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성공한 특검팀으로 불렸는데” 재판·수사…
8년 사이 20명 중 12명 검찰 떠나…버텼더니 좌천
“특검 참여하면 필연적으로 정치에 얽혀”
3대 특검, 국정농단 특검 반면교사 삼아야
2017년 2월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윤석열 수사팀장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8년 사이 12명 검찰 떠나…버텼더니 좌천
국정농단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팀장을 맡았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신자용 전 법무연수원장, 고형곤 전 수원고검 차장검사가 부장검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기업 비리와 권력형 사건 수사에서 이름을 알린 특수통 출신이었다. 파견 검사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 국면에서 개혁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며 빠르게 요직에 올랐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올랐고, 한 전 대표 역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호시절은 길지 않았다. 정치 지형의 변동 속에서 이들의 앞길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신동아’가 검찰연감과 법무부 정기 인사 발표 자료, 한국법조인대관 등을 통해 파견 검사 20명의 공직 경로를 조사한 결과, 9월 17일 기준 국정농단 특검팀 가운데 12명이 검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고).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8명이 잇따라 ‘줄사직’하는 양상이 관측됐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김영철 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고형곤 전 수원지검 차장검사, 호승진 전 법무연수원 교수) 등 여당 및 대통령 관련 사건을 지휘했던 검사들이 포함됐다. 이들 모두가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됐던 만큼, 정치 환경의 변화로 인한 행보로 읽힌다.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검찰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점 역시 줄사직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해 신자용 전 법무연수원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이 검찰에 닥쳐오고 있는 시기”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필귀정의 힘을 믿고 어려움을 이겨내길 기원하겠다”는 사직의 변을 남기기도 했다.
이 대통령 취임 전 검찰을 떠난 이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한 전 대표,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 조상원 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4명이다. 조 전 차장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3월 헌법재판소의 기각으로 복귀했지만 두 달 뒤인 5월 20일 사표를 제출했고, 이 대통령의 취임 전날인 6월 3일 수리됐다. 결과적으로 한 전 대표와 조 전 차장은 국정농단 특검팀 파견 검사 가운데 ‘유이(有二)’하게 보수 정권 시절 사의를 밝히고 검찰을 나선 인사가 됐지만,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점프 이직’을 위해, 조 전 차장은 사실상 불명예 퇴진으로 내몰린 점이 다르다. 한 전 대표는 사직 이틀 후인 2022년 5월 17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개중에는 한솥밥 먹던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하는 얄궂은 처지에 놓인 검사들도 있다. 최순호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와 최재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내란 특검에서 팀장급을 맡아 윤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 당시 평검사 신분으로 특검팀에 파견돼 국정농단 수사를 도왔었다. 특히 최재순 부장검사는 당시 파견 검사 가운데 사법연수원 기수와 나이 모두 막내였다. 박근혜 특검팀의 막내 검사가 8년 뒤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수사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물론 파견 검사 가운데 가장 극적인 부침을 겪은 이는 정계로 진출한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 사태와 ‘검수완박’ 정국을 거치며 체급을 키워 2022년 5월 대통령에까지 올랐고, 한 전 대표 역시 법무부 장관과 여당 대표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12·3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두 사람의 정치적 명운은 급속도로 위기에 처했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물러났고, 한 전 대표 역시 비상계엄 및 탄핵 국면에서 한 대응을 두고 당내 비판에 직면해 대표직에서 내몰렸다. 그는 이어진 6·3대선에서도 본선 후보 경쟁에서 밀려났다.
“특검 참여하면 필연적으로 정치에 얽혀”
앞선 사례에서 드러나듯 특검은 정치적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몰락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특검의 숙명’으로까지 본다. “특검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특검에 몸담은 이상 정치적 파고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특검팀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고사했다는 검찰 출신 변호사 A씨는 9월 1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국정농단 특검이 꾸려지던 당시 ‘함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고사했다. 특검에 참여하면 필연적으로 정치에 얽히기 때문이다. 특검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집권 세력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도의 구조상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쪽, 즉 야당 주도로 여권을 공격하는 식으로 추진되는 탓이다. 집권 세력이라면 문제 상황을 인지해도 검찰에 이를 맡기지 굳이 특검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특검이 ‘야당이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검찰’로 기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특검은 외압으로부터 자유롭게 권력형 비리를 처리하기 위한 독립적 제도로 보이지만, 실제 운영은 정치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가 검찰만으로는 공정한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할 때 특별법을 제정해 임명하는 구조인 만큼, 정치투쟁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현실화하려면 ①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② 비집권 세력의 국회 동원력 ③ 전 국민적 여론 압력, 이 세 가지가 맞물려야 한다. 특검이 꾸려졌다는 사실이 곧 집권 세력의 권력 기반에 균열이 생겼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러한 특검의 특징은 수사의 성패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검은 권력 핵심을 정조준하는 특성상 수사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 국민적 기대가 더해지면서 수사팀의 부담은 배가된다.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무리한 수사가 이뤄지기 쉬운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국민적 호응을 받지만 재판을 거치면서 힘이 빠지는 경우도 잦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농단 수사’가 ‘적폐청산 수사’로 확대되면서, 특검팀 출신 검사들이 요직에 오르며 굵직한 사건을 맡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낸 경우가 많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이 대표적 예다.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지휘하고, 한동훈 전 대표가 3차장으로 수사팀장을 맡았던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은 47개 혐의 모두 무죄로 결론 났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수사팀장을 맡은 이 회장의 부당합병·분식회계 의혹 사건 역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당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10대 3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끝내 기소를 강행했고, 결과는 19개 혐의 전부 무죄였다.
무리한 기소 및 수사가 이어지면서 개별 검사들의 ‘정치적 목적’이 의심받는 상황도 빈번했다. 김종민 법무법인 MK 파트너스 변호사(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는 “현시점에서 국정농단 특검팀을 회고해 본다면 ‘일부 정치검사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특검에서 유사한 일이 반복된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 특검보가 8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3대 특검, 국정농단 특검 반면교사 삼아야
국정농단 특검의 수난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내란 특검은 연일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를 상대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이유로 수사 및 조사에 협조하지 않자, 특검은 이들이 과거 국정농단 특검팀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환기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홍주 특검보(김건희 특검)는 “윤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당시) 어떻게 수사했는지 잘 알고 있고, 똑같이 적용하는 것뿐”이라 말했고, 박지영 특검보(내란 특검) 역시 “한 전 대표는 참고인 조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상 범죄 수사에 없어서는 아니 될 사실을 알고 있음이 명백한 자가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할 경우,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압박한 바 있다.법조계에서는 3대 특검이 국정농단 특검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는 절제와 균형을 갖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3대 특검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주도하는 ‘이례적 특검’이라는 점에서, 수사의 중립성과 절제력이 더욱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9월 11일 수사 기간을 기존 대비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파견 검사 수도 기존 120명에서 최다 170명까지 확대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특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는 서울중앙지검과 맞먹는 규모다.
김종민 변호사는 “특검이 본연의 목적을 넘어 특정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칠 경우, 국민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방향과도 모순될 수 있는 만큼, 더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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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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