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호

시험관아기시술(IVF) 성패, 의사 실력과 배양 기술력에 좌우된다

[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 난임전문의 조정현

    입력2025-08-12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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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임 여성에게 시험관아기시술(IVF)을 맡길 의사와 병원을 선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어디에서 시술받을까’를 넘어 ‘누구의 손에 생명을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생일대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병원의 분위기나 친절함도 중요한 요소지만 IVF의 본질인 시술 실력과 배양 기술력이 기본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IVF는 기술뿐만이 아니라 감각의 의학이며, 그 감각은 오랜 시간 쌓인 숙련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IVF는 생식의학 기술의 집약체처럼 보이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의사의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의사의 숙련된 손끝 기술과 정교한 배양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IVF 과정은 다섯 가지 주요 단계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네 가지 과정에서 의사의 경험이 핵심 역할을 한다. 첫째, 과배란 유도 기간으로 약 1주일 동안 매일 주사를 맞게 된다. IVF가 처음 시작됐 때는 매일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았고, 2~3일에 한 번 호르몬 검사도 해야 했다. 지금은 배란 유도 주사가 피하주사로 바뀌면서 자가 주사가 가능해져 1주일 동안 두세 번 난포 크기를 측정하기만 하면 된다. 

    배란 유도 약제는 개인마다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고, 동일 종류의 약제도 제약회사마다 친화력이 다르기에 의사로서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게 된다. 난소에 있는 난포 수, 환자의 체중 및 BMI(체질량지수)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좀 더 좋은 난자를 얻기 위해 다각도로 모색하는 것이다. 

    초음파를 보는 능력과 손끝 테크닉

    둘째, 초음파 검사다. 초음파 검사는 배란 유도, 난자 채취, 배아(수정란) 이식의 전 과정에서 이뤄진다. 배란 유도 과정에서는 난소에 있는 난포의 수와 크기를 측정해 배란을 위한 성숙 난포 발달의 과정을 보게 된다. 초음파 검사는 난소와 자궁의 실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음영(그림자)을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골반 내 장(소장, 대장, 직장)과 난관(평소에는 안 보이지만 수종이 있으면 보임), 방광 및 골반 내 동·정맥 등을 잘 살펴야 한다.



    셋째, 난자 채취에 필요한 손끝 테크닉이다.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초음파 탐침 끝에 부착된 긴 주삿바늘이 질 벽을 뚫고 난소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시술이 시작된다. 이때 바늘은 난포 안으로 정확히 진입해 그 안에 담긴 난자와 난포액을 동시에 흡입한다. 

    난자 채취 시술은 초음파 화면에만 의지한 채 난소의 위치, 각도, 깊이 등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며 바늘을 조작해야 한다. 초음파 화면에는 난포가 선명하게 보일지라도 손끝의 감각이 이를 따라주지 않으면 바늘이 빗나가거나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환자마다 질의 길이나 각도, 자궁과 난소의 위치, 장기 간 거리 등이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 특히 난소가 골반 뒤로 젖혀 있거나 해부학적으로 변형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정밀한 감각이 요구된다. 난자 채취 경험이 부족한 의사가 보편적 해부학 구조와 다른 경우를 맞닥뜨린다면 결코 간단한 시술이 아니다. 경험 많은 의사일수록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난자를 놓치지 않고 회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출혈도 적고 수술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넷째, 배아 이식 과정이다. 배아 이식은 모든 결실이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자궁을 초음파로 보면서 경부에서 자궁 위쪽 착상 위치까지의 거리, 꺾인 정도, 자궁내막의 두께 등을 사전에 관찰하게 된다.

    광확대 현미경으로 정자를 살펴보는 모습. Gettyimage

    광확대 현미경으로 정자를 살펴보는 모습. Gettyimage

    환자가 긴장하지 않고 몸을 완전히 이완하게 한 후 질경을 삽입하고 자궁경부를 부드러운 솜으로 닦아준다. 자궁으로 들어가는 초입인 자궁경관이 너무 꺾여 있는 경우에는 ‘앨리스’라는 기구로 자궁경부를 잡아 자궁을 당겨 이식관이 들어가는 길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든다. 그다음 부드럽게 이식관을 삽입하고 자궁 내강의 꼭대기 착상 부위에 수정란을 아주 조심스럽게 안착시킨다. 이때 필자는 종종 아폴로 우주선이 달 표면에 착륙하던 광경을 떠올리곤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체외 배양 기술이다. 이 과정을 숙련된 배양연구원의 손 없이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배양 기술력은 최신 시설이나 고가의 장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배양기를 쓰는지보다 그 앞에 앉은 연구원의 숙련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수많은 정자와 난자를 다뤄본 손, 수없이 미세수정을 해본 손, 수만 개의 배아를 관찰해 온 손과 눈을 가졌는지 여부가 시술의 성패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배양실 내에서 사람이 발휘하는 테크닉은 전체 배아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IMSI(형태 선별 정자세포 주입술)라는 활동성이 강한 건강한 정자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최대한의 광 확대로 정자 두부의 첨체에 있는 아주 작은 물집들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 물집이 많을수록 수정 후 임신이 됐을 때 착상 성공률이 낮고 유산율이 높다. 

    그런데 이 방법은 초보자일수록 수정에 걸리는 시간을 지나치게 지연시킬 수 있다. 원래 체내수정은 깜깜한 곳, 즉 난관 끝부분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정자를 밝은 빛 아래 너무 오래 노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련하고 손이 빠른 연구원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운동성 좋은 정자를 광확대 현미경으로 신속하게 선택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자명하다.

    정자를 난자 세포막 안으로 직접 찔러 넣는 미세수정(ICSI)도 마찬가지다. 몇 초 안에 바늘을 조작해 주입을 마쳐야 하는 이 시술은 각도와 속도, 깊이까지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 도중 정자가 손상될 수 있고, 난자의 구조가 약한 경우 세포막이 찢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미세한 움직임 하나에도 숙련된 감각과 오랜 경험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가 장비보다 사람의 숙련도가 중요

    체외 배양 환경(인큐베이터)도 중요하다. 온도, 산소 농도, 이산화탄소 농도 같은 기본 환경은 당연히 갖춰져야 하겠지만 결국 배아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눈과 손끝이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아의 분열 속도, 세포의 형태, 핵의 위치까지 모두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판단해야 하며 배양 과정 전체의 흐름을 읽어내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배아가 착상에 더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일도 오롯이 사람의 몫이다. 결국 IVF의 품질은 장비가 아닌 사람의 경험에 달렸다.

    물론 IVF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자와 난자의 질, 그리고 착상 환경인 자궁이다. IVF가 아무리 최신 생식의학 기술을 동원하더라도 그 자체로 임신을 완성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건강한 난자와 정자가 확보되더라도 경험이 부족한 배양팀에 맡겨진다면 IVF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도 다루는 사람의 감각과 경험, 그리고 배아 선발과 같은 미세한 판단이 IVF의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IVF 경험이 풍부한 의사와 배양연구원이라면 오차 범위가 작고, 변수에 대한 대응이 빠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식기 질환이 심하거나 IVF를 다섯 차례 이상 반복한 경우라면 병원과 의사, 배양팀을 선택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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