서 물의 재발견에 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이 산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와 역사 및 경관관리에 방점이 놓였다면 청계천 복원 사업은 물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공간 관리의 중요성을 시민에게 각인시킨 사업이었다”라고 평가한 뒤 “물이 극복과 방어의 대상이 되던 시대가 가고 물과 새롭게 친교 하며 문학적,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수변 감성시대’가 다가왔다”고 했다.

    ‘청계천 주변 상업 공간의 변화’에 대해 발표한 서울시립대 남기범 교수(도시사회학)는 “공구상과 금속 주조업, 전기·전자 부품업이 주류였던 청계천 주변 상가의 변화와 급속히 쇠퇴하는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의 변화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압축 성장의 시대를 지나 성숙한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은 성장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 관성을 유지하려는 산업 생태계의 특성에서 벗어나 ‘글로벌 도시 서울의 도심’으로서 청계천은 유연성, 네트워킹, 사회자본이라는 세 가지 강점을 토대로 체험경제 시대에 소비와 여가문화를 선도하는 도심 경제의 아이콘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사람이 만든 청계천, 자연이 만든 청계천

    최근 청계천에서 2급수 이상에서만 서식하는 쉬리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년 동안 청계천의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구본학 상명대 명예교수(그린스마트시티학)는 청계천 복원 이후 생태 변화를 “사람이 만든 청계천, 자연이 만든 청계천”이라고 요약했다. 구 교수는 “인위적인 직강화와 하상 및 호안 정비, 인공적 수원 공급 등 자연 하천과는 거리가 먼 청계천이지만 원앙과 같은 천연기념물이나 쉬리, 얼룩동사리, 참갈겨니 등 고유종도 지속해서 발견되고, 모래톱이 형성되는 등 하천 생태계 스스로 자연 형성 과정 내지는 생태학적 형성 과정을 거쳐 자연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우리가 할 일은 “청계천 스스로 환경에 가장 적합한 자연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2006년 초대 청계천문화관장을 역임한 박현욱 전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부장은 청계천박물관의 향후 과제에 대해 “과거 청계천이 상권, 도심 산업이라는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가 있었다면 복원 이후 청계천은 주거지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청계천이라는 장소 기반 박물관은 이러한 변화의 관찰자이자 기록자이며 증거 채집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 성북천, 우이천, 당현천, 불광천과 대구의 범어천, 청주의 용두천, 부산의 초량천 등 청계천과 유사한 도시하천 복원이나 도심재생사업의 자료를 함께 수집해 비교연구를 계속해달라고 주문했다.

    1950년대 이후 청계천 복개가 치수(治水)의 시대를 상징한다면, 2000년대 청계천 복원은 친수(親水)의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을 알린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20년, 우리는 물과 친교 하며 문학적,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수변 감성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김기호 교수는 “산과 물이 풍부하고 수려한 우리나라는 조금만 노력하면 다시 우리의 진경산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10년 뒤 청계천을 품은 서울의 변화된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청계천박물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9월 26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는 ‘청계천박물관, 스물’ 전시 포스터. 서울을 기억하는 하나의 역사 문화 콘텐츠로서 청계천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전시다.  청계천박물관 제공

    청계천박물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9월 26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는 ‘청계천박물관, 스물’ 전시 포스터. 서울을 기억하는 하나의 역사 문화 콘텐츠로서 청계천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전시다.  청계천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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