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당헌 위반해 제명” vs “지도부 심기 건드렸다고 과한 처벌”

[심층분석 |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의 진실] 성비위 책임론 주장하자 제명 통보받은 세종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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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5-09-2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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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운하 “김갑년 제명 처분은 현명한 선택 아니다”

    • “성비위 뿐 아니라 대선 출마도 당원 뜻 반영 안돼”

    김선민 전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과 당 지도부가 당내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9월 7일 국회에서 전원 사퇴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동아DB

    김선민 전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과 당 지도부가 당내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9월 7일 국회에서 전원 사퇴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동아DB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은 당을 떠났습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의 쇄신을 외쳐온 세종시당 (당협)위원장은 9월 1일 제명됐습니다. 함께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습니다.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습니다. 성비위 문제를 여성위 안건으로 올렸던 의원실 비서관은 당직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소 취하를 종용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침묵을 끊고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입니다.”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대변인은 9월 4일 당내 성비위 폭로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언급한 사람 중 김갑년 전 세종시당 당협위원장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중앙당의 심기를 건드려 제명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 전 위원장은 5월부터 지속적으로 중앙당에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 왔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김 전 위원장은 6월 11일 중앙당에 요청문을 보냈다. 요청문의 내용은 새 당대표 선출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6월 27일 세종시당 운영위원 5명은 김 전 위원장이 당헌과 당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그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그에 대한 당무 감사가 벌어졌고, 8월 4일 중앙당은 김 전 위원장을 제명했다. 그는 중앙당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9월 1일 제명을 최종 통보받았다. 

    “새 당대표 선출” 주장하자 시작된 당무 감사

    김 전 위원장 제명을 두고 의원들도 반발했다. 황운하 의원은 8월 4일 당내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황 의원은 “제명은 부정부패, 성범죄 등 중대 비리가 언론에 보도돼 당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을 때 이뤄지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제명 처분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당원은 “김 전 위원장이 당시 세종시당 사무처장을 이유 없이 해고했고, 시당 자치규칙을 바꾸려는 등 ‘사당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해고된 사무처장도 7월 1일 김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당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면직 통보서를 낭독했고, 면직 이유도 허위라는 것이 고소 사유였다. 하지만 8월 27일 세종남부경찰서는 이 사건을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했다. 수사 당국은 “면직 통보 사유가 허위 사실이 아니며 절차적으로도 적법했다”며 불송치 결정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신동아’의 인터뷰 요청에 “정중하게 사양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익명을 요구한 혁신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의 제명 사태 이전에도 중앙당의 행보에 의문을 품는 당원이 많았다”며 “당원은 물론 의원들의 의사도 당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대표적 예가 6·3대선 당시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이다. 당시 의원들은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당 지도부가 반대했다는 것. 해당 관계자는 “의원 의사까지 반영하지 않아가며 대선후보를 내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당에 물었으나 ‘대선을 치를 돈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며 “돈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당보다 훨씬 덩치가 작은 개혁신당도 대선후보를 내며 영향력을 보여주는데, 혁신당이 단순히 돈 때문에 대선을 포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 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선 출마 포기는 당원들과 충분한 토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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